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기지 못한 ‘파병’…‘북러 협력’은 티 내는 북한 [뒷北뉴스]

입력 2024.10.26 (07:00) 수정 2024.10.26 (07: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 사실로 확인된 '북한군 파병'…영상에서 들린 '북한말'

'북한군 파병설'은 사실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한국을 시작으로 미국과 나토, 일본까지 북한군 파병을 확인했습니다.

소문이 사실로 인정된 결정적 시기는 지난 18일 국정원 발표입니다. 국정원은 이날 북한군 특수부대원들 천5백 명이 1차로 러시아로 이송됐다고 확인하며, 약 만 명 이상이 추가로 도착할 거란 분석을 내놨습니다.

이후 영상들이 공개됐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측 모두 텔레그램을 통해 북한군 도착과 관련한 영상들을 속속 공유하고 있습니다. 영상 속 군부대에 도착한 동양인들에게선 또렷한 북한말이 들립니다.

북한군, 러시아 군복 수령 영상 (출처: 우크라이나 문화부 소속 전략 소통·정보보안센터 텔레그램)북한군, 러시아 군복 수령 영상 (출처: 우크라이나 문화부 소속 전략 소통·정보보안센터 텔레그램)

■ 러시아 군으로 위장…뒤늦게 파병 사실상 시인

우크라이나 정부 기관은 러시아가 북한군을 위해 준비했다는 한글 설문지를 공개했습니다. 북한 군인들에게 러시아 군복을 지급하기 위해 치수를 적어 내라는 내용입니다.

국정원은 "북한군은 러시아 군복과 러시아제 무기를 지급받았으며, 북한인과 유사한 용모의 시베리아 야쿠티야ㆍ부라티야 지역 주민 위조 신분증도 발급받았다"고 밝혔습니다. 북한군들이 러시아 부대 소속으로 위장하고 있다는 겁니다.

주유엔 북한대표부는 현지시간 21일 러시아와 이른바 군사 협력에 대해 우리 대표부는 주권 국가 간의 합법적이고 우호적인 협력 관계를 훼손하고 우리의 국가 이미지를 더럽히려는 근거 없는 뻔한 소문에 대해 언급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어제(25일) 밤 북한은 주민들이 볼 수 없는 대외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을 통해 "그러한 일이 있다면 그것은 국제법적 규범에 부합되는 행동"일 것이라며 러시아 파병을 소극적으로나마 시인했습니다. 텔레그램을 통해 관련 증거들이 빠르게 공유되는 상황에서 더는 외부에 파병을 부인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군이 위장한 부라티야·부라티야 공화국 주민의 외모(출처 : 국정원)북한군이 위장한 부라티야·부라티야 공화국 주민의 외모(출처 : 국정원)

■ 북한의 본심은 '러시아와 협력' 과시

러시아 군으로 위장한 점과 유엔이라는 국제 무대 공식 석상에서의 '파병' 부인. 이런 사실만 놓고 보면 북한은 원래 파병을 숨기고 싶었던 걸로 보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이번 주 의아한 행태도 보였습니다.

북한이 유엔에서 파병설을 부인한 바로 다음 날인 지난 22일 저녁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가 나왔습니다. 북한은 외교적 또는 군사적 사안에 국제적 관심을 유도하는 위한 목적으로 종종 김 부부장 명의의 담화를 사용합니다. 주로 한국과 미국 비난에 사용되던 김 부부장의 담화에 이날은 우크라이나가 등장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한국과 우크라이나가 핵보유국에 도발했다며 "미국이 손때 묻혀 길러낸 버릇 나쁜 개들"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또 한국과 우크라이나를 "미친것들", "정신 나간 것들"이라 부르며 "핵보유국들을 상대로 뒷수습이 불가능한 어이없는 망발을 함부로 내뱉는 객기 또한 판에 박은 듯 꼭 닮고 뺐다"는 망언까지 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지난 9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가 무기 거래로 북한과 이란을 전쟁범죄 공범으로 만들었다"고 지적에 반발하는 담화를 낸 적은 있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가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을 의심하는 상황에서 굳이 김 부부장의 입으로 우크라이나를 비난한 것은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바로 '북러 관계'에 대한 과시입니다.

현승수 통일연구원 부원장은 "기본적으로 북한은 러시아와의 군사적 밀착 관계가 지금 상당 수준에 와 있다는 걸 과시하고 싶어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23일 북한 매체들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략 미사일 부대 방문 소식을 전하며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화성-18형'과 '글라이더 활공체 기반의 극초음속 미사일'을 보여준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전략 미사일 부대 방문 (출처 :조선중앙통신)김정은 위원장, 전략 미사일 부대 방문 (출처 :조선중앙통신)

현 부원장은 "(해당 미사일들은 완성을 위해 ) 러시아로부터의 군사 기술 지원을 받아야 하는 것이고, 러시아 지원 여부를 다들 주목하는 부분인데 그것이 마치 지금 실현되고 있는 것처럼 그렇게 부각을 시키는 전략적인 계산이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대외적으론 파병을 확실히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파병'을 통해 주목받은 '북러 협력'을 한층 더 티를 내고 있다는 겁니다. 이를 통해 미국과 한국을 한층 더 압박하는 모양새입니다.

파병 사실을 굳이 숨겨온 건내부 동요를 막기 위한 조치로 보입니다. 국정원은 23일 국회 정보위 보고를 통해 북한 당국이 관련 사실을 일절 알리고 있지 않지만, 파병 군인 가족들이 크게 오열하고 있다는 소문 등이 내부에 퍼지고 있다며, 이들을 격리해 관리하는 동향도 포착했다고 밝혔습니다.

■ 북한은 청년들 목숨을 대가로 무엇을 받나

전술핵을 넘겨받을 정도로 가까운 러시아의 동맹국 벨라루스도 파병엔 나서지 않았습니다. 국제사회의 압력, 자국 군대를 러시아를 위해 싸우게 할 경우 발생할 국내 비판 여론 등은 큰 부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아무도 하지 않은 무모한 선택을 결국 했습니다.

북한은 자국 청년들의 목숨을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많은 것을 얻어내려고 할 겁니다. 병사들의 월급을 통한 외화벌이는 북한이 청구할 계산서의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ICBM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 같은 핵심 군사 기술 이전도 요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파병을 계기로 북한과 러시아는 협력의 단계를 한 차원 넘어서고 있고, 이로 인해 한반도 안보 상황도 급변하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숨기지 못한 ‘파병’…‘북러 협력’은 티 내는 북한 [뒷北뉴스]
    • 입력 2024-10-26 07:00:15
    • 수정2024-10-26 07:00:37
    뒷北뉴스

■ 사실로 확인된 '북한군 파병'…영상에서 들린 '북한말'

'북한군 파병설'은 사실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한국을 시작으로 미국과 나토, 일본까지 북한군 파병을 확인했습니다.

소문이 사실로 인정된 결정적 시기는 지난 18일 국정원 발표입니다. 국정원은 이날 북한군 특수부대원들 천5백 명이 1차로 러시아로 이송됐다고 확인하며, 약 만 명 이상이 추가로 도착할 거란 분석을 내놨습니다.

이후 영상들이 공개됐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측 모두 텔레그램을 통해 북한군 도착과 관련한 영상들을 속속 공유하고 있습니다. 영상 속 군부대에 도착한 동양인들에게선 또렷한 북한말이 들립니다.

북한군, 러시아 군복 수령 영상 (출처: 우크라이나 문화부 소속 전략 소통·정보보안센터 텔레그램)
■ 러시아 군으로 위장…뒤늦게 파병 사실상 시인

우크라이나 정부 기관은 러시아가 북한군을 위해 준비했다는 한글 설문지를 공개했습니다. 북한 군인들에게 러시아 군복을 지급하기 위해 치수를 적어 내라는 내용입니다.

국정원은 "북한군은 러시아 군복과 러시아제 무기를 지급받았으며, 북한인과 유사한 용모의 시베리아 야쿠티야ㆍ부라티야 지역 주민 위조 신분증도 발급받았다"고 밝혔습니다. 북한군들이 러시아 부대 소속으로 위장하고 있다는 겁니다.

주유엔 북한대표부는 현지시간 21일 러시아와 이른바 군사 협력에 대해 우리 대표부는 주권 국가 간의 합법적이고 우호적인 협력 관계를 훼손하고 우리의 국가 이미지를 더럽히려는 근거 없는 뻔한 소문에 대해 언급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어제(25일) 밤 북한은 주민들이 볼 수 없는 대외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을 통해 "그러한 일이 있다면 그것은 국제법적 규범에 부합되는 행동"일 것이라며 러시아 파병을 소극적으로나마 시인했습니다. 텔레그램을 통해 관련 증거들이 빠르게 공유되는 상황에서 더는 외부에 파병을 부인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군이 위장한 부라티야·부라티야 공화국 주민의 외모(출처 : 국정원)
■ 북한의 본심은 '러시아와 협력' 과시

러시아 군으로 위장한 점과 유엔이라는 국제 무대 공식 석상에서의 '파병' 부인. 이런 사실만 놓고 보면 북한은 원래 파병을 숨기고 싶었던 걸로 보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이번 주 의아한 행태도 보였습니다.

북한이 유엔에서 파병설을 부인한 바로 다음 날인 지난 22일 저녁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가 나왔습니다. 북한은 외교적 또는 군사적 사안에 국제적 관심을 유도하는 위한 목적으로 종종 김 부부장 명의의 담화를 사용합니다. 주로 한국과 미국 비난에 사용되던 김 부부장의 담화에 이날은 우크라이나가 등장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한국과 우크라이나가 핵보유국에 도발했다며 "미국이 손때 묻혀 길러낸 버릇 나쁜 개들"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또 한국과 우크라이나를 "미친것들", "정신 나간 것들"이라 부르며 "핵보유국들을 상대로 뒷수습이 불가능한 어이없는 망발을 함부로 내뱉는 객기 또한 판에 박은 듯 꼭 닮고 뺐다"는 망언까지 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지난 9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가 무기 거래로 북한과 이란을 전쟁범죄 공범으로 만들었다"고 지적에 반발하는 담화를 낸 적은 있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가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을 의심하는 상황에서 굳이 김 부부장의 입으로 우크라이나를 비난한 것은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바로 '북러 관계'에 대한 과시입니다.

현승수 통일연구원 부원장은 "기본적으로 북한은 러시아와의 군사적 밀착 관계가 지금 상당 수준에 와 있다는 걸 과시하고 싶어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23일 북한 매체들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략 미사일 부대 방문 소식을 전하며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화성-18형'과 '글라이더 활공체 기반의 극초음속 미사일'을 보여준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전략 미사일 부대 방문 (출처 :조선중앙통신)
현 부원장은 "(해당 미사일들은 완성을 위해 ) 러시아로부터의 군사 기술 지원을 받아야 하는 것이고, 러시아 지원 여부를 다들 주목하는 부분인데 그것이 마치 지금 실현되고 있는 것처럼 그렇게 부각을 시키는 전략적인 계산이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대외적으론 파병을 확실히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파병'을 통해 주목받은 '북러 협력'을 한층 더 티를 내고 있다는 겁니다. 이를 통해 미국과 한국을 한층 더 압박하는 모양새입니다.

파병 사실을 굳이 숨겨온 건내부 동요를 막기 위한 조치로 보입니다. 국정원은 23일 국회 정보위 보고를 통해 북한 당국이 관련 사실을 일절 알리고 있지 않지만, 파병 군인 가족들이 크게 오열하고 있다는 소문 등이 내부에 퍼지고 있다며, 이들을 격리해 관리하는 동향도 포착했다고 밝혔습니다.

■ 북한은 청년들 목숨을 대가로 무엇을 받나

전술핵을 넘겨받을 정도로 가까운 러시아의 동맹국 벨라루스도 파병엔 나서지 않았습니다. 국제사회의 압력, 자국 군대를 러시아를 위해 싸우게 할 경우 발생할 국내 비판 여론 등은 큰 부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아무도 하지 않은 무모한 선택을 결국 했습니다.

북한은 자국 청년들의 목숨을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많은 것을 얻어내려고 할 겁니다. 병사들의 월급을 통한 외화벌이는 북한이 청구할 계산서의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ICBM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 같은 핵심 군사 기술 이전도 요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파병을 계기로 북한과 러시아는 협력의 단계를 한 차원 넘어서고 있고, 이로 인해 한반도 안보 상황도 급변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