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관광세 또 올리려는 이탈리아…1박에 최대 3만7천원

입력 2024.08.31 (05:22) 수정 2024.08.31 (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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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정부가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 해소를 명분으로 관광세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고 현지 일간지 일가체티노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다니엘라 산탄케 관광부 장관은 도시와 호텔 등급에 따라 많게는 1박당 5유로(약 7천400원)씩의 도시 관광세를 최대 25유로(약 3만7천원)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관광부는 이를 위해 9월 중에 관련 업계 대표들과 만나 도시 관광세 개편안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산탄케 장관은 최근 소셜미디어(SNS) 게시물을 통해 "오버투어리즘 시대에 서비스를 개선하고 관광객이 더 책임감을 갖도록 하기 위해 이 문제(관광세 인상)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산탄케 장관의 계획이 호텔·여행 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중소형 호텔 연합회인 '페데랄베르기'는 성명에서 "공통의 목표는 성장을 늦추는 것이 아니라 지원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대형 호텔과 글로벌 호텔 체인을 대표하는 '콘핀두스트리아 알베르기'의 바르바라 카실로 회장은 이탈리아가 관광세를 올리면 다른 유럽 여행지에 관광객을 빼앗길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탈리아는 2022년 10월 조르자 멜로니 정권 취임 이후 도시 관광세를 이미 인상한 바 있습니다. 연간 외지 방문객 수가 지역 인구의 20배에 달하는 도시의 경우에는 도시 관광세를 1박당 최대 10유로(1만4천800원)로 올렸습니다.

그 결과 지난해 거둬들인 관광세 총 수익은 약 7억7천500만유로(약 1조1천466억원)로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의 4억7천만유로(약 6천953억원)를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이탈리아 정부는 관광세를 또 인상하는 이유로 오버투어리즘 완화를 위해서라고 설명하지만, 정책의 방점이 관광객 억제보다 관광수입 증대에 찍힌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실제로 이탈리아 관광부가 계획 중인 도시 관광세 개편안에는 관광세 수익을 쓰레기 수거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고 FT는 전했습니다. 현행법에 따르면 관광세 수익은 다국어 표지판 설치나 관광객 편의 증진 목적으로만 사용해야 합니다.

이탈리아 관광산업연합의 마리나 랄리 회장은 관광세 수익을 거주자들을 위해 사용하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는 "관광객이 가지도 않는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을 해결하기 위해 관광객의 돈을 사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탈리아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137.3%로, 유로존에서 그리스(160.3%) 다음으로 높습니다. 또 지난해 이탈리아의 재정 적자는 GDP 대비 7.4%로 27개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가장 높습니다.

FT는 관광세 인상 방안이 이탈리아의 고질적인 재정난과 무관치 않다고 분석했습니다.

[사진 출처 :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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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8-31 05: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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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
이탈리아 정부가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 해소를 명분으로 관광세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고 현지 일간지 일가체티노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다니엘라 산탄케 관광부 장관은 도시와 호텔 등급에 따라 많게는 1박당 5유로(약 7천400원)씩의 도시 관광세를 최대 25유로(약 3만7천원)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관광부는 이를 위해 9월 중에 관련 업계 대표들과 만나 도시 관광세 개편안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산탄케 장관은 최근 소셜미디어(SNS) 게시물을 통해 "오버투어리즘 시대에 서비스를 개선하고 관광객이 더 책임감을 갖도록 하기 위해 이 문제(관광세 인상)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산탄케 장관의 계획이 호텔·여행 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중소형 호텔 연합회인 '페데랄베르기'는 성명에서 "공통의 목표는 성장을 늦추는 것이 아니라 지원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대형 호텔과 글로벌 호텔 체인을 대표하는 '콘핀두스트리아 알베르기'의 바르바라 카실로 회장은 이탈리아가 관광세를 올리면 다른 유럽 여행지에 관광객을 빼앗길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탈리아는 2022년 10월 조르자 멜로니 정권 취임 이후 도시 관광세를 이미 인상한 바 있습니다. 연간 외지 방문객 수가 지역 인구의 20배에 달하는 도시의 경우에는 도시 관광세를 1박당 최대 10유로(1만4천800원)로 올렸습니다.

그 결과 지난해 거둬들인 관광세 총 수익은 약 7억7천500만유로(약 1조1천466억원)로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의 4억7천만유로(약 6천953억원)를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이탈리아 정부는 관광세를 또 인상하는 이유로 오버투어리즘 완화를 위해서라고 설명하지만, 정책의 방점이 관광객 억제보다 관광수입 증대에 찍힌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실제로 이탈리아 관광부가 계획 중인 도시 관광세 개편안에는 관광세 수익을 쓰레기 수거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고 FT는 전했습니다. 현행법에 따르면 관광세 수익은 다국어 표지판 설치나 관광객 편의 증진 목적으로만 사용해야 합니다.

이탈리아 관광산업연합의 마리나 랄리 회장은 관광세 수익을 거주자들을 위해 사용하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는 "관광객이 가지도 않는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을 해결하기 위해 관광객의 돈을 사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탈리아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137.3%로, 유로존에서 그리스(160.3%) 다음으로 높습니다. 또 지난해 이탈리아의 재정 적자는 GDP 대비 7.4%로 27개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가장 높습니다.

FT는 관광세 인상 방안이 이탈리아의 고질적인 재정난과 무관치 않다고 분석했습니다.

[사진 출처 :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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