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격에도 끄떡없다”…우크라 VIP 단골 숙소 ‘방공호’ 들어가보니

입력 2024.11.03 (14:35) 수정 2024.11.03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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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을 단장으로 하는 정부대표단은 지난달 31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 도착해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을 만나고 어제(11월 2일) 국경을 빠져나갔습니다.

[연관 기사] [단독] 정부대표단, 우크라 당국과 협의 진행…북한군 ‘모니터링’ 구체화되나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096494

대표단이 묵은 숙소는 키이우 시내에 있는 곳으로 각국 정상이나 정부 사절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했을 때 주로 묵는 곳입니다. 우크라이나 시내 숙소 중에서도 방공 시설을 가장 안전하게 잘 갖춰졌다고 알려진 곳입니다.


■ 우크라이나 VIP 숙소 '방공호' 들어가 보니

지하 3층 주자창 옆에 마련된 방공 시설로 내려가 봤습니다.

두꺼운 콘크리트 벽과 방화문을 갖춰 폭발의 충격과 파편을 견디도록 설계된 방공호였습니다.

꽤 넓은 공간에 침대 20여 개와 리클라이너 쇼파 9개, 빈백 쇼파 10여 개, 그리고 식사를 할 수 있는 의자와 테이블이 놓여 있었습니다.



정수기를 포함한 간단한 주방 시설과 현금인출기가 마련된 점도 눈에 띄었습니다. 폭격 소리를 막아줄 귀마개와, 지루한 시간을 달래줄 보드게임이 있는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손님들과 함께 투숙한 개를 위한 공간도 있었습니다.


■ "전쟁 때 방공호는 단순히 피난처 이상의 의미"

전쟁 상황에서 방공호는 폭격이나 공습으로부터 시민들의 생명을 보호하는 장소입니다. 주로 지하에 두꺼운 콘크리트 벽으로 설계되는데, 대형 호텔이나 정부 건물, 군사시설에 주로 마련됩니다. 또 시민들은 지하철을 방공호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방공호는 전시엔 단순한 피난처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시민들에게 심리적 안정을 제공하는 곳이며, 의료 지원이나 식량 지원을 용이하게 해주는 장소입니다.

전쟁 국가에서 방공호는 생존을 위한 필수 시설입니다.


■ 소련이었던 우크라이나, 2차대전 때 공습 대비해 방공호 건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는 천여 개의 방공호가 마련돼 있는 거로 알려졌습니다. 대부분이 지하철이나 지하상가이며 호텔이나 건물 지하에도 마련된 경우가 많습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핵 공격에도 견딜 수 있는 425개의 특별 방공호도 마련했다고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는 다른 나라보다 방공호가 발달한 편인데, 냉전의 영향이 큽니다. 2차 세계대전 때 소련의 일원이었던 우크라이나는 독일군의 공습에 대비해 대규모 방공호 건설을 추진했습니다. 냉전 이후에는 미국과의 핵전쟁에 대비해 방공호 건설이 활발했습니다.

2022년 전쟁 초기에만 해도, 시민들은 매일 방공호에서 생활을 이어갔지만, 전쟁 발발 2년 8개월 지난 지금 방공호에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취재진이 찾은 호텔 방공호에서 사람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키이우에서 만난 유진 코버리안코 씨는 "우리도 처음엔 무서웠고 스스로 방공호에 숨었지만, 지금은 익숙해져 더 이상 찾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타니슬라브 파라슈추크 씨는 "이사를 할 수도 없으니 점점 적응하게 됐다"며 "이런 곳에 오래 살면 위험을 무시하게 된다"고 전했습니다.

사진 촬영 : 지선호 촬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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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격에도 끄떡없다”…우크라 VIP 단골 숙소 ‘방공호’ 들어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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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4-11-03 20: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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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을 단장으로 하는 정부대표단은 지난달 31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 도착해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을 만나고 어제(11월 2일) 국경을 빠져나갔습니다.

[연관 기사] [단독] 정부대표단, 우크라 당국과 협의 진행…북한군 ‘모니터링’ 구체화되나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096494

대표단이 묵은 숙소는 키이우 시내에 있는 곳으로 각국 정상이나 정부 사절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했을 때 주로 묵는 곳입니다. 우크라이나 시내 숙소 중에서도 방공 시설을 가장 안전하게 잘 갖춰졌다고 알려진 곳입니다.


■ 우크라이나 VIP 숙소 '방공호' 들어가 보니

지하 3층 주자창 옆에 마련된 방공 시설로 내려가 봤습니다.

두꺼운 콘크리트 벽과 방화문을 갖춰 폭발의 충격과 파편을 견디도록 설계된 방공호였습니다.

꽤 넓은 공간에 침대 20여 개와 리클라이너 쇼파 9개, 빈백 쇼파 10여 개, 그리고 식사를 할 수 있는 의자와 테이블이 놓여 있었습니다.



정수기를 포함한 간단한 주방 시설과 현금인출기가 마련된 점도 눈에 띄었습니다. 폭격 소리를 막아줄 귀마개와, 지루한 시간을 달래줄 보드게임이 있는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손님들과 함께 투숙한 개를 위한 공간도 있었습니다.


■ "전쟁 때 방공호는 단순히 피난처 이상의 의미"

전쟁 상황에서 방공호는 폭격이나 공습으로부터 시민들의 생명을 보호하는 장소입니다. 주로 지하에 두꺼운 콘크리트 벽으로 설계되는데, 대형 호텔이나 정부 건물, 군사시설에 주로 마련됩니다. 또 시민들은 지하철을 방공호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방공호는 전시엔 단순한 피난처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시민들에게 심리적 안정을 제공하는 곳이며, 의료 지원이나 식량 지원을 용이하게 해주는 장소입니다.

전쟁 국가에서 방공호는 생존을 위한 필수 시설입니다.


■ 소련이었던 우크라이나, 2차대전 때 공습 대비해 방공호 건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는 천여 개의 방공호가 마련돼 있는 거로 알려졌습니다. 대부분이 지하철이나 지하상가이며 호텔이나 건물 지하에도 마련된 경우가 많습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핵 공격에도 견딜 수 있는 425개의 특별 방공호도 마련했다고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는 다른 나라보다 방공호가 발달한 편인데, 냉전의 영향이 큽니다. 2차 세계대전 때 소련의 일원이었던 우크라이나는 독일군의 공습에 대비해 대규모 방공호 건설을 추진했습니다. 냉전 이후에는 미국과의 핵전쟁에 대비해 방공호 건설이 활발했습니다.

2022년 전쟁 초기에만 해도, 시민들은 매일 방공호에서 생활을 이어갔지만, 전쟁 발발 2년 8개월 지난 지금 방공호에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취재진이 찾은 호텔 방공호에서 사람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키이우에서 만난 유진 코버리안코 씨는 "우리도 처음엔 무서웠고 스스로 방공호에 숨었지만, 지금은 익숙해져 더 이상 찾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타니슬라브 파라슈추크 씨는 "이사를 할 수도 없으니 점점 적응하게 됐다"며 "이런 곳에 오래 살면 위험을 무시하게 된다"고 전했습니다.

사진 촬영 : 지선호 촬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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