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부 선수가 없어요”…학령 인구 급감

입력 2024.09.02 (19:12) 수정 2024.09.02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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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러시아와 전쟁으로 2년 넘게 전쟁의 포화 속에 휩싸인 우크라이납니다.

공습 경보가 울리는 전쟁 속에도 새 생명은 태어났습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 0.7명, 1명이 채 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어떨까요.

통계청이 최근 확정 발표한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2명입니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비슷합니다.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이 수치.

얼마나 위험한 걸까요.

KBS 창원은 국토연구원과 함께 합계출산율 0.72명, 이후 미래를 심층 취재했습니다.

전국 229개 자치단체의 미래 인구 100년을 예측해본 건데요.

오늘(2일)부터 이번 분석 결과를 토대로 인구 소멸 위기의 심각성을 전하는 연속 보도를 이어갑니다.

먼저 첫 순서로 학생 수 감소로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을 키워낸 학교들의 위기를 전해드립니다.

보도에 김효경 기자입니다.

[리포트]

70m를 가른 화살이 과녁의 중심을 꿰뚫습니다.

여자 양궁 대표팀 막내 남수현 선수가 쏜 화살입니다.

본인의 첫 올림픽 무대에서 남수현 선수는 위기 때마다 10점을 쏘며, 여자 단체전 10연패 달성에 기여했습니다.

["대한민국 금메달! 10회 연속 금메달입니다!"]

빛나는 재능의 시작은 초등학교 운동부였습니다.

초등학교 3 학년 때 체험 활동으로 처음 활을 접했고, 우수한 지도자와 체계적 훈련을 거쳐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남 선수는 초등학교 양궁부가 없었다면, 지금의 자신도 없다고 말합니다.

[남수현/파리올림픽 양궁 메달리스트 : "기초 체력부터 좀 더 탄탄하게 잡고 올라올 수 있는 것 같고, 경험이 늦게 시작한 사람보다는 좀 더 많지 않을까."]

그런데 최근 이 학교 양궁부 운영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학생 수가 크게 줄었기 때문입니다.

남 선수가 다니던 2016년 이 학교 학생 수는 313명, 8년 만인 지금은 고작 137명에 불과합니다.

이 때문에 양궁부는 근근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인근 다른 학교까지 찾아다니며 선수 발굴에 나서야 합니다.

[허명옥/전남 순천성남초 양궁부 코치 : "장비 지원이라는 거 이런 것들도 충분히 지금도 잘 되어가고 있고, 선수 선발하는데 좀 많이 홍보가 될 수 있는 그런 계기가 (있어야 하고요.)"]

파리올림픽 우리나라 첫 메달리스트인 금지현 선수가 사격을 처음 시작한 울산 약사중학교, 3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지만, 역시 학생 수 감소로 선수 모집에 애를 먹고 있습니다.

이 영향은 상급학교 운동부까지 미치고 있습니다.

[송여정/울산여상 사격부 코치/금지현 선수 지도 : "(중학교에서) 올라오는 학생 수는 줄었고, 예전에는 (사격부 학생이) 8, 9명 정도 있었는데 지금은 저희가 전학생 받아서 5명이거든요. 인원수가 없으면 확실히 훈련이 좀 힘든 거 같아요."]

파리올림픽 MVP로 뽑힌 양궁 김우진 선수의 모교 충북 옥천 이원초등학교도 마찬가지.

최근 학생 수가 33명으로 줄어 양궁부는커녕 학교의 존폐 자체가 걱정입니다.

[배안식/충북 이원초 교장 : "지금 그래도 선수는 확보돼 있는데, 앞으로가 문제죠. 이제 앞으로 한 3~4년 후에. 지금 현재 1학년이 3명이라. 특히 면 단위 학교는 (학생 수가) 많이 줄어서 어느 학교나 다 똑같은 조건이죠."]

KBS가 파리올림픽 메달리스트 40명이 처음 운동을 시작했던 학교 36곳을 살펴 봤습니다.

불과 15년 만에 학교 22곳이 학생 수가 절반 넘게 줄었습니다.

KBS가 국토연구원과 함께 미래 인구를 예측했더니, 올해 사상 처음 40만 명 선이 무너진 전국 초등학교 입학생 수는 2048년에는 현재의 절반 수준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이대로라면 축구나 야구 같은 단체 종목은 팀을 꾸리기도 쉽지 않고, 가까운 미래에는 대한민국 스포츠의 명맥이 아예 끊길 수도 있습니다.

[김광준/한국스포츠과학원 책임연구원 : "선수로서의 인성교육 및 목표 설정 등이 모두 거의 학교 운동부에서 교육되고 훈련되기 때문에, 엘리트 스포츠 강국이 된 데에는 학교 운동부의 역할이 아주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올림픽에서 큰 감동과 위로를 선사한 대한민국 스포츠.

저 출생 그늘 속에서 학교 운동부가 문 닫을 위기에 놓이면서, 빛나는 경쟁력도 점차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효경입니다.

촬영기자:김대현/그래픽:박수홍·백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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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동부 선수가 없어요”…학령 인구 급감
    • 입력 2024-09-02 19:12:38
    • 수정2024-09-02 20:26:02
    뉴스7(창원)
[앵커]

러시아와 전쟁으로 2년 넘게 전쟁의 포화 속에 휩싸인 우크라이납니다.

공습 경보가 울리는 전쟁 속에도 새 생명은 태어났습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 0.7명, 1명이 채 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어떨까요.

통계청이 최근 확정 발표한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2명입니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비슷합니다.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이 수치.

얼마나 위험한 걸까요.

KBS 창원은 국토연구원과 함께 합계출산율 0.72명, 이후 미래를 심층 취재했습니다.

전국 229개 자치단체의 미래 인구 100년을 예측해본 건데요.

오늘(2일)부터 이번 분석 결과를 토대로 인구 소멸 위기의 심각성을 전하는 연속 보도를 이어갑니다.

먼저 첫 순서로 학생 수 감소로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을 키워낸 학교들의 위기를 전해드립니다.

보도에 김효경 기자입니다.

[리포트]

70m를 가른 화살이 과녁의 중심을 꿰뚫습니다.

여자 양궁 대표팀 막내 남수현 선수가 쏜 화살입니다.

본인의 첫 올림픽 무대에서 남수현 선수는 위기 때마다 10점을 쏘며, 여자 단체전 10연패 달성에 기여했습니다.

["대한민국 금메달! 10회 연속 금메달입니다!"]

빛나는 재능의 시작은 초등학교 운동부였습니다.

초등학교 3 학년 때 체험 활동으로 처음 활을 접했고, 우수한 지도자와 체계적 훈련을 거쳐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남 선수는 초등학교 양궁부가 없었다면, 지금의 자신도 없다고 말합니다.

[남수현/파리올림픽 양궁 메달리스트 : "기초 체력부터 좀 더 탄탄하게 잡고 올라올 수 있는 것 같고, 경험이 늦게 시작한 사람보다는 좀 더 많지 않을까."]

그런데 최근 이 학교 양궁부 운영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학생 수가 크게 줄었기 때문입니다.

남 선수가 다니던 2016년 이 학교 학생 수는 313명, 8년 만인 지금은 고작 137명에 불과합니다.

이 때문에 양궁부는 근근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인근 다른 학교까지 찾아다니며 선수 발굴에 나서야 합니다.

[허명옥/전남 순천성남초 양궁부 코치 : "장비 지원이라는 거 이런 것들도 충분히 지금도 잘 되어가고 있고, 선수 선발하는데 좀 많이 홍보가 될 수 있는 그런 계기가 (있어야 하고요.)"]

파리올림픽 우리나라 첫 메달리스트인 금지현 선수가 사격을 처음 시작한 울산 약사중학교, 3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지만, 역시 학생 수 감소로 선수 모집에 애를 먹고 있습니다.

이 영향은 상급학교 운동부까지 미치고 있습니다.

[송여정/울산여상 사격부 코치/금지현 선수 지도 : "(중학교에서) 올라오는 학생 수는 줄었고, 예전에는 (사격부 학생이) 8, 9명 정도 있었는데 지금은 저희가 전학생 받아서 5명이거든요. 인원수가 없으면 확실히 훈련이 좀 힘든 거 같아요."]

파리올림픽 MVP로 뽑힌 양궁 김우진 선수의 모교 충북 옥천 이원초등학교도 마찬가지.

최근 학생 수가 33명으로 줄어 양궁부는커녕 학교의 존폐 자체가 걱정입니다.

[배안식/충북 이원초 교장 : "지금 그래도 선수는 확보돼 있는데, 앞으로가 문제죠. 이제 앞으로 한 3~4년 후에. 지금 현재 1학년이 3명이라. 특히 면 단위 학교는 (학생 수가) 많이 줄어서 어느 학교나 다 똑같은 조건이죠."]

KBS가 파리올림픽 메달리스트 40명이 처음 운동을 시작했던 학교 36곳을 살펴 봤습니다.

불과 15년 만에 학교 22곳이 학생 수가 절반 넘게 줄었습니다.

KBS가 국토연구원과 함께 미래 인구를 예측했더니, 올해 사상 처음 40만 명 선이 무너진 전국 초등학교 입학생 수는 2048년에는 현재의 절반 수준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이대로라면 축구나 야구 같은 단체 종목은 팀을 꾸리기도 쉽지 않고, 가까운 미래에는 대한민국 스포츠의 명맥이 아예 끊길 수도 있습니다.

[김광준/한국스포츠과학원 책임연구원 : "선수로서의 인성교육 및 목표 설정 등이 모두 거의 학교 운동부에서 교육되고 훈련되기 때문에, 엘리트 스포츠 강국이 된 데에는 학교 운동부의 역할이 아주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올림픽에서 큰 감동과 위로를 선사한 대한민국 스포츠.

저 출생 그늘 속에서 학교 운동부가 문 닫을 위기에 놓이면서, 빛나는 경쟁력도 점차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효경입니다.

촬영기자:김대현/그래픽:박수홍·백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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