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승? 삼성전자 패?…반도체 ‘판’흔드는 HBM
입력 2024.11.06 (07:00)
수정 2024.11.06 (09:1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AI) 시장 성장에 따라 반도체 '메모리' 경쟁도 뜨겁습니다. 현재 반도체 업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실적 격차도 'AI향' 고부가가치 제품으로의 전환 속도에 따른 '양극화'란 분석이 나오는데요. 앞으로 이런 현상, 계속 이어질까요? 뉴스에서 못 다 전한 전문가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
지난 4일부터 이틀에 걸쳐 한국의 반도체 TOP2, 삼성전자와 SK그룹(SK하이닉스)이 나란히 인공지능(AI) 포럼을 열었습니다. SK가 서울의 코엑스에서 대규모로 공개 행사를 진행한 것과 달리, 삼성전자는 비공개로 행사를 치렀는데요.
■ 메모리, '빈익빈 부익부'?
사실 두 회사의 올해 희비는 엇갈리고 있습니다. 고대역폭 메모리(HBM)로 대표되는 고성능·고용량 메모리 칩이 AI 산업에 필수로 꼽히면서 기술 개발과 양산, 실제 큰 수요처인 엔비디아에 공급이 한발 앞섰던 SK하이닉스는 그야말로 '폭풍 성장' 중인 데 비해, 삼성전자는 실적도 시장의 예상치보다 떨어졌습니다.
지난 3분기까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부, DS(디바이스 솔루션) 부문의 누적 영업이익은 각각 15.3조 원과 12.3조 원으로 약 3조 원 가까이 격차가 났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이를 메모리 부문에서의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 차이로 보고 있습니다.
AI 구현을 위해 더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필요성이 커지면서 고성능·고용량 메모리 반도체의 중요성이 커졌는데, AI 시장 규모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연평균 성장률이 20%이 넘습니다. 그러면서 HBM 같은 메모리의 수요가 폭증하는데, 수익성이 일반 D램의 적으면 2~3배, 많으면 5배까지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빨리 AI향으로 생산 구조를 바꿀 수 있는 곳은 빨리, 그리고 더 많이 벌지만 조금이라도 늦으면 격차가 벌어져서 따라잡을 수 없게 되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는 거 아니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겁니다. 앞서 살펴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격차도 이런 이유라고 이야기가 나옵니다.
[연관 기사] 젠슨 황 “‘HBM4’ 6개월 빨리 달라”…성적 가른 HBM, 전망은? (2024.11.5. KBS1TV ‘뉴스9’)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099089
이런 현상, 계속 될까요? 궁금한 점을 반도체 전문가,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에게 물어봤습니다. 이를 문답 형식으로 정리해 소개합니다.
■ "'양극화'는 너무 극단적 표현…단기 현상일 뿐"
Q. 올해 연말 실적으로 우리나라 반도체 업계 1, 2위가 뒤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이걸 '메모리 양극화' 때문이라고 하던데 어떻게 보시나요?
A. "양극화라고 표현하는 건 너무 극단적으로 나눠놓은 것 같습니다. 어차피 지금 우리가 주목하는 HBM 또한 D램 반도체의 일종이고, D램 기술 진보에 따른 새로운 제품 수준으로 봐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HBM이라는 신제품은 용량도 크고 속도도 빠르고, 기능이 개선된 D램 일종이기 때문에 당연히 신제품은 가격이 올라가는 프리미엄 효과도 있죠. 따라서 기존 메모리 반도체보다 수익이 2~3배로 얘기될 정도로 높은 상품입니다.
지금 당장은 HBM이 'AI 가속기'라는 특수한 AI용 시스템에만 들어가고 있기 때문에 'AI 반도체' 이런 명칭으로 불리지만 아마 그런 AI 시스템을 많은 기업이 만들면 사용처와 수요가 늘어날 것입니다.
다른 전자 제품이나 기기에서도 대용량 데이터를 사용하게 되면 HBM을 채용하게 될 겁니다. 그럼 'AI 전용'이라기보다 그냥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로 사용이 되는 거죠. 일례로 자율주행 자동차 같은 경우 많은 데이터를 처리하게 될텐데, 거기 HBM이 사용되리라고 이미 얘기가 되고 있습니다."
Q . 그런데 아무래도 좀 빠른 전환을 한 경우엔 많은 성과를 내고 있는 측면은 있지 않나요? 거대 '칩 메이커'가 아니더라도, 장비업체 등 다른 반도체 생태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현상인 것 같습니다.
A. "우리나라 중소 반도체 제조·장비 업체들은 사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제일 주요한 고객입니다. 따라서 그 두 기업이 얼마나 그런 전환을 빨리 하냐가 중요하죠. 기술적 측면이라 조심스럽지만, HBM은 D램이 되는 거라 기존 장비에서 엄청난 혁신까지는 필요 없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
Q. 그럼 결국 두 기업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는 거네요. 그런데 최근 두 기업의 전략 차이에 따른 실적이 자주 비교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A. "이제 반도체는 고성능, HBM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 다음은 PIM라든가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로 계속 갈 거고요.
현재 두 기업을 비교하는 부분은 결국 ' 엔비디아에 납품을 하고 있느냐 아니냐'인 거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AI 가속기 시장을 엔비디아가 80~90% 점유하고 있지만 그것도 바뀔 수가 있다는 거지요. 시간의 문제입니다.
지난해 기준 HBM 시장을 살펴보면, 전 세계적으로 점유율 50%가 SK하이닉스, 40%가 삼성전자, 10%가 마이크론으로 나타나요. SK하이닉스는 아시다시피 엔비디아에 납품을 했죠. 마이크론도 일부 했다고 해요. 그런데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납품을 안 했는데 어디에 판매를 했을까요? 엔비디아 말고도 분명히 HBM 수요가 있다는 뜻이죠.
그런 상황에서 다른 대형 업체들이 HBM을 사용하게 된다면 삼성전자가 진출할 수 있고, 계약해서 판매한다면 현재 많은 분들이 걱정하시는 부분은 일순 사라질 수 있다고 봅니다."
■ "이미 레거시 통제는 무의미…빠른 '선택과 집중'만이 살 길"
Q. 이런 와중에, 중국 상황도 있습니다. 한국이 중국으로 수출하는 반도체 비중이 상당히 높았는데 지난 9월 기준으로 40% 밑으로 내려간 것으로 확인됩니다. 이유를 뭐라고 보시나요?
A. "첫째는 중국의 내수가 지금 크게 활성화되고 있지 못한 점입니다. 그리고 같은 맥락으로 글로벌 경기가 부진하다보니 전자제품을 생산하는 중국 기업들의 활동이 둔화되고, 그에 따라서 사용되는 메모리 반도체 수량이 감소하는 거죠.
둘째는 많은 우려가 나오는 게 중국산 제품이 한국산을 대체해서 점유율이 낮아진다는 건데요. 실제로 일부 그런 상황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만들고 있는 첨단 제품군을 아직 중국이 그대로 만들지는 못 하는 상황입니다. 아직 첨단 제품에 있어선 한국이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전체적인 시장에선 이런 이유들로 중국 시장 점유율이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는 겁니다.
한편으론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 이후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공장이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이전됐습니다. 그러니까 중국으로 들어가던 메모리가 베트남으로 가는 거죠. 예전부터 필요하다고 했던 게 중국으로의 수출 의존도가 높으니 다각화를 해야 한단 거였는데, 어떻게 보면 그런 다각화가 실현되고 있는 과정이기도 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Q. 아직 한국의 첨단 반도체가 우위에 있을 수 있는 이유는 뭘까요? 실제로 중국의 기술력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합니다.
A. "먼저 제품의 제작 능력과 시장성을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그러니까, 제작 능력은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그런 면에서 볼 때 중국은 의외로 기술이 진보돼 있고 D램도 10nm급의 첨단 제품은 아닐지라도 28nm라든지 이런 공정을 이용해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게 레거시 시장의 점유율을 높이는 힘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반도체는 첨단 장비가 있어야 첨단 제품 생산이 가능합니다. 장비를 도입하지 못 하면 시장성이 많이 떨어지죠. 결국 기술력은 많이 쫓아와 있지만 어느 정도 장벽은 있는 상황입니다."
Q. 현재 중국은 아무리 돈이 많아도 첨단 반도체 장비를 살 수 없는 상황이지 않나요?
A. "그렇습니다. 네덜란드의 ASML을 미국이 완전히 통제하고 있는 상황이고, 그런 첨단 장비 업체들에 대해 미국이 중국에 팔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Q.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레거시 반도체에 대해서도 한국이 수출 통제하기를 원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오는데요, 그 영향은 없을까요?
A. "사실 이미 저가 범용 시장은 중국 반도체가 점령을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중국에 수출을 못 하게 되더라도 이미 그 부분은 작아져 있습니다. 타격이 없진 않겠지만 한 발 늦은 조치인 거죠."
Q. 그럼 업계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A . "공급망 전체로 봤을 땐 다른 분야와의 협업이 중요합니다. HBM 같은 경우는 기존 메모리 반도체와는 다른 생산 방식이라고 보시면 되는데요. 기존 메모리는 '표준품', 그러니까 규격에 맞는 제품을 공급 업체가 대량 생산하면 어떤 제품에 꽂아도 100% 호환이 됐습니다. 예컨대 SK하이닉스의 DDR4와 삼성전자의 DDR4가 호환되는 거죠.
그런데 HBM은 그게 아닙니다. 메모리지만 수요 기업의 요구에 맞는 제품을 공급해야 하는 거죠. 삼성전자의 엔비디아 '퀄 테스트' 이야기를 생각해보시면 됩니다.
기존 메모리 반도체는 칩 메이커가 모든 기능을 수행했는데 이제는 다른 기업과 협력해야 하는 부분이 생겼습니다. 일례로 최근 SK하이닉스와 TSMC의 업무협약(MOU) 체결 등이 있습니다. 후공정 등을 외부 업체와 협력하는 거죠. 따라서 앞으로 산업 간 협력 구조 속에서 유동성이 생길 상황으로 보입니다.
결국 지금 AI향 반도체에 주목이 집중되면서 우려하시는 상황들은 장기적으론 더 좋아질 거라 봅니다. 레거시 반도체 시장은 중국에 이전하고, 우리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죠. 자원이 한정돼 있잖아요. 당연히 수익성이 높은 쪽으로 집중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AI는 4차 산업혁명에서 가장 핵심 기술이 될 것이고, 지금 당장은 AI 반도체라고 해서 몇 개의 칩만 주목을 하지만 사실상 AI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모든 반도체가 AI 반도체거든요. 범위를 확장시키면 그런 고부가가치 반도체에 자원을 집중해서 생산을 늘려가는 게 올바른 방향성이라고 생각합니다."
Q. 내년 시장 상황은 어떻게 될까요? 반도체가 고점을 찍었다, 아니다, 전망이 계속 바뀌거나 엇갈리는 것 같습니다.
A. "일단 위기 의식을 가져야 하는 건 맞습니다. 중국이 아무리 첨단 제품에서 쫓아오지 못 하고 있다고 해도, 저가 시장을 공략해서 성공한 사례가 디스플레이에서 있거든요. 그래서 지금 우리가 디스플레이는 첨단 제품만 생산해서 판매하고 있는 상황이 된 거죠.
내년을 전망해보면 사실 지난해 말부터 올해까지 반도체 경기가 상당히 좋았습니다. 하지만 다른 수요 산업의 성장성이 크게 보이지 않았거든요. 결국 반도체는 전자제품의 성능이 좋아지면서 조금씩 고가의 반도체가 사용되는 건데, 그런 움직임이 내년에도 계속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좋지 않았던 글로벌 경기가 일부 회복 추세이기 때문에 소비 심리가 개선되고 IT 기기 수요가 좀 더 늘어난다고 가정하면 내년 경기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전망됩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SK하이닉스 승? 삼성전자 패?…반도체 ‘판’흔드는 HBM
-
- 입력 2024-11-06 07:00:56
- 수정2024-11-06 09:17:49
인공지능(AI) 시장 성장에 따라 반도체 '메모리' 경쟁도 뜨겁습니다. 현재 반도체 업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실적 격차도 'AI향' 고부가가치 제품으로의 전환 속도에 따른 '양극화'란 분석이 나오는데요. 앞으로 이런 현상, 계속 이어질까요? 뉴스에서 못 다 전한 전문가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
지난 4일부터 이틀에 걸쳐 한국의 반도체 TOP2, 삼성전자와 SK그룹(SK하이닉스)이 나란히 인공지능(AI) 포럼을 열었습니다. SK가 서울의 코엑스에서 대규모로 공개 행사를 진행한 것과 달리, 삼성전자는 비공개로 행사를 치렀는데요.
■ 메모리, '빈익빈 부익부'?
사실 두 회사의 올해 희비는 엇갈리고 있습니다. 고대역폭 메모리(HBM)로 대표되는 고성능·고용량 메모리 칩이 AI 산업에 필수로 꼽히면서 기술 개발과 양산, 실제 큰 수요처인 엔비디아에 공급이 한발 앞섰던 SK하이닉스는 그야말로 '폭풍 성장' 중인 데 비해, 삼성전자는 실적도 시장의 예상치보다 떨어졌습니다.
지난 3분기까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부, DS(디바이스 솔루션) 부문의 누적 영업이익은 각각 15.3조 원과 12.3조 원으로 약 3조 원 가까이 격차가 났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이를 메모리 부문에서의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 차이로 보고 있습니다.
AI 구현을 위해 더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필요성이 커지면서 고성능·고용량 메모리 반도체의 중요성이 커졌는데, AI 시장 규모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연평균 성장률이 20%이 넘습니다. 그러면서 HBM 같은 메모리의 수요가 폭증하는데, 수익성이 일반 D램의 적으면 2~3배, 많으면 5배까지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빨리 AI향으로 생산 구조를 바꿀 수 있는 곳은 빨리, 그리고 더 많이 벌지만 조금이라도 늦으면 격차가 벌어져서 따라잡을 수 없게 되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는 거 아니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겁니다. 앞서 살펴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격차도 이런 이유라고 이야기가 나옵니다.
[연관 기사] 젠슨 황 “‘HBM4’ 6개월 빨리 달라”…성적 가른 HBM, 전망은? (2024.11.5. KBS1TV ‘뉴스9’)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099089
이런 현상, 계속 될까요? 궁금한 점을 반도체 전문가,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에게 물어봤습니다. 이를 문답 형식으로 정리해 소개합니다.
■ "'양극화'는 너무 극단적 표현…단기 현상일 뿐"
Q. 올해 연말 실적으로 우리나라 반도체 업계 1, 2위가 뒤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이걸 '메모리 양극화' 때문이라고 하던데 어떻게 보시나요?
A. "양극화라고 표현하는 건 너무 극단적으로 나눠놓은 것 같습니다. 어차피 지금 우리가 주목하는 HBM 또한 D램 반도체의 일종이고, D램 기술 진보에 따른 새로운 제품 수준으로 봐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HBM이라는 신제품은 용량도 크고 속도도 빠르고, 기능이 개선된 D램 일종이기 때문에 당연히 신제품은 가격이 올라가는 프리미엄 효과도 있죠. 따라서 기존 메모리 반도체보다 수익이 2~3배로 얘기될 정도로 높은 상품입니다.
지금 당장은 HBM이 'AI 가속기'라는 특수한 AI용 시스템에만 들어가고 있기 때문에 'AI 반도체' 이런 명칭으로 불리지만 아마 그런 AI 시스템을 많은 기업이 만들면 사용처와 수요가 늘어날 것입니다.
다른 전자 제품이나 기기에서도 대용량 데이터를 사용하게 되면 HBM을 채용하게 될 겁니다. 그럼 'AI 전용'이라기보다 그냥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로 사용이 되는 거죠. 일례로 자율주행 자동차 같은 경우 많은 데이터를 처리하게 될텐데, 거기 HBM이 사용되리라고 이미 얘기가 되고 있습니다."
Q . 그런데 아무래도 좀 빠른 전환을 한 경우엔 많은 성과를 내고 있는 측면은 있지 않나요? 거대 '칩 메이커'가 아니더라도, 장비업체 등 다른 반도체 생태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현상인 것 같습니다.
A. "우리나라 중소 반도체 제조·장비 업체들은 사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제일 주요한 고객입니다. 따라서 그 두 기업이 얼마나 그런 전환을 빨리 하냐가 중요하죠. 기술적 측면이라 조심스럽지만, HBM은 D램이 되는 거라 기존 장비에서 엄청난 혁신까지는 필요 없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
Q. 그럼 결국 두 기업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는 거네요. 그런데 최근 두 기업의 전략 차이에 따른 실적이 자주 비교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A. "이제 반도체는 고성능, HBM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 다음은 PIM라든가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로 계속 갈 거고요.
현재 두 기업을 비교하는 부분은 결국 ' 엔비디아에 납품을 하고 있느냐 아니냐'인 거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AI 가속기 시장을 엔비디아가 80~90% 점유하고 있지만 그것도 바뀔 수가 있다는 거지요. 시간의 문제입니다.
지난해 기준 HBM 시장을 살펴보면, 전 세계적으로 점유율 50%가 SK하이닉스, 40%가 삼성전자, 10%가 마이크론으로 나타나요. SK하이닉스는 아시다시피 엔비디아에 납품을 했죠. 마이크론도 일부 했다고 해요. 그런데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납품을 안 했는데 어디에 판매를 했을까요? 엔비디아 말고도 분명히 HBM 수요가 있다는 뜻이죠.
그런 상황에서 다른 대형 업체들이 HBM을 사용하게 된다면 삼성전자가 진출할 수 있고, 계약해서 판매한다면 현재 많은 분들이 걱정하시는 부분은 일순 사라질 수 있다고 봅니다."
■ "이미 레거시 통제는 무의미…빠른 '선택과 집중'만이 살 길"
Q. 이런 와중에, 중국 상황도 있습니다. 한국이 중국으로 수출하는 반도체 비중이 상당히 높았는데 지난 9월 기준으로 40% 밑으로 내려간 것으로 확인됩니다. 이유를 뭐라고 보시나요?
A. "첫째는 중국의 내수가 지금 크게 활성화되고 있지 못한 점입니다. 그리고 같은 맥락으로 글로벌 경기가 부진하다보니 전자제품을 생산하는 중국 기업들의 활동이 둔화되고, 그에 따라서 사용되는 메모리 반도체 수량이 감소하는 거죠.
둘째는 많은 우려가 나오는 게 중국산 제품이 한국산을 대체해서 점유율이 낮아진다는 건데요. 실제로 일부 그런 상황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만들고 있는 첨단 제품군을 아직 중국이 그대로 만들지는 못 하는 상황입니다. 아직 첨단 제품에 있어선 한국이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전체적인 시장에선 이런 이유들로 중국 시장 점유율이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는 겁니다.
한편으론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 이후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공장이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이전됐습니다. 그러니까 중국으로 들어가던 메모리가 베트남으로 가는 거죠. 예전부터 필요하다고 했던 게 중국으로의 수출 의존도가 높으니 다각화를 해야 한단 거였는데, 어떻게 보면 그런 다각화가 실현되고 있는 과정이기도 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Q. 아직 한국의 첨단 반도체가 우위에 있을 수 있는 이유는 뭘까요? 실제로 중국의 기술력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합니다.
A. "먼저 제품의 제작 능력과 시장성을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그러니까, 제작 능력은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그런 면에서 볼 때 중국은 의외로 기술이 진보돼 있고 D램도 10nm급의 첨단 제품은 아닐지라도 28nm라든지 이런 공정을 이용해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게 레거시 시장의 점유율을 높이는 힘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반도체는 첨단 장비가 있어야 첨단 제품 생산이 가능합니다. 장비를 도입하지 못 하면 시장성이 많이 떨어지죠. 결국 기술력은 많이 쫓아와 있지만 어느 정도 장벽은 있는 상황입니다."
Q. 현재 중국은 아무리 돈이 많아도 첨단 반도체 장비를 살 수 없는 상황이지 않나요?
A. "그렇습니다. 네덜란드의 ASML을 미국이 완전히 통제하고 있는 상황이고, 그런 첨단 장비 업체들에 대해 미국이 중국에 팔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Q.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레거시 반도체에 대해서도 한국이 수출 통제하기를 원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오는데요, 그 영향은 없을까요?
A. "사실 이미 저가 범용 시장은 중국 반도체가 점령을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중국에 수출을 못 하게 되더라도 이미 그 부분은 작아져 있습니다. 타격이 없진 않겠지만 한 발 늦은 조치인 거죠."
Q. 그럼 업계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A . "공급망 전체로 봤을 땐 다른 분야와의 협업이 중요합니다. HBM 같은 경우는 기존 메모리 반도체와는 다른 생산 방식이라고 보시면 되는데요. 기존 메모리는 '표준품', 그러니까 규격에 맞는 제품을 공급 업체가 대량 생산하면 어떤 제품에 꽂아도 100% 호환이 됐습니다. 예컨대 SK하이닉스의 DDR4와 삼성전자의 DDR4가 호환되는 거죠.
그런데 HBM은 그게 아닙니다. 메모리지만 수요 기업의 요구에 맞는 제품을 공급해야 하는 거죠. 삼성전자의 엔비디아 '퀄 테스트' 이야기를 생각해보시면 됩니다.
기존 메모리 반도체는 칩 메이커가 모든 기능을 수행했는데 이제는 다른 기업과 협력해야 하는 부분이 생겼습니다. 일례로 최근 SK하이닉스와 TSMC의 업무협약(MOU) 체결 등이 있습니다. 후공정 등을 외부 업체와 협력하는 거죠. 따라서 앞으로 산업 간 협력 구조 속에서 유동성이 생길 상황으로 보입니다.
결국 지금 AI향 반도체에 주목이 집중되면서 우려하시는 상황들은 장기적으론 더 좋아질 거라 봅니다. 레거시 반도체 시장은 중국에 이전하고, 우리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죠. 자원이 한정돼 있잖아요. 당연히 수익성이 높은 쪽으로 집중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AI는 4차 산업혁명에서 가장 핵심 기술이 될 것이고, 지금 당장은 AI 반도체라고 해서 몇 개의 칩만 주목을 하지만 사실상 AI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모든 반도체가 AI 반도체거든요. 범위를 확장시키면 그런 고부가가치 반도체에 자원을 집중해서 생산을 늘려가는 게 올바른 방향성이라고 생각합니다."
Q. 내년 시장 상황은 어떻게 될까요? 반도체가 고점을 찍었다, 아니다, 전망이 계속 바뀌거나 엇갈리는 것 같습니다.
A. "일단 위기 의식을 가져야 하는 건 맞습니다. 중국이 아무리 첨단 제품에서 쫓아오지 못 하고 있다고 해도, 저가 시장을 공략해서 성공한 사례가 디스플레이에서 있거든요. 그래서 지금 우리가 디스플레이는 첨단 제품만 생산해서 판매하고 있는 상황이 된 거죠.
내년을 전망해보면 사실 지난해 말부터 올해까지 반도체 경기가 상당히 좋았습니다. 하지만 다른 수요 산업의 성장성이 크게 보이지 않았거든요. 결국 반도체는 전자제품의 성능이 좋아지면서 조금씩 고가의 반도체가 사용되는 건데, 그런 움직임이 내년에도 계속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좋지 않았던 글로벌 경기가 일부 회복 추세이기 때문에 소비 심리가 개선되고 IT 기기 수요가 좀 더 늘어난다고 가정하면 내년 경기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전망됩니다."
-
-
김지숙 기자 vox@kbs.co.kr
김지숙 기자의 기사 모음
-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
좋아요
0
-
응원해요
0
-
후속 원해요
0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