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검 대기만 수개월…기다리다 벤츠에 불났다 [취재후]
입력 2024.11.01 (17:34)
수정 2024.11.01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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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서비스센터에 점검을 맡기려던 벤츠 차량에서 불이 났다는 소식. 얼마 전 KBS가 전해드렸습니다.
차주는 불이 나기 몇 달 전부터 차량에 이상이 있어 공식 서비스센터에 문의했지만, 예약이 어려웠다고 주장했는데요.
[연관 기사] 1억 벤츠 중고차가 3달 만에 불?…미리 점검하려 했지만 [제보K]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091357
보도가 나간 뒤 비슷한 일을 겪었다는 추가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1억 가까이 주고 산 벤츠…7년 만에 '폐차' 위기
A 씨가 몰던 벤츠 E클래스 차량에서 불이 난 건 지난 7월 18일 밤.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세운 지 불과 5분 만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보닛 부근에서 시작된 연기는 1분도 안 돼 큰 불길로 번졌습니다.
불이 난 차량은 2017년 출고된 벤츠 E클래스 220d 모델. 이 사고로 A 씨는 1억 가까이 주고 산 차를 7년 만에 폐차해야 할 상황입니다.
■화재 직전 서비스센터 방문했지만…"3개월 기다리라고"
그런데 A 씨 측은 취재진에게 황당한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화재 당일 차에 문제가 생겨 벤츠 공식 서비스센터에 방문했다는 겁니다.
"화재 당일 어머니가 지방에서 차를 몰고 오시던 도중 엔진 경고등이 떠서 바로 공식 서비스센터로 가셨습니다. 그런데 센터에서는 대기가 많다는 이유로 3개월 뒤로 예약을 잡아주고, 아무런 확인도 하지 않고 계속 타도 된다고 돌려보냈습니다." - A 씨 자녀 |
주행 중 엔진 경고등이 커져 곧바로 서비스센터를 찾았지만, 긴 대기 탓에 기본적인 점검도 받지 못했다는 게 A 씨 측 주장입니다.
실제로 당일 센터 관계자가 예약해 준 점검일은 10월 2일. A 씨가 센터를 찾은 날이자 화재 발생일인 7월 18일로부터 약 3달 뒤였습니다.
"그날 점검만 받았으면 불이 안 날 수도 있지 않았을까" A 씨 측은 취재진에게 이런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차를 바로 봐줬으면 불이 안 날 수도 있지 않았을까. 보닛을 한 번 확인했으면 뭔가 이상하게 보였을 텐데. 경고등이 떴는데도 아무것도 안 봐준 거니까. 그거에 대해서 얘기했는데 서비스센터에서 안 봐줘서 불났다는 증거도 없고, 봐줬다고 해서 불이 안 났을 거라는 증거도 없고 하니까 본인들은 과실이 없다고 얘기하더라고요." - A 씨 자녀 |
■"점검받기까지 하세월"…예약 기다리다 불났다
앞서 KBS가 보도한 '벤츠 중고차 화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불이 난 차량은 지난 4월 인수 당시 5,000km 정도 주행한 벤츠 E클래스 카브리올레 모델이었습니다.
인수 3달 만에 차에 불이 난 건데, 차주 B 씨는 화재 전부터 잔고장이 잦아 점검을 받으려 했지만 벤츠 공식 서비스센터 예약이 어려웠다고 합니다.
B 씨가 서비스센터에 처음 연락한 건 지난 5월 21일. 하지만 인근 센터를 통틀어 가장 빠른 점검 가능일은 화재 발생 후인 7월 10일이었습니다.
"차 사고 한 달 안 돼서 어라운드뷰가 안 됐고요. 오픈카인데 루프 오픈이 안 됐어요. 갑자기 차 트렁크가 계속 저절로 열리기도 했어요. 점검 예약을 해놓은 상태인데 그 중간에 사고가 터져버린 거죠." - B 씨 |
이에 대해 벤츠 코리아는 "서비스 대기 및 소요 시간은 고객이 점검받고자 하는 사안과, 서비스센터별 상황 등에 따라 상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화재 원인 알 수 없어"…소비자는 '답답'
벤츠 측은 A 씨와 B 씨의 차량에 대해 '화재 원인을 알 수 없다'는 조사 결과 내놨습니다.
"전환 밸브 중 하나의 밸브가 과열되어 고객이 진술한 열적 현상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으며, 전환 밸브 중 하나가 과열된 이유에 대해서는 더 이상 판단할 수 없습니다. 해당 차량은 외부 정비소에서의 수리/유지보수가 진행되었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영향 또한 전적으로 배제할 수 없습니다." - A 씨 차량 화재 조사 결과 "차량 조사 전 트렁크 플로어 매트와 같은 제거된 구성품들로 인해, 외부 영향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용 가능한 남아있는 구성품들을 기반으로, 후방 SAM 모듈 상부측 부근에서 알 수 없는 과열에 의해 사고가 발생되었을 가능성을 전적으로 배제할 수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해당 영역에서 과열의 구체적인 근본 원인은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 B 씨 차량 화재 조사 결과 |
벤츠 측은 취재진에게는 "화재 전 점검 이력이 없어 이전에 발생한 잔고장과 화재의 구체적 연관성은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또 화재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점을 고려해 A 씨에 대해서는 중고차 시세에 맞춘 보상을, B 씨에게는 무상 수리를 제안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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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검 대기만 수개월…기다리다 벤츠에 불났다 [취재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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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4-11-01 17:34:05
- 수정2024-11-01 17:55:22
공식 서비스센터에 점검을 맡기려던 벤츠 차량에서 불이 났다는 소식. 얼마 전 KBS가 전해드렸습니다.
차주는 불이 나기 몇 달 전부터 차량에 이상이 있어 공식 서비스센터에 문의했지만, 예약이 어려웠다고 주장했는데요.
[연관 기사] 1억 벤츠 중고차가 3달 만에 불?…미리 점검하려 했지만 [제보K]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091357
보도가 나간 뒤 비슷한 일을 겪었다는 추가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1억 가까이 주고 산 벤츠…7년 만에 '폐차' 위기
A 씨가 몰던 벤츠 E클래스 차량에서 불이 난 건 지난 7월 18일 밤.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세운 지 불과 5분 만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보닛 부근에서 시작된 연기는 1분도 안 돼 큰 불길로 번졌습니다.
불이 난 차량은 2017년 출고된 벤츠 E클래스 220d 모델. 이 사고로 A 씨는 1억 가까이 주고 산 차를 7년 만에 폐차해야 할 상황입니다.
■화재 직전 서비스센터 방문했지만…"3개월 기다리라고"
그런데 A 씨 측은 취재진에게 황당한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화재 당일 차에 문제가 생겨 벤츠 공식 서비스센터에 방문했다는 겁니다.
"화재 당일 어머니가 지방에서 차를 몰고 오시던 도중 엔진 경고등이 떠서 바로 공식 서비스센터로 가셨습니다. 그런데 센터에서는 대기가 많다는 이유로 3개월 뒤로 예약을 잡아주고, 아무런 확인도 하지 않고 계속 타도 된다고 돌려보냈습니다." - A 씨 자녀 |
주행 중 엔진 경고등이 커져 곧바로 서비스센터를 찾았지만, 긴 대기 탓에 기본적인 점검도 받지 못했다는 게 A 씨 측 주장입니다.
실제로 당일 센터 관계자가 예약해 준 점검일은 10월 2일. A 씨가 센터를 찾은 날이자 화재 발생일인 7월 18일로부터 약 3달 뒤였습니다.
"그날 점검만 받았으면 불이 안 날 수도 있지 않았을까" A 씨 측은 취재진에게 이런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차를 바로 봐줬으면 불이 안 날 수도 있지 않았을까. 보닛을 한 번 확인했으면 뭔가 이상하게 보였을 텐데. 경고등이 떴는데도 아무것도 안 봐준 거니까. 그거에 대해서 얘기했는데 서비스센터에서 안 봐줘서 불났다는 증거도 없고, 봐줬다고 해서 불이 안 났을 거라는 증거도 없고 하니까 본인들은 과실이 없다고 얘기하더라고요." - A 씨 자녀 |
■"점검받기까지 하세월"…예약 기다리다 불났다
앞서 KBS가 보도한 '벤츠 중고차 화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불이 난 차량은 지난 4월 인수 당시 5,000km 정도 주행한 벤츠 E클래스 카브리올레 모델이었습니다.
인수 3달 만에 차에 불이 난 건데, 차주 B 씨는 화재 전부터 잔고장이 잦아 점검을 받으려 했지만 벤츠 공식 서비스센터 예약이 어려웠다고 합니다.
B 씨가 서비스센터에 처음 연락한 건 지난 5월 21일. 하지만 인근 센터를 통틀어 가장 빠른 점검 가능일은 화재 발생 후인 7월 10일이었습니다.
"차 사고 한 달 안 돼서 어라운드뷰가 안 됐고요. 오픈카인데 루프 오픈이 안 됐어요. 갑자기 차 트렁크가 계속 저절로 열리기도 했어요. 점검 예약을 해놓은 상태인데 그 중간에 사고가 터져버린 거죠." - B 씨 |
이에 대해 벤츠 코리아는 "서비스 대기 및 소요 시간은 고객이 점검받고자 하는 사안과, 서비스센터별 상황 등에 따라 상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화재 원인 알 수 없어"…소비자는 '답답'
벤츠 측은 A 씨와 B 씨의 차량에 대해 '화재 원인을 알 수 없다'는 조사 결과 내놨습니다.
"전환 밸브 중 하나의 밸브가 과열되어 고객이 진술한 열적 현상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으며, 전환 밸브 중 하나가 과열된 이유에 대해서는 더 이상 판단할 수 없습니다. 해당 차량은 외부 정비소에서의 수리/유지보수가 진행되었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영향 또한 전적으로 배제할 수 없습니다." - A 씨 차량 화재 조사 결과 "차량 조사 전 트렁크 플로어 매트와 같은 제거된 구성품들로 인해, 외부 영향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용 가능한 남아있는 구성품들을 기반으로, 후방 SAM 모듈 상부측 부근에서 알 수 없는 과열에 의해 사고가 발생되었을 가능성을 전적으로 배제할 수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해당 영역에서 과열의 구체적인 근본 원인은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 B 씨 차량 화재 조사 결과 |
벤츠 측은 취재진에게는 "화재 전 점검 이력이 없어 이전에 발생한 잔고장과 화재의 구체적 연관성은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또 화재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점을 고려해 A 씨에 대해서는 중고차 시세에 맞춘 보상을, B 씨에게는 무상 수리를 제안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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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린 기자 eyeri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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