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리딩방 사기’ 본부 최초 공개…한국인 조직원 ‘북적’

입력 2024.08.27 (23:08) 수정 2024.08.27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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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주식 투자 등으로 돈을 벌게 해준다며 투자금을 갈취하는 '리딩방 사기' 피해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이런 사기는 주로 우리 사법권이 미치지 않는 동남아에 거점을 두고 운영되는데요.

KBS가 한국 언론 최초로 캄보디아에 있는 '리딩방 사기' 조직의 해외 본부를 직접 취재했습니다.

캄보디아 현지에서 이 해외본부를 취재한 원동희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원 기자, 해외에 근거지를 둔 사기 조직 취재가 쉬운 일이 아닌데, 이번 취재 어떻게 시작된 겁니까?

[기자]

네, 올해 초 KBS에 연락을 해온 한 제보자로부터 시작됐습니다.

이 제보자는 지인에게 캄보디아 리딩방 사기 조직에서 일해보지 않겠냔 제안을 받고 일하던 내부자였습니다.

올해 초부터 몇 달 동안 이 조직 내부에서 활동하며 모은 자료를 KBS와 경찰에 넘긴 겁니다.

이 자료를 토대로 추가 취재를 통해 지난 6월엔 캄보디아 현지의 사기 조직 거점까지 취재하게 됐습니다.

[앵커]

우선, 이 '리딩방 사기'라는 게 어떤 수법인 거죠?

[기자]

주식 투자 등으로 돈을 벌게 해준다면서 투자금을 갈취하는 수법의 사기입니다.

주로 투자 기관이나 유명인들을 사칭하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리딩방 사기 피해가 커지자 경찰이 지난해 9월부터 피해액을 집계하기 시작했는데요.

11개월 만에 피해액이 5천 4백억 원을 넘어섰습니다.

[앵커]

이런 리딩방 사기 조직이 캄보디아에 있었다는 건데, 도심 한가운데 사무실이 있는 겁니까?

[기자]

220만 명이 사는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한복판에 거점 건물이 있었습니다.

지금 영상에 나오는 건물인데요.

저곳이 캄보디아 시청에서 불과 1k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거든요.

사실상 도심 한복판에서 한국인들과 중국인들이 결탁해 한국을 상대로 돈을 갈취하고 있었던 겁니다.

[앵커]

이 건물 안에도 들어갔단 거죠?

출입은 어렵지 않았습니까?

[기자]

인터넷엔 일반 숙박업소로 등록이 돼 있었는데요, 출입증이 있어야만 내부로 진입할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영상을 보면서 설명 드리겠습니다.

저곳이 건물 로비인데요.

취재진이 들어가려하자 사람들이 나와서 출입을 가로막는 모습입니다.

방을 보러 왔다고 하니 안내인이 올 때까지 앉아서 기다리라며 들여 보내줬는데, 계속 저희를 감시하며 경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로비엔 휴대전화 충전기로 보이는 기계들이 쌓여있고, 젊은 남성들은 출입증을 제시한 뒤에야 건물로 들어올 수 있습니다.

위층으로 올라가서 방과 실내 시설도 확인했는데요.

식당과 매점, 운동시설까지 갖춰져 있어 외부 감시를 받지 않고 사기 행각을 벌이기엔 최적의 장소였습니다.

[앵커]

그런데 현지 취재 위험하진 않았나요?

[기자]

일단 캄보디아 현지 경찰이나 정부 당국의 협조는 구하기 힘들었던 상황입니다.

취재사실이 알려지면 조직원 등이 숨어버릴 가능성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여행객으로 가장해 DSLR 카메라 등을 활용한 취재를 진행했습니다.

[앵커]

실제로 들어가 보니 한국인들도 많았다고요?

[기자]

거점 건물 앞에서 오가는 사람을 관찰해봤는데 캄보디아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한국인 청년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주말 밤에는 외출하려는 한국인들도 자주 목격됐는데, 현장 화면 함께 보시겠습니다.

["택시 불렀다면서요. (본인이 부르실래요?) 불렀다면서요. 이걸 이제 얘기합니까 (아 XX 부르잖아)."]

[인근 카페 직원 : "한국인 많이 와요? (네. 오면 많이 사가요 버블티)."]

[인근 편의점 직원 : "(여기 한국 사람들도 오나요?) 한국사람들이요? 그럼요. 12시나, 새벽 2시나, 3시쯤 와요.]

[앵커]

그런데 이 리딩방 사기 조직의 총 책임자는 중국인이라고요?

[기자]

경찰 수사 결과 이 조직은 한마디로 중국인의 자본과 한국인 조직원들이 결합한 국제 조직이었습니다.

조직 거점 건물은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 있는데, 30층이 넘는 고층 건물의 몇개 층을 중국인들이 빌려 장소를 제공했습니다.

여기에 국내 조직원이 합류해서 피해자들을 직접 접촉하는 등 역할을 나눠 범행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곳에 간 조직원들은 최대 천만 원 가량의 월급을 약속받고 번역 아르바이트나 투자 자문 등의 업무를 수행했는데, 경찰은 한 번에 20~30명 정도가 캄보디아에서 범죄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성택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1대장 : "외국인 계열의 조직이 물적 장비, 이런 건물, 숙박할 건물 등을 담당하여 지원해 주고, 한국 조직은 콜센터 조직으로 피해금을 입금받는.."]

[앵커]

경찰 수사 결과도 알려주시죠?

[기자]

경찰은 현재 조직의 국내 총책 40대 A씨를 비롯한 9명의 조직원을 사기 혐의 등으로 검거했고, 전원 구속했습니다.

다만 현지에 가담한 조직원들이 더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경찰에 접수된 피해액만 37억 원, 피해자 수는 53명에 달합니다.

[앵커]

자, 원 기자.

내일도 이 사기조직의 실체에 대한 내용, 이어서 보도할 예정이죠?

[기자]

앞서 말씀 드렸듯 조직 내부 가담자가 일하면서 확보한 조직 운영 자료를 통째로 확보했습니다.

이 자료를 기반으로 리딩방의 조폭식 '운영방식'과 피해자들을 상대로 어떻게 돈을 뜯어냈는지 '범행 수법'을 재구성해서 공개할 예정입니다.

또한 캄보디아에서 이런 범죄가 이뤄질 경우 경찰 수사의 한계점과 현지 한국 대사관의 소극적인 대응도 함께 전해드릴 예정입니다.

[앵커]

네, 원기자.

잘 들었습니다.

촬영기자:김경민 정준희/영상편집:이진이/그래픽:박미주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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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8-27 23:08:51
    • 수정2024-08-27 23:3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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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투자 등으로 돈을 벌게 해준다며 투자금을 갈취하는 '리딩방 사기' 피해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이런 사기는 주로 우리 사법권이 미치지 않는 동남아에 거점을 두고 운영되는데요.

KBS가 한국 언론 최초로 캄보디아에 있는 '리딩방 사기' 조직의 해외 본부를 직접 취재했습니다.

캄보디아 현지에서 이 해외본부를 취재한 원동희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원 기자, 해외에 근거지를 둔 사기 조직 취재가 쉬운 일이 아닌데, 이번 취재 어떻게 시작된 겁니까?

[기자]

네, 올해 초 KBS에 연락을 해온 한 제보자로부터 시작됐습니다.

이 제보자는 지인에게 캄보디아 리딩방 사기 조직에서 일해보지 않겠냔 제안을 받고 일하던 내부자였습니다.

올해 초부터 몇 달 동안 이 조직 내부에서 활동하며 모은 자료를 KBS와 경찰에 넘긴 겁니다.

이 자료를 토대로 추가 취재를 통해 지난 6월엔 캄보디아 현지의 사기 조직 거점까지 취재하게 됐습니다.

[앵커]

우선, 이 '리딩방 사기'라는 게 어떤 수법인 거죠?

[기자]

주식 투자 등으로 돈을 벌게 해준다면서 투자금을 갈취하는 수법의 사기입니다.

주로 투자 기관이나 유명인들을 사칭하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리딩방 사기 피해가 커지자 경찰이 지난해 9월부터 피해액을 집계하기 시작했는데요.

11개월 만에 피해액이 5천 4백억 원을 넘어섰습니다.

[앵커]

이런 리딩방 사기 조직이 캄보디아에 있었다는 건데, 도심 한가운데 사무실이 있는 겁니까?

[기자]

220만 명이 사는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한복판에 거점 건물이 있었습니다.

지금 영상에 나오는 건물인데요.

저곳이 캄보디아 시청에서 불과 1k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거든요.

사실상 도심 한복판에서 한국인들과 중국인들이 결탁해 한국을 상대로 돈을 갈취하고 있었던 겁니다.

[앵커]

이 건물 안에도 들어갔단 거죠?

출입은 어렵지 않았습니까?

[기자]

인터넷엔 일반 숙박업소로 등록이 돼 있었는데요, 출입증이 있어야만 내부로 진입할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영상을 보면서 설명 드리겠습니다.

저곳이 건물 로비인데요.

취재진이 들어가려하자 사람들이 나와서 출입을 가로막는 모습입니다.

방을 보러 왔다고 하니 안내인이 올 때까지 앉아서 기다리라며 들여 보내줬는데, 계속 저희를 감시하며 경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로비엔 휴대전화 충전기로 보이는 기계들이 쌓여있고, 젊은 남성들은 출입증을 제시한 뒤에야 건물로 들어올 수 있습니다.

위층으로 올라가서 방과 실내 시설도 확인했는데요.

식당과 매점, 운동시설까지 갖춰져 있어 외부 감시를 받지 않고 사기 행각을 벌이기엔 최적의 장소였습니다.

[앵커]

그런데 현지 취재 위험하진 않았나요?

[기자]

일단 캄보디아 현지 경찰이나 정부 당국의 협조는 구하기 힘들었던 상황입니다.

취재사실이 알려지면 조직원 등이 숨어버릴 가능성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여행객으로 가장해 DSLR 카메라 등을 활용한 취재를 진행했습니다.

[앵커]

실제로 들어가 보니 한국인들도 많았다고요?

[기자]

거점 건물 앞에서 오가는 사람을 관찰해봤는데 캄보디아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한국인 청년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주말 밤에는 외출하려는 한국인들도 자주 목격됐는데, 현장 화면 함께 보시겠습니다.

["택시 불렀다면서요. (본인이 부르실래요?) 불렀다면서요. 이걸 이제 얘기합니까 (아 XX 부르잖아)."]

[인근 카페 직원 : "한국인 많이 와요? (네. 오면 많이 사가요 버블티)."]

[인근 편의점 직원 : "(여기 한국 사람들도 오나요?) 한국사람들이요? 그럼요. 12시나, 새벽 2시나, 3시쯤 와요.]

[앵커]

그런데 이 리딩방 사기 조직의 총 책임자는 중국인이라고요?

[기자]

경찰 수사 결과 이 조직은 한마디로 중국인의 자본과 한국인 조직원들이 결합한 국제 조직이었습니다.

조직 거점 건물은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 있는데, 30층이 넘는 고층 건물의 몇개 층을 중국인들이 빌려 장소를 제공했습니다.

여기에 국내 조직원이 합류해서 피해자들을 직접 접촉하는 등 역할을 나눠 범행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곳에 간 조직원들은 최대 천만 원 가량의 월급을 약속받고 번역 아르바이트나 투자 자문 등의 업무를 수행했는데, 경찰은 한 번에 20~30명 정도가 캄보디아에서 범죄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성택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1대장 : "외국인 계열의 조직이 물적 장비, 이런 건물, 숙박할 건물 등을 담당하여 지원해 주고, 한국 조직은 콜센터 조직으로 피해금을 입금받는.."]

[앵커]

경찰 수사 결과도 알려주시죠?

[기자]

경찰은 현재 조직의 국내 총책 40대 A씨를 비롯한 9명의 조직원을 사기 혐의 등으로 검거했고, 전원 구속했습니다.

다만 현지에 가담한 조직원들이 더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경찰에 접수된 피해액만 37억 원, 피해자 수는 53명에 달합니다.

[앵커]

자, 원 기자.

내일도 이 사기조직의 실체에 대한 내용, 이어서 보도할 예정이죠?

[기자]

앞서 말씀 드렸듯 조직 내부 가담자가 일하면서 확보한 조직 운영 자료를 통째로 확보했습니다.

이 자료를 기반으로 리딩방의 조폭식 '운영방식'과 피해자들을 상대로 어떻게 돈을 뜯어냈는지 '범행 수법'을 재구성해서 공개할 예정입니다.

또한 캄보디아에서 이런 범죄가 이뤄질 경우 경찰 수사의 한계점과 현지 한국 대사관의 소극적인 대응도 함께 전해드릴 예정입니다.

[앵커]

네, 원기자.

잘 들었습니다.

촬영기자:김경민 정준희/영상편집:이진이/그래픽:박미주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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