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종합운동장(강릉시 제공)
지난달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북중미월드컵 3차 예선 팔레스타인과의 경기를 치르고 난 뒤 잔디 이야기를 꺼내고 한 달 동안 K리그 잔디가 화제다. 연일 기사가 쏟아지고 축구 팬의 관심도 높다. 정치권은 경기장 수익과 관리 비용을 따져봤고 시민단체는 경기장 관리 단체를 고발하기도 했다.
K리그 어떤 경기장의 잔디가 엉망인지 꼽히고 있는 가운데 정반대로 잔디 상태가 훌륭하다고 칭찬이 릴레이처럼 계속되고 있는 곳이 있다. 강원 FC 홈구장인 강릉종합운동장이 대표적이다.
강릉종합운동장은 최근 2년 연속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선정한 그린 스타디움이 됐다. K리그 그라운드 가운데 최고라고 평가받은 것이다. 잔디 관리를 최상으로 해낸 구단에만 주어지는 상인만큼 선수들의 평가도 훌륭하다. 선수들은 "실크처럼 부드럽다."고 말한다.
잔디 상태에 대한 이슈가 큰 요즘이어서 이런 평가는 극찬이다. 강원 FC 김태주 단장은 요즘 "도대체 어떻게 관리를 하는가?"에 대한 연락을 자주 받는다. 이런 의문에 김태주 단장은 한마디로 "관심의 차이"라고 말한다. 이전에도 프로축구 구단에서 오랜 기간 폭넓은 경험을 쌓아온 만큼 김태주 단장이 느끼는 차이는 분명하다. 천연잔디, 인조 잔디, 하이브리드 잔디 등 잔디 종류와 품질보다는 얼마나 관심을 갖고 관리에 정성을 쏟는지가 그라운드 상태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중심엔 강릉시 문화 체육시설 사업소에서 잔디 관리와 대관을 담당하는 최국헌(53) 주무관이 있다. 김태주 단장은 최 주무관을 소개하면서 잔디 관리의 장인으로 평가받을 15년 베테랑이라고 덧붙였다. 최 주무관은 KBS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잔디 관리의 A부터 Z까지 꼼꼼하게 설명하며 실크잔디가 될 수밖에 없는 비법을 밝혔다. 다음은 최주무관과의 일문일답.
Q. 이렇게 잔디에 관심 많았었나 싶은 요즘인데 어떤가?
A. 요즘은 선수들도 팬들도 중계를 통해서 해외리그를 보고 국내 경기를 자주, 많이 보죠. 자연스럽게 선수들의 경기뿐만 아니라 경기장 시설, 그라운드 상태를 보게 되고 그러면서 잔디 상태를 깨닫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강원 FC 잔디 좋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Q. 특별히 강원 FC가 잔디 관리에 더 신경을 쓰는 걸까?
A. 어느 구단이든 관리에 애를 쓸 겁니다. 다만 지속성에서 저희는 차이가 있다고 할까요? 저는 15년째 잔디 관리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강릉시에서 직영으로 맡긴 곳이고, 그러니까 저를 비롯해 잔디 관리 업무 담당 직원이 저희는 1, 2년 하고 바뀌는 게 아니라 계속 이어져 오고 있죠. 그래서 지난 시즌엔 경기장 어느 곳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고 이런 것을 잘 알죠. 따라서 올해는 어떤 것을 더 신경 쓰자고 하고. 구장에 대해서 정말 1cm도 모르는 부분이 없을 정도로 꼼꼼하게 상태를 파악하고 있을 정도로 노력합니다.
Q. 관리 방법 루틴이 있을까?
A. 일단 관리는 매일 합니다. 3월 첫째 주부터 시즌 끝날 때까지 매일 매일 잔디를 살피러 구장에 갑니다.
눈으로 먼저 체크하고 그다음에 기기로 점검합니다. 토양 수분 점검하고 이상한 점이 발견되면 조치하고요. 사람도 예방주사 맞듯이 토양과 잔디도 미리 예방하는 주사를 맞거든요? 시약처리도 합니다. 뿌리를 튼튼하게 하는 비료와 약도 주고요. 온도에 따라 잔디가 자라는 속도가 달라서 봄, 가을엔 이틀에 한 번씩 깎아주고요.
Q.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 논란은 잦은 공연 때문? 강릉종합운동장은 공연하지 않아서?
A. 강릉종합운동장에서도 공연합니다. 일반 대관도 하고요. 육상대회도 하고 하죠. 대규모 공연이 서울만큼 많지 않지만... 관건은 복원을 얼마나 잘하는가…. 입니다. 공연할 때 잔디 보호용 패드를 까는데 패드를 깔아도 잔디가 짓눌리게 됩니다. 공연, 행사 이후 짓눌린 잔디를 잘 띄워줘합니다. 그게 어렵고. 잔디가 눌린 상태에선 배수 문제가 생기게 되거든요. 배수가 정말 중요한데 물이 고이면 잔디가 죽고 뿌리부터 썩어들어가면 상태가 심각해지죠. 결국 복원을 잘해야 잔디 상태가 결정됩니다.
국내 축구 경기장에 쓰이는 잔디는 세계적인 수준의 유럽 축구장과 같은 잔디 품종인 켄터키블루글라스.
유럽과 국내 기후가 다른 것이 차이라고 한다면 기후가 비슷한 일본 J리그 잔디 상태는 왜 국내보다 좋은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결국 현재 이슈인 'K리그 황폐화 잔디'는 잔디 품종과 기후의 차이가 아닌 관리의 문제로 확인됐다. 뛰어난 실력을 갖춘 선수들이 있더라도 그라운드 상태에 따라 100% 실력을 발휘할 수 없다면 팬들의 만족감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이번 일을 계기로 잔디 관리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K리그 구단에 필수 전략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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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리그 ‘실크로드’ 강원FC 잔디, 비법은 OO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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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4-10-04 17:54:35
지난달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북중미월드컵 3차 예선 팔레스타인과의 경기를 치르고 난 뒤 잔디 이야기를 꺼내고 한 달 동안 K리그 잔디가 화제다. 연일 기사가 쏟아지고 축구 팬의 관심도 높다. 정치권은 경기장 수익과 관리 비용을 따져봤고 시민단체는 경기장 관리 단체를 고발하기도 했다.
K리그 어떤 경기장의 잔디가 엉망인지 꼽히고 있는 가운데 정반대로 잔디 상태가 훌륭하다고 칭찬이 릴레이처럼 계속되고 있는 곳이 있다. 강원 FC 홈구장인 강릉종합운동장이 대표적이다.
강릉종합운동장은 최근 2년 연속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선정한 그린 스타디움이 됐다. K리그 그라운드 가운데 최고라고 평가받은 것이다. 잔디 관리를 최상으로 해낸 구단에만 주어지는 상인만큼 선수들의 평가도 훌륭하다. 선수들은 "실크처럼 부드럽다."고 말한다.
잔디 상태에 대한 이슈가 큰 요즘이어서 이런 평가는 극찬이다. 강원 FC 김태주 단장은 요즘 "도대체 어떻게 관리를 하는가?"에 대한 연락을 자주 받는다. 이런 의문에 김태주 단장은 한마디로 "관심의 차이"라고 말한다. 이전에도 프로축구 구단에서 오랜 기간 폭넓은 경험을 쌓아온 만큼 김태주 단장이 느끼는 차이는 분명하다. 천연잔디, 인조 잔디, 하이브리드 잔디 등 잔디 종류와 품질보다는 얼마나 관심을 갖고 관리에 정성을 쏟는지가 그라운드 상태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중심엔 강릉시 문화 체육시설 사업소에서 잔디 관리와 대관을 담당하는 최국헌(53) 주무관이 있다. 김태주 단장은 최 주무관을 소개하면서 잔디 관리의 장인으로 평가받을 15년 베테랑이라고 덧붙였다. 최 주무관은 KBS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잔디 관리의 A부터 Z까지 꼼꼼하게 설명하며 실크잔디가 될 수밖에 없는 비법을 밝혔다. 다음은 최주무관과의 일문일답.
Q. 이렇게 잔디에 관심 많았었나 싶은 요즘인데 어떤가?
A. 요즘은 선수들도 팬들도 중계를 통해서 해외리그를 보고 국내 경기를 자주, 많이 보죠. 자연스럽게 선수들의 경기뿐만 아니라 경기장 시설, 그라운드 상태를 보게 되고 그러면서 잔디 상태를 깨닫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강원 FC 잔디 좋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Q. 특별히 강원 FC가 잔디 관리에 더 신경을 쓰는 걸까?
A. 어느 구단이든 관리에 애를 쓸 겁니다. 다만 지속성에서 저희는 차이가 있다고 할까요? 저는 15년째 잔디 관리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강릉시에서 직영으로 맡긴 곳이고, 그러니까 저를 비롯해 잔디 관리 업무 담당 직원이 저희는 1, 2년 하고 바뀌는 게 아니라 계속 이어져 오고 있죠. 그래서 지난 시즌엔 경기장 어느 곳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고 이런 것을 잘 알죠. 따라서 올해는 어떤 것을 더 신경 쓰자고 하고. 구장에 대해서 정말 1cm도 모르는 부분이 없을 정도로 꼼꼼하게 상태를 파악하고 있을 정도로 노력합니다.
Q. 관리 방법 루틴이 있을까?
A. 일단 관리는 매일 합니다. 3월 첫째 주부터 시즌 끝날 때까지 매일 매일 잔디를 살피러 구장에 갑니다.
눈으로 먼저 체크하고 그다음에 기기로 점검합니다. 토양 수분 점검하고 이상한 점이 발견되면 조치하고요. 사람도 예방주사 맞듯이 토양과 잔디도 미리 예방하는 주사를 맞거든요? 시약처리도 합니다. 뿌리를 튼튼하게 하는 비료와 약도 주고요. 온도에 따라 잔디가 자라는 속도가 달라서 봄, 가을엔 이틀에 한 번씩 깎아주고요.
Q.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 논란은 잦은 공연 때문? 강릉종합운동장은 공연하지 않아서?
A. 강릉종합운동장에서도 공연합니다. 일반 대관도 하고요. 육상대회도 하고 하죠. 대규모 공연이 서울만큼 많지 않지만... 관건은 복원을 얼마나 잘하는가…. 입니다. 공연할 때 잔디 보호용 패드를 까는데 패드를 깔아도 잔디가 짓눌리게 됩니다. 공연, 행사 이후 짓눌린 잔디를 잘 띄워줘합니다. 그게 어렵고. 잔디가 눌린 상태에선 배수 문제가 생기게 되거든요. 배수가 정말 중요한데 물이 고이면 잔디가 죽고 뿌리부터 썩어들어가면 상태가 심각해지죠. 결국 복원을 잘해야 잔디 상태가 결정됩니다.
국내 축구 경기장에 쓰이는 잔디는 세계적인 수준의 유럽 축구장과 같은 잔디 품종인 켄터키블루글라스.
유럽과 국내 기후가 다른 것이 차이라고 한다면 기후가 비슷한 일본 J리그 잔디 상태는 왜 국내보다 좋은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결국 현재 이슈인 'K리그 황폐화 잔디'는 잔디 품종과 기후의 차이가 아닌 관리의 문제로 확인됐다. 뛰어난 실력을 갖춘 선수들이 있더라도 그라운드 상태에 따라 100% 실력을 발휘할 수 없다면 팬들의 만족감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이번 일을 계기로 잔디 관리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K리그 구단에 필수 전략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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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미 기자 jju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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