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출범 이후 최대 변화 ‘K리그 추춘제’를 선수들도 원하는 이유

입력 2024.11.14 (14:20) 수정 2024.11.14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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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한 지 40년을 넘어선 한국 프로축구에 가장 커다란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유럽 빅리그처럼, 가을에 시작해 봄에 리그를 마무리하는 ‘추춘제’ 도입을 본격 논의하고 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한국의 추운 겨울 날씨 탓에 실현 불가능해 보였던 추춘제 도입은 어느새 다수의 프로축구 관계자가 찬성 의견을 낼 정도로 속도감 있게 추진될 전망이다.

13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K리그 추춘제 전환 검토를 위한 공청회’에는 프로축구연맹과 구단 관계자, 축구장 잔디 관리 전문가와 현역 선수까지 한데 모여 열띤 토론을 벌였다. 놀랍게도 공청회 토론에 참여한 7명의 패널 가운데 6명이 추춘제 전환에 찬성 의사를 보였다. 시도민 구단 충북 청주의 윤지현 사무국장만 구단 회계 처리 등의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반대 의견을 밝혔다.

선수 대표로 포항의 수비수 신광훈이 참석했는데, 주변 선수들에게 의견을 청취한 결과 대다수가 추춘제 전환을 찬성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런데 추춘제 전환 찬성 이유가 흥미로웠다. 가장 큰 이유로 7, 8월 혹서기에 경기를 치르는 게 너무 힘들다는 하소연이었다.

즉 우리나라의 여름 기후가 너무 덥고 습해서 경기력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신광훈은 “선수들은 대부분 찬성하는 분위기다. 혹서기에는 훈련 자체만으로도 너무 힘들어서 팀의 전술 전략 자체도 바뀔 정도”라면서 7, 8월에 휴지기를 가질 수 있는 추춘제 전환에 찬성하는 이유를 밝혔다. 다만 신광훈은 겨울에 경기 수가 늘어날 가능성에 대해 “부상은 많이 생길 것 같다. 특히 나이가 많거나 수술 경력이 있는 선수는 부상 위험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광훈의 추춘제 전환 찬성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혹한기 못지않게 혹서기에 축구하는 것이 선수들에게 얼마나 큰 부담이 됐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유럽 리그에서 뛰던 스타급 선수들은 “일본과 한국의 무더운 여름 날씨, 특히 습도로 인해 경기하기 힘들었다”고 입을 모았는데, 동아시아의 한여름 기후는 축구하기에 과연 적절한가라는 의문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신광훈의 혹서기 ‘혹사론’은 실제 데이터로도 증명됐다. 공청회에 참석한 정태석 K리그 의무위원회 의원은 “혹서기에 각종 경기 지표가 떨어진다. 실제로 데이터 수치상으로 한여름에 선수들의 총 뛴 거리와 스프린트 거리 등이 다른 기간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 나타났다”면서 “개인적인 데이터로 보면 추춘제가 선수 건강 관리 측면이나 경기력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혹서기 프로축구의 문제점은 비단 선수의 경기력뿐 아니라 경기장 잔디 상태로도 설명될 수 있다. 공청회에 참석한 잔디 관리 전문가인 이강군 왕산그린 대표는 “종합적으로 봤을 때 추춘제가 잔디에 더 유리하다. 한여름 장마를 거치고 난 뒤 잔디 훼손이 가장 크게 일어나기 때문에, 이 기간 경기하지 않을 뿐 아니라 겨울에도 약 2개월 휴지기를 갖는 방식인 추춘제를 하면 잔디 생육에 더 좋을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사실 K리그 추춘제 전환은 그동안 한국의 매서운 겨울 추위 탓에 진지한 논의조차 시도된 바 없다. 하지만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챔피언스리그 일정을 추춘제로 바꿨고, 일본 J리그가 2026시즌부터 추춘제 전환을 선언하면서 K리그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무엇보다 K리그식 추춘제의 특징은 유럽과 달리, 겨울에 축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선수들의 경기력과 잔디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쳐온 혹서기 경기 일정을 피할 수 있는 현실적인 장점도 입증됐다. 한국 프로축구 출범 이후 가장 큰 폭의 변화가 바야흐로 눈앞에 다가온 셈이다.

프로축구연맹 조연상 사무총장은 “아직 추춘제 전환을 전제로 한 정책 수립은 없다. 구단들의 다양한 의견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친 뒤 추춘제 전환을 시행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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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축구 출범 이후 최대 변화 ‘K리그 추춘제’를 선수들도 원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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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4-11-14 14:24:06
    K리그
출범한 지 40년을 넘어선 한국 프로축구에 가장 커다란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유럽 빅리그처럼, 가을에 시작해 봄에 리그를 마무리하는 ‘추춘제’ 도입을 본격 논의하고 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한국의 추운 겨울 날씨 탓에 실현 불가능해 보였던 추춘제 도입은 어느새 다수의 프로축구 관계자가 찬성 의견을 낼 정도로 속도감 있게 추진될 전망이다.

13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K리그 추춘제 전환 검토를 위한 공청회’에는 프로축구연맹과 구단 관계자, 축구장 잔디 관리 전문가와 현역 선수까지 한데 모여 열띤 토론을 벌였다. 놀랍게도 공청회 토론에 참여한 7명의 패널 가운데 6명이 추춘제 전환에 찬성 의사를 보였다. 시도민 구단 충북 청주의 윤지현 사무국장만 구단 회계 처리 등의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반대 의견을 밝혔다.

선수 대표로 포항의 수비수 신광훈이 참석했는데, 주변 선수들에게 의견을 청취한 결과 대다수가 추춘제 전환을 찬성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런데 추춘제 전환 찬성 이유가 흥미로웠다. 가장 큰 이유로 7, 8월 혹서기에 경기를 치르는 게 너무 힘들다는 하소연이었다.

즉 우리나라의 여름 기후가 너무 덥고 습해서 경기력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신광훈은 “선수들은 대부분 찬성하는 분위기다. 혹서기에는 훈련 자체만으로도 너무 힘들어서 팀의 전술 전략 자체도 바뀔 정도”라면서 7, 8월에 휴지기를 가질 수 있는 추춘제 전환에 찬성하는 이유를 밝혔다. 다만 신광훈은 겨울에 경기 수가 늘어날 가능성에 대해 “부상은 많이 생길 것 같다. 특히 나이가 많거나 수술 경력이 있는 선수는 부상 위험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광훈의 추춘제 전환 찬성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혹한기 못지않게 혹서기에 축구하는 것이 선수들에게 얼마나 큰 부담이 됐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유럽 리그에서 뛰던 스타급 선수들은 “일본과 한국의 무더운 여름 날씨, 특히 습도로 인해 경기하기 힘들었다”고 입을 모았는데, 동아시아의 한여름 기후는 축구하기에 과연 적절한가라는 의문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신광훈의 혹서기 ‘혹사론’은 실제 데이터로도 증명됐다. 공청회에 참석한 정태석 K리그 의무위원회 의원은 “혹서기에 각종 경기 지표가 떨어진다. 실제로 데이터 수치상으로 한여름에 선수들의 총 뛴 거리와 스프린트 거리 등이 다른 기간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 나타났다”면서 “개인적인 데이터로 보면 추춘제가 선수 건강 관리 측면이나 경기력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혹서기 프로축구의 문제점은 비단 선수의 경기력뿐 아니라 경기장 잔디 상태로도 설명될 수 있다. 공청회에 참석한 잔디 관리 전문가인 이강군 왕산그린 대표는 “종합적으로 봤을 때 추춘제가 잔디에 더 유리하다. 한여름 장마를 거치고 난 뒤 잔디 훼손이 가장 크게 일어나기 때문에, 이 기간 경기하지 않을 뿐 아니라 겨울에도 약 2개월 휴지기를 갖는 방식인 추춘제를 하면 잔디 생육에 더 좋을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사실 K리그 추춘제 전환은 그동안 한국의 매서운 겨울 추위 탓에 진지한 논의조차 시도된 바 없다. 하지만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챔피언스리그 일정을 추춘제로 바꿨고, 일본 J리그가 2026시즌부터 추춘제 전환을 선언하면서 K리그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무엇보다 K리그식 추춘제의 특징은 유럽과 달리, 겨울에 축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선수들의 경기력과 잔디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쳐온 혹서기 경기 일정을 피할 수 있는 현실적인 장점도 입증됐다. 한국 프로축구 출범 이후 가장 큰 폭의 변화가 바야흐로 눈앞에 다가온 셈이다.

프로축구연맹 조연상 사무총장은 “아직 추춘제 전환을 전제로 한 정책 수립은 없다. 구단들의 다양한 의견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친 뒤 추춘제 전환을 시행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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