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참전하니 한국도 무기달라”…우크라이나 요구의 함정은?

입력 2024.11.0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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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 8개월째 이어지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 모두 피로감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북한군 참전은 큰 변수가 됐습니다. 북러 조약을 체결할 때만 해도 '파병'까진 가지 않을 거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북한은 파병을 결정했고 정예부대 수천 명이 지금 전장으로 이동해 훈련을 받고 있습니다.

벌써 교전이 있었다는 소식도 나오지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그제(지난달 30일) 이를 공식 부인했습니다.


■ 젤렌스키 대통령 인터뷰를 통해 본 '무기 지원 요청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45분간 이어진 KBS와의 인터뷰에서 무기 지원에 대해 비교적 구체적으로 이야기했습니다.

첫째, 공식 요청의 시점은, '북한군 참전이 공식화됐을 때'라고 못 박았습니다. 이 '공식화'는 교전이 시작되는 시점을 의미합니다. 결국 이 말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이 개입했으니, 남한에 무기를 요구할 정당성이 생겼다는 논리입니다.

둘째, 무기의 종류는 일단 '방공 시스템'을 언급하며 필요성을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한국의 방어 체계 가운데 중거리 방어용인 천궁(M-SAM), 대전차 방어용인 현궁(AT-1K), 저고도 방어용인 비호복합 등을 염두에 두고 한 말로 보입니다. 또 포와 포탄을 아우르는 개념인 'artillery(포, 포 전력)'에 대해서도 요청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에 대해선 더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습니다.

앞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최근 "우크라이나가 155mm 포탄을 요청한 적이 없다"고 했고, 방어 시스템은 논의해 볼 수 있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바 있는데 젤렌스키 대통령의 요구와도 결이 비슷합니다.

셋째, 요청의 방법은 한국에 파견할 우크라이나 측 대표단을 통해서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특사로 이미 결정된 사람이 있지만 미리 밝힐 수 없다고도 했는데, 군수를 다루는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이 유력해 보입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인터뷰를 보면 앞으로 우크라이나의 행보를 읽을 수 있습니다. 북한군에 의해 우크라이나 사상자가 발생한 이후, 우크라이나 고위급 인사를 한국에 특사로 보내, 일단 방공 시스템 지원부터 요청한 뒤 포탄 지원 등으로 지원 확대를 요청할 것으로 보입니다.


■ 위협 인식 공유하고 '레드라인' 넘었는지 공감대부터 확보해야

인터뷰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한국 내에는 무기 지원에 대한 강한 반대 여론이 있다는 걸 아는지' 물어봤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한국이 이번 전쟁에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건 잘 알고 있지만 러시아가 북한을 끌어들인 이상 한국이 더 기다릴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말은, 한국이 그동안 무기 지원을 하고 싶었지만, 러시아 때문에 기다렸는데, 러시아가 먼저 레드라인을 넘었으니, 한국도 기다릴 필요 없다, 이런 취지입니다.

하지만 '북한군 참전'을 레드라인으로 볼지에 대해선 정부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립니다. 애초에 정부가 제시한 '레드라인'은 한국 안보를 위협할 첨단 기술 등이 북한으로 이전됐을 때이기 때문입니다. 러시아가 북한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핵심 기술을 이전했단 증거는 나오지 않은 상태입니다. 파병의 대가로 러시아가 넘길 수도 있고 이미 넘겼을 수도 있지만, 아직 확인된 바는 없습니다.

지난달 22~24일 진행된 한국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2%가 우크라이나에 어떤 종류의 무기 지원을 해선 안 된다고 답했습니다. 군사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응답은 15%에 불과했습니다. 응답자의 73%는 북러 간 군사협력이 강화되는 것이 위협적이라고 답했습니다. 이는 과거 북한의 핵실험 직후 우리 국민이 느꼈던 위협 수준과 비슷하다고 합니다.

북러 조약으로,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가 개입할 수 있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에 이런 위협을 느끼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상황이 '남북 대리전'으로 변화하는 것에 불안을 느끼는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참전' 자체가 우리가 그은 '레드라인'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차분한 논의는 필요해 보입니다.

더구나 11월 5일 미국의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종전 협정이 시작될 거란 전망도 나오고 있기 때문에 더 신중한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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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11-01 15: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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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 8개월째 이어지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 모두 피로감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북한군 참전은 큰 변수가 됐습니다. 북러 조약을 체결할 때만 해도 '파병'까진 가지 않을 거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북한은 파병을 결정했고 정예부대 수천 명이 지금 전장으로 이동해 훈련을 받고 있습니다.

벌써 교전이 있었다는 소식도 나오지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그제(지난달 30일) 이를 공식 부인했습니다.


■ 젤렌스키 대통령 인터뷰를 통해 본 '무기 지원 요청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45분간 이어진 KBS와의 인터뷰에서 무기 지원에 대해 비교적 구체적으로 이야기했습니다.

첫째, 공식 요청의 시점은, '북한군 참전이 공식화됐을 때'라고 못 박았습니다. 이 '공식화'는 교전이 시작되는 시점을 의미합니다. 결국 이 말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이 개입했으니, 남한에 무기를 요구할 정당성이 생겼다는 논리입니다.

둘째, 무기의 종류는 일단 '방공 시스템'을 언급하며 필요성을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한국의 방어 체계 가운데 중거리 방어용인 천궁(M-SAM), 대전차 방어용인 현궁(AT-1K), 저고도 방어용인 비호복합 등을 염두에 두고 한 말로 보입니다. 또 포와 포탄을 아우르는 개념인 'artillery(포, 포 전력)'에 대해서도 요청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에 대해선 더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습니다.

앞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최근 "우크라이나가 155mm 포탄을 요청한 적이 없다"고 했고, 방어 시스템은 논의해 볼 수 있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바 있는데 젤렌스키 대통령의 요구와도 결이 비슷합니다.

셋째, 요청의 방법은 한국에 파견할 우크라이나 측 대표단을 통해서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특사로 이미 결정된 사람이 있지만 미리 밝힐 수 없다고도 했는데, 군수를 다루는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이 유력해 보입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인터뷰를 보면 앞으로 우크라이나의 행보를 읽을 수 있습니다. 북한군에 의해 우크라이나 사상자가 발생한 이후, 우크라이나 고위급 인사를 한국에 특사로 보내, 일단 방공 시스템 지원부터 요청한 뒤 포탄 지원 등으로 지원 확대를 요청할 것으로 보입니다.


■ 위협 인식 공유하고 '레드라인' 넘었는지 공감대부터 확보해야

인터뷰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한국 내에는 무기 지원에 대한 강한 반대 여론이 있다는 걸 아는지' 물어봤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한국이 이번 전쟁에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건 잘 알고 있지만 러시아가 북한을 끌어들인 이상 한국이 더 기다릴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말은, 한국이 그동안 무기 지원을 하고 싶었지만, 러시아 때문에 기다렸는데, 러시아가 먼저 레드라인을 넘었으니, 한국도 기다릴 필요 없다, 이런 취지입니다.

하지만 '북한군 참전'을 레드라인으로 볼지에 대해선 정부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립니다. 애초에 정부가 제시한 '레드라인'은 한국 안보를 위협할 첨단 기술 등이 북한으로 이전됐을 때이기 때문입니다. 러시아가 북한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핵심 기술을 이전했단 증거는 나오지 않은 상태입니다. 파병의 대가로 러시아가 넘길 수도 있고 이미 넘겼을 수도 있지만, 아직 확인된 바는 없습니다.

지난달 22~24일 진행된 한국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2%가 우크라이나에 어떤 종류의 무기 지원을 해선 안 된다고 답했습니다. 군사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응답은 15%에 불과했습니다. 응답자의 73%는 북러 간 군사협력이 강화되는 것이 위협적이라고 답했습니다. 이는 과거 북한의 핵실험 직후 우리 국민이 느꼈던 위협 수준과 비슷하다고 합니다.

북러 조약으로,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가 개입할 수 있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에 이런 위협을 느끼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상황이 '남북 대리전'으로 변화하는 것에 불안을 느끼는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참전' 자체가 우리가 그은 '레드라인'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차분한 논의는 필요해 보입니다.

더구나 11월 5일 미국의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종전 협정이 시작될 거란 전망도 나오고 있기 때문에 더 신중한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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