길어지는 ‘김정은의 침묵’…‘대화’ 제안 일부러 무시? [뒷北뉴스]

입력 2024.08.24 (07:00) 수정 2024.08.24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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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KBS는 북한 관련 소식을 심층적으로 들여다 보는 [뒷北뉴스]를 연재합니다. 한주 가장 화제가 됐던 북한 관련 소식을 '앞면'이 아닌 '뒷면', 즉 이면까지 들여다 봄으로써 북한발 보도의 숨은 의도를 짚고, 쏟아지는 북한 뉴스를 팩트체크해 보다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 "어떤 문제라도 논의하자" … '대화협의체' 제안에 무응답

윤석열 대통령이 북한에 새로운 제안을 건넨 지 오늘(24일)로 9일이 지났습니다. 윤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새로운 통일담론인 '8·15 통일 독트린'을 공개하며, 북한을 향해 '대화협의체' 신설을 제안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대화협의체'는 남북 당국 간 실무자들이 만나 긴장 완화를 포함해 경제 협력, 문화 교류, 기후변화 대응에 이르기까지 어떤 문제라도 논의할 수 있는 만남을 뜻합니다. 고위급 인사들이 만나는 무게감 있는 자리 대신 그동안 격조했던 남북 간 대화를 다시 이어갈 실용적 만남을 제안한 겁니다.

하지만 북한은 지금까지도 윤 대통령 제안에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20일 노동신문에 국내 반정부 시위를 인용해 보도하며 현 정부를 비난하긴 했지만 '8·15 통일 독트린'이나 광복절 경축사를 언급하진 않았습니다.

■ '담대한 구상'은 4일 만에 거부…북한의 침묵 이례적"

북한은 2022년 8월 15일 윤석열 대통령이 대북 정책 '담대한 구상'을 발표했을 땐 나흘 만에 반응을 내놨습니다.

당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허망한 꿈을 꾸지 말라'는 제목의 담화에서 "'북이 비핵화 조치를 취한다면'이라는 가정부터가 잘못된 전제"라면서 핵을 "국체"로 표현하며 경제협력과 흥정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또 '담대한 구상'을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인 '비핵·개방·3000'의 '복사판'이라며 평가절하했습니다.

이번 '8·15 통일 독트린'이 '북한 주민들의 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북한의 긍정적인 반응은 기대가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2년 전과 같이 강한 반발의 목소리라도 낼 것으로 보였는데 침묵을 유지하고 있는 겁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식 반응이 공세적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게 시간이 길어지는 게 상당히 이례적"이라며 "이 침묵 기간이 길어지게 되면은 북한 속내를 간파하기가 어려워지는 부분이 생기게 된다"라고 분석했습니다.


■ '무대응 전략' 일까 '숨 고르기' 일까

일각에선 북한이 아예 무대응 전략으로 나올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북한이 남한을 규정하는 정의가 2년 전과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연말 전원회의에서 남북을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가 아닌 '적대적 두 국가관계'라고 공식화했습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 때부터 이어온 통일 정책도 폐기했습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 '다른 나라'가 '자신들 나라'에 대해 언급한 것은 반응할 이유가 없다고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있을 것"이라며 "의도적으로 반응을 안 하는 게 본인들 논리에 일관성이 있다고 생각을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남북을 특수 관계로 보는 남한의 제안에 반응하는 것 자체가 자신들 논리에 벗어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겁니다.

다만 늦더라도 북한이 반응을 내놓을 거란 분석도 있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앞으로 있을 최고인민회의에서 헌법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대남 관련 내용이 들어갈 것"이라며 "북한이 조금 숨을 고르면서 자신들이 준비하고 있는 논리와 체계에 맞게 반격을 하기 위한 그런 숨 고르기로 생각해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헌법 개정을 통해 남북간 관계 단절을 강조하고, 이를 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조치들이 다수 포함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 대선을 포함한 국제정세에 큰 변화가 있기 전까지 남북 대화 재개는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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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어지는 ‘김정은의 침묵’…‘대화’ 제안 일부러 무시? [뒷北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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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4-08-24 07:2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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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북한 관련 소식을 심층적으로 들여다 보는 [뒷北뉴스]를 연재합니다. 한주 가장 화제가 됐던 북한 관련 소식을 '앞면'이 아닌 '뒷면', 즉 이면까지 들여다 봄으로써 북한발 보도의 숨은 의도를 짚고, 쏟아지는 북한 뉴스를 팩트체크해 보다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 "어떤 문제라도 논의하자" … '대화협의체' 제안에 무응답

윤석열 대통령이 북한에 새로운 제안을 건넨 지 오늘(24일)로 9일이 지났습니다. 윤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새로운 통일담론인 '8·15 통일 독트린'을 공개하며, 북한을 향해 '대화협의체' 신설을 제안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대화협의체'는 남북 당국 간 실무자들이 만나 긴장 완화를 포함해 경제 협력, 문화 교류, 기후변화 대응에 이르기까지 어떤 문제라도 논의할 수 있는 만남을 뜻합니다. 고위급 인사들이 만나는 무게감 있는 자리 대신 그동안 격조했던 남북 간 대화를 다시 이어갈 실용적 만남을 제안한 겁니다.

하지만 북한은 지금까지도 윤 대통령 제안에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20일 노동신문에 국내 반정부 시위를 인용해 보도하며 현 정부를 비난하긴 했지만 '8·15 통일 독트린'이나 광복절 경축사를 언급하진 않았습니다.

■ '담대한 구상'은 4일 만에 거부…북한의 침묵 이례적"

북한은 2022년 8월 15일 윤석열 대통령이 대북 정책 '담대한 구상'을 발표했을 땐 나흘 만에 반응을 내놨습니다.

당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허망한 꿈을 꾸지 말라'는 제목의 담화에서 "'북이 비핵화 조치를 취한다면'이라는 가정부터가 잘못된 전제"라면서 핵을 "국체"로 표현하며 경제협력과 흥정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또 '담대한 구상'을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인 '비핵·개방·3000'의 '복사판'이라며 평가절하했습니다.

이번 '8·15 통일 독트린'이 '북한 주민들의 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북한의 긍정적인 반응은 기대가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2년 전과 같이 강한 반발의 목소리라도 낼 것으로 보였는데 침묵을 유지하고 있는 겁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식 반응이 공세적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게 시간이 길어지는 게 상당히 이례적"이라며 "이 침묵 기간이 길어지게 되면은 북한 속내를 간파하기가 어려워지는 부분이 생기게 된다"라고 분석했습니다.


■ '무대응 전략' 일까 '숨 고르기' 일까

일각에선 북한이 아예 무대응 전략으로 나올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북한이 남한을 규정하는 정의가 2년 전과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연말 전원회의에서 남북을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가 아닌 '적대적 두 국가관계'라고 공식화했습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 때부터 이어온 통일 정책도 폐기했습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 '다른 나라'가 '자신들 나라'에 대해 언급한 것은 반응할 이유가 없다고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있을 것"이라며 "의도적으로 반응을 안 하는 게 본인들 논리에 일관성이 있다고 생각을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남북을 특수 관계로 보는 남한의 제안에 반응하는 것 자체가 자신들 논리에 벗어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겁니다.

다만 늦더라도 북한이 반응을 내놓을 거란 분석도 있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앞으로 있을 최고인민회의에서 헌법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대남 관련 내용이 들어갈 것"이라며 "북한이 조금 숨을 고르면서 자신들이 준비하고 있는 논리와 체계에 맞게 반격을 하기 위한 그런 숨 고르기로 생각해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헌법 개정을 통해 남북간 관계 단절을 강조하고, 이를 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조치들이 다수 포함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 대선을 포함한 국제정세에 큰 변화가 있기 전까지 남북 대화 재개는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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