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적발, 6건 중 1건은 제가 했습니다”

입력 2024.11.01 (07:01) 수정 2024.11.01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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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18개월 된 래브라도 리트리버 '소야'예요. 이곳 탐지견 훈련센터에서 태어나 자랐답니다. 만 1살이 넘은 어느 때부터 저는 교관 아저씨랑 매일 재미있는 놀이를 하고 있어요. 보물찾기 게임 같은 거예요. 아저씨가 어떤 가루 냄새를 알려준 다음 그걸 숨겨놓으면, 제가 찾는 거지요.

'마약 탐지견'을 양성하고 탐지견 훈련센터에서 훈련견 '소야'를 만났습니다.

탐지견 훈련센터는 국내 정부 기관으로는 유일하게 관세청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람과 화물 등이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길목, 세관에서 마약을 차단하기 위해서죠.

■16주간 집중 훈련…2차례 평가 통과해야 현장 투입

관세청 탐지견 훈련센터에는 전문적인 마약 탐지 훈련을 받고 있는 훈련견이 현재 9마리 있습니다.
훈련견으로 자라날 강아지 등을 포함하면 모두 60여 마리가 넘는 견공들이 훈련센터에 있습니다.

훈련견들은 대마에서부터 시작해, 메스암페타민, 케타민 등 여러 종류의 마약류 냄새를 맡고 그 냄새를 찾아내는 훈련을 반복적으로 합니다.

훈련장은 실제 공항과 비슷하게 꾸며놓았습니다. 컨베이어벨트 위에는 여행용 가방이 돌아가고 있고,
여러 종류의 마네킹과 짐이 놓여있습니다. 마약을 옷 안에 테이프로 묶어서 숨겨 놓기도 하고, 비닐이나 봉투에 넣어 가방 깊숙한 곳에 감춰두기도 합니다. 실제 마약사범들이 숨기는 방법과 최대한 비슷하게 하는 겁니다.

이날 훈련장에 숨겨 놓은 마약은 모두 4개. 훈련견과 짝을 이룬 교관은 훈련견이 마약을 찾을 때마다 '더미'를 던져주며 훈련견에게 칭찬을 해주고, 신나게 놀아주기도 합니다. '더미'는 강아지들이 물었을 때 느낌이 좋은 장난감 같은 건데요. 훈련견들에게는 마약을 찾는 것이 즐거운 놀이인 셈입니다.

이런 훈련은 16주간 이어집니다. 이 과정이 끝나면 훈련견들은 2차례의 평가를 받습니다. 훈련센터와 실제 현장인 공항에서 주어진 시간 안에 숨겨놓은 마약을 찾아야 합니다. 또 사람이 많은 곳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는 대담성과 적응력 등도 평가받습니다. 모든 테스트를 통과하면 진짜 '마약 탐지견'이 될 수 있습니다.

탐지견 훈련센터의 박종수 교관은 "마약 탐지견은 실제 현장에 투입되고 나서도 수시로 평가를 받고, 현장 훈련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끈질기게 마약 찾아내는 '개 코'…6건 중 1건꼴로 탐지견이 적발

마약탐지견은 전국 주요 항만과 공항에 투입됩니다. 현재 인천공항 등 전국 9곳에 모두 40마리가 활약하고 있습니다.


공항에서 여행객들과 짐 사이를 오가며 혹시 마약이 있는지 살피기도 하고, 해외 직구품들이 모이는 특송센터에서 마약을 찾기도 합니다.

이들의 실적도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2019년부터 5년간 탐지견과 탐지 요원으로 이뤄진 탐지조가 찾아낸 마약은 모두 618건, 같은 기간 관세청 전체 마약 적발 건수의 16%에 이릅니다.

최근 마약범죄가 늘며, 마약 탐지견이 필요한 곳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관세청은 "그동안 경찰, 군 등에 마약 탐지견 지원을 해왔는데, 최근에는 교정시설이나 교육청 등에서도 지원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해외여행객과 직구 물품도 급증해 관세청 내에서도 마약 탐지견 수요가 늘고 있다 보니, 관세청은 탐지견 훈련센터 확대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 "새로운 가족 만나고 싶어요"…마약 탐지 임무 끝낸 은퇴견, 민간에 분양


탐지견 훈련센터에는 마약 탐지 임무를 마친 은퇴견들도 있습니다. 마약 탐지견들은 훈련 때부터 짝을 맞춰온 교관과 한 조가 되어 현장에서 마약을 찾는데요. 보통 4~5년간 마약 탐지 임무를 수행한 뒤 훈련센터로 돌아옵니다.

6살 스프링거 스파니엘 '듀크'도 은퇴견입니다. 올해 7월까지 인천공항에서 일한 베테랑 마약 탐지견이었는데요. 2년 전에는 유학생이 로션 7통 안에 숨겨 들여온 대마 800그램을 찾아내기도 했습니다. 마약을 찾을 때와는 달리 나비를 쫓아 운동장을 달리고 공놀이하는 것을 좋아하는 듀크. 이제는 새로운 가족을 만나 평범한 '견생'을 꿈꾸고 있습니다.

탐지견 훈련센터는 이런 은퇴견들을 민간에 분양하고 있습니다. 센터에서는 이들이 새로운 가정에 잘 적응하기 위한 훈련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마약을 찾는 임무를 수행했던 만큼, 은퇴견들은 다른 강아지들에 비해 영리하고 친화력도 좋은데요. 다만, 나이가 비교적 많다는 점 때문에 민간 분양이 쉽지만은 않다고 합니다.

탐지견 훈련센터의 박정원 주무관은 "마약 찾는 데 애써 온 은퇴견들이 좋은 가족을 만나 여생을 행복하게 지냈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마약 탐지 은퇴견을 분양받고자 한다면, 관세청 관세인재개발원 홈페이지(https://hrd.customs.go.kr/hpk/main.do)를 통해 신청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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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18개월 된 래브라도 리트리버 '소야'예요. 이곳 탐지견 훈련센터에서 태어나 자랐답니다. 만 1살이 넘은 어느 때부터 저는 교관 아저씨랑 매일 재미있는 놀이를 하고 있어요. 보물찾기 게임 같은 거예요. 아저씨가 어떤 가루 냄새를 알려준 다음 그걸 숨겨놓으면, 제가 찾는 거지요.

'마약 탐지견'을 양성하고 탐지견 훈련센터에서 훈련견 '소야'를 만났습니다.

탐지견 훈련센터는 국내 정부 기관으로는 유일하게 관세청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람과 화물 등이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길목, 세관에서 마약을 차단하기 위해서죠.

■16주간 집중 훈련…2차례 평가 통과해야 현장 투입

관세청 탐지견 훈련센터에는 전문적인 마약 탐지 훈련을 받고 있는 훈련견이 현재 9마리 있습니다.
훈련견으로 자라날 강아지 등을 포함하면 모두 60여 마리가 넘는 견공들이 훈련센터에 있습니다.

훈련견들은 대마에서부터 시작해, 메스암페타민, 케타민 등 여러 종류의 마약류 냄새를 맡고 그 냄새를 찾아내는 훈련을 반복적으로 합니다.

훈련장은 실제 공항과 비슷하게 꾸며놓았습니다. 컨베이어벨트 위에는 여행용 가방이 돌아가고 있고,
여러 종류의 마네킹과 짐이 놓여있습니다. 마약을 옷 안에 테이프로 묶어서 숨겨 놓기도 하고, 비닐이나 봉투에 넣어 가방 깊숙한 곳에 감춰두기도 합니다. 실제 마약사범들이 숨기는 방법과 최대한 비슷하게 하는 겁니다.

이날 훈련장에 숨겨 놓은 마약은 모두 4개. 훈련견과 짝을 이룬 교관은 훈련견이 마약을 찾을 때마다 '더미'를 던져주며 훈련견에게 칭찬을 해주고, 신나게 놀아주기도 합니다. '더미'는 강아지들이 물었을 때 느낌이 좋은 장난감 같은 건데요. 훈련견들에게는 마약을 찾는 것이 즐거운 놀이인 셈입니다.

이런 훈련은 16주간 이어집니다. 이 과정이 끝나면 훈련견들은 2차례의 평가를 받습니다. 훈련센터와 실제 현장인 공항에서 주어진 시간 안에 숨겨놓은 마약을 찾아야 합니다. 또 사람이 많은 곳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는 대담성과 적응력 등도 평가받습니다. 모든 테스트를 통과하면 진짜 '마약 탐지견'이 될 수 있습니다.

탐지견 훈련센터의 박종수 교관은 "마약 탐지견은 실제 현장에 투입되고 나서도 수시로 평가를 받고, 현장 훈련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끈질기게 마약 찾아내는 '개 코'…6건 중 1건꼴로 탐지견이 적발

마약탐지견은 전국 주요 항만과 공항에 투입됩니다. 현재 인천공항 등 전국 9곳에 모두 40마리가 활약하고 있습니다.


공항에서 여행객들과 짐 사이를 오가며 혹시 마약이 있는지 살피기도 하고, 해외 직구품들이 모이는 특송센터에서 마약을 찾기도 합니다.

이들의 실적도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2019년부터 5년간 탐지견과 탐지 요원으로 이뤄진 탐지조가 찾아낸 마약은 모두 618건, 같은 기간 관세청 전체 마약 적발 건수의 16%에 이릅니다.

최근 마약범죄가 늘며, 마약 탐지견이 필요한 곳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관세청은 "그동안 경찰, 군 등에 마약 탐지견 지원을 해왔는데, 최근에는 교정시설이나 교육청 등에서도 지원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해외여행객과 직구 물품도 급증해 관세청 내에서도 마약 탐지견 수요가 늘고 있다 보니, 관세청은 탐지견 훈련센터 확대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 "새로운 가족 만나고 싶어요"…마약 탐지 임무 끝낸 은퇴견, 민간에 분양


탐지견 훈련센터에는 마약 탐지 임무를 마친 은퇴견들도 있습니다. 마약 탐지견들은 훈련 때부터 짝을 맞춰온 교관과 한 조가 되어 현장에서 마약을 찾는데요. 보통 4~5년간 마약 탐지 임무를 수행한 뒤 훈련센터로 돌아옵니다.

6살 스프링거 스파니엘 '듀크'도 은퇴견입니다. 올해 7월까지 인천공항에서 일한 베테랑 마약 탐지견이었는데요. 2년 전에는 유학생이 로션 7통 안에 숨겨 들여온 대마 800그램을 찾아내기도 했습니다. 마약을 찾을 때와는 달리 나비를 쫓아 운동장을 달리고 공놀이하는 것을 좋아하는 듀크. 이제는 새로운 가족을 만나 평범한 '견생'을 꿈꾸고 있습니다.

탐지견 훈련센터는 이런 은퇴견들을 민간에 분양하고 있습니다. 센터에서는 이들이 새로운 가정에 잘 적응하기 위한 훈련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마약을 찾는 임무를 수행했던 만큼, 은퇴견들은 다른 강아지들에 비해 영리하고 친화력도 좋은데요. 다만, 나이가 비교적 많다는 점 때문에 민간 분양이 쉽지만은 않다고 합니다.

탐지견 훈련센터의 박정원 주무관은 "마약 찾는 데 애써 온 은퇴견들이 좋은 가족을 만나 여생을 행복하게 지냈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마약 탐지 은퇴견을 분양받고자 한다면, 관세청 관세인재개발원 홈페이지(https://hrd.customs.go.kr/hpk/main.do)를 통해 신청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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