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농촌 주택 허와 실…“체제 선전용?”

입력 2024.10.19 (08:18) 수정 2024.10.19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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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매체에서는 당국으로부터 집을 받고 덩실덩실 춤을 추거나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주민들 모습이 자주 등장합니다.

주민들의 이런 모습을 김정은 위원장의 치적 선전에 활용하는 건데요.

그런데 북한이 인민의 이상촌이라고 말하는 이 집이 북한 주민 다수가 누리는 혜택이 맞는지, 주거지로서 제 기능을 하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합니다.

신축 건물이 가지는 장점도 분명히 있겠지만 단기간에 많은 물량을 쏟아내는 북한식 속도전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고 하는데요.

북한 주택 건설의 허와 실을 '클로즈업 북한'에서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농악대가 풍악을 울리며 마을로 들어서고,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주민들이 춤판을 벌입니다.

'새집들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북한의 신축 주택 입주 행사인데요.

최근 북한 조선중앙TV가 거의 매일 전하다시피 하는 소식입니다.

새집 이용 허가증을 받은 농민의 충성 다짐도 빠지지 않습니다.

[은파군 대청농장 농민 : "나라의 이 은덕을 한 생 영원히 잊지 않고 쌀로써 보답하는 애국 농민들로 우린 살겠습니다."]

주목할 점은 이런 행사가 주로 농촌 지역에서 지난 몇 년 동안 계속되고 있다는 겁니다.

[전경호/형제산구역 인민위원회 부위원장 : "우리 형제산구역에서는 여기 형산 남새(채소)농장에 3년째 해마다 새집을 건설해서 농장원들에게 안겨주고 있습니다."]

이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는 김정은 위원장이 강력히 밀어붙이고 있는 농촌 건설 정책이 꼽히는데요.

북한은 이 정책에 힘을 싣기 위해 2022년 농촌 발전법을 채택하기도 했습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법령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주의 농촌 발전법을 채택함에 대하여..."]

1950년대에서 70년대에 집중적으로 지어진 북한의 농촌 주택은 주거환경이 매우 낙후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스카이라인이 바뀔 정도로 빠르게 변화한 평양과 달리 지방이나 농촌의 주거 환경은 옛 형태를 그대로 유지한 곳이 많았는데요.

북한 당국이 농촌 주택에 본격적인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건 2020년 태풍 마이삭으로 큰 수해를 겪으면서부터입니다.

당시 가장 피해가 컸던 함경남도 검덕지구를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시찰했고, 농촌 주민들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직접 목격한 것입니다.

[조선중앙TV/2020년 : "너무나 기막힌 환경과 살림집에서 고생하고 있는 인민들의 실상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였다고..."]

당시 김 위원장은 80일 전투 기간에는 피해 복구를, 2021년부터 시작되는 경제 발전 5개년 계획 기간에는 2만 5천 세대 주택을 새로 짓겠다고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전영선/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 : "여러 가지 계기들을 보는데 아마 수해 현장 지구 갔을 때 속칭 현타(현실 자각)가 온 것이 아닌가라는 이야기를 많이들 하고 있습니다. 검덕지구 같은 경우에는 그야말로 산골 지구이고 어떻게 보면 바닥 현장을 직접 체험해 보면서 농촌 문제에 대한 새로운 복구 준비를 하기로 했고요."]

이후 북한 전역에서 신규 주택 건설이 급격히 증가했고, 농촌 마을에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북한 당국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실제 천편일률적인 과거의 주택과는 달리 알록달록한 색감과 다채로운 형태의 건물들이 대거 들어섰는데요.

그런데 북한 매체에 나온 새집들은 일부 지역의 사례일 뿐, 대부분의 농촌에선 여전히 과거와 다를 바 없는 집들이 보급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최송죽/2016년 탈북 : "농촌 문화주택인지 하는 방침이 내려와서 농촌에 집을 짓는 선풍이 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집을 지어줬다는 겁니다. (북한에 있는 지인이) 집을 찍은 영상을 보내준 겁니다. 진흙을 발라 놓은 벽에 (벽지로) 노동신문을 붙여 놓은 집입니다. 영상도 있습니다."]

지난 7월 양강도 농촌 마을 농민에게 보급된 새집 내부입니다.

화질이 좋지 않지만 부엌에는 석탄이나 땔감을 때 사용하는 아궁이가 있고, 벽지 대신 신문을 붙여 놓은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송죽/2016년 탈북 : "한국처럼 철근을 넣는 게 아니고 껑지(녹지않는 건더기)를 진흙으로 (버무려서) 뼈대만 세운 진흙집을 세워줬단 말입니다. 기둥만 세워줬단 말입니다."]

여기에 새 주택을 보급해 일부 환경 개선의 효과는 있겠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단기간에 많은 물량을 소화해 내려는 이른바 '속도전 건설 방식'입니다.

[차상욱/북한개발연구원장/건축사 : "공사 현장에 공기(工期) 단축은 굉장히 가치 있는 일로 평가합니다. 그런데 그게 굉장히 어려워요. 왜냐하면 공법의 혁신적인 변화 없이 공사 기간을 줄였다는 말은 다시 해서 품질을 버렸다는 말과 같은 말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에요. 북한이 혁신적인 현대적 공법에 대한 도움을 거의 받지 못하는데도 하는 일마다 공기가 줄어들고 많이 지어냈다. 그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죠. 그러니까 그걸 통해서 북한 건축물의 품질을 간접적으로 이해하는 계기로 저는 생각합니다."]

북한 매체를 통해 공개되는 건설 과정에서도 치명적인 문제점들이 발견된다는 게 전문가의 평가입니다.

[차상욱/북한개발연구원장/건축사 : "최근에 흘러나오는 북한의 공사 현장의 사진만 봐도 콘크리트를 현장에서 비벼서 타설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전문가 입장에선 끔찍합니다. 상당히 위험한 일들이죠. 왜냐하면 콘크리트의 강도가 콘크리트의 부위에 따라서 다 달리 적용돼야 하고 또 힘을 많이 받는 곳에서는 그렇게 손 비빔을 한 콘크리트는 품질이 확인되지 않기 때문에 그걸 만약에 높은 건축물의 구조재로 썼다면 치명적인 문제를 잉태한 채로 건물을 세워놓는 그런 결과가 만들어져요."]

그런데도 왜 북한은 대규모 농촌 주택 건설에 유독 집착하는 걸까요?

여기엔 장기화된 대북 제재와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워진 내수 경제 상황이 반영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우선 농촌 주택 건설을 경제 활성화의 상징으로 동원하고 있다는 분석인데요.

[전영선/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 : "우리나라도 새마을 운동할 때 그랬었거든요. 제일 먼저 한 게 무엇이냐 하면 지붕 개량부터 먼저 했어요. 초가집을 없애서 기와집으로 바꾼다는 상징적인 메시지를 먼저 던져줬거든요. 그러고 나서 농로 확장이라든가 농가 소득 증대 운동으로 갔던 것처럼 북한도 일단 뭔가 변화되고 있다는 걸 가시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 화려한 외관과 기능적인 주택 건설 쪽으로 가고 있다고 봐야 하겠죠."]

거기다 시장경제에 미치는 건설 산업의 영향이 막강한 만큼 이를 지방 농촌 지역에까지 확산시키고 있다는 겁니다.

[차상욱/북한개발연구원장/건축사 : "지역에 작은 주택을 하나 짓겠다 하면 식당이 없지 않습니까. 그럼, 가장 가까운 데 있던 구멍가게, 할아버지 할머니가 소일하시던 그 구멍가게가 함바집 기능을 하면서 그 가게가 굉장히 윤택해집니다. 그런데 고층의 대규모 건축물이 들어선다고 했을 때 그 자재 생산하는 각종 공장과 유통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엄청난 경제 효과를 누리면서 파급적으로 국가 전체를 들썩이게 할 정도의 기능을 하는 게 바로 건축이라고 하는 행위예요."]

한편으로 북한은 자신들의 체제 우월성을 선전하는 데도 농촌 주택 건설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세계적으로 '내 집 마련'이 어렵다는 현상을 전하며 자본주의 사회를 비판하기도 합니다.

[조선중앙TV : "정말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하늘의 별을 따는 것만큼 어려운 새집들이라는 말이 우리나라 사회주의 제도에서는 너무나 평범한 말로 되고 있습니다."]

결국 농촌 주택 건설을 주민 개개인의 복리보다는 체제 선전과 내부 결속을 위해 활용하고 있는 건데요.

국가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이 내년에 마무리되는 만큼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할 거란 분석도 뒤따릅니다.

[전영선/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 : "8차 당대회 결과물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하는 상황에서 가속도로 이런 성과물들을 내보내는 측면들이 있고요. 그다음에 실질적으로 농촌 환경이 매우 열악하다는 것이 여러 차례 알려진 부분들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개량함으로써 북한 전체에 대한 경제적 확산 또는 김정은 체제에 대한 신뢰도 제고로 보이는 것이죠."]

대규모 건설 돌격대까지 조직해 끊임없이 건설을 벌이고 있는 북한.

과연 보여주기식의 건설이 아닌 주민들의 질적 생활 향상과 안전까지 책임질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 점이 많습니다.

[차상욱/북한개발연구원장/건축사 : "사람이 많이 투입된다고 해서 품질이나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좋아질 수 없는 영역이 바로 건축이에요. (북한이) 후딱 빨리 지어내는 거에 대해선 노하우가 있어요. 그런데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그것이 얼마나 오래 갈지는 아무도 확신하기 어려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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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10-19 08:18:10
    • 수정2024-10-19 08:3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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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매체에서는 당국으로부터 집을 받고 덩실덩실 춤을 추거나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주민들 모습이 자주 등장합니다.

주민들의 이런 모습을 김정은 위원장의 치적 선전에 활용하는 건데요.

그런데 북한이 인민의 이상촌이라고 말하는 이 집이 북한 주민 다수가 누리는 혜택이 맞는지, 주거지로서 제 기능을 하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합니다.

신축 건물이 가지는 장점도 분명히 있겠지만 단기간에 많은 물량을 쏟아내는 북한식 속도전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고 하는데요.

북한 주택 건설의 허와 실을 '클로즈업 북한'에서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농악대가 풍악을 울리며 마을로 들어서고,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주민들이 춤판을 벌입니다.

'새집들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북한의 신축 주택 입주 행사인데요.

최근 북한 조선중앙TV가 거의 매일 전하다시피 하는 소식입니다.

새집 이용 허가증을 받은 농민의 충성 다짐도 빠지지 않습니다.

[은파군 대청농장 농민 : "나라의 이 은덕을 한 생 영원히 잊지 않고 쌀로써 보답하는 애국 농민들로 우린 살겠습니다."]

주목할 점은 이런 행사가 주로 농촌 지역에서 지난 몇 년 동안 계속되고 있다는 겁니다.

[전경호/형제산구역 인민위원회 부위원장 : "우리 형제산구역에서는 여기 형산 남새(채소)농장에 3년째 해마다 새집을 건설해서 농장원들에게 안겨주고 있습니다."]

이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는 김정은 위원장이 강력히 밀어붙이고 있는 농촌 건설 정책이 꼽히는데요.

북한은 이 정책에 힘을 싣기 위해 2022년 농촌 발전법을 채택하기도 했습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법령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주의 농촌 발전법을 채택함에 대하여..."]

1950년대에서 70년대에 집중적으로 지어진 북한의 농촌 주택은 주거환경이 매우 낙후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스카이라인이 바뀔 정도로 빠르게 변화한 평양과 달리 지방이나 농촌의 주거 환경은 옛 형태를 그대로 유지한 곳이 많았는데요.

북한 당국이 농촌 주택에 본격적인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건 2020년 태풍 마이삭으로 큰 수해를 겪으면서부터입니다.

당시 가장 피해가 컸던 함경남도 검덕지구를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시찰했고, 농촌 주민들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직접 목격한 것입니다.

[조선중앙TV/2020년 : "너무나 기막힌 환경과 살림집에서 고생하고 있는 인민들의 실상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였다고..."]

당시 김 위원장은 80일 전투 기간에는 피해 복구를, 2021년부터 시작되는 경제 발전 5개년 계획 기간에는 2만 5천 세대 주택을 새로 짓겠다고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전영선/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 : "여러 가지 계기들을 보는데 아마 수해 현장 지구 갔을 때 속칭 현타(현실 자각)가 온 것이 아닌가라는 이야기를 많이들 하고 있습니다. 검덕지구 같은 경우에는 그야말로 산골 지구이고 어떻게 보면 바닥 현장을 직접 체험해 보면서 농촌 문제에 대한 새로운 복구 준비를 하기로 했고요."]

이후 북한 전역에서 신규 주택 건설이 급격히 증가했고, 농촌 마을에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북한 당국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실제 천편일률적인 과거의 주택과는 달리 알록달록한 색감과 다채로운 형태의 건물들이 대거 들어섰는데요.

그런데 북한 매체에 나온 새집들은 일부 지역의 사례일 뿐, 대부분의 농촌에선 여전히 과거와 다를 바 없는 집들이 보급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최송죽/2016년 탈북 : "농촌 문화주택인지 하는 방침이 내려와서 농촌에 집을 짓는 선풍이 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집을 지어줬다는 겁니다. (북한에 있는 지인이) 집을 찍은 영상을 보내준 겁니다. 진흙을 발라 놓은 벽에 (벽지로) 노동신문을 붙여 놓은 집입니다. 영상도 있습니다."]

지난 7월 양강도 농촌 마을 농민에게 보급된 새집 내부입니다.

화질이 좋지 않지만 부엌에는 석탄이나 땔감을 때 사용하는 아궁이가 있고, 벽지 대신 신문을 붙여 놓은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송죽/2016년 탈북 : "한국처럼 철근을 넣는 게 아니고 껑지(녹지않는 건더기)를 진흙으로 (버무려서) 뼈대만 세운 진흙집을 세워줬단 말입니다. 기둥만 세워줬단 말입니다."]

여기에 새 주택을 보급해 일부 환경 개선의 효과는 있겠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단기간에 많은 물량을 소화해 내려는 이른바 '속도전 건설 방식'입니다.

[차상욱/북한개발연구원장/건축사 : "공사 현장에 공기(工期) 단축은 굉장히 가치 있는 일로 평가합니다. 그런데 그게 굉장히 어려워요. 왜냐하면 공법의 혁신적인 변화 없이 공사 기간을 줄였다는 말은 다시 해서 품질을 버렸다는 말과 같은 말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에요. 북한이 혁신적인 현대적 공법에 대한 도움을 거의 받지 못하는데도 하는 일마다 공기가 줄어들고 많이 지어냈다. 그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죠. 그러니까 그걸 통해서 북한 건축물의 품질을 간접적으로 이해하는 계기로 저는 생각합니다."]

북한 매체를 통해 공개되는 건설 과정에서도 치명적인 문제점들이 발견된다는 게 전문가의 평가입니다.

[차상욱/북한개발연구원장/건축사 : "최근에 흘러나오는 북한의 공사 현장의 사진만 봐도 콘크리트를 현장에서 비벼서 타설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전문가 입장에선 끔찍합니다. 상당히 위험한 일들이죠. 왜냐하면 콘크리트의 강도가 콘크리트의 부위에 따라서 다 달리 적용돼야 하고 또 힘을 많이 받는 곳에서는 그렇게 손 비빔을 한 콘크리트는 품질이 확인되지 않기 때문에 그걸 만약에 높은 건축물의 구조재로 썼다면 치명적인 문제를 잉태한 채로 건물을 세워놓는 그런 결과가 만들어져요."]

그런데도 왜 북한은 대규모 농촌 주택 건설에 유독 집착하는 걸까요?

여기엔 장기화된 대북 제재와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워진 내수 경제 상황이 반영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우선 농촌 주택 건설을 경제 활성화의 상징으로 동원하고 있다는 분석인데요.

[전영선/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 : "우리나라도 새마을 운동할 때 그랬었거든요. 제일 먼저 한 게 무엇이냐 하면 지붕 개량부터 먼저 했어요. 초가집을 없애서 기와집으로 바꾼다는 상징적인 메시지를 먼저 던져줬거든요. 그러고 나서 농로 확장이라든가 농가 소득 증대 운동으로 갔던 것처럼 북한도 일단 뭔가 변화되고 있다는 걸 가시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 화려한 외관과 기능적인 주택 건설 쪽으로 가고 있다고 봐야 하겠죠."]

거기다 시장경제에 미치는 건설 산업의 영향이 막강한 만큼 이를 지방 농촌 지역에까지 확산시키고 있다는 겁니다.

[차상욱/북한개발연구원장/건축사 : "지역에 작은 주택을 하나 짓겠다 하면 식당이 없지 않습니까. 그럼, 가장 가까운 데 있던 구멍가게, 할아버지 할머니가 소일하시던 그 구멍가게가 함바집 기능을 하면서 그 가게가 굉장히 윤택해집니다. 그런데 고층의 대규모 건축물이 들어선다고 했을 때 그 자재 생산하는 각종 공장과 유통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엄청난 경제 효과를 누리면서 파급적으로 국가 전체를 들썩이게 할 정도의 기능을 하는 게 바로 건축이라고 하는 행위예요."]

한편으로 북한은 자신들의 체제 우월성을 선전하는 데도 농촌 주택 건설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세계적으로 '내 집 마련'이 어렵다는 현상을 전하며 자본주의 사회를 비판하기도 합니다.

[조선중앙TV : "정말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하늘의 별을 따는 것만큼 어려운 새집들이라는 말이 우리나라 사회주의 제도에서는 너무나 평범한 말로 되고 있습니다."]

결국 농촌 주택 건설을 주민 개개인의 복리보다는 체제 선전과 내부 결속을 위해 활용하고 있는 건데요.

국가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이 내년에 마무리되는 만큼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할 거란 분석도 뒤따릅니다.

[전영선/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 : "8차 당대회 결과물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하는 상황에서 가속도로 이런 성과물들을 내보내는 측면들이 있고요. 그다음에 실질적으로 농촌 환경이 매우 열악하다는 것이 여러 차례 알려진 부분들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개량함으로써 북한 전체에 대한 경제적 확산 또는 김정은 체제에 대한 신뢰도 제고로 보이는 것이죠."]

대규모 건설 돌격대까지 조직해 끊임없이 건설을 벌이고 있는 북한.

과연 보여주기식의 건설이 아닌 주민들의 질적 생활 향상과 안전까지 책임질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 점이 많습니다.

[차상욱/북한개발연구원장/건축사 : "사람이 많이 투입된다고 해서 품질이나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좋아질 수 없는 영역이 바로 건축이에요. (북한이) 후딱 빨리 지어내는 거에 대해선 노하우가 있어요. 그런데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그것이 얼마나 오래 갈지는 아무도 확신하기 어려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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