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 전기차 화재, 피해 커진 진짜 이유는? [더 보다]

입력 2024.10.06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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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보다 28회Ⅱ ] 당신의 아파트는 안전합니까?


<전기차 화재 CCTV>
지난 8월 1일, 인천 청라동

차량에서 치솟는 불길.
순식간에 유독가스가 지하주차장에 번집니다.
천장에서는 불똥이 떨어지고,
불과 2분 만에 지하주차장은 암흑으로 변해버렸습니다.

같은 시각 지상에서는 유독가스가 뿜어져 나옵니다.


아파트 주민
소화기를 들고 뒤따라갔는데 그때 뻥 터졌대 소화기로 안 된다.
소화기로 안 되니까 빨리 대피해달라. 까만 연기가 엄청나서 계속.

화재 신고 6분 만에 소방차가 도착했지만, 지하로 진입할 수 없었습니다.

이준규/인천 서부소방서 현장지휘팀장
두 번 정도 (지하주차장 진입을) 실패했고. 워낙 이제 열, 연기가 강해서요.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났습니다.


<인천 청라 아파트 화재 현장>
지난달 19일

참혹했던 현장을 소방 전문가와 다시 찾았습니다.


처음 벤츠 전기차에서 불이 시작된 곳.당시 열기의 흔적이 선명합니다.

박경환/한국소방기술사회 회장
기둥 자체도 지금 훼손이. 불에 폭열로 인해서 상한 거예요.


<전기차 화재 CCTV>
지난 8월 1일, 인천 청라동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전기차에서 불이 시작된 건
오전 6시 7분쯤이었습니다.

빼곡하게 세워진 차량 사이로 연기가 새어 나오더니,
폭발과 함께 20여 초 만에 화염에 휩싸입니다.

■ 불이 확산한 경로는?

소방 전문가 박경환 씨가 화재 닷새 뒤 촬영한 화재 현장.
그런데 무언가 이상한 점이 보입니다.


불이 난 전기차의 왼쪽 차량들은 큰 피해가 없어 보이는데

오히려 멀리 주차된 차량들은 완전히 불에 타버렸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 발화 차량과 가까운 차량 피해 적은 이유는?


불이 시작된 전기차 뒤쪽 벽면에 남아 있는 선명한 화염의 흔적

연기가 빠져나간 흔적을 따라가자, 지상으로 뚫려 있는 채광용 환기구 나옵니다.


이곳으로 열기와 유독가스가 분출되며 가까운 차량으로 불이 번지지 않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박경환/한국소방기술사회 회장
열기가 (불이 난 전기차에서) 탄 것이 위로 쫙 빨려가면서
옆 차로 열기가 전달이 안 됐던 것 같아요.

▶ 발화 차량과 먼 쪽 차량 피해 커진 이유는?

<전기차 화재 CCTV>
지난 8월 1일, 인천 청라동


<불에 탄 보온재에서 떨어지는 불똥>
CCTV 영상에서도 단서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폭발과 함께 화염에 휩싸인 차량.

40여 초 뒤 3미터가량 떨어진 오른쪽 천장 쪽에서 불똥이 쏟아집니다.

조금씩 오른쪽으로 옮겨가는 불똥.

전기차가 폭발하며 천장 배관 보온재에 옮겨붙은 불
5미터 넘게 떨어진 차량까지 번진 겁니다.

박경환/한국소방기술사회 회장
차량 사이에 불이 붙으려면 최소한 한 5분에서 10분 정도 지연이 생겨요.
(불길이) 차량으로 전달돼서 간 게 아니라 보온재를 타고 쭉 간 거예요.
보온재에서 막 불비가 뚝뚝뚝 떨어지니까

■ 급격한 화재 확산 원인은?


불은 천장 상하수도 배관을 감싼 보온재를 태우며 빠르게 번졌습니다.

보온재에서 떨어진 불똥이 차량으로 옮겨붙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박경환/한국소방기술사회 회장
배수 배관, 급수 배관. 이 배관 보온재를 타고 이리 간 거예요.
차가 양쪽으로 이렇게 있었는데 쭉 가면서 불똥이 막 떨어진 거예요.

천장에 거미줄처럼 이어진 상하수도 배관과 케이블.

박경환/한국소방기술사회 회장
배관을 다 모아서 같이 끌고 가면서
하나씩 (각 동으로) 분배를 해주는 게 제일 효율적이잖아요.
비용이 적게 들어요.

보온재와 함께 불에 타며 한순간에 전기와 수도가 끊겨 버렸습니다.

졸지에 한 여름에 264세대가 이재민이 됐습니다.

박경환/한국소방기술사회 회장
전기선 타고 배관 타고 그러면 여기 위에서는 생활이 안 되는 거예요.
물 공급 안 되고 전기 공급 안 되고.


<천안 지하 주차장 화재 CCTV>
2021년 8월, 천안 불당동

천안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

차량에서 솟아오른 불길이 천장으로 빠르게 옮겨붙습니다.

당시에도 천장의 각종 배관을 감싼 보온재 불쏘시개 역할을 했습니다.

보온재를 태우며 50미터 넘게 번진 불로
차량 666대가 불에 타거나 그을렸습니다.

보온재는 얼마나 불이 잘 붙을까.

불을 붙여봤습니다.
불과 5초 만에 보온재에 옮겨붙습니다.


박경환/한국소방기술사회 회장
아티론 보온재라고 해요. 플라스틱을 발포했어요. 공기를 넣어서 부풀려서 단열 효과는 좋지만,
가연성 보온재에 대한 규제. 화재의 성능을 높이는 그런 규제는 필요해요.

■ 진화 작업에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는?

지하 주차장은 사실상 밀폐된 공간이나 다름없습니다.

불이 나면 유독가스를 빠르게 빼내는 제연설비가 필요하지만 설치돼 있지 않습니다.


공기질을 관리하기 위한 환기 설비만 있습니다.

박경환/한국소방기술사회 회장
제연이라고 하는 거는 연기의 발생량 즉 화재의 크기를 염두에 두고 하는 거고
(환기설비는) 뭘 염두에 두고 가냐면 공기 질을 관리하기 때문에
환기량이 많지 않아요. 환기량이 아주 적어요.

환기설비는 불이 나면 아무런 쓸모가 없습니다.

박경환/한국소방기술사회 회장
뜨거운 열기가 (환기설비를) 통과하잖아요. 회전 속도가 줄어요. 점점점.
초기에는 어느 정도 작동할 수 있지만 나중에는 다 이제 멈춰버리는 거죠.

화재 당시 화재 지점으로의 진입이 3시간 만에 이뤄진 것도
제연설비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준규/인천 서부소방서 현장지휘팀장
열과 연기가 가득 차 있으면 쉽게 전진하기가 어렵고 또 위험합니다.
그 위험 요소를 제거하는 작업 자체가 시간이 좀 많이 소요되고.

■ 유독가스 어떻게 확산했나?

아파트 지하주차장은 더 깊고 넓어지고 있습니다.

지하주차장과 아파트의 주거동이
하나로 연결되는 구조로 지어지는 추세입니다.

<청라 화재 연기 확산 시뮬레이션>

청라 아파트 화재 당시 유독가스는 어떻게 확산됐을까?

화재 차량에서 뿜어져 나온 유독가스가 빠르게 확산됩니다.

불과 10여 분 만에 유독가스가 주차장을 가득 채웁니다.


박경환/한국소방기술사회 회장
(아파트) 34개 동이 지하주차장에서 전부 다 연결되어 있습니다.
시뮬레이션을 봤듯이 연기가 확산하는 과정들을 쭉 보는데
한 5분에서 10분 정도 되면은 연기가 상당한 면적으로 확산이 됩니다.

제연설비가 설치됐다면 어땠을까?

유독가스가 급격히 퍼지지 않고 일정 구역에 머무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제연설비가 외부 공기를 불어 넣으면서
유독가스를 외부로 배출시켰기 때문입니다.


제연설비가 있고, 없는지에 따라유독가스의 확산 양상이 달라진 겁니다.


<지하주차장 제연설비 효과 실험>

지하주차장에서 불이 난 상황을 가정해 진행한 실험.

유독가스를 가정한 연기를 발생시키고

10분 뒤 제연 설비를 작동시켰습니다.

빠른 속도로 연기가 제연설비로 빨려 들어갑니다.


지하주차장을 가득 채웠던 연기도
불과 10여 분 만에 사라졌습니다.

박경환/한국소방기술사회 회장
급격한 화재 확산과 열기가 급격하게 모든 개구부로 뿜어져 나오는 상황에서는
소방대원이 화원에 도착해서 화재를 진압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열기와 연기를 배출할 수 있는 별도의 시설 즉 배연 시설 또는 제연 시설이 반드시 필요한 거고요.

■ 유독가스가 아파트 최상층까지 확산한 이유는?

청라 아파트 화재가 남긴 또 하나의 의문점.


지하주차장에 가득 찼던 유독가스는 계단실을 통해 아파트 최상층까지 확산됐습니다.

25층 주민은 화재 당시 대피 상황을 생생히 기억합니다.

아파트 25층 주민
현관문을 딱 열었는데 복도에 연기를 까만 거예요.
거의 연기를 다 마시다시피 하고 내려왔거든요.

지하주차장에 가득 찬 유독가스는 어떻게 아파트 25층까지 퍼졌을까?

지하주차장과 연결된 입구로 아파트에 들어서자, 승강기가 있는 복도가 나옵니다.


복도 한편에는 16층 이상 아파트에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한‘급기 댐퍼’라 불리는 제연설비가 설치돼 있습니다.

불이 나자 화재 감지기가 작동하고,

복도에 있는 ‘급기 댐퍼’가 자동으로 다량의 공기를 뿜어냅니다.

확산하던 유독가스는 뿜어져 나오는 공기에 막혀버립니다.


당시, 이 제연설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에 대한 조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박경환/한국소방기술사회 회장
제연설비가 작동했다면 분명히 각 동의 세대나 계단으로 연기가 올라갈 수 없는 그런 상황이기 때문에

<울산 주상복합 화재>
2020년 10월, 울산 달동

울산의 한 33층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난 화재.

3층에서 시작된 불은 외벽을 타고 순식간에 건물 전체로 번졌습니다.


소방대원들이 몸에 착용한 카메라에는 화재 당시 구조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소방대원이 일일이 문을 두드리며 구조에 나섭니다.

당시 주민 93명이 제연설비가 작동하지 않는 바람에 연기를 마셔 다쳤습니다.

<아파트 제연설비 성능 실험>

아파트 가정집에 불이 난 상황을 가정한 실험.

제연설비를 가동하자 방화문과 유리창이 자동으로 닫힙니다.

복도에 설치된 ‘급기 댐퍼’에서는 강한 바람이 쏟아져 나옵니다.

계단으로 탈출하는 상황.

그런데, 방화문이 닫히지 않습니다.


유독가스 확산을 막기 위해 댐퍼에서 내뿜은 공기 압력이 너무 높아 방화문이 닫히지 않는 겁니다.

김진수/한국소방기술인협회장
(방화문이 닫히지 않으면) 화재실에서 부속실로 연기가 스며 나오는 것을 막을 수가 없죠.
제연설비가 무용지물이 됩니다.

불이 나면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현관문과 계단실 방화문을 열고 대피합니다.


이때마다 댐퍼가 내뿜는 공기량이 수시로 변해 방화문이 닫히지 않는 일이 벌어지는 겁니다.

김진수/한국소방기술인협회장
극단적으로 적어진 풍량과 극단적으로 많은 풍량 사이에서 적당히 조절을 해줘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되죠. 그게 어렵습니다.
1년에 한 번씩 종합 정밀 점검을 해서 소방서에 보고하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그 종합 정밀 점검 항목 재연 설비가 빠져 있습니다.
재연설비가 기본적으로 장비가 작동하는 건 보는데 성능은 안 보는 것이죠.

이런 설비에 대한 점검은 민간 업체에 맡겨져 있습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형식적인 점검을 할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소방시설 점검업체 대표
(제연설비가) 실효성을 발휘하려면, 층별로 일단은 팬까지 다 동작을 시켜서
문을 열었을 때 정상적으로 닫히는 것까지 다 보는 게 원칙은 맞다고 보는 겁니다.
그게 맞지만, 물리적으로 안 된다는 거죠.
설비가 전체적으로 동작을 하는지까지만 점검할 수밖에 없다는 거예요.

지하로 깊고 하늘로 높게 짓고 있는 아파트.

화재 원인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하주차장에는 유독가스를 배출해 줄
제연설비를 설치해야 하는 규정조차 없습니다.

그나마 있는 제연설비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해
탈출구인 비상계단이
유독가스로 가득 차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집니다.

화재 경보가 울려면 대피보다는
불만을 쏟아내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원선/대한주택관리사협회장
화재가 아닌 비화재 경보가 일어나더라도 조금 기다려주는 마음이 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단잠을 깼기 때문에 너무 화가 날 수도 있지만 조금 기다려 주셔서
실제 화재인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 있게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확인할 수 있게 시간을 좀 주시면 좋겠고.

화재 감지기의 오작동률은 96%나 됩니다.

하원선/대한주택관리사협회장
비화재 경보가 자주 생기는 단지라면 감지기 전체를 한번 교체해서
(비화재 경보를) 사전에 막아내는 비용을 투자하겠다는 그런 마음으로
좀 바꿔주시면 좋겠고

아파트는 이제 지하주차장에서
곧장 주민들의 주거 공간으로 직접 연결되는 구조로
대형화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생기는 화재 위험에 대한 대비는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박경환/한국소방기술사회 회장
전체 동을 지하 주차장으로 다 연결하는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이런 형태로
건축 설계가 발전하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까 작은 화재에서 발생하는 리스크, 위험이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그래서 큰 피해가 발생하는 형태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 #유독가스

취재: 이규명
촬영: 조선기 강우용 이제우 이창준
편집: 김기곤
그래픽: 장수현
자료조사: 이승민
조연출: 유화영 김영일
나레이션: 유지원
영상제공: 인천소방본부, 울산소방본부,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 소방방재신문
자료제공 :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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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라 전기차 화재, 피해 커진 진짜 이유는? [더 보다]
    • 입력 2024-10-06 23:14:52
    사회

[더 보다 28회Ⅱ ] 당신의 아파트는 안전합니까?


<전기차 화재 CCTV>
지난 8월 1일, 인천 청라동

차량에서 치솟는 불길.
순식간에 유독가스가 지하주차장에 번집니다.
천장에서는 불똥이 떨어지고,
불과 2분 만에 지하주차장은 암흑으로 변해버렸습니다.

같은 시각 지상에서는 유독가스가 뿜어져 나옵니다.


아파트 주민
소화기를 들고 뒤따라갔는데 그때 뻥 터졌대 소화기로 안 된다.
소화기로 안 되니까 빨리 대피해달라. 까만 연기가 엄청나서 계속.

화재 신고 6분 만에 소방차가 도착했지만, 지하로 진입할 수 없었습니다.

이준규/인천 서부소방서 현장지휘팀장
두 번 정도 (지하주차장 진입을) 실패했고. 워낙 이제 열, 연기가 강해서요.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났습니다.


<인천 청라 아파트 화재 현장>
지난달 19일

참혹했던 현장을 소방 전문가와 다시 찾았습니다.


처음 벤츠 전기차에서 불이 시작된 곳.당시 열기의 흔적이 선명합니다.

박경환/한국소방기술사회 회장
기둥 자체도 지금 훼손이. 불에 폭열로 인해서 상한 거예요.


<전기차 화재 CCTV>
지난 8월 1일, 인천 청라동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전기차에서 불이 시작된 건
오전 6시 7분쯤이었습니다.

빼곡하게 세워진 차량 사이로 연기가 새어 나오더니,
폭발과 함께 20여 초 만에 화염에 휩싸입니다.

■ 불이 확산한 경로는?

소방 전문가 박경환 씨가 화재 닷새 뒤 촬영한 화재 현장.
그런데 무언가 이상한 점이 보입니다.


불이 난 전기차의 왼쪽 차량들은 큰 피해가 없어 보이는데

오히려 멀리 주차된 차량들은 완전히 불에 타버렸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 발화 차량과 가까운 차량 피해 적은 이유는?


불이 시작된 전기차 뒤쪽 벽면에 남아 있는 선명한 화염의 흔적

연기가 빠져나간 흔적을 따라가자, 지상으로 뚫려 있는 채광용 환기구 나옵니다.


이곳으로 열기와 유독가스가 분출되며 가까운 차량으로 불이 번지지 않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박경환/한국소방기술사회 회장
열기가 (불이 난 전기차에서) 탄 것이 위로 쫙 빨려가면서
옆 차로 열기가 전달이 안 됐던 것 같아요.

▶ 발화 차량과 먼 쪽 차량 피해 커진 이유는?

<전기차 화재 CCTV>
지난 8월 1일, 인천 청라동


<불에 탄 보온재에서 떨어지는 불똥>
CCTV 영상에서도 단서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폭발과 함께 화염에 휩싸인 차량.

40여 초 뒤 3미터가량 떨어진 오른쪽 천장 쪽에서 불똥이 쏟아집니다.

조금씩 오른쪽으로 옮겨가는 불똥.

전기차가 폭발하며 천장 배관 보온재에 옮겨붙은 불
5미터 넘게 떨어진 차량까지 번진 겁니다.

박경환/한국소방기술사회 회장
차량 사이에 불이 붙으려면 최소한 한 5분에서 10분 정도 지연이 생겨요.
(불길이) 차량으로 전달돼서 간 게 아니라 보온재를 타고 쭉 간 거예요.
보온재에서 막 불비가 뚝뚝뚝 떨어지니까

■ 급격한 화재 확산 원인은?


불은 천장 상하수도 배관을 감싼 보온재를 태우며 빠르게 번졌습니다.

보온재에서 떨어진 불똥이 차량으로 옮겨붙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박경환/한국소방기술사회 회장
배수 배관, 급수 배관. 이 배관 보온재를 타고 이리 간 거예요.
차가 양쪽으로 이렇게 있었는데 쭉 가면서 불똥이 막 떨어진 거예요.

천장에 거미줄처럼 이어진 상하수도 배관과 케이블.

박경환/한국소방기술사회 회장
배관을 다 모아서 같이 끌고 가면서
하나씩 (각 동으로) 분배를 해주는 게 제일 효율적이잖아요.
비용이 적게 들어요.

보온재와 함께 불에 타며 한순간에 전기와 수도가 끊겨 버렸습니다.

졸지에 한 여름에 264세대가 이재민이 됐습니다.

박경환/한국소방기술사회 회장
전기선 타고 배관 타고 그러면 여기 위에서는 생활이 안 되는 거예요.
물 공급 안 되고 전기 공급 안 되고.


<천안 지하 주차장 화재 CCTV>
2021년 8월, 천안 불당동

천안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

차량에서 솟아오른 불길이 천장으로 빠르게 옮겨붙습니다.

당시에도 천장의 각종 배관을 감싼 보온재 불쏘시개 역할을 했습니다.

보온재를 태우며 50미터 넘게 번진 불로
차량 666대가 불에 타거나 그을렸습니다.

보온재는 얼마나 불이 잘 붙을까.

불을 붙여봤습니다.
불과 5초 만에 보온재에 옮겨붙습니다.


박경환/한국소방기술사회 회장
아티론 보온재라고 해요. 플라스틱을 발포했어요. 공기를 넣어서 부풀려서 단열 효과는 좋지만,
가연성 보온재에 대한 규제. 화재의 성능을 높이는 그런 규제는 필요해요.

■ 진화 작업에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는?

지하 주차장은 사실상 밀폐된 공간이나 다름없습니다.

불이 나면 유독가스를 빠르게 빼내는 제연설비가 필요하지만 설치돼 있지 않습니다.


공기질을 관리하기 위한 환기 설비만 있습니다.

박경환/한국소방기술사회 회장
제연이라고 하는 거는 연기의 발생량 즉 화재의 크기를 염두에 두고 하는 거고
(환기설비는) 뭘 염두에 두고 가냐면 공기 질을 관리하기 때문에
환기량이 많지 않아요. 환기량이 아주 적어요.

환기설비는 불이 나면 아무런 쓸모가 없습니다.

박경환/한국소방기술사회 회장
뜨거운 열기가 (환기설비를) 통과하잖아요. 회전 속도가 줄어요. 점점점.
초기에는 어느 정도 작동할 수 있지만 나중에는 다 이제 멈춰버리는 거죠.

화재 당시 화재 지점으로의 진입이 3시간 만에 이뤄진 것도
제연설비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준규/인천 서부소방서 현장지휘팀장
열과 연기가 가득 차 있으면 쉽게 전진하기가 어렵고 또 위험합니다.
그 위험 요소를 제거하는 작업 자체가 시간이 좀 많이 소요되고.

■ 유독가스 어떻게 확산했나?

아파트 지하주차장은 더 깊고 넓어지고 있습니다.

지하주차장과 아파트의 주거동이
하나로 연결되는 구조로 지어지는 추세입니다.

<청라 화재 연기 확산 시뮬레이션>

청라 아파트 화재 당시 유독가스는 어떻게 확산됐을까?

화재 차량에서 뿜어져 나온 유독가스가 빠르게 확산됩니다.

불과 10여 분 만에 유독가스가 주차장을 가득 채웁니다.


박경환/한국소방기술사회 회장
(아파트) 34개 동이 지하주차장에서 전부 다 연결되어 있습니다.
시뮬레이션을 봤듯이 연기가 확산하는 과정들을 쭉 보는데
한 5분에서 10분 정도 되면은 연기가 상당한 면적으로 확산이 됩니다.

제연설비가 설치됐다면 어땠을까?

유독가스가 급격히 퍼지지 않고 일정 구역에 머무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제연설비가 외부 공기를 불어 넣으면서
유독가스를 외부로 배출시켰기 때문입니다.


제연설비가 있고, 없는지에 따라유독가스의 확산 양상이 달라진 겁니다.


<지하주차장 제연설비 효과 실험>

지하주차장에서 불이 난 상황을 가정해 진행한 실험.

유독가스를 가정한 연기를 발생시키고

10분 뒤 제연 설비를 작동시켰습니다.

빠른 속도로 연기가 제연설비로 빨려 들어갑니다.


지하주차장을 가득 채웠던 연기도
불과 10여 분 만에 사라졌습니다.

박경환/한국소방기술사회 회장
급격한 화재 확산과 열기가 급격하게 모든 개구부로 뿜어져 나오는 상황에서는
소방대원이 화원에 도착해서 화재를 진압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열기와 연기를 배출할 수 있는 별도의 시설 즉 배연 시설 또는 제연 시설이 반드시 필요한 거고요.

■ 유독가스가 아파트 최상층까지 확산한 이유는?

청라 아파트 화재가 남긴 또 하나의 의문점.


지하주차장에 가득 찼던 유독가스는 계단실을 통해 아파트 최상층까지 확산됐습니다.

25층 주민은 화재 당시 대피 상황을 생생히 기억합니다.

아파트 25층 주민
현관문을 딱 열었는데 복도에 연기를 까만 거예요.
거의 연기를 다 마시다시피 하고 내려왔거든요.

지하주차장에 가득 찬 유독가스는 어떻게 아파트 25층까지 퍼졌을까?

지하주차장과 연결된 입구로 아파트에 들어서자, 승강기가 있는 복도가 나옵니다.


복도 한편에는 16층 이상 아파트에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한‘급기 댐퍼’라 불리는 제연설비가 설치돼 있습니다.

불이 나자 화재 감지기가 작동하고,

복도에 있는 ‘급기 댐퍼’가 자동으로 다량의 공기를 뿜어냅니다.

확산하던 유독가스는 뿜어져 나오는 공기에 막혀버립니다.


당시, 이 제연설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에 대한 조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박경환/한국소방기술사회 회장
제연설비가 작동했다면 분명히 각 동의 세대나 계단으로 연기가 올라갈 수 없는 그런 상황이기 때문에

<울산 주상복합 화재>
2020년 10월, 울산 달동

울산의 한 33층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난 화재.

3층에서 시작된 불은 외벽을 타고 순식간에 건물 전체로 번졌습니다.


소방대원들이 몸에 착용한 카메라에는 화재 당시 구조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소방대원이 일일이 문을 두드리며 구조에 나섭니다.

당시 주민 93명이 제연설비가 작동하지 않는 바람에 연기를 마셔 다쳤습니다.

<아파트 제연설비 성능 실험>

아파트 가정집에 불이 난 상황을 가정한 실험.

제연설비를 가동하자 방화문과 유리창이 자동으로 닫힙니다.

복도에 설치된 ‘급기 댐퍼’에서는 강한 바람이 쏟아져 나옵니다.

계단으로 탈출하는 상황.

그런데, 방화문이 닫히지 않습니다.


유독가스 확산을 막기 위해 댐퍼에서 내뿜은 공기 압력이 너무 높아 방화문이 닫히지 않는 겁니다.

김진수/한국소방기술인협회장
(방화문이 닫히지 않으면) 화재실에서 부속실로 연기가 스며 나오는 것을 막을 수가 없죠.
제연설비가 무용지물이 됩니다.

불이 나면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현관문과 계단실 방화문을 열고 대피합니다.


이때마다 댐퍼가 내뿜는 공기량이 수시로 변해 방화문이 닫히지 않는 일이 벌어지는 겁니다.

김진수/한국소방기술인협회장
극단적으로 적어진 풍량과 극단적으로 많은 풍량 사이에서 적당히 조절을 해줘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되죠. 그게 어렵습니다.
1년에 한 번씩 종합 정밀 점검을 해서 소방서에 보고하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그 종합 정밀 점검 항목 재연 설비가 빠져 있습니다.
재연설비가 기본적으로 장비가 작동하는 건 보는데 성능은 안 보는 것이죠.

이런 설비에 대한 점검은 민간 업체에 맡겨져 있습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형식적인 점검을 할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소방시설 점검업체 대표
(제연설비가) 실효성을 발휘하려면, 층별로 일단은 팬까지 다 동작을 시켜서
문을 열었을 때 정상적으로 닫히는 것까지 다 보는 게 원칙은 맞다고 보는 겁니다.
그게 맞지만, 물리적으로 안 된다는 거죠.
설비가 전체적으로 동작을 하는지까지만 점검할 수밖에 없다는 거예요.

지하로 깊고 하늘로 높게 짓고 있는 아파트.

화재 원인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하주차장에는 유독가스를 배출해 줄
제연설비를 설치해야 하는 규정조차 없습니다.

그나마 있는 제연설비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해
탈출구인 비상계단이
유독가스로 가득 차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집니다.

화재 경보가 울려면 대피보다는
불만을 쏟아내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원선/대한주택관리사협회장
화재가 아닌 비화재 경보가 일어나더라도 조금 기다려주는 마음이 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단잠을 깼기 때문에 너무 화가 날 수도 있지만 조금 기다려 주셔서
실제 화재인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 있게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확인할 수 있게 시간을 좀 주시면 좋겠고.

화재 감지기의 오작동률은 96%나 됩니다.

하원선/대한주택관리사협회장
비화재 경보가 자주 생기는 단지라면 감지기 전체를 한번 교체해서
(비화재 경보를) 사전에 막아내는 비용을 투자하겠다는 그런 마음으로
좀 바꿔주시면 좋겠고

아파트는 이제 지하주차장에서
곧장 주민들의 주거 공간으로 직접 연결되는 구조로
대형화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생기는 화재 위험에 대한 대비는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박경환/한국소방기술사회 회장
전체 동을 지하 주차장으로 다 연결하는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이런 형태로
건축 설계가 발전하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까 작은 화재에서 발생하는 리스크, 위험이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그래서 큰 피해가 발생하는 형태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 #유독가스

취재: 이규명
촬영: 조선기 강우용 이제우 이창준
편집: 김기곤
그래픽: 장수현
자료조사: 이승민
조연출: 유화영 김영일
나레이션: 유지원
영상제공: 인천소방본부, 울산소방본부,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 소방방재신문
자료제공 :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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