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빛바랜 ‘대마불사’…인텔·폭스바겐의 위기

입력 2024.09.05 (15:28) 수정 2024.09.05 (23:4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독일 최대 자동차업체인 폭스바겐뿐 아니라 한때 반도체 시장을 평정했던 인텔이 모두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경쟁에 뒤처지면서 어려움을 겪게 된 것으로 보이는데요.

월드이슈에서 홍희정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폭스바겐이 공장 폐쇄와 구조조정 추진에 나서면서 독일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제 "잔치는 끝났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죠?

[기자]

폭스바겐은 독일어로 국민차, 민족차라는 뜻입니다. 1930년대 세워져 세계를 주름잡는 자동차 업체로 성장했는데요.

독일 뿐 아니라 유럽 자동차 회사의 대표 주자로 꼽히던 폭스바겐의 위기가 현실화하면서 유럽의 자동차 산업에 전반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스테판 브라첼/독일 자동차관리센터 책임자 : "실제로 자동차 산업에서 전환점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산업이 오랫동안 누려왔고, 독일 제조업체들이 혜택을 누렸던 큰 파티가 막을 내렸습니다."]

폭스바겐은 도요타에 이은 세계 2위 자동차 업체입니다.

1930년대 창립한 이후 한 번도 독일 내 공장이 문을 닫은 적은 없었는데요.

만약 독일 공장이 폐쇄된다면 타격은 더 클 것으로 보입니다.

현지 언론은 이번 구조조정으로 일자리 2만개 정도가 사라질 수 있다고 추정했는데요.

[악셀 벤즈라프/폭스바겐 직원 : "위에 있는 경영진을 포함해서 책임 있는 사람들부터 내보내야 합니다. 우리는 단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입니다."]

[에카드 지버첸/폭스바겐 퇴직자 : "제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적절한 시기에 올바른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경영진 때문에 이렇게 된 것 같습니다."]

[앵커]

폭스바겐의 위기는 중국 전기차 업체와의 경쟁에서 뒤떨어졌기 때문으로 보이는데요.

폭스바겐만의 문제가 아니죠?

[기자]

최근 폭스바겐의 위기는 중국에서의 판매 부진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중국 시장이 전기차로 대세가 바뀌고 가격 경쟁에 밀리면서, 올해 폭스바겐의 중국 판매량은 3년 전에 비해 25퍼센트 이상 줄었습니다.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자동차 브랜드 지위도 중국업체인 비야디에 내주게 됐는데요.

수년간 이어진 경쟁력 저하와 자동차 수요 둔화가 이미 근간을 흔들고 있었는데, 여기에 내연기관 시대가 저물고 하이브리드와 전기차가 급부상하면서 전기차 시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폭스바겐이 먼저 타격을 입기 시작한 겁니다.

위기는 폭스바겐뿐만이 아닙니다.

기존 자동차 업체들도 세계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중국 업체들의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유럽과 북미 정부가 관세 인상이나 보조금 지급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반전의 기회를 만들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앵커]

반도체 시장을 평정했던 인텔도 위기를 겪고 있죠?

시대가 빠르게 변하면서 대기업들의 수명도 줄어드는 것 같아요?

[기자]

한때 반도체 시장 거인이었던 인텔은 지금 거의 굴욕이라고 할 만큼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주가가 60% 떨어지며 미국 우량주 위주의 다우지수에서도 제외될 위기에 놓였는데요.

세계 10대 반도체 기업에서도 밀려났습니다.

인텔이 물러난 자리에는 엔비디아나 TSMC 같은 반도체 기업이 들어섰는데요.

인텔은 엔비디아나 TSMC에 비해 비참할 정도로 뒤처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인텔은 만 5천개의 일자리를 줄이고 배당금도 중단하는 등 자구계획안을 마련하고 있는데요.

인텔은 1990년대부터 마이크로소프트와의 동맹으로 개인용 컴퓨터 시장을 장악했습니다.

하지만 PC에 집중하다 보니 휴대전화 칩에 대해 대응하지 못했고, 최근에는 인공지능 칩에서도 세계적인 추세에 전혀 동참하지 못했습니다.

여기에 인텔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던 1나노대의 최첨단 반도체 제조 테스트에 실패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악재가 겹쳤습니다.

[앵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의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반사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데, 좋아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죠?

[기자]

각각 자동차 업계와 반도체 업계를 대표하는 우리나라의 현대차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급변하는 시장에 비교적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폭스바겐과 인텔이 위기를 겪으면서 우리 업체의 글로벌 순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요.

현대차는 폭스바겐 공장 폐쇄의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고,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을 매각할 경우 삼성전자에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 분야에서 뒤처진 인텔과 달리, SK하이닉스는 인공지능 반도체에 필요한 HBM에서의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데요.

하지만, 폭스바겐과 인텔의 위기로 인한 반사이익을 즐기기에는 환경이 녹록하지 않습니다.

중국 업체의 공세와 반도체 시장에서의 기술 급변 등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위기를 피해 갈 수 없는 상황인데요.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자동차와 반도체 산업은 파급력이 큰 핵심 산업인 만큼 인텔과 폭스바겐의 위기를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영상편집:김주은 구자람/자료조사:소진영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월드 이슈] 빛바랜 ‘대마불사’…인텔·폭스바겐의 위기
    • 입력 2024-09-05 15:28:18
    • 수정2024-09-05 23:45:04
    월드24
[앵커]

독일 최대 자동차업체인 폭스바겐뿐 아니라 한때 반도체 시장을 평정했던 인텔이 모두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경쟁에 뒤처지면서 어려움을 겪게 된 것으로 보이는데요.

월드이슈에서 홍희정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폭스바겐이 공장 폐쇄와 구조조정 추진에 나서면서 독일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제 "잔치는 끝났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죠?

[기자]

폭스바겐은 독일어로 국민차, 민족차라는 뜻입니다. 1930년대 세워져 세계를 주름잡는 자동차 업체로 성장했는데요.

독일 뿐 아니라 유럽 자동차 회사의 대표 주자로 꼽히던 폭스바겐의 위기가 현실화하면서 유럽의 자동차 산업에 전반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스테판 브라첼/독일 자동차관리센터 책임자 : "실제로 자동차 산업에서 전환점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산업이 오랫동안 누려왔고, 독일 제조업체들이 혜택을 누렸던 큰 파티가 막을 내렸습니다."]

폭스바겐은 도요타에 이은 세계 2위 자동차 업체입니다.

1930년대 창립한 이후 한 번도 독일 내 공장이 문을 닫은 적은 없었는데요.

만약 독일 공장이 폐쇄된다면 타격은 더 클 것으로 보입니다.

현지 언론은 이번 구조조정으로 일자리 2만개 정도가 사라질 수 있다고 추정했는데요.

[악셀 벤즈라프/폭스바겐 직원 : "위에 있는 경영진을 포함해서 책임 있는 사람들부터 내보내야 합니다. 우리는 단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입니다."]

[에카드 지버첸/폭스바겐 퇴직자 : "제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적절한 시기에 올바른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경영진 때문에 이렇게 된 것 같습니다."]

[앵커]

폭스바겐의 위기는 중국 전기차 업체와의 경쟁에서 뒤떨어졌기 때문으로 보이는데요.

폭스바겐만의 문제가 아니죠?

[기자]

최근 폭스바겐의 위기는 중국에서의 판매 부진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중국 시장이 전기차로 대세가 바뀌고 가격 경쟁에 밀리면서, 올해 폭스바겐의 중국 판매량은 3년 전에 비해 25퍼센트 이상 줄었습니다.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자동차 브랜드 지위도 중국업체인 비야디에 내주게 됐는데요.

수년간 이어진 경쟁력 저하와 자동차 수요 둔화가 이미 근간을 흔들고 있었는데, 여기에 내연기관 시대가 저물고 하이브리드와 전기차가 급부상하면서 전기차 시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폭스바겐이 먼저 타격을 입기 시작한 겁니다.

위기는 폭스바겐뿐만이 아닙니다.

기존 자동차 업체들도 세계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중국 업체들의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유럽과 북미 정부가 관세 인상이나 보조금 지급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반전의 기회를 만들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앵커]

반도체 시장을 평정했던 인텔도 위기를 겪고 있죠?

시대가 빠르게 변하면서 대기업들의 수명도 줄어드는 것 같아요?

[기자]

한때 반도체 시장 거인이었던 인텔은 지금 거의 굴욕이라고 할 만큼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주가가 60% 떨어지며 미국 우량주 위주의 다우지수에서도 제외될 위기에 놓였는데요.

세계 10대 반도체 기업에서도 밀려났습니다.

인텔이 물러난 자리에는 엔비디아나 TSMC 같은 반도체 기업이 들어섰는데요.

인텔은 엔비디아나 TSMC에 비해 비참할 정도로 뒤처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인텔은 만 5천개의 일자리를 줄이고 배당금도 중단하는 등 자구계획안을 마련하고 있는데요.

인텔은 1990년대부터 마이크로소프트와의 동맹으로 개인용 컴퓨터 시장을 장악했습니다.

하지만 PC에 집중하다 보니 휴대전화 칩에 대해 대응하지 못했고, 최근에는 인공지능 칩에서도 세계적인 추세에 전혀 동참하지 못했습니다.

여기에 인텔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던 1나노대의 최첨단 반도체 제조 테스트에 실패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악재가 겹쳤습니다.

[앵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의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반사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데, 좋아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죠?

[기자]

각각 자동차 업계와 반도체 업계를 대표하는 우리나라의 현대차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급변하는 시장에 비교적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폭스바겐과 인텔이 위기를 겪으면서 우리 업체의 글로벌 순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요.

현대차는 폭스바겐 공장 폐쇄의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고,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을 매각할 경우 삼성전자에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 분야에서 뒤처진 인텔과 달리, SK하이닉스는 인공지능 반도체에 필요한 HBM에서의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데요.

하지만, 폭스바겐과 인텔의 위기로 인한 반사이익을 즐기기에는 환경이 녹록하지 않습니다.

중국 업체의 공세와 반도체 시장에서의 기술 급변 등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위기를 피해 갈 수 없는 상황인데요.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자동차와 반도체 산업은 파급력이 큰 핵심 산업인 만큼 인텔과 폭스바겐의 위기를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영상편집:김주은 구자람/자료조사:소진영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2024 파리 패럴림픽 배너 이미지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