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헌재, 미제사건 20% 감소…재판관 3명 공석 10월 ‘마비’ 우려도

입력 2024.09.15 (19:32) 수정 2024.09.15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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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헌법재판소장 취임 후 8개월간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인 미제 사건이 20%가량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사전심사제를 강화하고 장기 지연 사건을 우선 처리하는 방침을 시행한 것이 효과를 거둔 것으로 풀이됩니다.

헌재 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헌재의 누적 미제 사건은 이 소장 취임(2023년 12월 1일) 전인 2023년 11월 30일 1,544건이었으나 지난 7월 31일 기준 1,271건으로 약 18% 감소했습니다.

법률 조항의 위헌성이 문제 되는 ‘법률 미제 사건’을 기준으로 보면 취임 전 909건에서 7월 31일 기준 704건으로 약 22% 줄었습니다.

법정 처리 기한인 180일을 초과해 계류 중인 사건도 올해 8월까지 작년 동기 대비 70% 수준으로 줄었다고 합니다.

이 소장은 취임한 직후 미제 사건, 특히 오랫동안 방치된 사건들의 처리에 집중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헌재에서 가장 오래된 사건으로 꼽히던 2014년 세월호 유족들의 헌법소원은 사실관계 확정을 위해 대법원판결을 기다리느라 10년 가까이 계류되다 지난 6월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이밖에 2017년 접수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관련 헌법소원 결정이 올해 3월 나왔고 유류분 제도와 친족상도례, 기후 위기 소송도 잇따라 처리됐습니다.

헌재는 올해 7월까지 총 1천428건을 접수했고 1천761건을 처리했습니다. 매년 접수 건수가 처리 건수보다 많아 사건이 적체됐는데, 작년부터 조금씩 나아지다가 올해 처리율 123%로 크게 개선됐습니다.

사건이 본안 판단을 받지 못하고 각하되는 비율도 크게 낮아졌습니다. 처리 사건 가운데 각하 비율은 2019∼2021년에는 82%, 2022년에는 83%, 지난해에는 76%를 기록했으나 올해에는 65%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헌재가 적극적인 판단을 내려 위헌성을 선언한 사건(위헌·헌법불합치·청구인용)의 비율도 통상 2∼3%대였으나 올해에는 5% 수준을 보입니다. 다만 이는 여러 청구가 병합된 유류분 사건에 위헌·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온 영향도 있습니다.

헌재는 지난 2월 부장 1명과 부원 5명으로 구성된 전담 부서를 신설하는 등 사전심사 기능을 강화했습니다. 헌법소원이 법적인 요건을 갖췄는지 먼저 따져보는 역할입니다.

이에 따라 실제 헌법적 쟁점이 있는 사건에 헌법재판관과 연구관들이 집중할 여건이 갖춰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다만 헌재 안팎에서는 빠른 처리에만 집중할 경우 심도 있는 토론은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헌법을 해석하는 기관으로서 사회에 규범적 가치와 기준을 제시하는 기능이 약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소장의 임기가 짧아 변화의 동력이 금세 상실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이 소장은 다음 달 17일이면 헌법재판관으로서 임기가 끝나 연임하지 않는다면 물러나야 합니다.

아직 이 소장의 후임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이영진·김기영 재판관을 포함해 3명을 국회가 추천해야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은 2명 추천권을 요구하는 반면 국민의힘은 1명씩 추천하고 나머지 1명은 여야 합의로 정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달 말까지 국회가 합의하지 못하면 재판관 9명 중 3명이 공석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헌법재판소법은 재판관 7명이 있어야 사건을 심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어서 자칫 헌재 기능이 마비될 수도 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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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9-15 19:32:44
    • 수정2024-09-15 19:33:22
    사회
이종석 헌법재판소장 취임 후 8개월간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인 미제 사건이 20%가량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사전심사제를 강화하고 장기 지연 사건을 우선 처리하는 방침을 시행한 것이 효과를 거둔 것으로 풀이됩니다.

헌재 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헌재의 누적 미제 사건은 이 소장 취임(2023년 12월 1일) 전인 2023년 11월 30일 1,544건이었으나 지난 7월 31일 기준 1,271건으로 약 18% 감소했습니다.

법률 조항의 위헌성이 문제 되는 ‘법률 미제 사건’을 기준으로 보면 취임 전 909건에서 7월 31일 기준 704건으로 약 22% 줄었습니다.

법정 처리 기한인 180일을 초과해 계류 중인 사건도 올해 8월까지 작년 동기 대비 70% 수준으로 줄었다고 합니다.

이 소장은 취임한 직후 미제 사건, 특히 오랫동안 방치된 사건들의 처리에 집중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헌재에서 가장 오래된 사건으로 꼽히던 2014년 세월호 유족들의 헌법소원은 사실관계 확정을 위해 대법원판결을 기다리느라 10년 가까이 계류되다 지난 6월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이밖에 2017년 접수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관련 헌법소원 결정이 올해 3월 나왔고 유류분 제도와 친족상도례, 기후 위기 소송도 잇따라 처리됐습니다.

헌재는 올해 7월까지 총 1천428건을 접수했고 1천761건을 처리했습니다. 매년 접수 건수가 처리 건수보다 많아 사건이 적체됐는데, 작년부터 조금씩 나아지다가 올해 처리율 123%로 크게 개선됐습니다.

사건이 본안 판단을 받지 못하고 각하되는 비율도 크게 낮아졌습니다. 처리 사건 가운데 각하 비율은 2019∼2021년에는 82%, 2022년에는 83%, 지난해에는 76%를 기록했으나 올해에는 65%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헌재가 적극적인 판단을 내려 위헌성을 선언한 사건(위헌·헌법불합치·청구인용)의 비율도 통상 2∼3%대였으나 올해에는 5% 수준을 보입니다. 다만 이는 여러 청구가 병합된 유류분 사건에 위헌·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온 영향도 있습니다.

헌재는 지난 2월 부장 1명과 부원 5명으로 구성된 전담 부서를 신설하는 등 사전심사 기능을 강화했습니다. 헌법소원이 법적인 요건을 갖췄는지 먼저 따져보는 역할입니다.

이에 따라 실제 헌법적 쟁점이 있는 사건에 헌법재판관과 연구관들이 집중할 여건이 갖춰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다만 헌재 안팎에서는 빠른 처리에만 집중할 경우 심도 있는 토론은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헌법을 해석하는 기관으로서 사회에 규범적 가치와 기준을 제시하는 기능이 약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소장의 임기가 짧아 변화의 동력이 금세 상실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이 소장은 다음 달 17일이면 헌법재판관으로서 임기가 끝나 연임하지 않는다면 물러나야 합니다.

아직 이 소장의 후임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이영진·김기영 재판관을 포함해 3명을 국회가 추천해야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은 2명 추천권을 요구하는 반면 국민의힘은 1명씩 추천하고 나머지 1명은 여야 합의로 정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달 말까지 국회가 합의하지 못하면 재판관 9명 중 3명이 공석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헌법재판소법은 재판관 7명이 있어야 사건을 심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어서 자칫 헌재 기능이 마비될 수도 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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