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용왕’이 또…남의 작품 도용해 잇따라 수상

입력 2024.10.31 (08:16) 수정 2024.10.31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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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4년 전, 다른 사람의 논문과 사진, 문학 작품을 도용해 다수의 공모전에서 상을 받아오다 적발된 손모 씨가 또다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최근 5개 공모전에서 다른 사람의 사진을 제출해 3개의 상을 받은 건데요.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지 김지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공모전계의 '도용왕'으로 불리는 40대 손모 씨. 전적이 화려합니다.

여성이 하늘을 향해 손을 뻗는 이 사진, 감성적인 시와 어우러지는데요.

손 씨가 2020년, 국내 한 문학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입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사진은 SNS에서, 시는 화이트라는 국내 유명곡 노랫말을 그대로 베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작품은 2018년 백마문화상을 받은 김민정 작가의 단편 소설 '뿌리'인데요.

손 씨는 해당 작품을 그대로 문학 공모전에 출품해 5개의 문학상을 받았습니다.

이후 결국 도용 사실이 들통나 수상이 취소됐습니다.

이 같은 도용 행각은 전문 분야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2021년에는 형사정책연구원에서 안보 형사법과 관련한 논문으로 수상했는데요.

역시 타인의 논문을 도용한 사실이 드러났고 수상이 취소됐습니다.

국토교통부와 외교부 등 정부 기관과 서울시 등 자치단체, 대학과 언론사, 정당에 이르기까지 피해를 입은 곳이 수두룩합니다.

하지만 이 같은 도용 행위를 걸러낼 수 있는 심사 체계는 없었습니다.

한해 전국에서 열리는 공모전만 만 개가 넘는 상황에서 표절이나 도용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을 악용해 손 씨는 그때그때 나이와 소속, 경력을 속여 남의 작품을 내 것인 양 공모전에 참가해 온 겁니다.

허술한 심사 망을 노려 복사·붙여넣기를 반복해 온 손 씨. 한동안 자취를 감췄다 최근 다시 활동을 재개했습니다.

안동 낙강물길공원에서 일가족이 징검다리를 건너는 사진,

손 씨는 지난 3월 대전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가족 사랑 사진 공모전에 이 사진을 출품해 대상을 받았습니다.

취재 결과 이 사진은 4년 전 경상북도 관광 사진 공모전에서 '징검다리를 건너요'라는 제목으로 다른 사람이 출품해 이미 우수상을 받은 작품으로 드러났습니다.

[공모전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도 굉장히 놀랐고 조금 전에 제보 들어서 처음 들었거든요 이런 사실을. 이분이 뭐 관련된 그런 건들이 더 있으신 것 같더라고요."]

손 씨는 이 사진을 전국 청소년 숲사랑 사진전에 출품해 최우수상을 받았습니다.

이번에는 자신을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17살 학교 밖 청소년이라고 속였습니다.

경주시설관리공단의 사진 공모전에도 손 씨는 다른 사람 작품을 출품해 대상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남의 작품을 도용한 출품작은 취재진이 확인한 것만 5건, 이 가운데 3건은 대상과 최우수상을 각각 받았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취재진은 손 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거듭 연락했지만 손 씨는 받지 않았습니다.

공모전 주최 측은 손 씨가 홈페이지에 게시된 수상작을 그대로 다운받아 출품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모전 출품작이 많고, 도용 작품을 걸러낼 수 있는 심사 체계가 없다 보니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공모전 관계자/음성변조 : "(사진 검색 기능인) 네이버 렌즈라고 그걸 이용했거든요. 그걸로 봤을 때는 똑같은 사진은 저희가 찾지를 못했었거든요."]

[황경동/형사 전문 변호사 : "업무방해죄라고 할 수도 있지만, (공모전 심사가) 공공기관이 했던 공무라고 본다면 공무집행 방해로 의율(적용)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계속되는 손 씨의 공모전 작품 도용 사건에 대해 고발장이 접수된 가운데, 경찰은 손 씨를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조사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지훈입니다.

촬영기자:백재민/그래픽:김현정·인푸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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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용왕’이 또…남의 작품 도용해 잇따라 수상
    • 입력 2024-10-31 08:16:29
    • 수정2024-10-31 10:02:11
    뉴스광장(대구)
[앵커]

4년 전, 다른 사람의 논문과 사진, 문학 작품을 도용해 다수의 공모전에서 상을 받아오다 적발된 손모 씨가 또다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최근 5개 공모전에서 다른 사람의 사진을 제출해 3개의 상을 받은 건데요.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지 김지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공모전계의 '도용왕'으로 불리는 40대 손모 씨. 전적이 화려합니다.

여성이 하늘을 향해 손을 뻗는 이 사진, 감성적인 시와 어우러지는데요.

손 씨가 2020년, 국내 한 문학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입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사진은 SNS에서, 시는 화이트라는 국내 유명곡 노랫말을 그대로 베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작품은 2018년 백마문화상을 받은 김민정 작가의 단편 소설 '뿌리'인데요.

손 씨는 해당 작품을 그대로 문학 공모전에 출품해 5개의 문학상을 받았습니다.

이후 결국 도용 사실이 들통나 수상이 취소됐습니다.

이 같은 도용 행각은 전문 분야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2021년에는 형사정책연구원에서 안보 형사법과 관련한 논문으로 수상했는데요.

역시 타인의 논문을 도용한 사실이 드러났고 수상이 취소됐습니다.

국토교통부와 외교부 등 정부 기관과 서울시 등 자치단체, 대학과 언론사, 정당에 이르기까지 피해를 입은 곳이 수두룩합니다.

하지만 이 같은 도용 행위를 걸러낼 수 있는 심사 체계는 없었습니다.

한해 전국에서 열리는 공모전만 만 개가 넘는 상황에서 표절이나 도용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을 악용해 손 씨는 그때그때 나이와 소속, 경력을 속여 남의 작품을 내 것인 양 공모전에 참가해 온 겁니다.

허술한 심사 망을 노려 복사·붙여넣기를 반복해 온 손 씨. 한동안 자취를 감췄다 최근 다시 활동을 재개했습니다.

안동 낙강물길공원에서 일가족이 징검다리를 건너는 사진,

손 씨는 지난 3월 대전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가족 사랑 사진 공모전에 이 사진을 출품해 대상을 받았습니다.

취재 결과 이 사진은 4년 전 경상북도 관광 사진 공모전에서 '징검다리를 건너요'라는 제목으로 다른 사람이 출품해 이미 우수상을 받은 작품으로 드러났습니다.

[공모전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도 굉장히 놀랐고 조금 전에 제보 들어서 처음 들었거든요 이런 사실을. 이분이 뭐 관련된 그런 건들이 더 있으신 것 같더라고요."]

손 씨는 이 사진을 전국 청소년 숲사랑 사진전에 출품해 최우수상을 받았습니다.

이번에는 자신을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17살 학교 밖 청소년이라고 속였습니다.

경주시설관리공단의 사진 공모전에도 손 씨는 다른 사람 작품을 출품해 대상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남의 작품을 도용한 출품작은 취재진이 확인한 것만 5건, 이 가운데 3건은 대상과 최우수상을 각각 받았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취재진은 손 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거듭 연락했지만 손 씨는 받지 않았습니다.

공모전 주최 측은 손 씨가 홈페이지에 게시된 수상작을 그대로 다운받아 출품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모전 출품작이 많고, 도용 작품을 걸러낼 수 있는 심사 체계가 없다 보니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공모전 관계자/음성변조 : "(사진 검색 기능인) 네이버 렌즈라고 그걸 이용했거든요. 그걸로 봤을 때는 똑같은 사진은 저희가 찾지를 못했었거든요."]

[황경동/형사 전문 변호사 : "업무방해죄라고 할 수도 있지만, (공모전 심사가) 공공기관이 했던 공무라고 본다면 공무집행 방해로 의율(적용)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계속되는 손 씨의 공모전 작품 도용 사건에 대해 고발장이 접수된 가운데, 경찰은 손 씨를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조사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지훈입니다.

촬영기자:백재민/그래픽:김현정·인푸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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