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소 귀표 바꿔치기한 이유는?…한우 신분증에 담긴 비밀

입력 2024.09.27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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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표 바꿔치기'로 보험금 받은 축산업자

사람에게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 같은 신분증이 있다면, 소에게는 이른바 '귀표'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귀에 달린 표식' 입니다.

축산물 이력제에 따라 모든 소는 양쪽 귀에 카드 형태의 귀표를 달고 있어야 합니다. 귀표에는 소를 식별하기 위한 번호가 적힙니다. 이 번호를 통해 소의 DNA와 백신 접종 정보 등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전북 군산에서 귀표를 바꿔치기해 보험금을 타낸 축산업자 A 씨가 적발됐습니다. A 씨는 지난 3월부터 두 달 동안 75건의 가축재해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알고 보니 가축재해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소를 가입한 것처럼 속여 보험금 3천4백만 원을 타낸 게 수사 결과 확인됐습니다. 보험 가입이 안 된 소가 병에 걸리거나 죽었을 때, 보험에 가입한 소인 것처럼 귀표를 바꿔 달아 보험금을 청구했던 겁니다.

■'직접 부착' 지침 어기고 업자에게 귀표 나눠준 축협

A 씨의 범행이 가능했던 이유 중 하나는 귀표를 분배해 주는 축협 측의 관리 부실이 있습니다.

앞서 A 씨는 보험에 가입된 소의 귀표 64개를 축협에서 재발급받았습니다. 귀표는 한 번 떼어내면 재사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보험 가입이 안 된 소가 죽었을 때 귀표를 바꿔 달기 위해서 여분의 귀표가 필요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과정에서 축협 측은 별다른 확인 없이 귀표를 업자에게 나눠줬습니다. 해당 축협 측은 "일정 규모 이상의 농가라면, 귀표를 자율적으로 부착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 '축산물이력제 사업시행지침'에 따르면, 축협 측 설명은 틀렸습니다. 지침은 귀표를 재발행할 경우에는 위탁기관(이 경우에는 축협)에서 귀표를 직접 달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알고 보니 불법 난무…축협 직원이 가담하기도

A 씨가 조합원으로 있던 축협은 "일부 농가의 일탈일 뿐이며 일부 사례를 전체의 일인 것처럼 부풀려서는 안 된다"고 취재진에게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경찰 수사 결과는 달랐습니다. 전북 전역으로 수사를 확대한 경찰은 A 씨 이외에도 축산업자 22명을 더 적발했습니다. 이 중에는 축협 직원도 1명 포함돼 있었습니다. A 씨와 같은 수법으로 보험금을 타 내려고 한 혐의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보험금 부정 청구를 도운 축협 지점장 등 직원 2명도 붙잡혔습니다. 경찰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사례가 더 있을 거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부실한 축산물이력제 운영의 단면이 수면위로 올라온 상황. 경찰은 농림축산식품부에 관련 제도 개선 의견을 전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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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은 소 귀표 바꿔치기한 이유는?…한우 신분증에 담긴 비밀
    • 입력 2024-09-27 18:3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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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표 바꿔치기'로 보험금 받은 축산업자

사람에게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 같은 신분증이 있다면, 소에게는 이른바 '귀표'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귀에 달린 표식' 입니다.

축산물 이력제에 따라 모든 소는 양쪽 귀에 카드 형태의 귀표를 달고 있어야 합니다. 귀표에는 소를 식별하기 위한 번호가 적힙니다. 이 번호를 통해 소의 DNA와 백신 접종 정보 등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전북 군산에서 귀표를 바꿔치기해 보험금을 타낸 축산업자 A 씨가 적발됐습니다. A 씨는 지난 3월부터 두 달 동안 75건의 가축재해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알고 보니 가축재해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소를 가입한 것처럼 속여 보험금 3천4백만 원을 타낸 게 수사 결과 확인됐습니다. 보험 가입이 안 된 소가 병에 걸리거나 죽었을 때, 보험에 가입한 소인 것처럼 귀표를 바꿔 달아 보험금을 청구했던 겁니다.

■'직접 부착' 지침 어기고 업자에게 귀표 나눠준 축협

A 씨의 범행이 가능했던 이유 중 하나는 귀표를 분배해 주는 축협 측의 관리 부실이 있습니다.

앞서 A 씨는 보험에 가입된 소의 귀표 64개를 축협에서 재발급받았습니다. 귀표는 한 번 떼어내면 재사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보험 가입이 안 된 소가 죽었을 때 귀표를 바꿔 달기 위해서 여분의 귀표가 필요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과정에서 축협 측은 별다른 확인 없이 귀표를 업자에게 나눠줬습니다. 해당 축협 측은 "일정 규모 이상의 농가라면, 귀표를 자율적으로 부착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 '축산물이력제 사업시행지침'에 따르면, 축협 측 설명은 틀렸습니다. 지침은 귀표를 재발행할 경우에는 위탁기관(이 경우에는 축협)에서 귀표를 직접 달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알고 보니 불법 난무…축협 직원이 가담하기도

A 씨가 조합원으로 있던 축협은 "일부 농가의 일탈일 뿐이며 일부 사례를 전체의 일인 것처럼 부풀려서는 안 된다"고 취재진에게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경찰 수사 결과는 달랐습니다. 전북 전역으로 수사를 확대한 경찰은 A 씨 이외에도 축산업자 22명을 더 적발했습니다. 이 중에는 축협 직원도 1명 포함돼 있었습니다. A 씨와 같은 수법으로 보험금을 타 내려고 한 혐의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보험금 부정 청구를 도운 축협 지점장 등 직원 2명도 붙잡혔습니다. 경찰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사례가 더 있을 거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부실한 축산물이력제 운영의 단면이 수면위로 올라온 상황. 경찰은 농림축산식품부에 관련 제도 개선 의견을 전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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