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을까? [창+]

입력 2024.10.19 (10:03) 수정 2024.10.19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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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기획창 '미쓰 김 대표' 중에서]

<인터뷰> 박해용/대학교수
저는 부산대학교 건축공학과 03학번, 2003년도에 입학한 박해용이라고 합니다. 석사랑 박사 과정을 이수하게 되었고 그 이후에 또 연구소 생활을 한 5년 정도 하다가 좋은 기회를 통해서 저희 학교, 지금의 학교 건축공학과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기자:교수님 학창 시절에 어떤 학생이셨어요?)
동아리 활동을 좀 열심히 했었고 물론 학과에 친구들하고도 친하게는 지냈는데 저는 학과와 동아리를 왔다갔다하면서 좀 많이 놀았던 학생이었습니다.
(기자: 그런데 어떻게 교수님이 되셨네요.)
뒤에 좀 정신 차려가지고.

<인터뷰> 박해용/대학 교수
딸아이가 한 명 있습니다. 저는 육아휴직은 하지 않았습니다. 다년간에 걸쳐서 수행을 해야 되는 연구 프로젝트 같은 것들이 있었기 때문에 중간에 제가 잠시 끊고 육아에 전념할 수 있는 그런 선택을 할 수가 없었죠. 일단은 잘 부양해야지 라는 생각이 좀 우선이었던 것 같고 가정에 버팀목이 돼야된다는 생각을 하고는 있습니다.
대학 시절 때 제가 꿈꿔왔던 것은 지금 생각해보면 또 훌륭한 연구자 그다음에 나아가서 좋은 교육자가 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필요한 몇 가지의 목표를 달성한 것 같기는 해요. 중요한 건 아직 그래도 감사하게도 저는 그 대학 시절에 꿨던 꿈이 유효하다 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인터뷰>윤혜영/주부
안녕하세요. 부산대 건축학과 03학번 윤혜영입니다. 좋은 회사에 취직을 해서 한국에 멋진 건축물을 짓고 싶다. 이런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 꿈을 가지고 있었고 열심히 했습니다. 전공을 살려서 시공 회사에서 한 8년 정도 근무를 했고요. 그 이후에는 시행사에서 5년 정도 일을 했습니다.
(기자: 회사를 그만두게 된 계기가 있으셨어요?)
제가 임신을 했는데 회사를 다니면서 유산을 해서 그런데 제가 그때 주말부부였거든요. 그래서 혹시나 몸이 힘들어서 그런가? 해서 그때 그만두고 다시 임신을 하고 출산을 했습니다. 저 건설회사 다닐 때 여자 동기가 다섯 명 있었거든요. 그런데 세 명.. 저 포함해서 세 명 퇴사하고 현재 2명 남아있는데 한 명은 결혼 안 했고 한 명은 아이가 없어요.
아이가 있으면 만약에 현장에서 일을 한다 하면 출근 시간이 너무 빠르고 주말에도 나가야 되니까. 내 꿈은 이뤄지다가 멀어졌다...지금은 육아로 인해서 회사를 그만두고 있는 상태라서 예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행복 이런 거를 느낄 수 있어서 사실 지금의 꿈은 그냥 아이 건강하고 우리 가족 행복하고 이런 거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학교, 같은 과를 졸업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던 두 남녀의 삶이 달라진 이유, 아이 때문입니다.

육아를 위해 아예 퇴사하거나, 회사를 다니면서 육아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업무를 조정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여성이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자신의 꿈을 이루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남성이, 꿈과 멀어졌다는 답은 여성이 더 높게 나타납니다.

<인터뷰> 최태섭/사회학 연구자· 「한국, 남자」 저자
(여성이) 커리어를 길게 이어 나가고 높은 곳을 올라가고 하는 것들이 여전히 굉장한 장벽들이 작동을 하고 있다, 분명히.
<인터뷰> 이상직/ 경북대 사회학과 조교수
자신의 삶을 이렇게 좀 나의 잠재력을 펼쳐볼 수 있을 만한 어떤 넓은 사회적 기회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남녀의 차이가 매우 크다라는 점 이건 분명한 어떤 일종의 사회적 사실인 것 같고요. 그래서 그 차이를 이제 줄일 필요가 있다

<인터뷰> 노미숙/ 은행 근무
큰애 가졌을 때 본점에서, 일을 너무 많이 했어요. 하루종일 정말 (손짓) 휘어지도록 했어요. 자연스럽게 막 이렇게 (배를) 내밀고 다닐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어요. 코르셋을 그냥 이까지(?) 끌어올려서 한 7~8개월 돼도 표시가 안 날 정도로 매고 다닌 거예요. 계속 그렇게 하니까 이제 많이 클 수가 없었죠, 아이가. 저녁때 되면 아이가 운대요, 엄마 이제 올 시간이 되고 그러면. 그러면 이제 아빠가 업고 다니면서 저 꽤 눈물도 흘렸다고 해. 그래서 지금도 많이 미안하죠. (그런데) 엄마도 그런 시간에 그 이상을 그 어떤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있으니까 죄의식과 너무 미안함과 그렇게 그런 마음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제가 죄짓고 다닌 거는 아니잖아요. 그래서 좀 많이 미안하기는 하지만 뭐 그렇게 그 정도는 아니에요.

일하는 엄마가 갖는 이런 죄책감은 좀 나아졌을까.

<인터뷰> 박꽃하얀/ 건축회사 대표
강원대학교 화학공학과 03학번 박꽃하얀이고요. 지금은 춘천에서 건축업 하고 있습니다. 지금 2016년 2018년생 남자아이 둘이에요. 많이 힘들죠. 힘든 점도 진짜 많은데 저는 제가 일, 육아에 100% 둘 다 완벽하게 해내지 못하는 게 되게 힘든 거 같아요. 처음에 일할 때 저는 정말 '남자 바꿔'라는 전화도 받았었어요. 지방은 아직은 좀 그런 부분이 있는 거 같아요. (여자) 회사 대표를 대표로 안 받아들이세요. 남자 분들은 동호회 같이 드세요. 그러다 보면 축구 다니고 뭐 다니고 그런데 그게 여자들은 안 되더라고요. 술 먹으라고 하면 늦게까지 못 먹고 일찍 먹고 끝나는 빨리 들어가야 되니까.
(기자: 어떻게 보면 남초 집단인 건설 현장에서 잘 그래도 계속 버티고 계시네요. )
잘 있는지 없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아이가 뭔가 약간 부족한 모습을 보면 이게 나 때문인가? 이렇게 아프면 또 내가 뭘 어떻게 했나? 이렇게 자꾸 자책하게 되더라고요. 엄마여서 그런지. 참 그래요.

이제 여성들은 얼마든지 회사 대표도, 연구원도 될 수 있는 시대.
그러나 아이가 생기는 순간 일이냐, 가정이냐 여전히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직장에 다니든, 안 다니든 육아의 무게를 더 감당하고 있는 건 여전히 엄마들입니다.

-관련방송: 2024년 10월 15일(화) KBS 1TV, 22:00 <시사기획 창> 미쓰 김, 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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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해용/대학교수
저는 부산대학교 건축공학과 03학번, 2003년도에 입학한 박해용이라고 합니다. 석사랑 박사 과정을 이수하게 되었고 그 이후에 또 연구소 생활을 한 5년 정도 하다가 좋은 기회를 통해서 저희 학교, 지금의 학교 건축공학과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기자:교수님 학창 시절에 어떤 학생이셨어요?)
동아리 활동을 좀 열심히 했었고 물론 학과에 친구들하고도 친하게는 지냈는데 저는 학과와 동아리를 왔다갔다하면서 좀 많이 놀았던 학생이었습니다.
(기자: 그런데 어떻게 교수님이 되셨네요.)
뒤에 좀 정신 차려가지고.

<인터뷰> 박해용/대학 교수
딸아이가 한 명 있습니다. 저는 육아휴직은 하지 않았습니다. 다년간에 걸쳐서 수행을 해야 되는 연구 프로젝트 같은 것들이 있었기 때문에 중간에 제가 잠시 끊고 육아에 전념할 수 있는 그런 선택을 할 수가 없었죠. 일단은 잘 부양해야지 라는 생각이 좀 우선이었던 것 같고 가정에 버팀목이 돼야된다는 생각을 하고는 있습니다.
대학 시절 때 제가 꿈꿔왔던 것은 지금 생각해보면 또 훌륭한 연구자 그다음에 나아가서 좋은 교육자가 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필요한 몇 가지의 목표를 달성한 것 같기는 해요. 중요한 건 아직 그래도 감사하게도 저는 그 대학 시절에 꿨던 꿈이 유효하다 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인터뷰>윤혜영/주부
안녕하세요. 부산대 건축학과 03학번 윤혜영입니다. 좋은 회사에 취직을 해서 한국에 멋진 건축물을 짓고 싶다. 이런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 꿈을 가지고 있었고 열심히 했습니다. 전공을 살려서 시공 회사에서 한 8년 정도 근무를 했고요. 그 이후에는 시행사에서 5년 정도 일을 했습니다.
(기자: 회사를 그만두게 된 계기가 있으셨어요?)
제가 임신을 했는데 회사를 다니면서 유산을 해서 그런데 제가 그때 주말부부였거든요. 그래서 혹시나 몸이 힘들어서 그런가? 해서 그때 그만두고 다시 임신을 하고 출산을 했습니다. 저 건설회사 다닐 때 여자 동기가 다섯 명 있었거든요. 그런데 세 명.. 저 포함해서 세 명 퇴사하고 현재 2명 남아있는데 한 명은 결혼 안 했고 한 명은 아이가 없어요.
아이가 있으면 만약에 현장에서 일을 한다 하면 출근 시간이 너무 빠르고 주말에도 나가야 되니까. 내 꿈은 이뤄지다가 멀어졌다...지금은 육아로 인해서 회사를 그만두고 있는 상태라서 예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행복 이런 거를 느낄 수 있어서 사실 지금의 꿈은 그냥 아이 건강하고 우리 가족 행복하고 이런 거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학교, 같은 과를 졸업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던 두 남녀의 삶이 달라진 이유, 아이 때문입니다.

육아를 위해 아예 퇴사하거나, 회사를 다니면서 육아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업무를 조정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여성이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자신의 꿈을 이루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남성이, 꿈과 멀어졌다는 답은 여성이 더 높게 나타납니다.

<인터뷰> 최태섭/사회학 연구자· 「한국, 남자」 저자
(여성이) 커리어를 길게 이어 나가고 높은 곳을 올라가고 하는 것들이 여전히 굉장한 장벽들이 작동을 하고 있다, 분명히.
<인터뷰> 이상직/ 경북대 사회학과 조교수
자신의 삶을 이렇게 좀 나의 잠재력을 펼쳐볼 수 있을 만한 어떤 넓은 사회적 기회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남녀의 차이가 매우 크다라는 점 이건 분명한 어떤 일종의 사회적 사실인 것 같고요. 그래서 그 차이를 이제 줄일 필요가 있다

<인터뷰> 노미숙/ 은행 근무
큰애 가졌을 때 본점에서, 일을 너무 많이 했어요. 하루종일 정말 (손짓) 휘어지도록 했어요. 자연스럽게 막 이렇게 (배를) 내밀고 다닐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어요. 코르셋을 그냥 이까지(?) 끌어올려서 한 7~8개월 돼도 표시가 안 날 정도로 매고 다닌 거예요. 계속 그렇게 하니까 이제 많이 클 수가 없었죠, 아이가. 저녁때 되면 아이가 운대요, 엄마 이제 올 시간이 되고 그러면. 그러면 이제 아빠가 업고 다니면서 저 꽤 눈물도 흘렸다고 해. 그래서 지금도 많이 미안하죠. (그런데) 엄마도 그런 시간에 그 이상을 그 어떤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있으니까 죄의식과 너무 미안함과 그렇게 그런 마음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제가 죄짓고 다닌 거는 아니잖아요. 그래서 좀 많이 미안하기는 하지만 뭐 그렇게 그 정도는 아니에요.

일하는 엄마가 갖는 이런 죄책감은 좀 나아졌을까.

<인터뷰> 박꽃하얀/ 건축회사 대표
강원대학교 화학공학과 03학번 박꽃하얀이고요. 지금은 춘천에서 건축업 하고 있습니다. 지금 2016년 2018년생 남자아이 둘이에요. 많이 힘들죠. 힘든 점도 진짜 많은데 저는 제가 일, 육아에 100% 둘 다 완벽하게 해내지 못하는 게 되게 힘든 거 같아요. 처음에 일할 때 저는 정말 '남자 바꿔'라는 전화도 받았었어요. 지방은 아직은 좀 그런 부분이 있는 거 같아요. (여자) 회사 대표를 대표로 안 받아들이세요. 남자 분들은 동호회 같이 드세요. 그러다 보면 축구 다니고 뭐 다니고 그런데 그게 여자들은 안 되더라고요. 술 먹으라고 하면 늦게까지 못 먹고 일찍 먹고 끝나는 빨리 들어가야 되니까.
(기자: 어떻게 보면 남초 집단인 건설 현장에서 잘 그래도 계속 버티고 계시네요. )
잘 있는지 없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아이가 뭔가 약간 부족한 모습을 보면 이게 나 때문인가? 이렇게 아프면 또 내가 뭘 어떻게 했나? 이렇게 자꾸 자책하게 되더라고요. 엄마여서 그런지. 참 그래요.

이제 여성들은 얼마든지 회사 대표도, 연구원도 될 수 있는 시대.
그러나 아이가 생기는 순간 일이냐, 가정이냐 여전히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직장에 다니든, 안 다니든 육아의 무게를 더 감당하고 있는 건 여전히 엄마들입니다.

-관련방송: 2024년 10월 15일(화) KBS 1TV, 22:00 <시사기획 창> 미쓰 김, 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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