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협회 관리단체 지정을 바로잡은 ‘법의 심판’

입력 2024.10.15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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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법원 "테니스협회 관리단체 지정 효력 정지"
절차적 정당성 결여·관리단체 사유 적절치 않아
테니스협회, 주원홍 당선인 인준까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대한체육회로부터 관리단체로 지정된 대한테니스협회가 법의 구제를 받아, 사실상 주원홍 신임 협회장 체제를 출범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무리한 관리 단체 지정이 결국 엄격한 법의 잣대를 통과하지 못하게 된 예견된 결과였다는 분석이다.

대한테니스협회를 관리단체로 지정한 데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서울동부지방법원은 15일 "본안 판결 확정 시까지 관리단체 지정의 효력을 정지한다"고 인용했다. 지난 7월 대한체육회가 테니스협회를 관리단체로 지정한 것이 효력을 상실한다는 뜻으로, 이로써 테니스협회는 7월부터 약 석 달간 이어온 관리단체 체제를 벗어날 수 있게 됐다.

■ 법원 "체육회의 관리단체 지정, 정관 위반"

법원은 두 가지 이유로 관리단체 지정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첫째는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됐다는 것. 체육회는 5월 31일 정기 이사회에서 테니스협회 관리단체 지정을 1개월 유예했고, 관리단체 지정 여부를 회장 및 부회장단에게 위임했는데 법원은 이것을 체육회 정관 위반이라고 해석했다.

즉, 관리단체 지정과 같은 중대한 건은 이사회의 위임을 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체육회 정관 제12조 1항은 '회원종목 단체가 정상적인 조직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될 때는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관리단체로 지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 정관 어디에도 관리단체 지정에 대한 심의 의결권을 위임할 수 있다는 근거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 관리단체 지정 사유의 논리적 모순

두 번째 이유는 관리단체 지정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이는 추후 있을 수 있는 본안 소송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원의 판단으로 분석된다. 체육회가 테니스협회를 관리단체로 지정한 가장 큰 이유는 협회가 중견기업 미디어윌로부터 46억 원이 넘는 막대한 빚을 지고 있어서 정상적인 운영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체육회가 관리단체 지정을 하기 전, 이미 미디어윌은 '협회가 관리단체로 지정되지 않는다면 남은 채무를 면제한다'는 확약서를 협회에 보낸 바 있다. 체육회는 이 확약서가 무조건 탕감이 아니라 조건부이기 때문에 채무 변제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의 판단은 달랐다. 법원은 "이 확약서가 법적 효력이 없다거나 미디어윌이 채무 면제의 의사 없이 관리단체 지정을 면하게 할 목적으로 이 사건 확약서를 작성하였다고 볼만한 사정을 발견하기 어렵다"고 적시했다.

결국 대한체육회는 산하 종목 단체의 관리단체 지정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사실상 이기흥 체육회장의 결정에 맡기는 절차적 결함이 드러났고, 무엇보다 재정 문제를 스스로 해결한 테니스협회를 실익 없는 관리단체 지정으로 몰아가는 무리수를 두면서 체면을 구기게 됐다.


■ 당분간 비대위 체제로…채무 탕감 약속 이행시 관리단체 불씨 사라져

대한테니스협회는 15일부로 관리단체 지정이 해제됨에 따라, 당분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체제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관리단체 해제로 그동안 직위에서 물러나 있던 17개 시도테니스협회장의 업무 복귀가 가능해져, 협회는 조만간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어 비대위 체제를 열고 비대위원장으로 28대 주원홍 테니스협회장 당선인을 내세울 예정이다. 협회가 비대위 체제가 되면 주원홍 당선인이 체육회의 당선 인준을 받지 않더라도, 협회 업무를 수행하는 데 큰 걸림돌이 없다.

남은 불씨는 체육회와 테니스협회 간 본안 소송이다. 법원 판결은 효력 정지 가처분이었기 때문에 본안 소송이 남아 있다. 하지만 본안 소송까지 실제로 갈 수 있을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미 가처분 판결에서 관리단체 지정의 명분이 대부분 상쇄됐기 때문. 게다가 본안 소송 전 미디어윌이 대한테니스협회의 채무를 완전히 탕감해 주는 약속을 실제로 이행하면, 체육회의 관리단체 지정 이유가 사라져 버리기 때문에 본안 소송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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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니스협회 관리단체 지정을 바로잡은 ‘법의 심판’
    • 입력 2024-10-15 19:43:14
    스포츠K
법원 "테니스협회 관리단체 지정 효력 정지"<br />절차적 정당성 결여·관리단체 사유 적절치 않아<br />테니스협회, 주원홍 당선인 인준까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br />

대한체육회로부터 관리단체로 지정된 대한테니스협회가 법의 구제를 받아, 사실상 주원홍 신임 협회장 체제를 출범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무리한 관리 단체 지정이 결국 엄격한 법의 잣대를 통과하지 못하게 된 예견된 결과였다는 분석이다.

대한테니스협회를 관리단체로 지정한 데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서울동부지방법원은 15일 "본안 판결 확정 시까지 관리단체 지정의 효력을 정지한다"고 인용했다. 지난 7월 대한체육회가 테니스협회를 관리단체로 지정한 것이 효력을 상실한다는 뜻으로, 이로써 테니스협회는 7월부터 약 석 달간 이어온 관리단체 체제를 벗어날 수 있게 됐다.

■ 법원 "체육회의 관리단체 지정, 정관 위반"

법원은 두 가지 이유로 관리단체 지정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첫째는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됐다는 것. 체육회는 5월 31일 정기 이사회에서 테니스협회 관리단체 지정을 1개월 유예했고, 관리단체 지정 여부를 회장 및 부회장단에게 위임했는데 법원은 이것을 체육회 정관 위반이라고 해석했다.

즉, 관리단체 지정과 같은 중대한 건은 이사회의 위임을 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체육회 정관 제12조 1항은 '회원종목 단체가 정상적인 조직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될 때는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관리단체로 지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 정관 어디에도 관리단체 지정에 대한 심의 의결권을 위임할 수 있다는 근거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 관리단체 지정 사유의 논리적 모순

두 번째 이유는 관리단체 지정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이는 추후 있을 수 있는 본안 소송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원의 판단으로 분석된다. 체육회가 테니스협회를 관리단체로 지정한 가장 큰 이유는 협회가 중견기업 미디어윌로부터 46억 원이 넘는 막대한 빚을 지고 있어서 정상적인 운영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체육회가 관리단체 지정을 하기 전, 이미 미디어윌은 '협회가 관리단체로 지정되지 않는다면 남은 채무를 면제한다'는 확약서를 협회에 보낸 바 있다. 체육회는 이 확약서가 무조건 탕감이 아니라 조건부이기 때문에 채무 변제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의 판단은 달랐다. 법원은 "이 확약서가 법적 효력이 없다거나 미디어윌이 채무 면제의 의사 없이 관리단체 지정을 면하게 할 목적으로 이 사건 확약서를 작성하였다고 볼만한 사정을 발견하기 어렵다"고 적시했다.

결국 대한체육회는 산하 종목 단체의 관리단체 지정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사실상 이기흥 체육회장의 결정에 맡기는 절차적 결함이 드러났고, 무엇보다 재정 문제를 스스로 해결한 테니스협회를 실익 없는 관리단체 지정으로 몰아가는 무리수를 두면서 체면을 구기게 됐다.


■ 당분간 비대위 체제로…채무 탕감 약속 이행시 관리단체 불씨 사라져

대한테니스협회는 15일부로 관리단체 지정이 해제됨에 따라, 당분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체제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관리단체 해제로 그동안 직위에서 물러나 있던 17개 시도테니스협회장의 업무 복귀가 가능해져, 협회는 조만간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어 비대위 체제를 열고 비대위원장으로 28대 주원홍 테니스협회장 당선인을 내세울 예정이다. 협회가 비대위 체제가 되면 주원홍 당선인이 체육회의 당선 인준을 받지 않더라도, 협회 업무를 수행하는 데 큰 걸림돌이 없다.

남은 불씨는 체육회와 테니스협회 간 본안 소송이다. 법원 판결은 효력 정지 가처분이었기 때문에 본안 소송이 남아 있다. 하지만 본안 소송까지 실제로 갈 수 있을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미 가처분 판결에서 관리단체 지정의 명분이 대부분 상쇄됐기 때문. 게다가 본안 소송 전 미디어윌이 대한테니스협회의 채무를 완전히 탕감해 주는 약속을 실제로 이행하면, 체육회의 관리단체 지정 이유가 사라져 버리기 때문에 본안 소송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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