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혁명수비대, ‘레바논 무선기기 폭발’ 이후 통신장치 사용중단”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노린 호출기와 무전기 동시폭발 사건 이후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대원들에게 모든 통신 장치 사용을 중단하도록 지시했다고 로이터통신이 현지시각 23일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익명의 이란 안보 당국자 두 명에 따르면 최근 레바논에서 친이란 세력인 헤즈볼라가 사용하던 호출기와 무전기 등이 동시다발로 폭발한 사건 이후 이란혁명수비대는 모든 종류의 통신 장치 사용을 중단하도록 명령하고, 통신장비뿐 아니라 모든 장비를 조사하는 대규모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이들 장비 대부분은 자체 제작이거나 중국과 러시아에서 수입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란은 친이스라엘 첩자가 침투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으며 이미 당국이 혁명수비대의 간부를 대상으로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한 관계자는 조사 내용에 “간부들의 이란 내부와 해외의 은행 계좌, 자신과 가족의 여행 기록 등이 포함된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이 관계자는 혁명수비대가 어떤 방식으로 통신하는지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은 채 “현재로서는 종단간암호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이란은 지하에 있는 핵과 미사일 관련 시설을 보호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란 당국자는 “지난해부터 해당 시설의 보안 조치가 크게 강화됐다”면서도 “이번처럼 보안이 엄격해지고 극단적인 조치가 취해진 적이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앞서 지난 17일부터 이틀에 걸쳐 레바논에서 헤즈볼라가 사용하던 호출기와 무전기가 동시다발로 폭발한 사고로 지금까지 3천 명이 넘는 사상자가 나왔습니다.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이 사건을 이스라엘의 ‘선전포고’로 규정하고 보복을 공언했습니다.

이스라엘은 이번 폭발 사건에 대해 자국 행위라고 인정하지도 부인하지도 않은 채 레바논 남부를 대규모로 공습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고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표적 공습해 헤즈볼라의 주요 지휘관들을 살해했습니다.

통신장치 사용 중단이나 조사와 관련해, 이란 외무부와 국방부, 내무부 등은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습니다.

[사진 출처 : EPA=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