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한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 휴전 협상…필라델피 회랑이 왜?

입력 2024.09.04 (17:12) 수정 2024.09.04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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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각적인 휴전 촉구 시위. 2024년 9월 1일)(즉각적인 휴전 촉구 시위. 2024년 9월 1일)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둘러싼 장벽을 넘어 이스라엘을 공격했습니다. 가자전쟁으로 이스라엘에서 1,200여 명이 숨졌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는 4만여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가자지구의 수많은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떠나 텐트촌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음식과 식수가 부족하고, 의약품은 구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하고 있습니다.

■ 시신으로 돌아온 이스라엘 인질 6명···"살려서 집으로 데려와라" 70만 명 시위

지난달 31일, 이스라엘 군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남부 라파에서 하마스 땅굴을 수색하던 중 하마스에 끌려간 인질 6명을 찾아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부검 결과 인질들의 사망 시간이 이스라엘 군의 발견 24~48시간 전으로 추정됐습니다. 이스라엘 측은 인질들이 근거리에서 발사된 여러 발의 총탄에 의해 희생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마스 터널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이스라엘 인질 6명하마스 터널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이스라엘 인질 6명

차디찬 시신으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6명 중 3명은 살아 돌아올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에 유가족들은 더욱 가슴이 아팠습니다. 지난해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인질과 수감자를 맞교환했는데, 당시 이스라엘 인질의 석방 우선 순위가 여성, 19세 미만 어린이, 50세 이상 노인, 환자였습니다. 이번에 숨진 채 발견된 미국 이스라엘 이중 국적자인 허시 골드버그 폴린(23세)는 지난해 하마스의 공격 당시 심각한 부상으로 왼팔 일부를 잃었습니다. 휴전 협상이 타결됐다면 우선적으로 석방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스라엘 국민은 지지부진한 휴전과 인질석방 협상에 대한 분노를 쏟아냈습니다. 지난 1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도심에서 열린 협상 타결 촉구 시위가 대표적입니다. 지난 1일 밤부터 2일 새벽 사이에 벌어진 이 시위에 수십만의 인파가 몰렸다고 인질가족단체는 밝혔습니다. 이스라엘 전역에서는 70만 명이 거리로 나섰다고도 했습니다. 전쟁 발발 이후 거의 매주 협상 타결을 요구하는 시위가 있었지만, 이번처럼 대규모 시위는 처음입니다.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의 요구는 즉시 휴전에 들어가 살아남은 인질을 구출하라는 겁니다. 인질을 살려 집으로 데려오는 게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시위대는 휴전에 미온적인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다시 선거를 실시해 내각을 구성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터져나왔습니다.

■이스라엘 전쟁 내각, 필라델피 회랑에 군 주둔 결의안 채택···국방장관, 반대표 던져

이스라엘 전쟁 내각 안에서도 지지부진한 협상을 놓고 불협화음이 노출됐습니다. 지난달 29일 안보내각 회의가 열렸는데, 이스라엘군이 필라델피 회랑에 계속 주둔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이 통과됐습니다. 필라델피 회랑은 가자지구와 이집트 국경을 따라 설정된 길이 14km, 폭 100m의 완충지대입니다. 이집트와 가자지구를 가르는 국경 철조망이 있으면, 철조망 넘어 가자지구에 필라델피 회랑이 있는 겁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곳에서 이스라엘군을 뺄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요하브 갈란트 국방장관은 이 결의안이 인질을 위험을 빠뜨리고 있다며 네타냐후 총리를 정면으로 비판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필라델피 회랑에서 이스라엘 군을 철군할 수 없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필라델피 회랑이 하마스가 무기를 획득하는 주요 경로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질 6명이 숨진 채 돌아온 직후인 지난 2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여기서 네타냐후 총리는 “인질들이 생환하지 못한 점에 대해 유족들에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지금 당장 더 많은 학살과 납치, 실존적 위협을 막기 위해 필라델피 회랑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필라델피 회랑을 통해 무기가 들어오는 방법에 대해 그래픽을 보여주면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피력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 기자회견,  2024년 9월 2일네타냐후 총리 기자회견, 2024년 9월 2일
■ 필라델피 회랑 '가자지구와 이집트 사이 완충지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필라델피 회랑은 가자지구와 이집트 국경을 따라 설정된 길이 14km, 폭 100m의 완충지대입니다. 2005년 오슬로 협정에 따라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철수하기 전까지는 필라델피 회랑을 이스라엘군이 관리했습니다. 필라델피 회랑에서 이스라엘군이 철수한 이후 이곳은 가자지구로 물자가 유입되는 주요 통로가 됐습니다. 이스라엘 쪽에서 가자지구로 물자를 들여오려면 다소 까다로운 절차를 통과해야 했던 탓에 가자지구 주민들은 땅굴을 파서 이집트에 물건을 들여오는 방법을 선호했습니다. 차량도 터널을 통해 밀반입했다는 증언이 있을 만큼 거의 모든 물건이 땅굴을 통해 가자지구로 반입됐습니다. 이는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2006년 1월 선거에서 승리한 하마스는 2007년 7월 가자지구의 명실상부한 통치권력으로 자리잡습니다. 하마스가 이 땅굴을 무기 밀반입 통로로 사용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습니다. 하마스는 집권 이후 2008년과 2012년, 그리고 2013년에 이스라엘과 전쟁을 치릅니다. 2013년 전쟁 당시에는 ‘까삼 로켓’까지 발사하며 이스라엘군에 저항했습니다. 이스라엘 장벽과 이집트 국경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가자지구가 로켓을 들여올 통로는 사실상 땅굴밖에 없었습니다. 하마스가 발사한 로켓으로 이스라엘 민간인의 피해가 잇따랐습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로의 무기 반입을 막기 위해 필라델피 회랑 아래에 있는 땅굴을 주목했습니다.

당시 필라델피 회랑 아래 땅굴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습니다. 다만 얼마나 많은 땅굴이 있었는지 유추해볼 수 있는 단서는 있습니다. 하마스와의 무력 충돌이 잦아진 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무기가 필라델피 회랑 아래 터널을 통해 가자지구로 유입된다며, 가자지구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집트에 강력 항의했습니다. 필라델피 회랑 아래의 땅굴이 이스라엘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며 땅굴 단속을 요구했습니다. 이집트는 1979년 이스라엘과 처음으로 평화조약을 체결한 국가입니다. 이스라엘과 대화를 하는 몇 안되는 아랍국가 중 1곳입니다. 이스라엘의 강력한 항의에 직면한 이집트는 땅굴 수색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2014년 이집트 정부는 땅굴 수색과 파괴 작업에 대한 발표를 내놓았습니다. 무려 1,200개의 땅굴을 찾아내 파괴했다고 공개했습니다. 14km 길이의 회랑 아래로 1,200개의 땅굴이 있었다고 하니, 땅굴이 얼마나 촘촘하게 들어서 있었는지 상상이 안 될 정도입니다. 엄청나게 많은 땅굴이 존재하고 있었던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X(옛 트위터) 캡처X(옛 트위터) 캡처

이집트의 조치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가자지구를 접하고 있는 이집트 국경 주변의 민간인을 다른 곳으로 이주시키고, 민간 시설은 철거했습니다. 이 조치로 인해 이집트 국민은 필라델피 회랑과 이집트 국경,필라델피 회랑에서 5km 이내에는 거주할 수 없었습니다. 대신 가자지구의 남부 라파의 건너편에 이집트 라파 신도시를 건설해 주민들의 이주를 유도했습니다. 이집트가 취한 조치를 보면, 이집트는 필라델피 회랑과 이집트 국경 주변에서 일어났던 반이스라엘 행위를 단속하고, 억제하는 데 최선의 역할을 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지금도 가자지구와 맞닿은 이집트 국경은 아무나 접근할 수 없는 곳입니다.

이스라엘 인질 6명이 숨진 채 돌아오고, 텔아비브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자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 자리에서 이스라엘군의 필라델피 회랑 배치의 정당성을 강조했습니다. 필라델피 회랑을 통해 하마스의 무기가 반입되는 모습을 화살표까지 표시해가며 설명했습니다. 회랑의 폭이 100m에 불과해 하마스가 인질을 빼돌릴 수도 있고, 하마스가 탈출할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를 제시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군이 필라델피 회랑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을 다시 가진 것은 지난 5월 말입니다. 통제권을 다시 차지한 이스라엘군이 지난 8월 필라델피 회랑에서 터널을 발견했다며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아래 사진 속의 터널을 통해 무기가 반입된 증거나 흔적 등을 제시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터널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은 확인된 셈입니다.

(이스라엘군이 공개한 필라델피 회랑의 하마스 터널, 지난 8월)(이스라엘군이 공개한 필라델피 회랑의 하마스 터널, 지난 8월)

그런데 필라델피 회랑에 대한 이스라엘의 이런 인식과 주장은 주변국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이집트 외무부는 네타냐후 총리의 기자회견 다음 날인 3일 반박 성명을 내놓았습니다. 이집트 국경을 통해 하마스의 무기가 반입된다는 네타냐후 총리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이집트가 네타냐후 총리 기자회견에서 거론된 자체에 대한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습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이 휴전과 인질 석방 협상을 방해하기 위해 이런 주장을 하고 있다며 이스라엘을 비난했습니다. 이집트는 그동안 이스라엘군의 필라델피 회랑 주둔을 반대해왔습니다. 이집트의 성명은 주변 아랍국의 많은 지지를 받았습니다. 가자지구 전쟁에 대해 비교적 언급을 자제해온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집트 성명에 대해 지지를 선언했습니다. 협상 중재국인 카타르와 아랍권에서 영향력이 있는 요르단도 이집트 성명에 대한 연대를 선언했습니다. 필라델피 회랑 사안이 가자지구 전쟁 휴전 협상 조건에서 그치지 않고, 장차 이스라엘과 아랍권 국가 간의 대결 구도로 이어질 수 있는 트리거로 작용하는 분위기입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휴전협상은 필라델피 회랑에서 멈춰있습니다. 하마스도 필라델피 회랑에 이스라엘군이 계속 주둔하게 되면 협상 타결이 불가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스라엘 휴전협상팀이 이스라엘군의 필라델피 회랑 철수를 수용한다는 의사를 중재국에 제시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정확한 경위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네타냐후 총리가 협상 타결을 위해 충분하게 노력하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미국이 휴전 최종안 전달을 검토 중이며,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이를 거부할 경우 협상 중재를 포기할 것이라고도 보도했습니다.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 휴전 협상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까요?

[자료조사 : An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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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지부진한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 휴전 협상…필라델피 회랑이 왜?
    • 입력 2024-09-04 17:12:03
    • 수정2024-09-04 17:2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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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각적인 휴전 촉구 시위. 2024년 9월 1일)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둘러싼 장벽을 넘어 이스라엘을 공격했습니다. 가자전쟁으로 이스라엘에서 1,200여 명이 숨졌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는 4만여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가자지구의 수많은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떠나 텐트촌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음식과 식수가 부족하고, 의약품은 구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하고 있습니다.

■ 시신으로 돌아온 이스라엘 인질 6명···"살려서 집으로 데려와라" 70만 명 시위

지난달 31일, 이스라엘 군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남부 라파에서 하마스 땅굴을 수색하던 중 하마스에 끌려간 인질 6명을 찾아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부검 결과 인질들의 사망 시간이 이스라엘 군의 발견 24~48시간 전으로 추정됐습니다. 이스라엘 측은 인질들이 근거리에서 발사된 여러 발의 총탄에 의해 희생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마스 터널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이스라엘 인질 6명
차디찬 시신으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6명 중 3명은 살아 돌아올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에 유가족들은 더욱 가슴이 아팠습니다. 지난해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인질과 수감자를 맞교환했는데, 당시 이스라엘 인질의 석방 우선 순위가 여성, 19세 미만 어린이, 50세 이상 노인, 환자였습니다. 이번에 숨진 채 발견된 미국 이스라엘 이중 국적자인 허시 골드버그 폴린(23세)는 지난해 하마스의 공격 당시 심각한 부상으로 왼팔 일부를 잃었습니다. 휴전 협상이 타결됐다면 우선적으로 석방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스라엘 국민은 지지부진한 휴전과 인질석방 협상에 대한 분노를 쏟아냈습니다. 지난 1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도심에서 열린 협상 타결 촉구 시위가 대표적입니다. 지난 1일 밤부터 2일 새벽 사이에 벌어진 이 시위에 수십만의 인파가 몰렸다고 인질가족단체는 밝혔습니다. 이스라엘 전역에서는 70만 명이 거리로 나섰다고도 했습니다. 전쟁 발발 이후 거의 매주 협상 타결을 요구하는 시위가 있었지만, 이번처럼 대규모 시위는 처음입니다.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의 요구는 즉시 휴전에 들어가 살아남은 인질을 구출하라는 겁니다. 인질을 살려 집으로 데려오는 게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시위대는 휴전에 미온적인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다시 선거를 실시해 내각을 구성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터져나왔습니다.

■이스라엘 전쟁 내각, 필라델피 회랑에 군 주둔 결의안 채택···국방장관, 반대표 던져

이스라엘 전쟁 내각 안에서도 지지부진한 협상을 놓고 불협화음이 노출됐습니다. 지난달 29일 안보내각 회의가 열렸는데, 이스라엘군이 필라델피 회랑에 계속 주둔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이 통과됐습니다. 필라델피 회랑은 가자지구와 이집트 국경을 따라 설정된 길이 14km, 폭 100m의 완충지대입니다. 이집트와 가자지구를 가르는 국경 철조망이 있으면, 철조망 넘어 가자지구에 필라델피 회랑이 있는 겁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곳에서 이스라엘군을 뺄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요하브 갈란트 국방장관은 이 결의안이 인질을 위험을 빠뜨리고 있다며 네타냐후 총리를 정면으로 비판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필라델피 회랑에서 이스라엘 군을 철군할 수 없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필라델피 회랑이 하마스가 무기를 획득하는 주요 경로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질 6명이 숨진 채 돌아온 직후인 지난 2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여기서 네타냐후 총리는 “인질들이 생환하지 못한 점에 대해 유족들에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지금 당장 더 많은 학살과 납치, 실존적 위협을 막기 위해 필라델피 회랑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필라델피 회랑을 통해 무기가 들어오는 방법에 대해 그래픽을 보여주면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피력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 기자회견,  2024년 9월 2일■ 필라델피 회랑 '가자지구와 이집트 사이 완충지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필라델피 회랑은 가자지구와 이집트 국경을 따라 설정된 길이 14km, 폭 100m의 완충지대입니다. 2005년 오슬로 협정에 따라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철수하기 전까지는 필라델피 회랑을 이스라엘군이 관리했습니다. 필라델피 회랑에서 이스라엘군이 철수한 이후 이곳은 가자지구로 물자가 유입되는 주요 통로가 됐습니다. 이스라엘 쪽에서 가자지구로 물자를 들여오려면 다소 까다로운 절차를 통과해야 했던 탓에 가자지구 주민들은 땅굴을 파서 이집트에 물건을 들여오는 방법을 선호했습니다. 차량도 터널을 통해 밀반입했다는 증언이 있을 만큼 거의 모든 물건이 땅굴을 통해 가자지구로 반입됐습니다. 이는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2006년 1월 선거에서 승리한 하마스는 2007년 7월 가자지구의 명실상부한 통치권력으로 자리잡습니다. 하마스가 이 땅굴을 무기 밀반입 통로로 사용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습니다. 하마스는 집권 이후 2008년과 2012년, 그리고 2013년에 이스라엘과 전쟁을 치릅니다. 2013년 전쟁 당시에는 ‘까삼 로켓’까지 발사하며 이스라엘군에 저항했습니다. 이스라엘 장벽과 이집트 국경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가자지구가 로켓을 들여올 통로는 사실상 땅굴밖에 없었습니다. 하마스가 발사한 로켓으로 이스라엘 민간인의 피해가 잇따랐습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로의 무기 반입을 막기 위해 필라델피 회랑 아래에 있는 땅굴을 주목했습니다.

당시 필라델피 회랑 아래 땅굴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습니다. 다만 얼마나 많은 땅굴이 있었는지 유추해볼 수 있는 단서는 있습니다. 하마스와의 무력 충돌이 잦아진 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무기가 필라델피 회랑 아래 터널을 통해 가자지구로 유입된다며, 가자지구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집트에 강력 항의했습니다. 필라델피 회랑 아래의 땅굴이 이스라엘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며 땅굴 단속을 요구했습니다. 이집트는 1979년 이스라엘과 처음으로 평화조약을 체결한 국가입니다. 이스라엘과 대화를 하는 몇 안되는 아랍국가 중 1곳입니다. 이스라엘의 강력한 항의에 직면한 이집트는 땅굴 수색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2014년 이집트 정부는 땅굴 수색과 파괴 작업에 대한 발표를 내놓았습니다. 무려 1,200개의 땅굴을 찾아내 파괴했다고 공개했습니다. 14km 길이의 회랑 아래로 1,200개의 땅굴이 있었다고 하니, 땅굴이 얼마나 촘촘하게 들어서 있었는지 상상이 안 될 정도입니다. 엄청나게 많은 땅굴이 존재하고 있었던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X(옛 트위터) 캡처
이집트의 조치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가자지구를 접하고 있는 이집트 국경 주변의 민간인을 다른 곳으로 이주시키고, 민간 시설은 철거했습니다. 이 조치로 인해 이집트 국민은 필라델피 회랑과 이집트 국경,필라델피 회랑에서 5km 이내에는 거주할 수 없었습니다. 대신 가자지구의 남부 라파의 건너편에 이집트 라파 신도시를 건설해 주민들의 이주를 유도했습니다. 이집트가 취한 조치를 보면, 이집트는 필라델피 회랑과 이집트 국경 주변에서 일어났던 반이스라엘 행위를 단속하고, 억제하는 데 최선의 역할을 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지금도 가자지구와 맞닿은 이집트 국경은 아무나 접근할 수 없는 곳입니다.

이스라엘 인질 6명이 숨진 채 돌아오고, 텔아비브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자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 자리에서 이스라엘군의 필라델피 회랑 배치의 정당성을 강조했습니다. 필라델피 회랑을 통해 하마스의 무기가 반입되는 모습을 화살표까지 표시해가며 설명했습니다. 회랑의 폭이 100m에 불과해 하마스가 인질을 빼돌릴 수도 있고, 하마스가 탈출할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를 제시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군이 필라델피 회랑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을 다시 가진 것은 지난 5월 말입니다. 통제권을 다시 차지한 이스라엘군이 지난 8월 필라델피 회랑에서 터널을 발견했다며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아래 사진 속의 터널을 통해 무기가 반입된 증거나 흔적 등을 제시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터널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은 확인된 셈입니다.

(이스라엘군이 공개한 필라델피 회랑의 하마스 터널, 지난 8월)
그런데 필라델피 회랑에 대한 이스라엘의 이런 인식과 주장은 주변국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이집트 외무부는 네타냐후 총리의 기자회견 다음 날인 3일 반박 성명을 내놓았습니다. 이집트 국경을 통해 하마스의 무기가 반입된다는 네타냐후 총리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이집트가 네타냐후 총리 기자회견에서 거론된 자체에 대한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습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이 휴전과 인질 석방 협상을 방해하기 위해 이런 주장을 하고 있다며 이스라엘을 비난했습니다. 이집트는 그동안 이스라엘군의 필라델피 회랑 주둔을 반대해왔습니다. 이집트의 성명은 주변 아랍국의 많은 지지를 받았습니다. 가자지구 전쟁에 대해 비교적 언급을 자제해온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집트 성명에 대해 지지를 선언했습니다. 협상 중재국인 카타르와 아랍권에서 영향력이 있는 요르단도 이집트 성명에 대한 연대를 선언했습니다. 필라델피 회랑 사안이 가자지구 전쟁 휴전 협상 조건에서 그치지 않고, 장차 이스라엘과 아랍권 국가 간의 대결 구도로 이어질 수 있는 트리거로 작용하는 분위기입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휴전협상은 필라델피 회랑에서 멈춰있습니다. 하마스도 필라델피 회랑에 이스라엘군이 계속 주둔하게 되면 협상 타결이 불가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스라엘 휴전협상팀이 이스라엘군의 필라델피 회랑 철수를 수용한다는 의사를 중재국에 제시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정확한 경위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네타냐후 총리가 협상 타결을 위해 충분하게 노력하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미국이 휴전 최종안 전달을 검토 중이며,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이를 거부할 경우 협상 중재를 포기할 것이라고도 보도했습니다.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 휴전 협상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까요?

[자료조사 : An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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