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르네상스에 찬물 끼얹는 ‘이상한 한식당’?
입력 2024.11.16 (21:55)
수정 2024.11.16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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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식 열풍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미식의 나라 프랑스에서는 특히 젊은층을 중심으로 더 다양한 종류의 한식이 대중화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중국계 한식당도 크게 늘고 있다는데요.
문제는 일부 식당들이 정체불명의 한식을 내놓는다는 것인데, 한식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옵니다.
파리 안다영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파리의 한 한국 음식점.
젊은이들로 북적입니다.
치킨과 떡볶이, 라면 등 분식류가 인기입니다.
[스웨데나 시리/한식당 손님 :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양념치킨입니다. 매워서 좋아합니다."]
비빔밥, 불고기로 대표되던 K푸드, 이제 길거리 음식으로 확대돼 더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습니다.
10대와 20대가 주요 소비층으로 급부상했습니다.
[미리암 엠사닥/한식당 손님 : "K-드라마를 보다 보면 (등장인물들이) 음식 먹는 것을 자주 볼 수 있게 되는데, (저도) 먹고 싶어지더라고요. 그래서 검색해서 한국 음식점을 찾게 됐습니다."]
한식 열풍의 중심엔 K-드라마가 있습니다.
한국을 잘 알지 못하는 이들도 한국 드라마를 통해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면서 한식 열풍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최근 유럽 최대 식품박람회에는 한국 식품 기업들이 역대 최대 규모로 참가했습니다.
한국 식품 수입을 위한 현장 계약 상담도 몇 년 새 크게 늘어, 한국 식품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재 파리에서 영업 중인 한식당은 약 300개 안팎.
최근 2년 사이 많은 한식당이 새로 문을 열었습니다.
한식이 인기를 끌면서 중국인이 운영하는 한식당도 크게 늘고 있습니다.
특히 거대 자본을 무기로 체인점을 늘리면서 파리 주요 상권을 중심으로 세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기차역과 백화점이 모여 있는 파리 최대의 상권 거리...
한글 간판 음식점이 보입니다.
최근 현지인들에게 인기인 중국인 운영 한식당입니다.
맛은 어떨까, 순두부와 김치찌개, 비빕밥을 시켜봤습니다.
겉으론, 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맛은 딴판입니다.
["맛은 전혀 순두부찌개가 아니에요."]
김치찌개도 정체불명의 맛입니다.
["김치 향은 나는데 맛은 너무 이상하고 밍밍하고 이게 무슨 맛이지?"]
[이용경/프랑스 한식문화협회장 : "익은 김치가 좀 시큼하잖아요. (중국인들은) 그래서 거기다 식초를 넣으세요. 소스는 간장을 중국 간장으로 쓰시는 거고, 고추장을 쓰는데도 소스를 여러 가지를 섞어서 좀 광택이 나고 예쁜 색깔로 내기 위해서…."]
체인점 세 곳을 둔 또 다른 중국계 한식당을 찾았습니다.
화려한 장식들 사이, 한국 영화 포스터와 한글 네온사인이 붙어 있습니다.
띄어쓰기는 엉망이고, '동해님부선' 같은 이상한 단어도 보입니다.
매운 소불고기, '서울식 국수'라고 쓰인 메뉴를 시켜봤습니다.
보기부터 한식과는 다릅니다.
["이건 딱 봐도 중식인데. 중식당에서 먹었던 그 (음식) 기억나세요?"]
["고수와 오이가 들었네요."]
맛도 한식이라기보다 중식에 가깝습니다.
["처음 보는 형태의 국수인데. (약간 중국의 탄탄면 같아요.)"]
이런 식당들의 리뷰에는, 정체불명 음식으로 한식이 아니라는 평가가 줄을 잇습니다.
특히,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한식으로 오해할까 우려도 많습니다.
잘 되는 한식당을 상대로 한 중국 거대 자본의 침투는 또 다른 걱정거리입니다.
[이용경/프랑스 한식문화협회장 : "중국 분들은 진짜 저도 한 번 경험한 적이 있어요. 현금을 진짜 이만큼 가져오세요. 팔래 안 팔래(라고 하며). 중국 분들은 거기에 더 웃돈을 얹어서 주시기 때문에 이제 거기서 또 (한국인들과는) 승부가 안 되죠."]
과거 프랑스에서 일식 열풍이 불 때 일본 식당들도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고심 끝에 일본은 본래 요리법과 정체성을 지키는 식당에 인증 마크를 주는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미식의 나라 프랑스에서 한식은 K 콘텐츠 인기와 맞물려 르네상스를 맞고 있습니다.
[로렁 르키앙/프랑스 매체 '라 트리뷴' 기자 : "한국의 방송들이 재미있고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불러일으켜서 보다가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의 음식을 통해 한국 문화에 대한 제 관심을 채웠습니다."]
그런 만큼 한식의 정체성을 지켜내는 게 새로운 과제가 됐습니다.
파리에서 안다영입니다.
촬영:김은정/영상편집:오태규/그래픽:강민수/자료조사:김세현 소진영
한식 열풍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미식의 나라 프랑스에서는 특히 젊은층을 중심으로 더 다양한 종류의 한식이 대중화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중국계 한식당도 크게 늘고 있다는데요.
문제는 일부 식당들이 정체불명의 한식을 내놓는다는 것인데, 한식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옵니다.
파리 안다영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파리의 한 한국 음식점.
젊은이들로 북적입니다.
치킨과 떡볶이, 라면 등 분식류가 인기입니다.
[스웨데나 시리/한식당 손님 :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양념치킨입니다. 매워서 좋아합니다."]
비빔밥, 불고기로 대표되던 K푸드, 이제 길거리 음식으로 확대돼 더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습니다.
10대와 20대가 주요 소비층으로 급부상했습니다.
[미리암 엠사닥/한식당 손님 : "K-드라마를 보다 보면 (등장인물들이) 음식 먹는 것을 자주 볼 수 있게 되는데, (저도) 먹고 싶어지더라고요. 그래서 검색해서 한국 음식점을 찾게 됐습니다."]
한식 열풍의 중심엔 K-드라마가 있습니다.
한국을 잘 알지 못하는 이들도 한국 드라마를 통해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면서 한식 열풍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최근 유럽 최대 식품박람회에는 한국 식품 기업들이 역대 최대 규모로 참가했습니다.
한국 식품 수입을 위한 현장 계약 상담도 몇 년 새 크게 늘어, 한국 식품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재 파리에서 영업 중인 한식당은 약 300개 안팎.
최근 2년 사이 많은 한식당이 새로 문을 열었습니다.
한식이 인기를 끌면서 중국인이 운영하는 한식당도 크게 늘고 있습니다.
특히 거대 자본을 무기로 체인점을 늘리면서 파리 주요 상권을 중심으로 세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기차역과 백화점이 모여 있는 파리 최대의 상권 거리...
한글 간판 음식점이 보입니다.
최근 현지인들에게 인기인 중국인 운영 한식당입니다.
맛은 어떨까, 순두부와 김치찌개, 비빕밥을 시켜봤습니다.
겉으론, 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맛은 딴판입니다.
["맛은 전혀 순두부찌개가 아니에요."]
김치찌개도 정체불명의 맛입니다.
["김치 향은 나는데 맛은 너무 이상하고 밍밍하고 이게 무슨 맛이지?"]
[이용경/프랑스 한식문화협회장 : "익은 김치가 좀 시큼하잖아요. (중국인들은) 그래서 거기다 식초를 넣으세요. 소스는 간장을 중국 간장으로 쓰시는 거고, 고추장을 쓰는데도 소스를 여러 가지를 섞어서 좀 광택이 나고 예쁜 색깔로 내기 위해서…."]
체인점 세 곳을 둔 또 다른 중국계 한식당을 찾았습니다.
화려한 장식들 사이, 한국 영화 포스터와 한글 네온사인이 붙어 있습니다.
띄어쓰기는 엉망이고, '동해님부선' 같은 이상한 단어도 보입니다.
매운 소불고기, '서울식 국수'라고 쓰인 메뉴를 시켜봤습니다.
보기부터 한식과는 다릅니다.
["이건 딱 봐도 중식인데. 중식당에서 먹었던 그 (음식) 기억나세요?"]
["고수와 오이가 들었네요."]
맛도 한식이라기보다 중식에 가깝습니다.
["처음 보는 형태의 국수인데. (약간 중국의 탄탄면 같아요.)"]
이런 식당들의 리뷰에는, 정체불명 음식으로 한식이 아니라는 평가가 줄을 잇습니다.
특히,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한식으로 오해할까 우려도 많습니다.
잘 되는 한식당을 상대로 한 중국 거대 자본의 침투는 또 다른 걱정거리입니다.
[이용경/프랑스 한식문화협회장 : "중국 분들은 진짜 저도 한 번 경험한 적이 있어요. 현금을 진짜 이만큼 가져오세요. 팔래 안 팔래(라고 하며). 중국 분들은 거기에 더 웃돈을 얹어서 주시기 때문에 이제 거기서 또 (한국인들과는) 승부가 안 되죠."]
과거 프랑스에서 일식 열풍이 불 때 일본 식당들도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고심 끝에 일본은 본래 요리법과 정체성을 지키는 식당에 인증 마크를 주는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미식의 나라 프랑스에서 한식은 K 콘텐츠 인기와 맞물려 르네상스를 맞고 있습니다.
[로렁 르키앙/프랑스 매체 '라 트리뷴' 기자 : "한국의 방송들이 재미있고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불러일으켜서 보다가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의 음식을 통해 한국 문화에 대한 제 관심을 채웠습니다."]
그런 만큼 한식의 정체성을 지켜내는 게 새로운 과제가 됐습니다.
파리에서 안다영입니다.
촬영:김은정/영상편집:오태규/그래픽:강민수/자료조사:김세현 소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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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4-11-16 21:55:20
- 수정2024-11-16 22:20:34
[앵커]
한식 열풍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미식의 나라 프랑스에서는 특히 젊은층을 중심으로 더 다양한 종류의 한식이 대중화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중국계 한식당도 크게 늘고 있다는데요.
문제는 일부 식당들이 정체불명의 한식을 내놓는다는 것인데, 한식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옵니다.
파리 안다영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파리의 한 한국 음식점.
젊은이들로 북적입니다.
치킨과 떡볶이, 라면 등 분식류가 인기입니다.
[스웨데나 시리/한식당 손님 :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양념치킨입니다. 매워서 좋아합니다."]
비빔밥, 불고기로 대표되던 K푸드, 이제 길거리 음식으로 확대돼 더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습니다.
10대와 20대가 주요 소비층으로 급부상했습니다.
[미리암 엠사닥/한식당 손님 : "K-드라마를 보다 보면 (등장인물들이) 음식 먹는 것을 자주 볼 수 있게 되는데, (저도) 먹고 싶어지더라고요. 그래서 검색해서 한국 음식점을 찾게 됐습니다."]
한식 열풍의 중심엔 K-드라마가 있습니다.
한국을 잘 알지 못하는 이들도 한국 드라마를 통해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면서 한식 열풍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최근 유럽 최대 식품박람회에는 한국 식품 기업들이 역대 최대 규모로 참가했습니다.
한국 식품 수입을 위한 현장 계약 상담도 몇 년 새 크게 늘어, 한국 식품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재 파리에서 영업 중인 한식당은 약 300개 안팎.
최근 2년 사이 많은 한식당이 새로 문을 열었습니다.
한식이 인기를 끌면서 중국인이 운영하는 한식당도 크게 늘고 있습니다.
특히 거대 자본을 무기로 체인점을 늘리면서 파리 주요 상권을 중심으로 세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기차역과 백화점이 모여 있는 파리 최대의 상권 거리...
한글 간판 음식점이 보입니다.
최근 현지인들에게 인기인 중국인 운영 한식당입니다.
맛은 어떨까, 순두부와 김치찌개, 비빕밥을 시켜봤습니다.
겉으론, 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맛은 딴판입니다.
["맛은 전혀 순두부찌개가 아니에요."]
김치찌개도 정체불명의 맛입니다.
["김치 향은 나는데 맛은 너무 이상하고 밍밍하고 이게 무슨 맛이지?"]
[이용경/프랑스 한식문화협회장 : "익은 김치가 좀 시큼하잖아요. (중국인들은) 그래서 거기다 식초를 넣으세요. 소스는 간장을 중국 간장으로 쓰시는 거고, 고추장을 쓰는데도 소스를 여러 가지를 섞어서 좀 광택이 나고 예쁜 색깔로 내기 위해서…."]
체인점 세 곳을 둔 또 다른 중국계 한식당을 찾았습니다.
화려한 장식들 사이, 한국 영화 포스터와 한글 네온사인이 붙어 있습니다.
띄어쓰기는 엉망이고, '동해님부선' 같은 이상한 단어도 보입니다.
매운 소불고기, '서울식 국수'라고 쓰인 메뉴를 시켜봤습니다.
보기부터 한식과는 다릅니다.
["이건 딱 봐도 중식인데. 중식당에서 먹었던 그 (음식) 기억나세요?"]
["고수와 오이가 들었네요."]
맛도 한식이라기보다 중식에 가깝습니다.
["처음 보는 형태의 국수인데. (약간 중국의 탄탄면 같아요.)"]
이런 식당들의 리뷰에는, 정체불명 음식으로 한식이 아니라는 평가가 줄을 잇습니다.
특히,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한식으로 오해할까 우려도 많습니다.
잘 되는 한식당을 상대로 한 중국 거대 자본의 침투는 또 다른 걱정거리입니다.
[이용경/프랑스 한식문화협회장 : "중국 분들은 진짜 저도 한 번 경험한 적이 있어요. 현금을 진짜 이만큼 가져오세요. 팔래 안 팔래(라고 하며). 중국 분들은 거기에 더 웃돈을 얹어서 주시기 때문에 이제 거기서 또 (한국인들과는) 승부가 안 되죠."]
과거 프랑스에서 일식 열풍이 불 때 일본 식당들도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고심 끝에 일본은 본래 요리법과 정체성을 지키는 식당에 인증 마크를 주는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미식의 나라 프랑스에서 한식은 K 콘텐츠 인기와 맞물려 르네상스를 맞고 있습니다.
[로렁 르키앙/프랑스 매체 '라 트리뷴' 기자 : "한국의 방송들이 재미있고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불러일으켜서 보다가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의 음식을 통해 한국 문화에 대한 제 관심을 채웠습니다."]
그런 만큼 한식의 정체성을 지켜내는 게 새로운 과제가 됐습니다.
파리에서 안다영입니다.
촬영:김은정/영상편집:오태규/그래픽:강민수/자료조사:김세현 소진영
한식 열풍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미식의 나라 프랑스에서는 특히 젊은층을 중심으로 더 다양한 종류의 한식이 대중화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중국계 한식당도 크게 늘고 있다는데요.
문제는 일부 식당들이 정체불명의 한식을 내놓는다는 것인데, 한식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옵니다.
파리 안다영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파리의 한 한국 음식점.
젊은이들로 북적입니다.
치킨과 떡볶이, 라면 등 분식류가 인기입니다.
[스웨데나 시리/한식당 손님 :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양념치킨입니다. 매워서 좋아합니다."]
비빔밥, 불고기로 대표되던 K푸드, 이제 길거리 음식으로 확대돼 더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습니다.
10대와 20대가 주요 소비층으로 급부상했습니다.
[미리암 엠사닥/한식당 손님 : "K-드라마를 보다 보면 (등장인물들이) 음식 먹는 것을 자주 볼 수 있게 되는데, (저도) 먹고 싶어지더라고요. 그래서 검색해서 한국 음식점을 찾게 됐습니다."]
한식 열풍의 중심엔 K-드라마가 있습니다.
한국을 잘 알지 못하는 이들도 한국 드라마를 통해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면서 한식 열풍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최근 유럽 최대 식품박람회에는 한국 식품 기업들이 역대 최대 규모로 참가했습니다.
한국 식품 수입을 위한 현장 계약 상담도 몇 년 새 크게 늘어, 한국 식품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재 파리에서 영업 중인 한식당은 약 300개 안팎.
최근 2년 사이 많은 한식당이 새로 문을 열었습니다.
한식이 인기를 끌면서 중국인이 운영하는 한식당도 크게 늘고 있습니다.
특히 거대 자본을 무기로 체인점을 늘리면서 파리 주요 상권을 중심으로 세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기차역과 백화점이 모여 있는 파리 최대의 상권 거리...
한글 간판 음식점이 보입니다.
최근 현지인들에게 인기인 중국인 운영 한식당입니다.
맛은 어떨까, 순두부와 김치찌개, 비빕밥을 시켜봤습니다.
겉으론, 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맛은 딴판입니다.
["맛은 전혀 순두부찌개가 아니에요."]
김치찌개도 정체불명의 맛입니다.
["김치 향은 나는데 맛은 너무 이상하고 밍밍하고 이게 무슨 맛이지?"]
[이용경/프랑스 한식문화협회장 : "익은 김치가 좀 시큼하잖아요. (중국인들은) 그래서 거기다 식초를 넣으세요. 소스는 간장을 중국 간장으로 쓰시는 거고, 고추장을 쓰는데도 소스를 여러 가지를 섞어서 좀 광택이 나고 예쁜 색깔로 내기 위해서…."]
체인점 세 곳을 둔 또 다른 중국계 한식당을 찾았습니다.
화려한 장식들 사이, 한국 영화 포스터와 한글 네온사인이 붙어 있습니다.
띄어쓰기는 엉망이고, '동해님부선' 같은 이상한 단어도 보입니다.
매운 소불고기, '서울식 국수'라고 쓰인 메뉴를 시켜봤습니다.
보기부터 한식과는 다릅니다.
["이건 딱 봐도 중식인데. 중식당에서 먹었던 그 (음식) 기억나세요?"]
["고수와 오이가 들었네요."]
맛도 한식이라기보다 중식에 가깝습니다.
["처음 보는 형태의 국수인데. (약간 중국의 탄탄면 같아요.)"]
이런 식당들의 리뷰에는, 정체불명 음식으로 한식이 아니라는 평가가 줄을 잇습니다.
특히,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한식으로 오해할까 우려도 많습니다.
잘 되는 한식당을 상대로 한 중국 거대 자본의 침투는 또 다른 걱정거리입니다.
[이용경/프랑스 한식문화협회장 : "중국 분들은 진짜 저도 한 번 경험한 적이 있어요. 현금을 진짜 이만큼 가져오세요. 팔래 안 팔래(라고 하며). 중국 분들은 거기에 더 웃돈을 얹어서 주시기 때문에 이제 거기서 또 (한국인들과는) 승부가 안 되죠."]
과거 프랑스에서 일식 열풍이 불 때 일본 식당들도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고심 끝에 일본은 본래 요리법과 정체성을 지키는 식당에 인증 마크를 주는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미식의 나라 프랑스에서 한식은 K 콘텐츠 인기와 맞물려 르네상스를 맞고 있습니다.
[로렁 르키앙/프랑스 매체 '라 트리뷴' 기자 : "한국의 방송들이 재미있고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불러일으켜서 보다가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의 음식을 통해 한국 문화에 대한 제 관심을 채웠습니다."]
그런 만큼 한식의 정체성을 지켜내는 게 새로운 과제가 됐습니다.
파리에서 안다영입니다.
촬영:김은정/영상편집:오태규/그래픽:강민수/자료조사:김세현 소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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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영 기자 browneye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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