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팔도 사투리 다모여…북한말 차이점은?

입력 2024.10.12 (08:29) 수정 2024.10.12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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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9일은 578번째 한글날이었습니다.

1446년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하고 반포한 것을 기념하는 날인데요.

한글날을 맞아 전국 곳곳에선 다채로운 행사가 열렸습니다.

시민들은 연극과 공연 등 체험행사를 함께하며 우리 말과 글의 소중함을 되새겼는데요.

특히 각 지역의 독특한 사투리들이 한자리에 모인 축제 현장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북한 사투리와 관련된 연극과 체험행사도 마련됐다고 합니다.

장예진 리포터가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한글날을 기념해 열린 말모이 축제장.

우리 글과 말을 즐기고 배우는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말모이'란 1910년 주시경 선생의 뜻을 이어 편찬된 국어사전, '말모이'에서 이름을 따왔는데요.

["(엉성시럽다.) '엉성시럽다'가 뭐야? 지긋지긋! (정답!)"]

전국의 사투리들이 이날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여우고'의 뜻이 뭘까요. (결혼했다!) 정답입니다. 어머니 고향이 어디세요? (경기도요.)"]

단순히 한글이라는 문자의 우수성을 기리는 데 그치지 않고 이북 지역을 포함한 전국의 다양한 우리말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북녘 언어의 특색과 독특함을 선보일 뿐만 아니라 남과 북의 언어 차이를 느낄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됐습니다.

북녘과는 거리가 가장 먼 데다 알아듣기 어렵기로 첫손가락에 꼽히는 제주도 사투리.

["'감옵서' 뜻은 무엇일까요? (갔다 오세요.) 갔다 오세요. 정답!"]

낯선 사투리의 뜻을 척척 알아맞히는 시민들처럼, 남과 북의 사람들은 우리말로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을까요.

[김보리/참가자 : "(북한 사람이랑 제주도 사람이랑 만나면 말이 통할까요?) 북한 사람들은 한글만 쓰잖아요. 제주도 사투리를 봤는데 외래어가 거의 없어요. 그러니까 저는 100% 잘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한반도에 있는 다양한 사투리들은 얼핏 들으면 매우 달라 보여도 끼리끼리 닮은 것들이 있다고 하는데요.

땅은 비록 남과 북으로 나뉘게 됐지만 한민족의 언어에는 원래 경계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자순/말모이축제 조직위원장 : "태백산맥을 중심으로 함경도는 경상도 말투하고 많이 닮았고요. 그다음에 평안도는 서울말이랑 굉장히 유사하고 그 위의 지역은 충청도 말이랑 전라도 말이랑 비슷한 흐름이 있습니다."]

강원도 원산 출신인 김봄희 대표는 종종 고향 말과 비슷한 남녘 사투리를 들으면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고 하는데요.

[김봄희/탈북민 극단 대표 : "남쪽 지방에 놀러 갔는데 '주근주근'이라는 말을 많이 쓰시던데 북한에서도 '주근주근'이라는 말을 많이 썼거든요. 느긋하게 계속 지속적으로 한다 이럴 때."]

김 대표가 운영하는 이북 말 천막에 모인 사람들이 별다른 귀띔 없이도 북한말의 의미를 척척 알아갑니다.

["(전구를 북한말로?) 불알! (맞습니다!)"]

문제를 맞히며, 부쩍 북한말과 가까워진 듯한 모습인데요.

[박현정/참가자 : "말이 통한다 그 자체가 저는 민족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말이 통하는데 떨어져 살고 있을 뿐이다. 이런 기회를 통해서 그걸 다시 느끼게 되어서 좋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언어 속 남북 간 문화 차이가 크게 느껴지는 순간이 많다고 하는데요.

[김봄희/극단 대표 : "'피나게 열심히 해야 돼.' (북한말 중에) '피난다'는 게 정말 열성적으로 최선을 다해서 하는 걸 말하는 데 아이들이 동네 어른들에게 '피나게 하고 있다' 이렇게 말했는데 동네 다른 남한분들이 '피 나온다고?' 이렇게 오해가 발생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북 지역의 (극단) '문화잇수다'의 '붉은 손톱달'!"]

김 대표는 이러한 경험담을 작품에 담아냈습니다.

작가로 참여한 연극이 이번 축제에 선보이게 된 건데요.

연극의 일부를 사전에 공개하는 갈무리 공연에선, 하나원에 입소한 탈북민들이 언어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장면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그거이 여기 게 아니라요. 북조선 거잖아요."]

작품을 쓴 김 대표가 겪었던 이야기들이 녹아들었다고 하는데요.

["북한이탈주민들이 한국에 처음 왔을 때 겪는 언어적인 어려움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김봄희/극단 대표 : "제 경우에는 아무래도 외래어랑 그리고 줄임말, 그리고 그때그때 유행하는 언어들 상당히 그런 거를 배우고 적응하고 있는데 아직 어렵습니다."]

작품을 통해 '이북 언어'에 대한 오해와 탈북민의 고민을 풀어낸 겁니다.

[이해성/'붉은 손톱달' 예술감독 : "북한의 주민과 우리가 다르지 않은 사람이고 그들이 겪는 아픔이나 곤란한 점들을 이해하게 되면서 남과 북이 소통할 수 있는 그런 여지들이 많이 생기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탈북민이 남녘의 언어와 문화에 대해 적응을 한다 하더라도 그걸로 끝이 아니라고 합니다.

우리가 북녘의 언어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닌지 그 고민들을 들어보겠습니다.

10월 말 정식 공연을 앞둔 연극 '붉은 손톱달'의 연습 현장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지금 뭐 하고 계신 거예요?) 지금 붉은 손톱달 연습하고 있습니다."]

연극은 남한에서 성공한 탈북민 변리사 '선아'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어집니다.

김 대표는 '북한말다움', '북한사람다움'에 대해 남측 사람들이 가지는 편견을 연극에 반영했습니다.

북한 말에 대한 어설픈 지식을 갖고 탈북민의 말투를 평가하려 하거나, 능숙한 남측 말씨를 쓰면 북한 사람답지 않다고 하는 등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히는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김봄희/극단 대표 : "함북도 말을 약간 (전형적인) 북한말처럼 인식하고 계신 분들이 많으셔서 저같이 강원도에서 온 사람이 말을 하면 그거 어디 말이냐고 북한말 아니라고 그런 얘기를 저는 진짜 많이 들었습니다."]

연출을 통해 북한 각 지역 사투리가 갖는 어투를 구현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고 하는데요.

[손아진/연출가 : "북한말의 아름다움이 있는데 그거를 그냥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거에 집중했던 것 같아요."]

대사 속 단어와 문장들을 녹음해 북한 사투리를 익혀나갔다는 배우들.

["(북조선 거잖아요.) 이런 느낌입니다."]

["북조선에 떨군단데(돌아간다는데) 무슨 말이야요."]

지역별 말투를 제법 구분할 만큼, 북한 사투리 대사에 익숙해졌다고 하는데요.

[이지혜/연극배우 : "함경북도는 '야 니 선아 아니지 어찌 이리 다른 사람이 됐니?'"]

[이혜리/연극 배우 : "강원도 스타일은 '글쎄 그거를 잘 모르갔는디 중국서 돌아챘시오.' 이런 느낌입니다."]

["강원도는 우리나라 강원도랑 사투리가 비슷한 느낌이고 확실히 함경북도는 톤이 굉장히 높낮이가 있잖아요. 경상도와 비슷한 느낌이 나네요."]

앞으로도 계속 다양한 북한말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는 김봄희 대표.

[김봄희/극단 대표 : "북한말다움은 뭐고 우리가 보고 있는 북한 사람에 대한 이미지는 어떤 거야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었습니다."]

언젠가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는 남과 북의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지며 서로를 이웃으로 자연스레 받아들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다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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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팔도 사투리 다모여…북한말 차이점은?
    • 입력 2024-10-12 08:29:46
    • 수정2024-10-12 08:4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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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9일은 578번째 한글날이었습니다.

1446년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하고 반포한 것을 기념하는 날인데요.

한글날을 맞아 전국 곳곳에선 다채로운 행사가 열렸습니다.

시민들은 연극과 공연 등 체험행사를 함께하며 우리 말과 글의 소중함을 되새겼는데요.

특히 각 지역의 독특한 사투리들이 한자리에 모인 축제 현장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북한 사투리와 관련된 연극과 체험행사도 마련됐다고 합니다.

장예진 리포터가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한글날을 기념해 열린 말모이 축제장.

우리 글과 말을 즐기고 배우는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말모이'란 1910년 주시경 선생의 뜻을 이어 편찬된 국어사전, '말모이'에서 이름을 따왔는데요.

["(엉성시럽다.) '엉성시럽다'가 뭐야? 지긋지긋! (정답!)"]

전국의 사투리들이 이날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여우고'의 뜻이 뭘까요. (결혼했다!) 정답입니다. 어머니 고향이 어디세요? (경기도요.)"]

단순히 한글이라는 문자의 우수성을 기리는 데 그치지 않고 이북 지역을 포함한 전국의 다양한 우리말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북녘 언어의 특색과 독특함을 선보일 뿐만 아니라 남과 북의 언어 차이를 느낄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됐습니다.

북녘과는 거리가 가장 먼 데다 알아듣기 어렵기로 첫손가락에 꼽히는 제주도 사투리.

["'감옵서' 뜻은 무엇일까요? (갔다 오세요.) 갔다 오세요. 정답!"]

낯선 사투리의 뜻을 척척 알아맞히는 시민들처럼, 남과 북의 사람들은 우리말로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을까요.

[김보리/참가자 : "(북한 사람이랑 제주도 사람이랑 만나면 말이 통할까요?) 북한 사람들은 한글만 쓰잖아요. 제주도 사투리를 봤는데 외래어가 거의 없어요. 그러니까 저는 100% 잘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한반도에 있는 다양한 사투리들은 얼핏 들으면 매우 달라 보여도 끼리끼리 닮은 것들이 있다고 하는데요.

땅은 비록 남과 북으로 나뉘게 됐지만 한민족의 언어에는 원래 경계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자순/말모이축제 조직위원장 : "태백산맥을 중심으로 함경도는 경상도 말투하고 많이 닮았고요. 그다음에 평안도는 서울말이랑 굉장히 유사하고 그 위의 지역은 충청도 말이랑 전라도 말이랑 비슷한 흐름이 있습니다."]

강원도 원산 출신인 김봄희 대표는 종종 고향 말과 비슷한 남녘 사투리를 들으면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고 하는데요.

[김봄희/탈북민 극단 대표 : "남쪽 지방에 놀러 갔는데 '주근주근'이라는 말을 많이 쓰시던데 북한에서도 '주근주근'이라는 말을 많이 썼거든요. 느긋하게 계속 지속적으로 한다 이럴 때."]

김 대표가 운영하는 이북 말 천막에 모인 사람들이 별다른 귀띔 없이도 북한말의 의미를 척척 알아갑니다.

["(전구를 북한말로?) 불알! (맞습니다!)"]

문제를 맞히며, 부쩍 북한말과 가까워진 듯한 모습인데요.

[박현정/참가자 : "말이 통한다 그 자체가 저는 민족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말이 통하는데 떨어져 살고 있을 뿐이다. 이런 기회를 통해서 그걸 다시 느끼게 되어서 좋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언어 속 남북 간 문화 차이가 크게 느껴지는 순간이 많다고 하는데요.

[김봄희/극단 대표 : "'피나게 열심히 해야 돼.' (북한말 중에) '피난다'는 게 정말 열성적으로 최선을 다해서 하는 걸 말하는 데 아이들이 동네 어른들에게 '피나게 하고 있다' 이렇게 말했는데 동네 다른 남한분들이 '피 나온다고?' 이렇게 오해가 발생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북 지역의 (극단) '문화잇수다'의 '붉은 손톱달'!"]

김 대표는 이러한 경험담을 작품에 담아냈습니다.

작가로 참여한 연극이 이번 축제에 선보이게 된 건데요.

연극의 일부를 사전에 공개하는 갈무리 공연에선, 하나원에 입소한 탈북민들이 언어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장면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그거이 여기 게 아니라요. 북조선 거잖아요."]

작품을 쓴 김 대표가 겪었던 이야기들이 녹아들었다고 하는데요.

["북한이탈주민들이 한국에 처음 왔을 때 겪는 언어적인 어려움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김봄희/극단 대표 : "제 경우에는 아무래도 외래어랑 그리고 줄임말, 그리고 그때그때 유행하는 언어들 상당히 그런 거를 배우고 적응하고 있는데 아직 어렵습니다."]

작품을 통해 '이북 언어'에 대한 오해와 탈북민의 고민을 풀어낸 겁니다.

[이해성/'붉은 손톱달' 예술감독 : "북한의 주민과 우리가 다르지 않은 사람이고 그들이 겪는 아픔이나 곤란한 점들을 이해하게 되면서 남과 북이 소통할 수 있는 그런 여지들이 많이 생기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탈북민이 남녘의 언어와 문화에 대해 적응을 한다 하더라도 그걸로 끝이 아니라고 합니다.

우리가 북녘의 언어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닌지 그 고민들을 들어보겠습니다.

10월 말 정식 공연을 앞둔 연극 '붉은 손톱달'의 연습 현장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지금 뭐 하고 계신 거예요?) 지금 붉은 손톱달 연습하고 있습니다."]

연극은 남한에서 성공한 탈북민 변리사 '선아'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어집니다.

김 대표는 '북한말다움', '북한사람다움'에 대해 남측 사람들이 가지는 편견을 연극에 반영했습니다.

북한 말에 대한 어설픈 지식을 갖고 탈북민의 말투를 평가하려 하거나, 능숙한 남측 말씨를 쓰면 북한 사람답지 않다고 하는 등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히는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김봄희/극단 대표 : "함북도 말을 약간 (전형적인) 북한말처럼 인식하고 계신 분들이 많으셔서 저같이 강원도에서 온 사람이 말을 하면 그거 어디 말이냐고 북한말 아니라고 그런 얘기를 저는 진짜 많이 들었습니다."]

연출을 통해 북한 각 지역 사투리가 갖는 어투를 구현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고 하는데요.

[손아진/연출가 : "북한말의 아름다움이 있는데 그거를 그냥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거에 집중했던 것 같아요."]

대사 속 단어와 문장들을 녹음해 북한 사투리를 익혀나갔다는 배우들.

["(북조선 거잖아요.) 이런 느낌입니다."]

["북조선에 떨군단데(돌아간다는데) 무슨 말이야요."]

지역별 말투를 제법 구분할 만큼, 북한 사투리 대사에 익숙해졌다고 하는데요.

[이지혜/연극배우 : "함경북도는 '야 니 선아 아니지 어찌 이리 다른 사람이 됐니?'"]

[이혜리/연극 배우 : "강원도 스타일은 '글쎄 그거를 잘 모르갔는디 중국서 돌아챘시오.' 이런 느낌입니다."]

["강원도는 우리나라 강원도랑 사투리가 비슷한 느낌이고 확실히 함경북도는 톤이 굉장히 높낮이가 있잖아요. 경상도와 비슷한 느낌이 나네요."]

앞으로도 계속 다양한 북한말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는 김봄희 대표.

[김봄희/극단 대표 : "북한말다움은 뭐고 우리가 보고 있는 북한 사람에 대한 이미지는 어떤 거야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었습니다."]

언젠가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는 남과 북의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지며 서로를 이웃으로 자연스레 받아들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다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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