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보다] 얼어 죽어도 ‘서울’ 신축!

입력 2024.10.13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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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보다 29회 Ⅱ] 얼어 죽어도 '서울' 신축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아파트. 이 아파트는 지난 8월 큰 화제가 됐습니다. 국민평형인 전용 84㎡가 역대 최고가인 60억 원에 거래된 겁니다.

김인만/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
한강 전망이 나오고요, 강남의 새 아파트고요, 현재 현존하는 강남에서 가장 좋은 아파트, 새 아파트이기 때문에.

2018년 12월 입주한 서울 송파구의 대단지 아파트. 올 초부터 가격이 올라 지난 7월 전용 84㎡가 24억 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기록했습니다.

최낙서/공인중개사
거의 신축, 한 5년에서 10년 사이 된 것만 해도 많은 시설이 들어와 있기 때문에 그쪽으로 많이 쏠림현상이 일어나지 않는가.


최근 들어 더욱 귀해진 서울의 신축 아파트. 얼죽신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왔습니다. 얼어 죽어도 신축의 줄임말입니다.

그런데 한편에선 다 지어놓고 주인을 못 구한 미분양 아파트가 쌓여갑니다. 혼돈의 주택시장, 어디로 가는 걸까요?


■ 얼어 죽어도 신축…"주거 만족 기준치 높아"

지난 4월 완공된 서울 동작구의 새 아파트. 최정회 씨 부부는 이곳에 신혼집을 마련했습니다.

최정회/신혼부부
안녕하세요. 저는 광화문에서 근무하고 있고 올해 나이는 33살입니다. 최정회라고 합니다.

채은솔/신혼부부
저도 역시 직장인이고요, 저는 만으로 34살 채은솔입니다.

신혼집이라고 하지만 주방에 놓인 밥솥 하나가 살림의 전부입니다. 다음 달 치를 결혼식에 앞서 서둘러 신혼집부터 구해놓은 겁니다.


이 아파트의 분양가는 전용 84㎡ 기준 최고 13억 9천만 원. 높은 분양가 때문에 지난해 진행된 분양에서 771세대 가운데 약 200세대가 계약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신축 선호 수요가 몰리면서 모두 팔렸습니다.

최정회/신혼부부
계약 자체를 6월에 했거든요. 그때 미분양이 나서 분양사무실에 와서 계약한 거니까.

최 씨 부부는 아파트 가격의 60%인 약 8억 원을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로 조달했습니다. 신축에 들어오려고 결혼 비용도 최대한 아꼈습니다.


채은솔/신혼부부
원래 신혼여행도 칸쿤으로 가려다가 그냥 사이판으로 바꿨거든요.

비용 부담을 감수하고 이렇게까지 신축을 선택한 이유는 뭘까.

최정회/신혼부부
커뮤니티 시설, 그리고 입주민들과의 커뮤니티, 그리고 초등학교가 근접해 있고, 이런 부분들이 저는 얼죽신을 선택하는 이유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신축 아파트를 선호하는 현상, 얼죽신. 왜 이런 신조어가 생긴 걸까?


박원갑/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
최근의 트렌드 중의 하나가 주로 신축에 대한 선호가 강합니다. 확실히 신축이 좀 낡은 집에 비해서 가격 상승률이 약간 높습니다. 그건 요새 3, 40대들의 주거 트렌드하고도 맞물려 있는데요, 그러니까 주거 만족의 기준치, 이게 윗세대보다 좀 높습니다.

■ 신축으로 몰리는 수요…"가격도 더 빨리 올라"


서울 송파구의 대단지 아파트. 입주 6년 차인 ‘준신축’ 단지로 꼽힙니다. 아파트 단지 안은 마치 공원 같은 느낌입니다.

아파트 입주민/
학교도 단지 내에 있고, 아이들 생활에 좋은 거 같아서. 어린이집도 여러 개 있습니다. 거기 다니고 있고요.

수영장과 골프연습장, 조식 시설도 갖췄습니다.

아파트 입주민/
집 크기를 키워서 오면서 여기 커뮤니티를 누려보려고 온 거고.


신축이라고 항상 인기가 있었던 건 아닙니다. 부동산 폭등기인 2022년 초, 전용 84㎡ 기준 23억 원을 넘었던 매매 가격은 금리 인상 이후 뚝 떨어져 15억 원 정도에 거래되기도 했습니다.

이후 점차 회복세를 보이더니 지난 7월에는 전고점을 넘어 24억 원에 거래된 매물도 있습니다. 평수는 그대로 구축에서 신축으로 옮기는 ‘갈아타기’ 수요가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최낙서/공인중개사
전용 84㎡에서 전용 84㎡로 옮기신 분들은 융자를 5억에서 8억 정도로 받고 오신 분이 많습니다. (기존 주택은 다 처분하고요?) 네, 그렇죠. 1가구 1주택으로.

이 아파트와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둔 20년 차 구축 아파트. 전용 84㎡ 기준 준신축이 2억 5천만 원 오를 때 같은 평수가 1억 2천만 원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최낙서/공인중개사
오르는 폭도 좀 차이가 나고, 또 쉽게 현금화시킬 수 있는 손바뀜도 쉽게 될 수 있다. 급할 때는 빨리 매매하고 다른 데 옮겨갈 수 있는 그런 장점도 있다고 봐야겠죠.

서울 전체로 넓혀봐도 최근 구축과 신축의 가격 차이는 두드러집니다.


올해 들어 8월까지 신축 아파트값의 상승 속도는 구축 아파트보다 2배 넘게 빠릅니다. 이렇다 보니 구축 아파트에서 재건축을 기다리던 이른바 ‘몸테크’도 예전보다 많이 줄었습니다.

박원갑/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
재건축 아파트를 사서 꿩 먹고 알 먹고 있잖아요. 내 집 마련도 하고, 내 집도 넓히고, 시세차익도 얻겠다는 이런 투자를 과거보다 안 하는 경향들이 나타나요. 주로 거주 공간으로서 사는 어떤 그런 경향이 좀 강한 것 같고요.

■ 얼죽신이 낳은 변칙거래…양도세 전가·다운거래 의혹

서울 광진구의 한 아파트 단지. 내년 3월 입주 예정으로 막바지 공사가 한창입니다.


이 아파트는 지난 8월 1년 동안 묶였던 분양권 전매 제한이 풀렸습니다. 이후 두 달 사이 분양권 거래는 60여 건. 일반 분양된 물량의 약 10%가 거래됐습니다.

박원갑/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
새집은 살고 싶고, 청약에 당첨된다는 보장은 없고, 그러니까 차선책으로 분양권이나 입주권을 산다, 이렇게 보시면 될 것 같고요. 그리고 전매제한이 지금 강남이나 이런 데 빼고는 많이 풀리면서.

웃돈은 얼마나 붙었을까?


분양가는 84㎡ 기준 최고 14억 9천만 원. 네이버 부동산을 보니 같은 평형 매물이 18억에서 21억 원대에 올라와 있습니다. 그런데, ‘양도세 매수자 부담’이라는 설명이 붙어있습니다.

공인중개사(음성변조)
(양도세 포함해서 20억 초반인 거예요?) 중반대요. 25억 정도 될 것 같아요. 양도세 전부 다 포함해서요. 지금 계약된 것도 다 매수자 부담으로 계약이 됐어요.

최근 분양권 거래에서 일반적이라는 ' 손피 거래'.


공인중개사(음성변조)
손피가 무슨 뜻이냐, 의견이 분분했어요. 결국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분양권 매도하는 사람이 자기 손에 떨어지는 돈(프리미엄)만 얘기하는 거죠.

1년 된 분양권을 팔아 차익을 보면 매도자는 수익의 66%를 양도세로 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웃돈 5억 원을 받을 경우 양도세만 3억 3천만 원입니다.


이 세금을 매수자가 대신 내준다는 겁니다.

김인만/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
새 아파트가 워낙 희소하기 때문에. 매매 가능한 분양권, 전매 물량은 특히 더 부족합니다. 그러니까 (매도자가) 큰소리치는 거예요. 양도세도 네가 내고. 원래 양도세는 본인이 내야 되는 거죠.

이 거래는 불법일까 합법일까?

예를 들어 매도 차익 5억 원에 대한 양도세는 3억 3천만 원. 만약 이 돈을 매수자가 내주면 매도자에게는 3억 3천만 원이라는 추가 수익에 대한 2차 양도세가 발생합니다.


지난해 말 기획재정부는 매수자가 2차 양도세까지 내면 된다는 취지의 유권해석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논란의 여지는 남습니다.

김예림/부동산 전문 변호사
한 번까지만 추가 양도소득세를 매수자가 내면 된다, 근데 실제로 부과하는 거는 무한히 2차, 3차 받았다는 분도 있기 때문에. 법리적으로 생각하더라도 사실 2차, 3차, 4차 계속 발생하는 게 맞잖아요. 그러니까 깔끔하게 마무리는 안 되는 거죠.

불법과 합법이 모호한 손피거래. 문제는 다른 데서 발생합니다.


국토부에 신고된 이 아파트 분양권의 실거래가 내역입니다. 호가가 20억 원 안팎에 달하는데 대부분 14억 원 수준에서 거래한 것으로 신고했습니다.

A 공인중개사(음성변조)
다운, 모두 다운 계약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진위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 쉽지는 않아요. 너무 완벽하게 현금, 말 그대로 현금 건네서 이렇게 하고.

B 공인중개사(음성변조)
다운 계약한 거죠. 돈을 주고받는 건 현금으로 주고받는, 통장으로는 안 주고받죠. 그건 다 나오니까.

실거래가보다 낮게 신고하고 프리미엄 등은 현금으로 건네는 불법 거래일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웃돈 5억 원이 붙으면 양도소득세는 3억 3천만 원이 발생하지만, 웃돈을 현금으로 받아 실거래가를 낮게 신고할수록 양도세가 줄어듭니다.

불법 거래인 데다 매수자 입장에선 취득가격이 낮아져 나중에 본인이 팔 때는 양도세 부담도 커지게 됩니다.


김예림/부동산 전문 변호사
인기가 있는 단지들의 경우에는 매도인 우위일 수밖에 없잖아요. 그렇게 되면 매도인들이 유리한 방향으로 계약을 하려고 하겠죠. 그래서 양도소득세를 줄일 수 있는 방향, 그래서 다운 계약이 대부분 이루어지고 있다라고 보시면 되고.

김인만/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
분양권도 양도세가 나옵니다. 그러면 우선권을 내가 쥐고 있는데 이제 요구하는 거죠. 나는 양도세도 많이 나와서 팔까 말까, 아유, 나 양도세 때문에 못 팔 것 같다고 하면 급한 매수자들은 그것도 시세 차익이 보장되기 때문에 양도세도 제가 부담하겠다는 거죠.

■ 똘똘한 한 채와 양극화…"서울 공급 절벽 우려"

지방은 어떨까.


올해 4월 입주를 시작한 광주광역시의 한 아파트 단지. 준공 후에도 미분양이 줄지 않자, 분양가의 15%를 할인하기로 했습니다.

범승철/신용동 현대지역주택조합장
15% 할인 분양 이후에 호응도 좋지요. 정식 계약이든, 가계약이든.


‘악성 미분양’이라고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 지난 8월 기준 수도권은 한 달 새 2.7% 줄었지만 지방은 오히려 3.8% 늘었습니다.

박원갑/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
청약시장이 과거에는 주로 거의 동조화 현상이라 할까요? 서울도 좋으면 지방도 좋고 그렇지만 지금은 극과 극. 온도 차가 심하게 난다, 이렇게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지방에서도 서울 아파트에 대한 선호는 뚜렷합니다. 비서울 거주자가 서울 아파트를 매수한 경우는 지난 8월 1,741건. 올 초보다 세 배 넘게 늘었습니다.


김인만/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
지방에 투자하면 물릴 것 같아. P(프리미엄·웃돈)가 안 오를 것 같아. 그러면 우리는 어디를 해야 할까? 선택과 집중을 하다 보면 결국에는 똑똑한 지역, 똘똘한 한 채, 옥석 가리기, 그러면 어디야? 서울이죠.

서울의 5년 이하 신축 아파트 비율은 8.8%. 이 비율을 수요에 맞게 높이긴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이동주/한국주택협회 본부장
서울의 신규 주택 공급원은 정비 사업이 거의 90%거든요. 아시다시피 정비 사업이 지금 사업성이 너무나 안 좋습니다. 조합원의 분담금이 급속도로 늘어났기 때문에 사실 서울에서 주택 공급을 할 수 있는 지금의 환경이 사실은 쉽지가 않은 상황입니다.

2026년부터는 서울 아파트의 공급 절벽이 현실화할 거란 전망도 나옵니다.

■ 얼어 죽어도 '서울' 신축 아파트…해법은 있나?

국내 최대 규모로 지어진 서울 강동구의 아파트 단지. 다음 달부터 입주가 시작될 예정입니다.


이준상/공인중개사
앞으로 이렇게 1만 2천 세대라는 단일 단지는 아마 없을 겁니다. 이렇게 1만 2천 세대가 한꺼번에 (입주)한 적도 아마 없을 겁니다.

역대급 공급인 만큼 가격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되기도 했지만, 현실은 반대로 흘렀습니다. 전용 84㎡ 기준 올해 1월 거래된 입주권 가격은 19억 원대. 지난 7월부터는 24억 원대에도 거래됐습니다.


이준상/공인중개사
상급 매물은 가격에 상관없이 계약되니까. 그걸 다른 중급이나 하급 매물을 가지신 분들이 가격을 보고서, 좋은 게 저렇게 나갔으니 나도 가격을 올려서 매도하겠다, 같이 덩달아 주도해서 끌려 올라가는 거예요.

이 아파트의 전셋값은 지난달 정부가 1주택자에 대한 전세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잠시 내림세를 보였지만, 최근 다시 오르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선호. 얼죽신 현상까지 더해지면서 양도세를 전가하거나 다운계약 같은 불법 거래까지 횡행하고 있습니다.


이승훈/이승훈부동산연구소장
신축을 다 원하는데 깨끗한 집은 안 나오니 당연히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거고, 신축 금액이 올라가다 보니까 사람들이 신축에 관심이 생길 수밖에 없고. 공급이 안 되고 있으니까 그게 해결되지 않는 이상은 바뀌기 힘들다고 봅니다.

문제는 서울에서 공급을 늘리는 게 쉽지 않다는 겁니다.


김인만/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
서울 거주자, 수도권 거주자, 지방의 거주자, 미국에 계시는 분들도 서울 집을 삽니다. 그러니까 이 수요를 차단하지 못하면 서울은 공급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고요. 수요 차단하는 게 굉장히 어렵죠. 서울 수도권 더욱더 공고해집니다. 그래서 이걸 차단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저는 답이 없다고 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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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보다] 얼어 죽어도 ‘서울’ 신축!
    • 입력 2024-10-13 23:12:50
    경제

[더 보다 29회 Ⅱ] 얼어 죽어도 '서울' 신축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아파트. 이 아파트는 지난 8월 큰 화제가 됐습니다. 국민평형인 전용 84㎡가 역대 최고가인 60억 원에 거래된 겁니다.

김인만/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
한강 전망이 나오고요, 강남의 새 아파트고요, 현재 현존하는 강남에서 가장 좋은 아파트, 새 아파트이기 때문에.

2018년 12월 입주한 서울 송파구의 대단지 아파트. 올 초부터 가격이 올라 지난 7월 전용 84㎡가 24억 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기록했습니다.

최낙서/공인중개사
거의 신축, 한 5년에서 10년 사이 된 것만 해도 많은 시설이 들어와 있기 때문에 그쪽으로 많이 쏠림현상이 일어나지 않는가.


최근 들어 더욱 귀해진 서울의 신축 아파트. 얼죽신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왔습니다. 얼어 죽어도 신축의 줄임말입니다.

그런데 한편에선 다 지어놓고 주인을 못 구한 미분양 아파트가 쌓여갑니다. 혼돈의 주택시장, 어디로 가는 걸까요?


■ 얼어 죽어도 신축…"주거 만족 기준치 높아"

지난 4월 완공된 서울 동작구의 새 아파트. 최정회 씨 부부는 이곳에 신혼집을 마련했습니다.

최정회/신혼부부
안녕하세요. 저는 광화문에서 근무하고 있고 올해 나이는 33살입니다. 최정회라고 합니다.

채은솔/신혼부부
저도 역시 직장인이고요, 저는 만으로 34살 채은솔입니다.

신혼집이라고 하지만 주방에 놓인 밥솥 하나가 살림의 전부입니다. 다음 달 치를 결혼식에 앞서 서둘러 신혼집부터 구해놓은 겁니다.


이 아파트의 분양가는 전용 84㎡ 기준 최고 13억 9천만 원. 높은 분양가 때문에 지난해 진행된 분양에서 771세대 가운데 약 200세대가 계약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신축 선호 수요가 몰리면서 모두 팔렸습니다.

최정회/신혼부부
계약 자체를 6월에 했거든요. 그때 미분양이 나서 분양사무실에 와서 계약한 거니까.

최 씨 부부는 아파트 가격의 60%인 약 8억 원을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로 조달했습니다. 신축에 들어오려고 결혼 비용도 최대한 아꼈습니다.


채은솔/신혼부부
원래 신혼여행도 칸쿤으로 가려다가 그냥 사이판으로 바꿨거든요.

비용 부담을 감수하고 이렇게까지 신축을 선택한 이유는 뭘까.

최정회/신혼부부
커뮤니티 시설, 그리고 입주민들과의 커뮤니티, 그리고 초등학교가 근접해 있고, 이런 부분들이 저는 얼죽신을 선택하는 이유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신축 아파트를 선호하는 현상, 얼죽신. 왜 이런 신조어가 생긴 걸까?


박원갑/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
최근의 트렌드 중의 하나가 주로 신축에 대한 선호가 강합니다. 확실히 신축이 좀 낡은 집에 비해서 가격 상승률이 약간 높습니다. 그건 요새 3, 40대들의 주거 트렌드하고도 맞물려 있는데요, 그러니까 주거 만족의 기준치, 이게 윗세대보다 좀 높습니다.

■ 신축으로 몰리는 수요…"가격도 더 빨리 올라"


서울 송파구의 대단지 아파트. 입주 6년 차인 ‘준신축’ 단지로 꼽힙니다. 아파트 단지 안은 마치 공원 같은 느낌입니다.

아파트 입주민/
학교도 단지 내에 있고, 아이들 생활에 좋은 거 같아서. 어린이집도 여러 개 있습니다. 거기 다니고 있고요.

수영장과 골프연습장, 조식 시설도 갖췄습니다.

아파트 입주민/
집 크기를 키워서 오면서 여기 커뮤니티를 누려보려고 온 거고.


신축이라고 항상 인기가 있었던 건 아닙니다. 부동산 폭등기인 2022년 초, 전용 84㎡ 기준 23억 원을 넘었던 매매 가격은 금리 인상 이후 뚝 떨어져 15억 원 정도에 거래되기도 했습니다.

이후 점차 회복세를 보이더니 지난 7월에는 전고점을 넘어 24억 원에 거래된 매물도 있습니다. 평수는 그대로 구축에서 신축으로 옮기는 ‘갈아타기’ 수요가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최낙서/공인중개사
전용 84㎡에서 전용 84㎡로 옮기신 분들은 융자를 5억에서 8억 정도로 받고 오신 분이 많습니다. (기존 주택은 다 처분하고요?) 네, 그렇죠. 1가구 1주택으로.

이 아파트와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둔 20년 차 구축 아파트. 전용 84㎡ 기준 준신축이 2억 5천만 원 오를 때 같은 평수가 1억 2천만 원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최낙서/공인중개사
오르는 폭도 좀 차이가 나고, 또 쉽게 현금화시킬 수 있는 손바뀜도 쉽게 될 수 있다. 급할 때는 빨리 매매하고 다른 데 옮겨갈 수 있는 그런 장점도 있다고 봐야겠죠.

서울 전체로 넓혀봐도 최근 구축과 신축의 가격 차이는 두드러집니다.


올해 들어 8월까지 신축 아파트값의 상승 속도는 구축 아파트보다 2배 넘게 빠릅니다. 이렇다 보니 구축 아파트에서 재건축을 기다리던 이른바 ‘몸테크’도 예전보다 많이 줄었습니다.

박원갑/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
재건축 아파트를 사서 꿩 먹고 알 먹고 있잖아요. 내 집 마련도 하고, 내 집도 넓히고, 시세차익도 얻겠다는 이런 투자를 과거보다 안 하는 경향들이 나타나요. 주로 거주 공간으로서 사는 어떤 그런 경향이 좀 강한 것 같고요.

■ 얼죽신이 낳은 변칙거래…양도세 전가·다운거래 의혹

서울 광진구의 한 아파트 단지. 내년 3월 입주 예정으로 막바지 공사가 한창입니다.


이 아파트는 지난 8월 1년 동안 묶였던 분양권 전매 제한이 풀렸습니다. 이후 두 달 사이 분양권 거래는 60여 건. 일반 분양된 물량의 약 10%가 거래됐습니다.

박원갑/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
새집은 살고 싶고, 청약에 당첨된다는 보장은 없고, 그러니까 차선책으로 분양권이나 입주권을 산다, 이렇게 보시면 될 것 같고요. 그리고 전매제한이 지금 강남이나 이런 데 빼고는 많이 풀리면서.

웃돈은 얼마나 붙었을까?


분양가는 84㎡ 기준 최고 14억 9천만 원. 네이버 부동산을 보니 같은 평형 매물이 18억에서 21억 원대에 올라와 있습니다. 그런데, ‘양도세 매수자 부담’이라는 설명이 붙어있습니다.

공인중개사(음성변조)
(양도세 포함해서 20억 초반인 거예요?) 중반대요. 25억 정도 될 것 같아요. 양도세 전부 다 포함해서요. 지금 계약된 것도 다 매수자 부담으로 계약이 됐어요.

최근 분양권 거래에서 일반적이라는 ' 손피 거래'.


공인중개사(음성변조)
손피가 무슨 뜻이냐, 의견이 분분했어요. 결국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분양권 매도하는 사람이 자기 손에 떨어지는 돈(프리미엄)만 얘기하는 거죠.

1년 된 분양권을 팔아 차익을 보면 매도자는 수익의 66%를 양도세로 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웃돈 5억 원을 받을 경우 양도세만 3억 3천만 원입니다.


이 세금을 매수자가 대신 내준다는 겁니다.

김인만/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
새 아파트가 워낙 희소하기 때문에. 매매 가능한 분양권, 전매 물량은 특히 더 부족합니다. 그러니까 (매도자가) 큰소리치는 거예요. 양도세도 네가 내고. 원래 양도세는 본인이 내야 되는 거죠.

이 거래는 불법일까 합법일까?

예를 들어 매도 차익 5억 원에 대한 양도세는 3억 3천만 원. 만약 이 돈을 매수자가 내주면 매도자에게는 3억 3천만 원이라는 추가 수익에 대한 2차 양도세가 발생합니다.


지난해 말 기획재정부는 매수자가 2차 양도세까지 내면 된다는 취지의 유권해석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논란의 여지는 남습니다.

김예림/부동산 전문 변호사
한 번까지만 추가 양도소득세를 매수자가 내면 된다, 근데 실제로 부과하는 거는 무한히 2차, 3차 받았다는 분도 있기 때문에. 법리적으로 생각하더라도 사실 2차, 3차, 4차 계속 발생하는 게 맞잖아요. 그러니까 깔끔하게 마무리는 안 되는 거죠.

불법과 합법이 모호한 손피거래. 문제는 다른 데서 발생합니다.


국토부에 신고된 이 아파트 분양권의 실거래가 내역입니다. 호가가 20억 원 안팎에 달하는데 대부분 14억 원 수준에서 거래한 것으로 신고했습니다.

A 공인중개사(음성변조)
다운, 모두 다운 계약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진위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 쉽지는 않아요. 너무 완벽하게 현금, 말 그대로 현금 건네서 이렇게 하고.

B 공인중개사(음성변조)
다운 계약한 거죠. 돈을 주고받는 건 현금으로 주고받는, 통장으로는 안 주고받죠. 그건 다 나오니까.

실거래가보다 낮게 신고하고 프리미엄 등은 현금으로 건네는 불법 거래일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웃돈 5억 원이 붙으면 양도소득세는 3억 3천만 원이 발생하지만, 웃돈을 현금으로 받아 실거래가를 낮게 신고할수록 양도세가 줄어듭니다.

불법 거래인 데다 매수자 입장에선 취득가격이 낮아져 나중에 본인이 팔 때는 양도세 부담도 커지게 됩니다.


김예림/부동산 전문 변호사
인기가 있는 단지들의 경우에는 매도인 우위일 수밖에 없잖아요. 그렇게 되면 매도인들이 유리한 방향으로 계약을 하려고 하겠죠. 그래서 양도소득세를 줄일 수 있는 방향, 그래서 다운 계약이 대부분 이루어지고 있다라고 보시면 되고.

김인만/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
분양권도 양도세가 나옵니다. 그러면 우선권을 내가 쥐고 있는데 이제 요구하는 거죠. 나는 양도세도 많이 나와서 팔까 말까, 아유, 나 양도세 때문에 못 팔 것 같다고 하면 급한 매수자들은 그것도 시세 차익이 보장되기 때문에 양도세도 제가 부담하겠다는 거죠.

■ 똘똘한 한 채와 양극화…"서울 공급 절벽 우려"

지방은 어떨까.


올해 4월 입주를 시작한 광주광역시의 한 아파트 단지. 준공 후에도 미분양이 줄지 않자, 분양가의 15%를 할인하기로 했습니다.

범승철/신용동 현대지역주택조합장
15% 할인 분양 이후에 호응도 좋지요. 정식 계약이든, 가계약이든.


‘악성 미분양’이라고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 지난 8월 기준 수도권은 한 달 새 2.7% 줄었지만 지방은 오히려 3.8% 늘었습니다.

박원갑/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
청약시장이 과거에는 주로 거의 동조화 현상이라 할까요? 서울도 좋으면 지방도 좋고 그렇지만 지금은 극과 극. 온도 차가 심하게 난다, 이렇게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지방에서도 서울 아파트에 대한 선호는 뚜렷합니다. 비서울 거주자가 서울 아파트를 매수한 경우는 지난 8월 1,741건. 올 초보다 세 배 넘게 늘었습니다.


김인만/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
지방에 투자하면 물릴 것 같아. P(프리미엄·웃돈)가 안 오를 것 같아. 그러면 우리는 어디를 해야 할까? 선택과 집중을 하다 보면 결국에는 똑똑한 지역, 똘똘한 한 채, 옥석 가리기, 그러면 어디야? 서울이죠.

서울의 5년 이하 신축 아파트 비율은 8.8%. 이 비율을 수요에 맞게 높이긴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이동주/한국주택협회 본부장
서울의 신규 주택 공급원은 정비 사업이 거의 90%거든요. 아시다시피 정비 사업이 지금 사업성이 너무나 안 좋습니다. 조합원의 분담금이 급속도로 늘어났기 때문에 사실 서울에서 주택 공급을 할 수 있는 지금의 환경이 사실은 쉽지가 않은 상황입니다.

2026년부터는 서울 아파트의 공급 절벽이 현실화할 거란 전망도 나옵니다.

■ 얼어 죽어도 '서울' 신축 아파트…해법은 있나?

국내 최대 규모로 지어진 서울 강동구의 아파트 단지. 다음 달부터 입주가 시작될 예정입니다.


이준상/공인중개사
앞으로 이렇게 1만 2천 세대라는 단일 단지는 아마 없을 겁니다. 이렇게 1만 2천 세대가 한꺼번에 (입주)한 적도 아마 없을 겁니다.

역대급 공급인 만큼 가격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되기도 했지만, 현실은 반대로 흘렀습니다. 전용 84㎡ 기준 올해 1월 거래된 입주권 가격은 19억 원대. 지난 7월부터는 24억 원대에도 거래됐습니다.


이준상/공인중개사
상급 매물은 가격에 상관없이 계약되니까. 그걸 다른 중급이나 하급 매물을 가지신 분들이 가격을 보고서, 좋은 게 저렇게 나갔으니 나도 가격을 올려서 매도하겠다, 같이 덩달아 주도해서 끌려 올라가는 거예요.

이 아파트의 전셋값은 지난달 정부가 1주택자에 대한 전세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잠시 내림세를 보였지만, 최근 다시 오르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선호. 얼죽신 현상까지 더해지면서 양도세를 전가하거나 다운계약 같은 불법 거래까지 횡행하고 있습니다.


이승훈/이승훈부동산연구소장
신축을 다 원하는데 깨끗한 집은 안 나오니 당연히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거고, 신축 금액이 올라가다 보니까 사람들이 신축에 관심이 생길 수밖에 없고. 공급이 안 되고 있으니까 그게 해결되지 않는 이상은 바뀌기 힘들다고 봅니다.

문제는 서울에서 공급을 늘리는 게 쉽지 않다는 겁니다.


김인만/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
서울 거주자, 수도권 거주자, 지방의 거주자, 미국에 계시는 분들도 서울 집을 삽니다. 그러니까 이 수요를 차단하지 못하면 서울은 공급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고요. 수요 차단하는 게 굉장히 어렵죠. 서울 수도권 더욱더 공고해집니다. 그래서 이걸 차단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저는 답이 없다고 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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