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 피해자, ‘사도광산’ 日 전범기업 상대 일부 승소

[앵커]

지난달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일본 '사도광산' 전시물에 '강제동원'이라는 표현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는데요.

이 사도광산을 운영한 미쓰비시광업, 현 미쓰비시 머트리얼의 강제동원 책임을 인정한다는 1심 판결이 나왔습니다.

김애린 기자입니다.

[리포트]

전남 영암에서 태어난 이상업 할아버지는 열여섯의 나이에 미쓰비시 머트리얼, 옛 미쓰비시 광업의 탄광에 강제동원됐습니다.

이 할아버지는 자신이 남긴 수기에 함께 끌려온 소년이 죽자 슬프기는커녕, 노동과 굶주림, 구타에서 해방된 게 부러웠다고 적었습니다.

이 할아버지 유족 등 9명이 미쓰비시 머트리얼을 상대로 제기한 강제동원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습니다.

소송을 제기한 지 4년여 만입니다.

[최정희/원고 측 소송대리인 :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손해를 입었고 이에 따라서 피고 일본 기업이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판결이라고 생각합니다."]

미쓰비시 머트리얼은, 일제 강제동원의 현장인 '사도광산'을 운영한 곳이기도 합니다.

[이국언/(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 : "(사도광산이) 합법적인 동원이었고 불법적인 강제 노동이 아니었다고 강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늘 사법부 판결은 여러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갈 길은 멉니다.

광주와 전남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모두 15건 가운데 1심 선고가 내려진 건 7건에 불과합니다.

일본 정부가 소송 서류를 전달받고도 피고 기업에게 넘기지 않으면서 재판이 지연되고 있는 겁니다.

미쓰비시 머트리얼을 상대로 제기된 또 다른 손해배상 소송은 오는 29일 5년 만의 1심 판결을 앞두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애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