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시민 동원 논란…결국 취소

입력 2024.10.31 (08:3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일일이 전화 돌리고 다 확인해야 되고 이러니까 사실상 (업무가) 마비된다고 봐야죠. 관변단체 위주로 하라고 내려오는데 사실상 그냥 그거 안 되면 최대한 모든 사람이라도 다 모집해라…."

취재진과 연락이 닿은 공무원은 갑갑한 심정을 털어놨습니다. 매주 축제뿐만 아니라 각종 행사에 밤낮 주말 없이 동원되는 공무원들의 상황은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요. 그런데 이번에는 수위가 좀 지나쳤다는 게 대다수의 반응입니다. 바로 '글로벌허브특별법 서명운동' 때문인데요.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은 부산시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정책으로 연내 통과를 목표로 당정 협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물류와 금융, 첨단 산업 분야에 특례를 적용해 핵심기업의 투자를 이끌어낸다는 게 주요 골자인데요.

이번 서명운동은 지난 8월 27일부터 추진된 범시민 서명운동이었습니다. 온오프라인에서 33일만에 100만 명 서명을 돌파했고, 현재까지 157만 명 넘는 시민들이 동참했는데요. 문제는 서명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발생했습니다.


■ 서명 전달에 시민 2천 명 동원?…공무원 불만 폭주

국회에 서명을 전달하는 건 다음주 화요일. 원래는 시민 2천여 명과 함께 올라가 통과 의지를 보여주자는 취지에서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시민 2천 명이 올라가는 대형 행사를 추진하면서 공무원을 동원하게 된 겁니다.

지난 25일 부산시가 주최한 긴급회의에서 부산시는 16개 부산지역 구군 관계자에게 협조사항을 전달했습니다. 국회 상경 협조를 위해 앞서 서명운동에 참여한 국민운동단체, 이통장연합회 등 회원들 중 상경 참여자 명단을 제출해달라는 거였는데요.

문제는 이 상경 참여자 명단을 꾸려야 하는 게 일선 구군 공무원들이었다는 점입니다. 한 자치단체는 동주민센터별로 몇 명씩 할당해 관변단체 회원을 섭외하고, 이마저도 안되면 일반 주민이라도 섭외하는 지경이 된 겁니다. 주말은 물론이고 3일 안에 인원을 확정하느라 진땀을 뺐다는 거죠.

결국 노조게시판 등을 통해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고, 취재가 시작되자 부산시는 "오해가 있었다"고 해명에 나섰는데요.

한 구청 공무원 노조게시판에 올라온 익명글한 구청 공무원 노조게시판에 올라온 익명글

■"자율적 참여 독려였다"…시민 참여 결국 '취소'

부산시는 "당초 회의 과정에서 서명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단체 회원들을 위주로 자율적으로 올라가자고 진행했다"며 "이후에 진행되는 과정에 오해가 발생한 거 같다"며 행사를 취소하기로 했습니다. 대신 범시민추진협의회 등 일부 인사만 소규모로 국회에 방문할 예정입니다.

현장 공무원들은 "여전히 옛날식 행정이 되풀이 되고 있다"며 수직적인 구조에서 내려오는 지시가 현장의 서비스보다 우선되는 경우가 많다고 비판했습니다. 결국은 비효율적인 행정 실태 때문에 주민들에게 돌아갈 서비스에 할애할 시간이 줄어든다는 겁니다.

글로벌허브도시라는 중추적인 의미, 시민들의 열망에 걸맞지 않는 행정 시스템에도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시민 동원 논란…결국 취소
    • 입력 2024-10-31 08:35:20
    심층K
"일일이 전화 돌리고 다 확인해야 되고 이러니까 사실상 (업무가) 마비된다고 봐야죠. 관변단체 위주로 하라고 내려오는데 사실상 그냥 그거 안 되면 최대한 모든 사람이라도 다 모집해라…."

취재진과 연락이 닿은 공무원은 갑갑한 심정을 털어놨습니다. 매주 축제뿐만 아니라 각종 행사에 밤낮 주말 없이 동원되는 공무원들의 상황은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요. 그런데 이번에는 수위가 좀 지나쳤다는 게 대다수의 반응입니다. 바로 '글로벌허브특별법 서명운동' 때문인데요.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은 부산시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정책으로 연내 통과를 목표로 당정 협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물류와 금융, 첨단 산업 분야에 특례를 적용해 핵심기업의 투자를 이끌어낸다는 게 주요 골자인데요.

이번 서명운동은 지난 8월 27일부터 추진된 범시민 서명운동이었습니다. 온오프라인에서 33일만에 100만 명 서명을 돌파했고, 현재까지 157만 명 넘는 시민들이 동참했는데요. 문제는 서명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발생했습니다.


■ 서명 전달에 시민 2천 명 동원?…공무원 불만 폭주

국회에 서명을 전달하는 건 다음주 화요일. 원래는 시민 2천여 명과 함께 올라가 통과 의지를 보여주자는 취지에서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시민 2천 명이 올라가는 대형 행사를 추진하면서 공무원을 동원하게 된 겁니다.

지난 25일 부산시가 주최한 긴급회의에서 부산시는 16개 부산지역 구군 관계자에게 협조사항을 전달했습니다. 국회 상경 협조를 위해 앞서 서명운동에 참여한 국민운동단체, 이통장연합회 등 회원들 중 상경 참여자 명단을 제출해달라는 거였는데요.

문제는 이 상경 참여자 명단을 꾸려야 하는 게 일선 구군 공무원들이었다는 점입니다. 한 자치단체는 동주민센터별로 몇 명씩 할당해 관변단체 회원을 섭외하고, 이마저도 안되면 일반 주민이라도 섭외하는 지경이 된 겁니다. 주말은 물론이고 3일 안에 인원을 확정하느라 진땀을 뺐다는 거죠.

결국 노조게시판 등을 통해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고, 취재가 시작되자 부산시는 "오해가 있었다"고 해명에 나섰는데요.

한 구청 공무원 노조게시판에 올라온 익명글
■"자율적 참여 독려였다"…시민 참여 결국 '취소'

부산시는 "당초 회의 과정에서 서명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단체 회원들을 위주로 자율적으로 올라가자고 진행했다"며 "이후에 진행되는 과정에 오해가 발생한 거 같다"며 행사를 취소하기로 했습니다. 대신 범시민추진협의회 등 일부 인사만 소규모로 국회에 방문할 예정입니다.

현장 공무원들은 "여전히 옛날식 행정이 되풀이 되고 있다"며 수직적인 구조에서 내려오는 지시가 현장의 서비스보다 우선되는 경우가 많다고 비판했습니다. 결국은 비효율적인 행정 실태 때문에 주민들에게 돌아갈 서비스에 할애할 시간이 줄어든다는 겁니다.

글로벌허브도시라는 중추적인 의미, 시민들의 열망에 걸맞지 않는 행정 시스템에도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