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보다 27회Ⅱ] 응급실은 지금
서울 한 대학병원 응급실. 문밖에서 진료 순서를 기다리는 보호자들로 붐빕니다.
<녹취> 환자 보호자
여기는 대부분 4시간 이상 기다리고 있어요.
구급차로 이송된 80대 환자도 응급실에 곧장 들어가진 못합니다.
<녹취> 환자 보호자
의사가 없으니. 저기 안에서 환자는 스무 명 대기하는 상태니까.
간간이 직접 운전해 응급실에 온 시민들이 보입니다.
<녹취> 환자 보호자
(119) 부르면 뺑뺑이 돌릴까봐 무서워 가지고. 여기로 와보자하고 출발을 했는데 강남에서.
규모가 작은 2차 병원 응급실도 바빠졌습니다.
<녹취> 환자 보호자
동네 그냥 병원 갔는데 큰 병원 가셔야 한다 그래서.
<녹취> 환자
이대목동병원 갈까 생각하다가 여긴 (응급실) 괜찮다 해서.
지난 2월 전공의들의 사직 이후 발생한 의료공백. 그 파도는 가장 먼저 응급실을 덮쳤습니다.
추석 연휴라는 고비를 넘기긴 했지만, 앞으로가 걱정입니다.
<인터뷰> 환자 보호자 당장 국군의 날, 개천절, 한글날도. 이렇게 빨간 날이 공휴일이 많고 하다 보니까 너무 좀 겁이 나고 두렵습니다. |
■ “의사가 없어요”…8시간 만에 수술대 올랐지만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오는 119 구급대원들. 3분 만에 한 50대 남성을 실어 나옵니다.
갑자기 심한 복통을 호소한 환자였습니다.
신고한 지 22분 만에 도착한 한 2차 병원. 급성 복막염이라는 의사 소견이 나왔습니다.
급히 수술이 필요한 상황.
<인터뷰> 유족 (음성 변조) 복막이 터져서 심장 쪽을 누르고 있어서 숨 쉬는 게 어려우신 거 같다고. 그래서 지금 되게 위급하신 거 같다고. 지금 마취의도 없고 (여기선) 수술이 어렵다고 하셨고. |
하는 수 없이 담당 의사와 중앙응급의료센터가 수도권과 대전, 강원 소재 병원 70곳을 알아봤지만, 수술 가능한 곳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인터뷰> 유족 (음성 변조) 지금 수술할 수 있는 의사 선생님이 다 안 계시다고 들었고. |
결국 병원에 도착한 지 5시간이 지나 100km 떨어진 충남의 한 종합병원으로 이송된 환자.
신고 8시간 후인 오전 7시쯤 수술대에 올랐지만, 패혈증으로 결국 숨지고 말았습니다.
<인터뷰> 유족 (음성 변조) 더 일찍 좀 수술을 했으면 좀 그렇게 몸부림치지 않고 가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 때문에 그게 제일 마음이 아프고. |
■ 골든타임 놓치는 응급 환자들…구급대원들 “불안”
1시간 동안 응급실을 애타게 찾다 끝내 뇌 손상을 입고 의식불명에 빠진 2살 아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지만 불과 100미터 떨어진 응급실에서 이송을 거절당하고 끝내 숨지고 만 대학생.
의료진 부족으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응급 환자는 계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119구급대가 응급 환자를 병원에 이송하는 데 1시간 넘게 걸린 경우는 지난해보다 22% 늘었습니다.
<인터뷰> 엄태환 / 을지대 응급구조학과 교수 응급 환자 같은 경우는 전체 시간 1시간 이내에 처치, 수술 등을 받아야 하는데 그 시간이 아마도 지금 지체될 것 같고요. 병원 의료진의 부족이 이 사태를 불렀다고 생각합니다. |
환자 이송 시간이 길어질수록 구급대원들의 마음은 초조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 구급대원 (음성 변조) 병원에서도 서로 3차 병원은 2차 병원 가라 그러고, 2차 병원은 3차 병원 가라 그러고. 서로 미루기 때문에 갈 데가 없는데 밤이나 휴일에. 중간 단계의 응급인 사람들이 더 위급하게 갈 수 있는 사람들이 처치를 지금 못 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런 와중에 이제 심정지가 발생하신 사례도 있고요. |
환자를 책임져야 한다는 압박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구급대원 (음성 변조) 환자가 이제 잘못될 수도 있고 구급대한테 자꾸 전가되는 부분이 그런 부분이 되게 힘이 들고요. |
■ 대학병원 응급실 파행에…지역 의료원 업무 가중
충북 충주 건국대병원. 이 병원은 9월 한 달 동안 평일 야간과 주말에 응급실을 닫고 있습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 7명 가운데 5명이 이달 1일 자로 그만뒀기 때문입니다.
(※건국대학교 충주병원은 10월 1일부터는 응급의료센터 진료가 주말 및 공휴일 포함 24시간 정상 운영될 예정이라고 밝힌 상태입니다.)
<인터뷰> 김소라 / 충주시민 긴급 상황이 있으면 항상 건대병원 응급실을 이용했었거든요. 가장 큰 병원이 문을 닫아서 약간 불안한 마음이 있고요. 사람이 언제 어떻게 응급 상황이 생길지 모르잖아요. |
환자들은 더 규모가 작은 충주의료원 응급실로 몰리고 있습니다.
밤 9시가 막 넘은 시각, 119 구급대원들이 한 80대 환자를 의료원 응급실로 옮깁니다.
야간 당직 의사가 환자 상태를 살핍니다.
<녹취> 김희상 충주의료원 응급실장 여기는요? 여긴 괜찮은 거 같고. 여기는요? (여기.) 여기가 제일 아파요? (네.) |
머리를 다쳐 피가 나는 환자, 요로 결석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 심정지 상태로 도착한 환자까지...
경증, 중증을 가리지 않고 시간당 2~3명의 환자가 응급실을 찾습니다.
작년 이맘때의 2배 수준입니다.
<인터뷰> 김희상 충주의료원 응급실장 요새는 초기 처치와 진단을 담당하시던 전공의, 전임의 선생님들이 센터급 병원에 안 계시기 때문에 그 2~3명이 하던 일을 2차 병원에 오면 저 혼자 다 해야 하거든요. 2차 병원급의 업무가 좀 많이 가중돼서 내려온 상황입니다. |
응급 처치를 마친 중증 환자는 대학병원이나 더 큰 2차 병원으로 옮겨야 하지만, 받아주는 곳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녹취> 김희상 충주의료원 응급실장 예, 안녕하세요. 여기 충청북도 충주의료원 응급실입니다. 폐부종에 대사성 산증 동반된 82세 남자 환자분 전원 가능할까 해서 연락드렸습니다. |
<녹취> 김희상 충주의료원 응급실장 - 충북대도 ICU(중환자실)가 없대. (간호사: 네) 하.. 청주 성모 해볼게요. (간호사: 네) - 성모는 신장내과가 안 된대요. (간호사: 네) 효성에 해볼게. - 효성병원 안 된대. (간호사: 네. 왜요? 왜 안 된대요?) 거기 내과의사 보기가 힘들 거 같대. - 아주대 안 된대. (간호사: 왜요?) 자기네 추적 관찰 안 한 지 2년 넘었고, 이쪽 권역에서 해결을 하라는데? 휴. 해결이 안 되는데 어떡해... |
2시간 반 동안 병원 10곳에 전화를 돌린 뒤에야, 120여km 떨어진 대전의 대학병원으로 환자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희상 충주의료원 응급실장 청주에 있는 큰 2차 병원들도 예전에 여력이 되어서 잘들 받아주셨는데, 요새는 이제 그쪽에도 배후과 과장님들이 많이 좀 체력적 소진이 오셨는지 못 받는 경우도 많이 있더라고요. |
받아주는 병원을 더 찾기 어려운 환자들도 있습니다. 아픈 아기들입니다.
<녹취> 김희상 충주의료원 응급실장 성인들은 그나마 어느 정도 이렇게 병원을 찾아서 가게 되는데 나이 2살이나 0세, 12개월 미만 이런 애들은 요청 병원 수가 10개, 5개 이런데 다 미선정이죠. 소아가 갈 데가 없어요. 받아주는 데도 없고. 특히 충북은. |
밤 10시부터 아침 8시 30분까지. 꼬박 10시간 반 동안 쉬는 시간 없이 환자 26명을 진료했습니다.
<인터뷰> 김희상 충주의료원 응급실장 업무 부담이 많아지셔서 (사직을) 고민하시는 선생님들도 있고, 요새는 수도권 쪽에 응급의료 의사에 대한 수요도 많고 하기 때문에. 좀 흔들리시는 과장님들도 있습니다.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수도권 쪽은 어떻게 버티게 되고, 지역 의료는 계속 더 무너져가는 그런 상황이 될 걸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
■ ‘응급실의 응급실’ 권역의료센터도 흔들…출구는 어디에
서울의 한 권역응급의료센터.
서울에서 가장 큰 중증 외상 치료센터이지만, 남은 의사는 기존 18명 중 10명 정돕니다.
하루에 5~60명씩 밀려드는 중증 환자를 응급의학과 교수 한두 명이 돌아가며 치료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수진 / 고대안암병원 권역의료응급센터장 경증 환자 10명, 20명 보는 것보다 중증 환자 1명을 보는 데 전문의 인력들이 더 많이 필요하거든요. 저희 내부적으로도 환자를 볼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하고 배후 진료과도 진료 역량이 지금 부족하고 달리는 상태이고. 이런 상태에서 저희가 환자를 받기만 한다고 환자를 안전하게 치료하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가 없거든요. |
<녹취>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지난 2월 6일) 2025학년도부터 의과 대학 정원을 2,000명 증원하여 현재 3,058명에서 5,058명으로 확대합니다. |
지난 2월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 의료계는 즉각 반발했습니다.
<녹취> 김태우 / 당시 대한의사협회 비대위원장 (지난 2월 17일) 의사협회와 회원의 역량을 모두 결집해 투쟁에 나설 것을 엄숙하게 선언한다. |
전공의들은 사직서를, 의대생들은 휴학계를 냈습니다.
결국 조정을 거쳐 내년도 증원 규모는 1,509명으로 일부 줄었지만, 전공의 10명 중 9명은 일터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전국 180개 응급의료센터에서 근무하는 의사 수는 지난해 2천 3백여 명에서 4백 명 넘게 줄었습니다.
이달 들어선 결국 서울에서도 응급실 야간 운영을 일부 중단하는 권역응급의료센터가 나왔습니다.
<인터뷰> 남궁인 /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원래 25명의 의사들이 하던 일인데, 이거를 8명, 야간 당직은 7명만 서는데 이 7명이 할 수가 없어요. 의료진은 이제 번아웃이 다 온 상태고. 사실 7개월도 많이 버틴 건 데다가 저희가 이렇게 제한 진료하는 것 자체가 이미 못 버틴다, 이거는 이대로는 지속 불가능하다고 선언한 거나 마찬가지거든요. 엄청 힘든 결정이었던 거고요. |
대한전공의협의회는 복귀 조건으로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의대 증원 계획 백지화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녹취> 박재일 / 서울대학교병원 전공의 대표 (지난 5일) 정부는 의료 왜곡의 본질에 대해서는 무지한 채, 그릇된 의료 정책만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
정치권은 여야의정협의체에서 의료 공백 해법을 논의하자고 제안했지만, 의사단체는 내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와 정부의 사과가 먼저라고 맞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녹취> 최안나 / 대한의사협회 대변인 (지난 13일) 의사 수 증가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해서 결정해야 합니다. 정부가 잘못된 정책을 인정하지 않으면 이 사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
<녹취>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지난 22일) 2025년도 입학 정원 같은 경우는 이미 수시 모집 원서 접수가 마감이 됐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변경이 어렵다고 생각이 들고요. |
정부는 당장 급한 문제인 응급실의 환자 수용 능력을 높이기 위해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지난 9월 22일, KBS 일요진단 출연) 배후 진료에 차질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 주요한 수술이나 마취에 대한 수가 인상도 하고요. 그 다음에 병원 간에 이송 전원 체계도 점검을 해서 강화하도록 하겠습니다. |
현실적으로 전공의들의 복귀 없이는 응급실 정상화가 요원합니다.
<인터뷰> 남궁인 /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저랑 같이 일을 하던 의사들이 대체로 전공의였는데요. 결국은 이들이 졸업해서 전문의가 돼서 또 많은 환자를 보는 거고 이 체계대로 진행이 돼야 의료 체계가 붕괴가 안 되고 그나마 살아 있는 거거든요. |
<인터뷰> 엄태환 / 을지대 응급구조학과 교수 평행선을 긋고 있는 상황이라 그동안은 어쨌든 그 위기를 벗어나야 하기 때문에 진짜 응급 환자, 잠재적 응급 환자에게 자원을 분배하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선택과 집중 과정에서 피해자 발생을 최소화해야겠죠. |
■ 시간이 없다…“국민들 생명이 우선 아니겠어요?”
밤 9시,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일하는 남궁인 교수가 출근길에 오릅니다.
오늘은 밤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 반까지 10시간 반 밤샘 당직을 서야 합니다.
<인터뷰> 남궁인 /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제가 출근을 하면 저희 지역에서 가장 죽음에 가까운 사람들이 옵니다. 가장 아픈 사람들 도와주는 일을 계속해 왔어요. 그것들이 전 좋아요. 그래서 이 센터에서 일을 하고 남아 있는 거죠. |
오늘도 밤새 응급실을 지키는 의사는 남 교수 한 명입니다.
<인터뷰> 남궁인 /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의사가 없어요. 진짜 순전히 의사가 없어서 환자분들이 더 아프고 더 고통받는 경우가 많아요. 제가 힘이 닿는 데까지 다 환자를 받아서 일을 해야 하는 건데 그게 눈앞에서 안 되는 게 보이니까 그게 안타깝죠. |
남아 있는 의료진이 언제까지 응급 의료 체계를 지탱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인터뷰> 이진희 / 응급실 내원 환자 환자들이 몸이 불편하거나 아플 때는 병원에서 의사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잖아요. 정부나 의사 선생님들이나 다 한 발씩 양보해 가지고, 우선 국민들의 생명부터 먼저 지켜야 돼요. 그게 제일 우선 아니겠어요? |
<인터뷰> 엄태환 / 을지대 응급구조학과 교수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협상의 여지는 줄고 서로 멀어지지 않을까. 의료계는 의료계 나름대로 정부안과 점점 멀어지지 않을까. 협상이 빠르면 빠를수록 더 좋지 않을까. 마치 응급 환자가 시간이 중요한 것처럼, 똑같은 거라고 봅니다. |
취재기자: 김채린
촬영: 김민준 이창준 조선기 홍성백
영상편집: 최정연
그래픽: 장수현
자료조사: 김예은 한혜민
조연출: 유화영 김영일
촬영 협조: 충주의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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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보다] 지금 응급실 상황은
-
- 입력 2024-09-29 23:12:26
[더 보다 27회Ⅱ] 응급실은 지금
서울 한 대학병원 응급실. 문밖에서 진료 순서를 기다리는 보호자들로 붐빕니다.
<녹취> 환자 보호자
여기는 대부분 4시간 이상 기다리고 있어요.
구급차로 이송된 80대 환자도 응급실에 곧장 들어가진 못합니다.
<녹취> 환자 보호자
의사가 없으니. 저기 안에서 환자는 스무 명 대기하는 상태니까.
간간이 직접 운전해 응급실에 온 시민들이 보입니다.
<녹취> 환자 보호자
(119) 부르면 뺑뺑이 돌릴까봐 무서워 가지고. 여기로 와보자하고 출발을 했는데 강남에서.
규모가 작은 2차 병원 응급실도 바빠졌습니다.
<녹취> 환자 보호자
동네 그냥 병원 갔는데 큰 병원 가셔야 한다 그래서.
<녹취> 환자
이대목동병원 갈까 생각하다가 여긴 (응급실) 괜찮다 해서.
지난 2월 전공의들의 사직 이후 발생한 의료공백. 그 파도는 가장 먼저 응급실을 덮쳤습니다.
추석 연휴라는 고비를 넘기긴 했지만, 앞으로가 걱정입니다.
<인터뷰> 환자 보호자 당장 국군의 날, 개천절, 한글날도. 이렇게 빨간 날이 공휴일이 많고 하다 보니까 너무 좀 겁이 나고 두렵습니다. |
■ “의사가 없어요”…8시간 만에 수술대 올랐지만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오는 119 구급대원들. 3분 만에 한 50대 남성을 실어 나옵니다.
갑자기 심한 복통을 호소한 환자였습니다.
신고한 지 22분 만에 도착한 한 2차 병원. 급성 복막염이라는 의사 소견이 나왔습니다.
급히 수술이 필요한 상황.
<인터뷰> 유족 (음성 변조) 복막이 터져서 심장 쪽을 누르고 있어서 숨 쉬는 게 어려우신 거 같다고. 그래서 지금 되게 위급하신 거 같다고. 지금 마취의도 없고 (여기선) 수술이 어렵다고 하셨고. |
하는 수 없이 담당 의사와 중앙응급의료센터가 수도권과 대전, 강원 소재 병원 70곳을 알아봤지만, 수술 가능한 곳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인터뷰> 유족 (음성 변조) 지금 수술할 수 있는 의사 선생님이 다 안 계시다고 들었고. |
결국 병원에 도착한 지 5시간이 지나 100km 떨어진 충남의 한 종합병원으로 이송된 환자.
신고 8시간 후인 오전 7시쯤 수술대에 올랐지만, 패혈증으로 결국 숨지고 말았습니다.
<인터뷰> 유족 (음성 변조) 더 일찍 좀 수술을 했으면 좀 그렇게 몸부림치지 않고 가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 때문에 그게 제일 마음이 아프고. |
■ 골든타임 놓치는 응급 환자들…구급대원들 “불안”
1시간 동안 응급실을 애타게 찾다 끝내 뇌 손상을 입고 의식불명에 빠진 2살 아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지만 불과 100미터 떨어진 응급실에서 이송을 거절당하고 끝내 숨지고 만 대학생.
의료진 부족으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응급 환자는 계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119구급대가 응급 환자를 병원에 이송하는 데 1시간 넘게 걸린 경우는 지난해보다 22% 늘었습니다.
<인터뷰> 엄태환 / 을지대 응급구조학과 교수 응급 환자 같은 경우는 전체 시간 1시간 이내에 처치, 수술 등을 받아야 하는데 그 시간이 아마도 지금 지체될 것 같고요. 병원 의료진의 부족이 이 사태를 불렀다고 생각합니다. |
환자 이송 시간이 길어질수록 구급대원들의 마음은 초조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 구급대원 (음성 변조) 병원에서도 서로 3차 병원은 2차 병원 가라 그러고, 2차 병원은 3차 병원 가라 그러고. 서로 미루기 때문에 갈 데가 없는데 밤이나 휴일에. 중간 단계의 응급인 사람들이 더 위급하게 갈 수 있는 사람들이 처치를 지금 못 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런 와중에 이제 심정지가 발생하신 사례도 있고요. |
환자를 책임져야 한다는 압박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구급대원 (음성 변조) 환자가 이제 잘못될 수도 있고 구급대한테 자꾸 전가되는 부분이 그런 부분이 되게 힘이 들고요. |
■ 대학병원 응급실 파행에…지역 의료원 업무 가중
충북 충주 건국대병원. 이 병원은 9월 한 달 동안 평일 야간과 주말에 응급실을 닫고 있습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 7명 가운데 5명이 이달 1일 자로 그만뒀기 때문입니다.
(※건국대학교 충주병원은 10월 1일부터는 응급의료센터 진료가 주말 및 공휴일 포함 24시간 정상 운영될 예정이라고 밝힌 상태입니다.)
<인터뷰> 김소라 / 충주시민 긴급 상황이 있으면 항상 건대병원 응급실을 이용했었거든요. 가장 큰 병원이 문을 닫아서 약간 불안한 마음이 있고요. 사람이 언제 어떻게 응급 상황이 생길지 모르잖아요. |
환자들은 더 규모가 작은 충주의료원 응급실로 몰리고 있습니다.
밤 9시가 막 넘은 시각, 119 구급대원들이 한 80대 환자를 의료원 응급실로 옮깁니다.
야간 당직 의사가 환자 상태를 살핍니다.
<녹취> 김희상 충주의료원 응급실장 여기는요? 여긴 괜찮은 거 같고. 여기는요? (여기.) 여기가 제일 아파요? (네.) |
머리를 다쳐 피가 나는 환자, 요로 결석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 심정지 상태로 도착한 환자까지...
경증, 중증을 가리지 않고 시간당 2~3명의 환자가 응급실을 찾습니다.
작년 이맘때의 2배 수준입니다.
<인터뷰> 김희상 충주의료원 응급실장 요새는 초기 처치와 진단을 담당하시던 전공의, 전임의 선생님들이 센터급 병원에 안 계시기 때문에 그 2~3명이 하던 일을 2차 병원에 오면 저 혼자 다 해야 하거든요. 2차 병원급의 업무가 좀 많이 가중돼서 내려온 상황입니다. |
응급 처치를 마친 중증 환자는 대학병원이나 더 큰 2차 병원으로 옮겨야 하지만, 받아주는 곳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녹취> 김희상 충주의료원 응급실장 예, 안녕하세요. 여기 충청북도 충주의료원 응급실입니다. 폐부종에 대사성 산증 동반된 82세 남자 환자분 전원 가능할까 해서 연락드렸습니다. |
<녹취> 김희상 충주의료원 응급실장 - 충북대도 ICU(중환자실)가 없대. (간호사: 네) 하.. 청주 성모 해볼게요. (간호사: 네) - 성모는 신장내과가 안 된대요. (간호사: 네) 효성에 해볼게. - 효성병원 안 된대. (간호사: 네. 왜요? 왜 안 된대요?) 거기 내과의사 보기가 힘들 거 같대. - 아주대 안 된대. (간호사: 왜요?) 자기네 추적 관찰 안 한 지 2년 넘었고, 이쪽 권역에서 해결을 하라는데? 휴. 해결이 안 되는데 어떡해... |
2시간 반 동안 병원 10곳에 전화를 돌린 뒤에야, 120여km 떨어진 대전의 대학병원으로 환자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희상 충주의료원 응급실장 청주에 있는 큰 2차 병원들도 예전에 여력이 되어서 잘들 받아주셨는데, 요새는 이제 그쪽에도 배후과 과장님들이 많이 좀 체력적 소진이 오셨는지 못 받는 경우도 많이 있더라고요. |
받아주는 병원을 더 찾기 어려운 환자들도 있습니다. 아픈 아기들입니다.
<녹취> 김희상 충주의료원 응급실장 성인들은 그나마 어느 정도 이렇게 병원을 찾아서 가게 되는데 나이 2살이나 0세, 12개월 미만 이런 애들은 요청 병원 수가 10개, 5개 이런데 다 미선정이죠. 소아가 갈 데가 없어요. 받아주는 데도 없고. 특히 충북은. |
밤 10시부터 아침 8시 30분까지. 꼬박 10시간 반 동안 쉬는 시간 없이 환자 26명을 진료했습니다.
<인터뷰> 김희상 충주의료원 응급실장 업무 부담이 많아지셔서 (사직을) 고민하시는 선생님들도 있고, 요새는 수도권 쪽에 응급의료 의사에 대한 수요도 많고 하기 때문에. 좀 흔들리시는 과장님들도 있습니다.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수도권 쪽은 어떻게 버티게 되고, 지역 의료는 계속 더 무너져가는 그런 상황이 될 걸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
■ ‘응급실의 응급실’ 권역의료센터도 흔들…출구는 어디에
서울의 한 권역응급의료센터.
서울에서 가장 큰 중증 외상 치료센터이지만, 남은 의사는 기존 18명 중 10명 정돕니다.
하루에 5~60명씩 밀려드는 중증 환자를 응급의학과 교수 한두 명이 돌아가며 치료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수진 / 고대안암병원 권역의료응급센터장 경증 환자 10명, 20명 보는 것보다 중증 환자 1명을 보는 데 전문의 인력들이 더 많이 필요하거든요. 저희 내부적으로도 환자를 볼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하고 배후 진료과도 진료 역량이 지금 부족하고 달리는 상태이고. 이런 상태에서 저희가 환자를 받기만 한다고 환자를 안전하게 치료하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가 없거든요. |
<녹취>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지난 2월 6일) 2025학년도부터 의과 대학 정원을 2,000명 증원하여 현재 3,058명에서 5,058명으로 확대합니다. |
지난 2월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 의료계는 즉각 반발했습니다.
<녹취> 김태우 / 당시 대한의사협회 비대위원장 (지난 2월 17일) 의사협회와 회원의 역량을 모두 결집해 투쟁에 나설 것을 엄숙하게 선언한다. |
전공의들은 사직서를, 의대생들은 휴학계를 냈습니다.
결국 조정을 거쳐 내년도 증원 규모는 1,509명으로 일부 줄었지만, 전공의 10명 중 9명은 일터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전국 180개 응급의료센터에서 근무하는 의사 수는 지난해 2천 3백여 명에서 4백 명 넘게 줄었습니다.
이달 들어선 결국 서울에서도 응급실 야간 운영을 일부 중단하는 권역응급의료센터가 나왔습니다.
<인터뷰> 남궁인 /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원래 25명의 의사들이 하던 일인데, 이거를 8명, 야간 당직은 7명만 서는데 이 7명이 할 수가 없어요. 의료진은 이제 번아웃이 다 온 상태고. 사실 7개월도 많이 버틴 건 데다가 저희가 이렇게 제한 진료하는 것 자체가 이미 못 버틴다, 이거는 이대로는 지속 불가능하다고 선언한 거나 마찬가지거든요. 엄청 힘든 결정이었던 거고요. |
대한전공의협의회는 복귀 조건으로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의대 증원 계획 백지화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녹취> 박재일 / 서울대학교병원 전공의 대표 (지난 5일) 정부는 의료 왜곡의 본질에 대해서는 무지한 채, 그릇된 의료 정책만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
정치권은 여야의정협의체에서 의료 공백 해법을 논의하자고 제안했지만, 의사단체는 내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와 정부의 사과가 먼저라고 맞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녹취> 최안나 / 대한의사협회 대변인 (지난 13일) 의사 수 증가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해서 결정해야 합니다. 정부가 잘못된 정책을 인정하지 않으면 이 사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
<녹취>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지난 22일) 2025년도 입학 정원 같은 경우는 이미 수시 모집 원서 접수가 마감이 됐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변경이 어렵다고 생각이 들고요. |
정부는 당장 급한 문제인 응급실의 환자 수용 능력을 높이기 위해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지난 9월 22일, KBS 일요진단 출연) 배후 진료에 차질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 주요한 수술이나 마취에 대한 수가 인상도 하고요. 그 다음에 병원 간에 이송 전원 체계도 점검을 해서 강화하도록 하겠습니다. |
현실적으로 전공의들의 복귀 없이는 응급실 정상화가 요원합니다.
<인터뷰> 남궁인 /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저랑 같이 일을 하던 의사들이 대체로 전공의였는데요. 결국은 이들이 졸업해서 전문의가 돼서 또 많은 환자를 보는 거고 이 체계대로 진행이 돼야 의료 체계가 붕괴가 안 되고 그나마 살아 있는 거거든요. |
<인터뷰> 엄태환 / 을지대 응급구조학과 교수 평행선을 긋고 있는 상황이라 그동안은 어쨌든 그 위기를 벗어나야 하기 때문에 진짜 응급 환자, 잠재적 응급 환자에게 자원을 분배하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선택과 집중 과정에서 피해자 발생을 최소화해야겠죠. |
■ 시간이 없다…“국민들 생명이 우선 아니겠어요?”
밤 9시,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일하는 남궁인 교수가 출근길에 오릅니다.
오늘은 밤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 반까지 10시간 반 밤샘 당직을 서야 합니다.
<인터뷰> 남궁인 /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제가 출근을 하면 저희 지역에서 가장 죽음에 가까운 사람들이 옵니다. 가장 아픈 사람들 도와주는 일을 계속해 왔어요. 그것들이 전 좋아요. 그래서 이 센터에서 일을 하고 남아 있는 거죠. |
오늘도 밤새 응급실을 지키는 의사는 남 교수 한 명입니다.
<인터뷰> 남궁인 /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의사가 없어요. 진짜 순전히 의사가 없어서 환자분들이 더 아프고 더 고통받는 경우가 많아요. 제가 힘이 닿는 데까지 다 환자를 받아서 일을 해야 하는 건데 그게 눈앞에서 안 되는 게 보이니까 그게 안타깝죠. |
남아 있는 의료진이 언제까지 응급 의료 체계를 지탱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인터뷰> 이진희 / 응급실 내원 환자 환자들이 몸이 불편하거나 아플 때는 병원에서 의사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잖아요. 정부나 의사 선생님들이나 다 한 발씩 양보해 가지고, 우선 국민들의 생명부터 먼저 지켜야 돼요. 그게 제일 우선 아니겠어요? |
<인터뷰> 엄태환 / 을지대 응급구조학과 교수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협상의 여지는 줄고 서로 멀어지지 않을까. 의료계는 의료계 나름대로 정부안과 점점 멀어지지 않을까. 협상이 빠르면 빠를수록 더 좋지 않을까. 마치 응급 환자가 시간이 중요한 것처럼, 똑같은 거라고 봅니다. |
취재기자: 김채린
촬영: 김민준 이창준 조선기 홍성백
영상편집: 최정연
그래픽: 장수현
자료조사: 김예은 한혜민
조연출: 유화영 김영일
촬영 협조: 충주의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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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채린 기자 di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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