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고양이보다 못한 여성’…‘탈레반’ 정식 국가 인정 움직임

입력 2024.09.26 (15:30) 수정 2024.09.26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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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탈레반이 통치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에서 공공장소에서 여성이 목소리를 내는 것조차 금지하는 법안이 발표되면서 국제사회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하지만 탈레반을 정식 국가로 인정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어서 여성 인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월드이슈에서 홍희정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유엔에서 아프간 여성 인권 문제 회의가 열렸는데, 할리우드 배우 메릴 스트립이 참석해 관심을 호소했죠?

[기자]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아프간 여성 인권 문제 회의가 열렸는데 이 자리에서 메릴 스트립은 아프간에서 여성은 고양이나 다람쥐만큼의 자유도 누릴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탈레반의 여성 탄압에 대해 극단적인 일이 일어나고 있다며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는데요.

[메릴 스트립/배우 : "카불에서 새는 노래를 할 수 있지만 소녀나 여성은 공공장소에서 노래를 할 수 없습니다. 특이한 일입니다. 자연법칙에 대한 억압입니다."]

탈레반은 최근 유엔이 주최한 아프간 회담에 참석하는 등 외교 활동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건데요.

유엔 사무총장은 여성 인권 향상 없이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걸맞은 지위를 얻을 수 없을 거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유엔 사무총장 : "국민 절반이 자유와 권리를 누리지 못한다면 아프간 또한 결코 국제 무대에서 합당한 지위를 누리지 못할 것입니다."]

[앵커]

탈레반이 아프간을 실질적으로 통치한 지 3년인데, 여성 인권은 참혹한 수준으로 떨어졌어요.

특히 도덕법은 국제 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미군이 아프간에서 빠져나가고 탈레반이 들어선 뒤 아프간에서의 여성 인권은 크게 후퇴했는데요.

탈레반은 지난달 공공장소에서 여성이 목소리를 내고 맨얼굴을 노출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률을 공포했습니다.

탈레반은 2021년 아프간을 장악한 뒤 이른바 미덕을 촉진하고 악덕을 방지하기 위한 부처를 세우고 각종 규정을 통해 여성 인권을 탄압해 왔는데요.

지난달에는 처음으로 35개 조항으로 구성된 법을 만들어 발표했습니다.

이른바 도덕법이라고 불리는데 이 가운데 13조는 여성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여성이 남자들을 유혹에 빠질 수 있게 한다는 이유로 얼굴을 포함해 몸 전체를 두꺼운 천으로 가리도록 하고 목소리도 공공장소에서 들려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는데요.

심지어 집 안에서도 큰 소리로 노래하거나 책을 읽을 수 없도록 했습니다.

혈연이나 결혼 관계가 아닐 경우 이성을 쳐다봐서는 안 되며, 남성 보호자 없이는 외출도 안되는데요.

이 법에는 동성애와 동물 싸움, 음악 공연 등도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경우 체포를 포함한 각종 처벌을 받게 됩니다.

[앵커]

여성의 목소리를 제한하는 법이 발표되자 아프간에서 많은 여성들이 SNS를 통해 저항하기도 했죠?

[기자]

이른바 도덕법이라고 불리는 법이 발표된 이후 아프간 여성들은 체포와 구금을 두려워해 거의 외출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일부 여성들은 SNS를 통해 탈레반 최고지도자의 사진을 찢으며 저항하고 있는데요.

["내 얼굴은 선동적이지 않아. 당신의 눈이 선동적인 거야."]

집에 갇히다시피 한 상황을 가사에 담아 노래 부르기도 하고, '우리를 존재하게 하라'는 내용을 퍼뜨리며 소셜미디어를 통해 탈레반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세계적으로도 퍼졌는데요.

탈레반은 여성에게 중고등 교육을 받지 못하도록 하고, 직업에도 제한을 가했습니다.

이 때문에,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직업 활동을 하던 여성들은 외국으로 떠나기도 했는데요.

[아프간 검사 : "아프간으로 돌아간다면 우리는 살아 있지 않을 것입니다. 육체적 뿐만 아니라 정신적, 사회적으로 죽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 그렇습니다."]

국제사회의 비판이 잇따르자 탈레반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여성의 권리를 존중하고 있다면서, 서방이 이슬람 율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비난하는 건 오만하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문제 해결과 관계 발전을 위한 유일한 방법은 긍정적인 교류에 있다면서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되지 않으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앵커]

일부 국제사회는 탈레반을 정상적인 정권으로 인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죠?

[기자]

중앙아시아에 있는 키르기스스탄이 탈레반을 테러리스트 명단에서 삭제하면서 사실상 정상적인 정권임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 밖에도 탈레반을 인정하는 움직임이 계속 나타나고 있는데요.

올해 초 중국이 아프간 대사의 신임장을 받으면서 사실상 탈레반 정권을 승인했고, 아랍에미리트도 탈레반 외교관을 대사로 승인했습니다.

러시아도 탈레반을 테러단체 명단에서 삭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요.

탈레반은 마약 제조 시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무장세력인 IS를 제거하기 위해 외국 정보기관과 협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아프가니스탄을 실질적으로 통치하고 있는 만큼 탈레반을 정권으로 인정해 줘야 한다는 현실론도 고개를 들고 있는 건데요.

아직 탈레반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제대로 인정받고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분위기는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때문에 아프간에서의 여성 인권 문제가 국제 사회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점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영상편집:김주은 이은빈/자료조사:소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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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9-26 15:30:53
    • 수정2024-09-26 15:3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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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이 통치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에서 공공장소에서 여성이 목소리를 내는 것조차 금지하는 법안이 발표되면서 국제사회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하지만 탈레반을 정식 국가로 인정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어서 여성 인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월드이슈에서 홍희정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유엔에서 아프간 여성 인권 문제 회의가 열렸는데, 할리우드 배우 메릴 스트립이 참석해 관심을 호소했죠?

[기자]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아프간 여성 인권 문제 회의가 열렸는데 이 자리에서 메릴 스트립은 아프간에서 여성은 고양이나 다람쥐만큼의 자유도 누릴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탈레반의 여성 탄압에 대해 극단적인 일이 일어나고 있다며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는데요.

[메릴 스트립/배우 : "카불에서 새는 노래를 할 수 있지만 소녀나 여성은 공공장소에서 노래를 할 수 없습니다. 특이한 일입니다. 자연법칙에 대한 억압입니다."]

탈레반은 최근 유엔이 주최한 아프간 회담에 참석하는 등 외교 활동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건데요.

유엔 사무총장은 여성 인권 향상 없이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걸맞은 지위를 얻을 수 없을 거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유엔 사무총장 : "국민 절반이 자유와 권리를 누리지 못한다면 아프간 또한 결코 국제 무대에서 합당한 지위를 누리지 못할 것입니다."]

[앵커]

탈레반이 아프간을 실질적으로 통치한 지 3년인데, 여성 인권은 참혹한 수준으로 떨어졌어요.

특히 도덕법은 국제 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미군이 아프간에서 빠져나가고 탈레반이 들어선 뒤 아프간에서의 여성 인권은 크게 후퇴했는데요.

탈레반은 지난달 공공장소에서 여성이 목소리를 내고 맨얼굴을 노출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률을 공포했습니다.

탈레반은 2021년 아프간을 장악한 뒤 이른바 미덕을 촉진하고 악덕을 방지하기 위한 부처를 세우고 각종 규정을 통해 여성 인권을 탄압해 왔는데요.

지난달에는 처음으로 35개 조항으로 구성된 법을 만들어 발표했습니다.

이른바 도덕법이라고 불리는데 이 가운데 13조는 여성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여성이 남자들을 유혹에 빠질 수 있게 한다는 이유로 얼굴을 포함해 몸 전체를 두꺼운 천으로 가리도록 하고 목소리도 공공장소에서 들려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는데요.

심지어 집 안에서도 큰 소리로 노래하거나 책을 읽을 수 없도록 했습니다.

혈연이나 결혼 관계가 아닐 경우 이성을 쳐다봐서는 안 되며, 남성 보호자 없이는 외출도 안되는데요.

이 법에는 동성애와 동물 싸움, 음악 공연 등도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경우 체포를 포함한 각종 처벌을 받게 됩니다.

[앵커]

여성의 목소리를 제한하는 법이 발표되자 아프간에서 많은 여성들이 SNS를 통해 저항하기도 했죠?

[기자]

이른바 도덕법이라고 불리는 법이 발표된 이후 아프간 여성들은 체포와 구금을 두려워해 거의 외출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일부 여성들은 SNS를 통해 탈레반 최고지도자의 사진을 찢으며 저항하고 있는데요.

["내 얼굴은 선동적이지 않아. 당신의 눈이 선동적인 거야."]

집에 갇히다시피 한 상황을 가사에 담아 노래 부르기도 하고, '우리를 존재하게 하라'는 내용을 퍼뜨리며 소셜미디어를 통해 탈레반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세계적으로도 퍼졌는데요.

탈레반은 여성에게 중고등 교육을 받지 못하도록 하고, 직업에도 제한을 가했습니다.

이 때문에,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직업 활동을 하던 여성들은 외국으로 떠나기도 했는데요.

[아프간 검사 : "아프간으로 돌아간다면 우리는 살아 있지 않을 것입니다. 육체적 뿐만 아니라 정신적, 사회적으로 죽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 그렇습니다."]

국제사회의 비판이 잇따르자 탈레반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여성의 권리를 존중하고 있다면서, 서방이 이슬람 율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비난하는 건 오만하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문제 해결과 관계 발전을 위한 유일한 방법은 긍정적인 교류에 있다면서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되지 않으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앵커]

일부 국제사회는 탈레반을 정상적인 정권으로 인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죠?

[기자]

중앙아시아에 있는 키르기스스탄이 탈레반을 테러리스트 명단에서 삭제하면서 사실상 정상적인 정권임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 밖에도 탈레반을 인정하는 움직임이 계속 나타나고 있는데요.

올해 초 중국이 아프간 대사의 신임장을 받으면서 사실상 탈레반 정권을 승인했고, 아랍에미리트도 탈레반 외교관을 대사로 승인했습니다.

러시아도 탈레반을 테러단체 명단에서 삭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요.

탈레반은 마약 제조 시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무장세력인 IS를 제거하기 위해 외국 정보기관과 협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아프가니스탄을 실질적으로 통치하고 있는 만큼 탈레반을 정권으로 인정해 줘야 한다는 현실론도 고개를 들고 있는 건데요.

아직 탈레반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제대로 인정받고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분위기는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때문에 아프간에서의 여성 인권 문제가 국제 사회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점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영상편집:김주은 이은빈/자료조사:소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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