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북녘에 ‘통일 고구마’…식량난 도움 기대

입력 2024.10.19 (08:26) 수정 2024.10.19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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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우리나라 농촌은 가을걷이가 한창이죠.

북한에서도 지난 12일 벼 수확이 마무리됐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지난 8월 유엔식량농업기구, FAO가 홍수와 폭염 피해로 올해 북한의 농작물 수확량이 감소할 수 있다고 전했던 예측과 다르게 작황도 전반적으로 괜찮다고 주장했는데요.

하지만 북한의 만성적인 식량난을 해결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굶주림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들.

남녘에선 그 해법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특히 북한에 '고구마'를 전하겠다는 꿈을 키우는 이들이 있어 장예진 리포터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2014년 봄, 평안남도의 한 농장, 너른 밭에 여러 사람이 모여 있습니다.

[북한 농업지도자 : '고구마를 재배해 본 경험도 있고, 중국 동북에서도 재배한 경험이 있다고 하니까..."]

이들은 각지에서 온 농사 전문가들인데요.

북에 처음 도입된 신품종 고구마 농사법을 배우기 위해 모였답니다.

[박형서/한민족고구마나눔운동본부 대표 : "이분들은 북한 전역에서 온 농업 지도자들이에요. 5월 말에서 6월에 가야 여기는 (고구마를) 심을 수가 있습니다."]

10년 전 북한에서 시험 재배했던 고구마는 많은 생산량을 보이며, 큰 성공을 거뒀다고 하는데요.

[박형서/한민족고구마나눔운동본부 대표 : "옥수수 수확의 30~50배가 나온 거예요. 그 당시에 북한에서 먹을 게 옥수수밖에 없었어요."]

북한에서 시험 재배에 성공했던 이른바 통일 고구마, 이 남다른 고구마를 수확하는 곳을 직접 가보겠습니다.

성큼 다가온 '가을'.

수확의 계절을 맞아 부지런히 일손을 놀리는 현장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지금 뭐 하고 계신 거예요?) 통일 달수 고구마 추수하고 있습니다."]

지난봄에 심은 고구마는 땅속에서 탐스럽게 영글어 있었습니다.

["와 엄청 큰데요. 이거 쪄 먹으면 진짜 너무 맛있겠다."]

함경북도가 고향인 탈북민 희연 씨.

2000년대 초반, 희연 씨가 북한을 떠날 때까지만 해도 고구마는 흔치 않은 작물이었다는데요.

[김희연/한민족고구마나눔운동본부 회원/탈북민 : "황해남도 황해북도 이런 데서 앞쪽에서 많이 생산되고 우리 지방(함경북도)에 아래쪽에 추운 곳에 있는 사람들은 많이 심지 못하거든요. 안 심어요."]

한민족고구마나눔운동본부 박형서 대표는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자라는 '고구마'가 북한 식량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합니다.

[박형서/한민족고구마나눔운동본부 대표 : "북한을 보니까 먹을 게 없어요. 농사 안 돼요. 다 정말 옥수수 대까지 갈아서 먹더라고요. 그래서 이걸 어쨌든 고구마는 잘 자라는 거고..."]

고구마는 심는 방법도 비교적 간단한데요.

[박형서/한민족고구마나눔운동본부 대표 : "종순을 가위로 자르거나 낫으로 쳐서 그걸 땅속에다가 이렇게 이런 식으로 묻어주면 됩니다."]

줄기를 땅 위에 눕힌 뒤, 흙을 덮어주면 땅속에 뿌리를 내리며 자랍니다.

이렇게 선택된 고구마는 2015년 북녘땅, 약 만 제곱미터에서 35톤이 수확됐고, 현재까지도 성공적인 결실을 맺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도 시험 재배에 성공했던 그 고구마인 거죠?) 네, 10년째 성공하고 있는 (고구마입니다.) 황해남북도 그리고 강원도, 평안남북도 나진, 선봉, 백두산 밑에까지 우리가 심어드렸습니다."]

10년째 고구마를 심고 나누는 정애 씨처럼 지금까지 마음을 보태는 후원자들이 함께하고 있는데요.

[강정애/한민족고구마나눔운동본부 회원 : "기아 현상에서 허덕이고 있는 동포에게 먹이고 살리는데 고구마가 적합하다는 것을 깨닫고 같이 동참했어요."]

고구마 나눔 운동 덕분일까요.

고구마를 북한 매체도 종종 별미로 소개하는 등 사람들에게 제법 친근한 작물이 됐습니다.

특히 가을과 겨울이 되면 평양 곳곳의 매점에서 군고구마가 인기리에 판매됩니다.

[조선중앙TV/2022년 : "군고구마를 찾는 사람들로 인해서 흥성이고 있는데, 크고 실한 왕밤과 고구마를 알알이 골라 구워서 봉사해 주고 있습니다."]

이 고구마 운동은 일시적인 식량 지원보다는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필요하다 생각해 시작됐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그 과정은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고 합니다.

밭에서 10여 분 거리에 있는 센터입니다.

안에는 고구마 삶는 냄새가 가득했는데요.

한 솥을 가득 채운 고구마가 오늘의 새참 음식입니다.

["(속이 너무 알찬데요.) 이렇게 달 수가... (그래서 달수구나.) 맛있죠? (너무 맛있어요.)"]

사람들의 이야기 주제도 온통 '고구마'였는데요.

[유경선/한민족고구마나눔운동본부 회원 : "팍팍하지 않고, 달아서 너무 좋아요."]

북한에선 품종이 다양하지 않은 까닭에 여러 종류의 고구마를 맛보긴 어려웠다고 합니다.

[김희연/한민족고구마나눔운동본부 회원/탈북민 : "(북한에서 고구마는) 보관이 어려워서 그래서 많이 못 심죠. 정말 귀한 고급 음식, 이런 맛이 안 나고 많이 좀 푸석푸석해요."]

박 대표는 1990년대 초반부터 러시아에서 선교사로 활동하며 북한 주민들의 식량 사정을 알게 되었다는데요.

캐나다 시민권과 러시아 영주권을 가진 덕분에 직접 북한을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박형서/한민족고구마나눔운동본부 대표 : "가보니까 정말 사람이 굶어서 죽고 있더라고요. 북한 거리를 다니면서 농촌을 다니면서 울면서 다녔죠."]

거칠고 메마른 땅에 고구마 농사를 짓기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고 합니다.

[박형서/한민족고구마나눔운동본부 대표 : "북한 땅이 너무 황폐화돼 있어서 박테리아도 없고 부식토도 없고 죽은 땅이에요. 완전 산성화됐다는 거죠."]

고심 끝에 북한에 고구마를 심기로 결심한 이후에는 남한의 고구마 농가를 찾아다니며 재배 기술을 배웠고, 이어 북한에서 고구마 재배에 도전했습니다.

[박형서/한민족고구마나눔운동본부 대표 :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예요?) 지금 옥수수밭을 없애 버리고 고구마 종순을 심는 장면입니다. (황해북도) 연탄군 옆에 연산군이 있고 군 단위로 심어드리는데 거기에다가 대량으로 심기 시작했죠. 거기서 아주 큰 성공을 거뒀어요."]

북녘에서의 고구마 나눔 운동은 코로나19로 잠시 어려움을 겪었지만, 북한 내부에선 여전히 고구마 생산이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박 대표는 북한 장애인 시설에 고구마를 심어준 뒤 그들이 전했던 감사 인사를 지금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박형서/한민족고구마나눔운동본부 대표 : "이분들이 정서적으로 가까이 다가오더라고요. 고맙다는 얘기도 하고, 또 이렇게 우리 민족이 오래전부터 불렀던 노래를 부르면서 우리가 한민족이라는 걸 그렇게 느끼게 해주더라고요. 참 감동받았죠."]

남과 북은 오늘도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지만, 고구마로 뿌리 내린 우정이 하루빨리 풍성한 결실로 맺어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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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북녘에 ‘통일 고구마’…식량난 도움 기대
    • 입력 2024-10-19 08:26:04
    • 수정2024-10-19 08:3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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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우리나라 농촌은 가을걷이가 한창이죠.

북한에서도 지난 12일 벼 수확이 마무리됐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지난 8월 유엔식량농업기구, FAO가 홍수와 폭염 피해로 올해 북한의 농작물 수확량이 감소할 수 있다고 전했던 예측과 다르게 작황도 전반적으로 괜찮다고 주장했는데요.

하지만 북한의 만성적인 식량난을 해결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굶주림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들.

남녘에선 그 해법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특히 북한에 '고구마'를 전하겠다는 꿈을 키우는 이들이 있어 장예진 리포터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2014년 봄, 평안남도의 한 농장, 너른 밭에 여러 사람이 모여 있습니다.

[북한 농업지도자 : '고구마를 재배해 본 경험도 있고, 중국 동북에서도 재배한 경험이 있다고 하니까..."]

이들은 각지에서 온 농사 전문가들인데요.

북에 처음 도입된 신품종 고구마 농사법을 배우기 위해 모였답니다.

[박형서/한민족고구마나눔운동본부 대표 : "이분들은 북한 전역에서 온 농업 지도자들이에요. 5월 말에서 6월에 가야 여기는 (고구마를) 심을 수가 있습니다."]

10년 전 북한에서 시험 재배했던 고구마는 많은 생산량을 보이며, 큰 성공을 거뒀다고 하는데요.

[박형서/한민족고구마나눔운동본부 대표 : "옥수수 수확의 30~50배가 나온 거예요. 그 당시에 북한에서 먹을 게 옥수수밖에 없었어요."]

북한에서 시험 재배에 성공했던 이른바 통일 고구마, 이 남다른 고구마를 수확하는 곳을 직접 가보겠습니다.

성큼 다가온 '가을'.

수확의 계절을 맞아 부지런히 일손을 놀리는 현장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지금 뭐 하고 계신 거예요?) 통일 달수 고구마 추수하고 있습니다."]

지난봄에 심은 고구마는 땅속에서 탐스럽게 영글어 있었습니다.

["와 엄청 큰데요. 이거 쪄 먹으면 진짜 너무 맛있겠다."]

함경북도가 고향인 탈북민 희연 씨.

2000년대 초반, 희연 씨가 북한을 떠날 때까지만 해도 고구마는 흔치 않은 작물이었다는데요.

[김희연/한민족고구마나눔운동본부 회원/탈북민 : "황해남도 황해북도 이런 데서 앞쪽에서 많이 생산되고 우리 지방(함경북도)에 아래쪽에 추운 곳에 있는 사람들은 많이 심지 못하거든요. 안 심어요."]

한민족고구마나눔운동본부 박형서 대표는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자라는 '고구마'가 북한 식량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합니다.

[박형서/한민족고구마나눔운동본부 대표 : "북한을 보니까 먹을 게 없어요. 농사 안 돼요. 다 정말 옥수수 대까지 갈아서 먹더라고요. 그래서 이걸 어쨌든 고구마는 잘 자라는 거고..."]

고구마는 심는 방법도 비교적 간단한데요.

[박형서/한민족고구마나눔운동본부 대표 : "종순을 가위로 자르거나 낫으로 쳐서 그걸 땅속에다가 이렇게 이런 식으로 묻어주면 됩니다."]

줄기를 땅 위에 눕힌 뒤, 흙을 덮어주면 땅속에 뿌리를 내리며 자랍니다.

이렇게 선택된 고구마는 2015년 북녘땅, 약 만 제곱미터에서 35톤이 수확됐고, 현재까지도 성공적인 결실을 맺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도 시험 재배에 성공했던 그 고구마인 거죠?) 네, 10년째 성공하고 있는 (고구마입니다.) 황해남북도 그리고 강원도, 평안남북도 나진, 선봉, 백두산 밑에까지 우리가 심어드렸습니다."]

10년째 고구마를 심고 나누는 정애 씨처럼 지금까지 마음을 보태는 후원자들이 함께하고 있는데요.

[강정애/한민족고구마나눔운동본부 회원 : "기아 현상에서 허덕이고 있는 동포에게 먹이고 살리는데 고구마가 적합하다는 것을 깨닫고 같이 동참했어요."]

고구마 나눔 운동 덕분일까요.

고구마를 북한 매체도 종종 별미로 소개하는 등 사람들에게 제법 친근한 작물이 됐습니다.

특히 가을과 겨울이 되면 평양 곳곳의 매점에서 군고구마가 인기리에 판매됩니다.

[조선중앙TV/2022년 : "군고구마를 찾는 사람들로 인해서 흥성이고 있는데, 크고 실한 왕밤과 고구마를 알알이 골라 구워서 봉사해 주고 있습니다."]

이 고구마 운동은 일시적인 식량 지원보다는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필요하다 생각해 시작됐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그 과정은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고 합니다.

밭에서 10여 분 거리에 있는 센터입니다.

안에는 고구마 삶는 냄새가 가득했는데요.

한 솥을 가득 채운 고구마가 오늘의 새참 음식입니다.

["(속이 너무 알찬데요.) 이렇게 달 수가... (그래서 달수구나.) 맛있죠? (너무 맛있어요.)"]

사람들의 이야기 주제도 온통 '고구마'였는데요.

[유경선/한민족고구마나눔운동본부 회원 : "팍팍하지 않고, 달아서 너무 좋아요."]

북한에선 품종이 다양하지 않은 까닭에 여러 종류의 고구마를 맛보긴 어려웠다고 합니다.

[김희연/한민족고구마나눔운동본부 회원/탈북민 : "(북한에서 고구마는) 보관이 어려워서 그래서 많이 못 심죠. 정말 귀한 고급 음식, 이런 맛이 안 나고 많이 좀 푸석푸석해요."]

박 대표는 1990년대 초반부터 러시아에서 선교사로 활동하며 북한 주민들의 식량 사정을 알게 되었다는데요.

캐나다 시민권과 러시아 영주권을 가진 덕분에 직접 북한을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박형서/한민족고구마나눔운동본부 대표 : "가보니까 정말 사람이 굶어서 죽고 있더라고요. 북한 거리를 다니면서 농촌을 다니면서 울면서 다녔죠."]

거칠고 메마른 땅에 고구마 농사를 짓기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고 합니다.

[박형서/한민족고구마나눔운동본부 대표 : "북한 땅이 너무 황폐화돼 있어서 박테리아도 없고 부식토도 없고 죽은 땅이에요. 완전 산성화됐다는 거죠."]

고심 끝에 북한에 고구마를 심기로 결심한 이후에는 남한의 고구마 농가를 찾아다니며 재배 기술을 배웠고, 이어 북한에서 고구마 재배에 도전했습니다.

[박형서/한민족고구마나눔운동본부 대표 :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예요?) 지금 옥수수밭을 없애 버리고 고구마 종순을 심는 장면입니다. (황해북도) 연탄군 옆에 연산군이 있고 군 단위로 심어드리는데 거기에다가 대량으로 심기 시작했죠. 거기서 아주 큰 성공을 거뒀어요."]

북녘에서의 고구마 나눔 운동은 코로나19로 잠시 어려움을 겪었지만, 북한 내부에선 여전히 고구마 생산이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박 대표는 북한 장애인 시설에 고구마를 심어준 뒤 그들이 전했던 감사 인사를 지금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박형서/한민족고구마나눔운동본부 대표 : "이분들이 정서적으로 가까이 다가오더라고요. 고맙다는 얘기도 하고, 또 이렇게 우리 민족이 오래전부터 불렀던 노래를 부르면서 우리가 한민족이라는 걸 그렇게 느끼게 해주더라고요. 참 감동받았죠."]

남과 북은 오늘도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지만, 고구마로 뿌리 내린 우정이 하루빨리 풍성한 결실로 맺어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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