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픽] “엄마 아빤 여전히 사랑해”…‘뼈아픈 기억’ 성수대교 붕괴 30주기

입력 2024.10.21 (18:16) 수정 2024.10.21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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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이슈픽입니다.

90년대 중반 청춘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이 드라마의 배경은 1994년입니다.

대한민국의 기록적인 한 해 였습니다.

북한 김일성이 사망했고, 연쇄살인범 지존파가 검거됐던 그 해.

우리는 믿기 힘든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성수대교 붕괴 사곱니다.

꼭 30년 전인 1994년 10월 21일 오전 7시.

비 내리는 아침이었습니다.

쿵 하는 굉음과 함께 다리가 두 동강 났습니다.

[김장수/사고 목격자/1994년 : "우지직, 우지직 소리나면서 꽝! 우지직 꽝 소리가 났어요."]

출근길, 등굣길에 나섰던 그 모두를 멈춰 세운 순간.

전 세계를 경악시킨 대한민국 최악의 참사는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놀란 사람들이 너도 나도 신고하면서 소방서와 경찰서, 군인들까지 성수대교 위로 출동했습니다.

그 모습은 실시간 뉴스 속보로 생중계됐습니다.

[KBS 뉴스광장/1994년 : "네, 방금 들어온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서울 성수대교 일부 구간이 무너져서…. 무슨 사고입니까? (네, 오늘 오전 7시 반쯤 성수대교가 무너졌습니다.)"]

인근 직장과 학교로 전화가 빗발치면서 서울 시내 통화량은 급증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가족이 그 시각 성수대교를 지나지 않았길 바랐지만, 수많은 운명은 찰나의 순간에 갈리며, 32명 안타까운 생명을 앗아갔습니다.

["교실의 자리뿐만 아니라 우리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는 너의 자리를 알 수 있었고."]

친구들과 꿈을 키우던 학교는 넋을 위로하는 영결식장이 되었고, 눈물로 읽어 내려가는 애도문이 끊기듯 이어질 때마다 자식을 앞세운 부모들의 오열이 터져나왔습니다.

지어진 지 15년 밖에 되지 않은, 멀쩡하던 다리가 어떻게 한순간에 무너지게 된 것인지 모두가 혼란스러운 상황.

당시 시공사인 동아건설은 '하자 보수 기간인 5년을 잘 지켰다'는 말로 국민적 공분을 샀습니다.

[최원석/당시 동아그룹 회장/1994년 : "그동안 수도 없이 성수대교를 다녔습니다. 제가 불량시공을 지시했으면 성수대교를 다녔겠습니까? 한번 묻고 싶습니다."]

여러 위험 신호를 무시하고 상판만 땜질했다가 벌어진 이 참담한 사고를 계기로 한강 모든 다리에 대한 정밀 안전 검사가 실시됐습니다.

[최병렬/당시 신임 서울시장/1994년 : "국제적으로 대한민국 망신시켰어. 이거 이대로 보전하면 안 되나? 뜯지도 말고 그냥 내버려 두고 다리는 옆에 새로 놓고, 후손들에게 좀 알려주게."]

속절없이 흘러간 세월 참사 30주기인 오늘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합동 위령제가 열렸습니다.

노란 현수막엔 하늘을 향한 인삿말을 남겼습니다.

"엄마, 아빠는 여전히 기억하고 아직도 사랑해."

어쩌면 우리 사회는 지금도 위태롭게 서 있는지 모릅니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의 원인인 철근 빼먹기가 2023년 순살 아파트로 재연됐습니다.

눈부신 기술의 발전에 비례해 이를 뒷받침할 인간의 양심이 나아지지 않는 한, 비극은 반복될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까지 이슈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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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픽] “엄마 아빤 여전히 사랑해”…‘뼈아픈 기억’ 성수대교 붕괴 30주기
    • 입력 2024-10-21 18:16:13
    • 수정2024-10-21 18:3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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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이슈픽입니다.

90년대 중반 청춘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이 드라마의 배경은 1994년입니다.

대한민국의 기록적인 한 해 였습니다.

북한 김일성이 사망했고, 연쇄살인범 지존파가 검거됐던 그 해.

우리는 믿기 힘든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성수대교 붕괴 사곱니다.

꼭 30년 전인 1994년 10월 21일 오전 7시.

비 내리는 아침이었습니다.

쿵 하는 굉음과 함께 다리가 두 동강 났습니다.

[김장수/사고 목격자/1994년 : "우지직, 우지직 소리나면서 꽝! 우지직 꽝 소리가 났어요."]

출근길, 등굣길에 나섰던 그 모두를 멈춰 세운 순간.

전 세계를 경악시킨 대한민국 최악의 참사는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놀란 사람들이 너도 나도 신고하면서 소방서와 경찰서, 군인들까지 성수대교 위로 출동했습니다.

그 모습은 실시간 뉴스 속보로 생중계됐습니다.

[KBS 뉴스광장/1994년 : "네, 방금 들어온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서울 성수대교 일부 구간이 무너져서…. 무슨 사고입니까? (네, 오늘 오전 7시 반쯤 성수대교가 무너졌습니다.)"]

인근 직장과 학교로 전화가 빗발치면서 서울 시내 통화량은 급증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가족이 그 시각 성수대교를 지나지 않았길 바랐지만, 수많은 운명은 찰나의 순간에 갈리며, 32명 안타까운 생명을 앗아갔습니다.

["교실의 자리뿐만 아니라 우리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는 너의 자리를 알 수 있었고."]

친구들과 꿈을 키우던 학교는 넋을 위로하는 영결식장이 되었고, 눈물로 읽어 내려가는 애도문이 끊기듯 이어질 때마다 자식을 앞세운 부모들의 오열이 터져나왔습니다.

지어진 지 15년 밖에 되지 않은, 멀쩡하던 다리가 어떻게 한순간에 무너지게 된 것인지 모두가 혼란스러운 상황.

당시 시공사인 동아건설은 '하자 보수 기간인 5년을 잘 지켰다'는 말로 국민적 공분을 샀습니다.

[최원석/당시 동아그룹 회장/1994년 : "그동안 수도 없이 성수대교를 다녔습니다. 제가 불량시공을 지시했으면 성수대교를 다녔겠습니까? 한번 묻고 싶습니다."]

여러 위험 신호를 무시하고 상판만 땜질했다가 벌어진 이 참담한 사고를 계기로 한강 모든 다리에 대한 정밀 안전 검사가 실시됐습니다.

[최병렬/당시 신임 서울시장/1994년 : "국제적으로 대한민국 망신시켰어. 이거 이대로 보전하면 안 되나? 뜯지도 말고 그냥 내버려 두고 다리는 옆에 새로 놓고, 후손들에게 좀 알려주게."]

속절없이 흘러간 세월 참사 30주기인 오늘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합동 위령제가 열렸습니다.

노란 현수막엔 하늘을 향한 인삿말을 남겼습니다.

"엄마, 아빠는 여전히 기억하고 아직도 사랑해."

어쩌면 우리 사회는 지금도 위태롭게 서 있는지 모릅니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의 원인인 철근 빼먹기가 2023년 순살 아파트로 재연됐습니다.

눈부신 기술의 발전에 비례해 이를 뒷받침할 인간의 양심이 나아지지 않는 한, 비극은 반복될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까지 이슈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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