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사기 당했다더니…“대출 받으려 공금 5억 횡령”

입력 2024.09.27 (14:5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요약

신용보증재단 직원을 사칭한 사람에게 수억 원의 대출 사기를 당했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습니다. 대출을 위해 5억 원에 가까운 돈을 보증금으로 건넸지만, 대출은 전혀 받지 못했다는 건데요. 그런데 이 신고자가 공공기관에서 보조금을 횡령한 혐의로 수사를 받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 "보증금 내면 대출해 준다" 사기범에 속아 4억 8천만 원 뺏겨


지난 22일 경찰에 대출 사기 피해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한 남성이 대출을 해주겠다며 보증금을 요구해 수차례 돈을 보냈지만, 실제 대출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경찰은 신고 이틀 만에 20대 남성을 경기도에서 체포했고, 어제(26일)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남성은 자신을 신용보증재단 직원이라고 소개하며, '대출을 해주겠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지난해 9월 무작위로 발송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문자를 본 피해 여성은 전화를 걸어 '2~3천만 원을 대출할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남성은 보증금으로 먼저 100만 원을 요구했고, 피해 여성은 돈을 입금했습니다.

그러나 대출은 이뤄지지 않았고, '대출 신청자가 밀려있다' '상위 순위로 올리려면 보증금을 보내라'며, 남성은 더 많은 돈을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피해 여성이 의심하면 대출을 책임지는 점장과 대화한 것이라며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여줬습니다.

이렇게 피해 여성이 남성에게 입금한 돈은 지난 1년간 200여 차례에 걸쳐 모두 4억 8천여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불과 2, 3천여만 원을 대출받기 위해 5억 원에 가까운 돈을 보낸 셈인데, 그렇다면 이 거액의 보증금은 어떻게 마련한 걸까요?

■ 사기 피해 신고자, 억대 보증금 횡령 혐의로 고발돼


KBS 취재 결과, 대출 사기 피해를 신고한 여성은 공공기관 직원으로 억대의 보조금을 횡령한 혐의로 현재 경찰 수사를 받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사기 피해 신고가 접수되기 사흘 전, 제주연구원은 은행으로부터 "연구원 산하 센터에서 큰돈이 빠져나갔는데 이상하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연구원 내부 조사 결과, 산하 센터 한 곳에서 7년간 회계 업무를 하던 한 직원이 30여 차례에 걸쳐 보조금 5억 3천여만 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지출 결의서를 위조해 은행에 제출하는 수법을 쓴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해당 직원은 대출 사기 피해를 신고한 바로 그 여성이었습니다. 이 여성은 연구원 측에 대출을 받으려고 보조금을 빼돌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제주연구원 산하 센터가 보조금을 받으려면 연구원에 보고하고, 연구원에서 은행에 지출 결의서를 제출하는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그러나 이 직원은 연구원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은행에 연락해 위조한 지출 결의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자신이 이곳에서 오래 일했다'고 이야기하며, 은행의 의심을 피한 것으로 연구원 측은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직원은 심지어 자신이 근무하지 않는 연구원 산하 다른 센터의 통장 번호를 알아낸 뒤 이곳의 보조금을 빼돌리기도 했습니다. 역시 지출결의서를 위조하는 수법을 썼습니다. 여러 차례의 범죄 행각이 발각되지 않자, 범행이 한층 더 대담해진 것으로 보입니다.


제주연구원 측은 해당 직원을 곧바로 직위해제하고, 경찰에 고발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횡령 금액에 대해서는 변제가 이뤄진 상태라고 덧붙였습니다. 해당 직원에 대해서는 향후 징계 위원회를 열 방침입니다.

아울러 산하 다른 센터에 대한 전수조사도 진행했습니다. 또 센터에 준 체크카드와 통장을 회수하고 연구원에서 관리하기로 했습니다. 연구원 측은 센터 지출 행위에 대해 주기적으로 점검을 실시하고, 지출 관련 제도도 개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경찰은 해당 직원이 대출을 받기 위해 보조금에 손을 대기 시작한 건지, 횡령금 전체가 대출 사기범에게 넘어갔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억대의 대출 사기를 당했다며 피해를 호소한 여성은 경찰 수사로 대출 사기범은 잡았지만, 이제는 횡령과 보조금 관리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는 신세가 됐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대출 사기 당했다더니…“대출 받으려 공금 5억 횡령”
    • 입력 2024-09-27 14:55:09
    심층K
신용보증재단 직원을 사칭한 사람에게 수억 원의 대출 사기를 당했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습니다. 대출을 위해 5억 원에 가까운 돈을 보증금으로 건넸지만, 대출은 전혀 받지 못했다는 건데요. 그런데 이 신고자가 공공기관에서 보조금을 횡령한 혐의로 수사를 받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 "보증금 내면 대출해 준다" 사기범에 속아 4억 8천만 원 뺏겨


지난 22일 경찰에 대출 사기 피해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한 남성이 대출을 해주겠다며 보증금을 요구해 수차례 돈을 보냈지만, 실제 대출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경찰은 신고 이틀 만에 20대 남성을 경기도에서 체포했고, 어제(26일)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남성은 자신을 신용보증재단 직원이라고 소개하며, '대출을 해주겠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지난해 9월 무작위로 발송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문자를 본 피해 여성은 전화를 걸어 '2~3천만 원을 대출할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남성은 보증금으로 먼저 100만 원을 요구했고, 피해 여성은 돈을 입금했습니다.

그러나 대출은 이뤄지지 않았고, '대출 신청자가 밀려있다' '상위 순위로 올리려면 보증금을 보내라'며, 남성은 더 많은 돈을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피해 여성이 의심하면 대출을 책임지는 점장과 대화한 것이라며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여줬습니다.

이렇게 피해 여성이 남성에게 입금한 돈은 지난 1년간 200여 차례에 걸쳐 모두 4억 8천여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불과 2, 3천여만 원을 대출받기 위해 5억 원에 가까운 돈을 보낸 셈인데, 그렇다면 이 거액의 보증금은 어떻게 마련한 걸까요?

■ 사기 피해 신고자, 억대 보증금 횡령 혐의로 고발돼


KBS 취재 결과, 대출 사기 피해를 신고한 여성은 공공기관 직원으로 억대의 보조금을 횡령한 혐의로 현재 경찰 수사를 받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사기 피해 신고가 접수되기 사흘 전, 제주연구원은 은행으로부터 "연구원 산하 센터에서 큰돈이 빠져나갔는데 이상하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연구원 내부 조사 결과, 산하 센터 한 곳에서 7년간 회계 업무를 하던 한 직원이 30여 차례에 걸쳐 보조금 5억 3천여만 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지출 결의서를 위조해 은행에 제출하는 수법을 쓴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해당 직원은 대출 사기 피해를 신고한 바로 그 여성이었습니다. 이 여성은 연구원 측에 대출을 받으려고 보조금을 빼돌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제주연구원 산하 센터가 보조금을 받으려면 연구원에 보고하고, 연구원에서 은행에 지출 결의서를 제출하는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그러나 이 직원은 연구원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은행에 연락해 위조한 지출 결의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자신이 이곳에서 오래 일했다'고 이야기하며, 은행의 의심을 피한 것으로 연구원 측은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직원은 심지어 자신이 근무하지 않는 연구원 산하 다른 센터의 통장 번호를 알아낸 뒤 이곳의 보조금을 빼돌리기도 했습니다. 역시 지출결의서를 위조하는 수법을 썼습니다. 여러 차례의 범죄 행각이 발각되지 않자, 범행이 한층 더 대담해진 것으로 보입니다.


제주연구원 측은 해당 직원을 곧바로 직위해제하고, 경찰에 고발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횡령 금액에 대해서는 변제가 이뤄진 상태라고 덧붙였습니다. 해당 직원에 대해서는 향후 징계 위원회를 열 방침입니다.

아울러 산하 다른 센터에 대한 전수조사도 진행했습니다. 또 센터에 준 체크카드와 통장을 회수하고 연구원에서 관리하기로 했습니다. 연구원 측은 센터 지출 행위에 대해 주기적으로 점검을 실시하고, 지출 관련 제도도 개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경찰은 해당 직원이 대출을 받기 위해 보조금에 손을 대기 시작한 건지, 횡령금 전체가 대출 사기범에게 넘어갔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억대의 대출 사기를 당했다며 피해를 호소한 여성은 경찰 수사로 대출 사기범은 잡았지만, 이제는 횡령과 보조금 관리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는 신세가 됐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