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임차인 보증 취소하는 ‘허그’ 약관에 공정위 시정 권고

개인임대사업자가 허위로 보증을 신청했을 때, 임차인 귀책사유 없이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보증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한 약관 조항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정을 권고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HUG의 개인임대사업자 임대보증금 보증 약관의 보증 취소 관련 조항을 시정하도록 권고했다며 오늘(5일) 이같이 밝혔습니다.

시정권고 대상 조항은 민간임대주택의 임대인(주채무자)이 사기 또는 허위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거나 이를 근거로 보증을 신청한 경우 임차인(보증채권자)의 귀책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HUG가 보증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입니다.

HUG는 이 조항을 근거로 부산에서 발생한 190억여 원 규모의 전세사기 사건 임차인들의 보증을 취소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피해자 신고가 잇따르자, 공정위는 약관심사자문위원회의 자문 등을 거쳐 해당 조항이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으로, 약관법 위반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임차인은 임대인이 보증금을 주지 않더라도 HUG로부터 보증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합리적인 기대를 갖게 되는데, 임대인의 귀책 사유만 있어도 이 기대가 깨지도록 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것입니다.

또 위험을 고객에게 떠넘기는 것은 사업자의 법적 권한을 넘는 해지권이라고 봤습니다.

이에 공정위는 HUG에 해당 약관조항을 수정 또는 삭제하라고 권고했습니다.

공정위는 HUG와 해당 약관조항에 대한 시정을 협의하고 이행 여부를 점검할 예정입니다.

다만 이번 약관 심사가 이미 체결된 계약 관계에 소급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공정위는 “약관이 시정되면 ‘전세사기’ 피해를 본 선의의 임차인이 보증을 통해서도 임대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