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의 ‘메카질라’ 환호 이유…“발사 비용 10분의 1 아래로” [특파원 리포트]

입력 2024.10.16 (08:39) 수정 2024.10.16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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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향해 발사됐던 스페이스X 슈퍼헤비-스타십의 1단 로켓이 발사대로 돌아와 공중에서 두 개의 큰 팔에 안겼습니다. '메카질라'라고 이름 붙여진 발사대에서 젓가락처럼 뻗어 있는 기계 팔입니다. 스타십의 1단 로켓 길이는 71미터로, 보잉747 동체보다 큽니다.

이 장면을 두고 옛 트위터인 X(엑스)의 한 사용자는 "공상 과학처럼 느껴진다"고 썼고, 머스크는 이에 답글로 "공상 없는 공상과학(Science fiction without the fiction part)이라고 썼습니다. 엄청난 성과로 평가받는 이번 시험비행 성공, 우주 개발사에 어떤 의미를 갖는 걸까요?

■ 로켓을 재사용하면 "비용 10분의 1 이하로"

로켓 발사 비용은 얼마나 들까요? 이 비용과 관련해 자주 인용되는 보고서가 2022년 시티은행이 발간한 '우주 : 새로운 시대의 새벽'이라는 보고서입니다.

이 보고서를 보면 우주 개발을 미 항공우주국, 나사(NASA)가 주도했던 1960년대 중반에 킬로그램당 10만 달러가 넘었습니다. 이후 아폴로 발사에 사용된 새턴V의 경우 5천4백 달러로 크게 줄었습니다.

2022년 발간된 시티은행 보고서2022년 발간된 시티은행 보고서

이후 스페이스X가 등장하면서 비용을 더 낮춥니다. 팰컨9은 그 비용을 킬로그램당 2천5백 달러로, 팰컨 헤비는 천5백 달러로 줄였습니다. 1981년 나사의 우주왕복선보다 30분의 1 수준이라고 합니다.

이 상황에서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는 올해 상반기 더 야심 찬 계획을 내놓습니다. 킬로그램당 10달러로 줄이겠다는 겁니다. 대륙을 오가는 국제선 화물 운송 요금이 3달러에서 7달러 사이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목표입니다.

이 계획을 달성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게 로켓 재사용입니다. 여기서 시티은행의 보고서를 다시 보겠습니다. 슈퍼헤비 로켓 재사용의 초기 단계에는 지금보다 비용이 13%가량 줄어들게 되고, 이후 재사용 경험이 쌓일수록 기술 발전과 자재·운용 비용이 감소하게 되면서 2040년에는 킬로그램당 100달러면 로켓을 발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여기에서 최선의 결과는 33달러, 최악의 경우도 300달러를 산정하고 있습니다.

컨설팅 회사인 베인앤드컴퍼니는 올해 초 우주산업의 인수·합병과 관련한 보고서에서 저궤도로 가는 비용이 50분의 1에서 80분의 1로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 재사용, 또 하나의 이유 '시간'

나사의 아폴로 계획은 대형 로켓을 발사해 한 번에 달에 도착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나사가 추진하고 있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참여한 스페이스X의 방식은 다릅니다. 연료를 조금만 채워 비교적 가볍게 저궤도에 달로 향하는 우주선을 보낸 뒤, 추가 연료 공급 로켓을 보내는 방식입니다. 작전 반경을 넓히기 위해 전투기에 공중급유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 방식입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따른 달 위의 유인 기지. NASA 홍보 영상에서 갈무리미 항공우주국(NASA)의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따른 달 위의 유인 기지. NASA 홍보 영상에서 갈무리

이를 위해선 5~10차례의 연료 공급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만일 로켓 재사용이 불가능하다면, 많은 비용을 들인 로켓을 버려야 하는 것은 물론, 준비 기간이 훨씬 길어집니다.

그런데 연료를 실은 로켓을 우주 궤도로 보내기만 하고 돌아오는 로켓을 회수해 재사용한다면 비용은 물론 시간도 훨씬 절약할 수 있습니다. 스페이스X는 짧으면 수 시간 내 재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 그럼 왜 '메카질라'를 사용했을까?

그런데 펠컨9의 1단 로켓은 스스로 착지할 수 있는 다리가 붙어 있습니다. '메카질라'처럼 동체를 잡아주는 도구가 필요 없었습니다. 이미 300차례 넘게 이 작업을 수행해 왔습니다.

다만 다리를 붙이는 건 로켓에 무게를 추가하는 걸 의미합니다. 재사용할 로켓은 돌아올 때 필요한 연료까지 실어야 하기 때문에 탑재물을 저궤도까지만 보내고 버려지는 일회용 로켓보다 더 무겁습니다.

다리를 펼쳐 착륙한 팰컨9. 스페이스X 영상 갈무리다리를 펼쳐 착륙한 팰컨9. 스페이스X 영상 갈무리

또 펠컨9의 다리는 스스로 접히지 않습니다. 회수해서 다리를 접고 다시 점검하는데 추가 시간이 들어갑니다. 장기적으로 한 시간 이내의 재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는 스페이스X의 입장에선 이 시간마저도 줄여야 합니다. 다리를 스스로 접을 수 있도록 설계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무게가 더 늘어날 겁니다.

그러니 슈퍼헤비처럼 다리를 붙이지 않고, 공중에서 붙잡아 그 상태로 점검을 한 뒤 재발사하겠다는 게 스페이스X의 복안입니다. 물론 먼 훗날 기술이 발전하게 되면 정말 스타워즈의 '밀레니엄 팰컨'처럼 자유롭게 지상과 우주를 넘나드는 시대가 오겠죠.

■ 우주산업 지배에 한 발 더 다가가선 '스페이스X'

발사 비용의 절감은 '상업화'에 더 다가섰음을 의미합니다. 시티은행의 2022년 보고서는 2040년 우주산업의 규모를 천4백억 달러 이상으로 추산했습니다. 지금 환율로 우리 돈 200조 원에 이릅니다.

여기엔 우주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230억 달러, 우주 운송 사업 210억 달러, 미중력 실험개발 140억 달러 등이 포함됩니다. 이 산업을 장악하려면 비용 절감이 필수이고, 그 기반이 되는 게 로켓 재사용입니다.

‘메카질라’가 슈퍼헤비 1단 로켓을 잡는 데 성공하자 이를 지켜보고 있던 스페이스X 직원들이 환호하고 있다. 스페이스X 영상 갈무리‘메카질라’가 슈퍼헤비 1단 로켓을 잡는 데 성공하자 이를 지켜보고 있던 스페이스X 직원들이 환호하고 있다. 스페이스X 영상 갈무리

다른 회사들도 로켓 재사용 기술 개발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아마존의 설립자 제프 베이조스가 소유한 블루 오리진도 몇 달 안에 로켓 재사용 시험을 할 계획입니다. 소규모 스타트업인 로켓랩도 내년에 마찬가지 시험에 나선다고 합니다. 중국 회사들도 나서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수많은 시험 비행이 필요할 겁니다. 나사의 유인 달 착륙 프로그램을 위해선 스타십이 우주에서 엔진을 켜고 끄며, 필요한 궤도에 진입하고 이탈하는 기술도 갖춰야 합니다.

일론 머스크는 원대한 꿈으로도 유명하지만, 그 약속이 잘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그의 우주 목표 달성에 시간이 더 걸릴지는 모르지만, 조금씩 다가가고 있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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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4-10-16 08:3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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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향해 발사됐던 스페이스X 슈퍼헤비-스타십의 1단 로켓이 발사대로 돌아와 공중에서 두 개의 큰 팔에 안겼습니다. '메카질라'라고 이름 붙여진 발사대에서 젓가락처럼 뻗어 있는 기계 팔입니다. 스타십의 1단 로켓 길이는 71미터로, 보잉747 동체보다 큽니다.

이 장면을 두고 옛 트위터인 X(엑스)의 한 사용자는 "공상 과학처럼 느껴진다"고 썼고, 머스크는 이에 답글로 "공상 없는 공상과학(Science fiction without the fiction part)이라고 썼습니다. 엄청난 성과로 평가받는 이번 시험비행 성공, 우주 개발사에 어떤 의미를 갖는 걸까요?

■ 로켓을 재사용하면 "비용 10분의 1 이하로"

로켓 발사 비용은 얼마나 들까요? 이 비용과 관련해 자주 인용되는 보고서가 2022년 시티은행이 발간한 '우주 : 새로운 시대의 새벽'이라는 보고서입니다.

이 보고서를 보면 우주 개발을 미 항공우주국, 나사(NASA)가 주도했던 1960년대 중반에 킬로그램당 10만 달러가 넘었습니다. 이후 아폴로 발사에 사용된 새턴V의 경우 5천4백 달러로 크게 줄었습니다.

2022년 발간된 시티은행 보고서
이후 스페이스X가 등장하면서 비용을 더 낮춥니다. 팰컨9은 그 비용을 킬로그램당 2천5백 달러로, 팰컨 헤비는 천5백 달러로 줄였습니다. 1981년 나사의 우주왕복선보다 30분의 1 수준이라고 합니다.

이 상황에서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는 올해 상반기 더 야심 찬 계획을 내놓습니다. 킬로그램당 10달러로 줄이겠다는 겁니다. 대륙을 오가는 국제선 화물 운송 요금이 3달러에서 7달러 사이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목표입니다.

이 계획을 달성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게 로켓 재사용입니다. 여기서 시티은행의 보고서를 다시 보겠습니다. 슈퍼헤비 로켓 재사용의 초기 단계에는 지금보다 비용이 13%가량 줄어들게 되고, 이후 재사용 경험이 쌓일수록 기술 발전과 자재·운용 비용이 감소하게 되면서 2040년에는 킬로그램당 100달러면 로켓을 발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여기에서 최선의 결과는 33달러, 최악의 경우도 300달러를 산정하고 있습니다.

컨설팅 회사인 베인앤드컴퍼니는 올해 초 우주산업의 인수·합병과 관련한 보고서에서 저궤도로 가는 비용이 50분의 1에서 80분의 1로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 재사용, 또 하나의 이유 '시간'

나사의 아폴로 계획은 대형 로켓을 발사해 한 번에 달에 도착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나사가 추진하고 있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참여한 스페이스X의 방식은 다릅니다. 연료를 조금만 채워 비교적 가볍게 저궤도에 달로 향하는 우주선을 보낸 뒤, 추가 연료 공급 로켓을 보내는 방식입니다. 작전 반경을 넓히기 위해 전투기에 공중급유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 방식입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따른 달 위의 유인 기지. NASA 홍보 영상에서 갈무리
이를 위해선 5~10차례의 연료 공급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만일 로켓 재사용이 불가능하다면, 많은 비용을 들인 로켓을 버려야 하는 것은 물론, 준비 기간이 훨씬 길어집니다.

그런데 연료를 실은 로켓을 우주 궤도로 보내기만 하고 돌아오는 로켓을 회수해 재사용한다면 비용은 물론 시간도 훨씬 절약할 수 있습니다. 스페이스X는 짧으면 수 시간 내 재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 그럼 왜 '메카질라'를 사용했을까?

그런데 펠컨9의 1단 로켓은 스스로 착지할 수 있는 다리가 붙어 있습니다. '메카질라'처럼 동체를 잡아주는 도구가 필요 없었습니다. 이미 300차례 넘게 이 작업을 수행해 왔습니다.

다만 다리를 붙이는 건 로켓에 무게를 추가하는 걸 의미합니다. 재사용할 로켓은 돌아올 때 필요한 연료까지 실어야 하기 때문에 탑재물을 저궤도까지만 보내고 버려지는 일회용 로켓보다 더 무겁습니다.

다리를 펼쳐 착륙한 팰컨9. 스페이스X 영상 갈무리
또 펠컨9의 다리는 스스로 접히지 않습니다. 회수해서 다리를 접고 다시 점검하는데 추가 시간이 들어갑니다. 장기적으로 한 시간 이내의 재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는 스페이스X의 입장에선 이 시간마저도 줄여야 합니다. 다리를 스스로 접을 수 있도록 설계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무게가 더 늘어날 겁니다.

그러니 슈퍼헤비처럼 다리를 붙이지 않고, 공중에서 붙잡아 그 상태로 점검을 한 뒤 재발사하겠다는 게 스페이스X의 복안입니다. 물론 먼 훗날 기술이 발전하게 되면 정말 스타워즈의 '밀레니엄 팰컨'처럼 자유롭게 지상과 우주를 넘나드는 시대가 오겠죠.

■ 우주산업 지배에 한 발 더 다가가선 '스페이스X'

발사 비용의 절감은 '상업화'에 더 다가섰음을 의미합니다. 시티은행의 2022년 보고서는 2040년 우주산업의 규모를 천4백억 달러 이상으로 추산했습니다. 지금 환율로 우리 돈 200조 원에 이릅니다.

여기엔 우주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230억 달러, 우주 운송 사업 210억 달러, 미중력 실험개발 140억 달러 등이 포함됩니다. 이 산업을 장악하려면 비용 절감이 필수이고, 그 기반이 되는 게 로켓 재사용입니다.

‘메카질라’가 슈퍼헤비 1단 로켓을 잡는 데 성공하자 이를 지켜보고 있던 스페이스X 직원들이 환호하고 있다. 스페이스X 영상 갈무리
다른 회사들도 로켓 재사용 기술 개발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아마존의 설립자 제프 베이조스가 소유한 블루 오리진도 몇 달 안에 로켓 재사용 시험을 할 계획입니다. 소규모 스타트업인 로켓랩도 내년에 마찬가지 시험에 나선다고 합니다. 중국 회사들도 나서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수많은 시험 비행이 필요할 겁니다. 나사의 유인 달 착륙 프로그램을 위해선 스타십이 우주에서 엔진을 켜고 끄며, 필요한 궤도에 진입하고 이탈하는 기술도 갖춰야 합니다.

일론 머스크는 원대한 꿈으로도 유명하지만, 그 약속이 잘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그의 우주 목표 달성에 시간이 더 걸릴지는 모르지만, 조금씩 다가가고 있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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