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대결전은 당 보위·제도 사수 전투장”…베일 벗은 ‘북한판 위키리크스’

입력 2024.11.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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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적에 대응하기 위해, 북한 당국이 각 재외공관에 보낸 외교 전문들이 처음으로 공개됐습니다. 이를 공개한 건 지난해 11월 탈북해 한국에 온 리일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입니다.

리 위원은 이번 문건 공개에 대해 '북한판 위키리크스(정부·기업 등의 비윤리적 행위와 관련된 비밀문서를 공개하는 웹사이트)'로 부를 수 있을 거라 자평했습니다.

공개된 외교 전문은 총 12건으로, 이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이 얼마나 대북 인권 공세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었는지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 리일규 "김정은, 국제사회의 '북한 인권' 규탄 목소리 잘 알아…배후에서 조종"

리 위원은 지난 15일 통일부·인권위·권익위가 공동 주최한 '북한 인권 공동토론회'에서 전문 공개 배경에 대해 "국제사회는 북한에서 자행되는 끔찍한 인권 만행의 배경이 김정은에게 있다는 걸 모르고 있다"며 "김정은은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한 국제사회의 규탄 목소리를 못 들은 게 아니고, 알면서도 이를 뒤에서 조종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리 위원이 공개한 전문엔 김 위원장이 대북 인권 공세에 대한 대응 지침을 직접 지시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반공화국 '인권 결의' 무시하고 차 던져버리는 방향에서 제네바 유엔 인권이사회 31차 회의부터 시작하여 올해 유엔총회에서도 표 대결 그만두며 '결의' 채택 시 전면 배격하는 입장 밝히고 불참할 것"
- 2016년 2월 13일 북한 외무성 전보 중 김정은 위원장 지시

2016년 2월 북한 외무성 발송 전보에는 2016년 1월 4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핵 문제, 인권 문제 관련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며 이에 '유엔 인권이사회 31차 회의(2016년 2월 29~3월 24일)부터 유엔총회에서의 표 대결을 그만두라'는 구체적 지침이 담겼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2016년 1월 4차 핵실험을 승인하는 서명을 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위원장이 2016년 1월 4차 핵실험을 승인하는 서명을 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북한 당국이 유엔 대북 인권 결의안 표결에서 충분한 우방 세력을 확보하지 못하겠으니, 차라리 표결을 포기하되 "'결의' 자체를 배격하는 강경 의지와 인권 문제에서 당당하다는 배포유한(서두르거나 조급하지 않고 성미가 유들유들하다) 자세를 보여주자"는 전략이란 겁니다.

"인권 대결전은 당 보위·사상 옹위를 위한 제1선 전투장"

그런가 하면 김 위원장은 또 인권 문제에 대해 '노동당을 지키고 사회주의 사상을 옹위하기 위한 최일선 전투장'으로까지 생각한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경애하는 최고 영도자 동지께서 오늘날 인권 대결전이 당 보위, 사상 옹위, 제도 사수 위한 대적 투쟁의 제1선 전투장이라고 하신 가르치심과…."

- 2017년 1월 11일 외교 전문 중

이에 외무성은 "적들이 우리의 격한 반응을 유도하려는 심산에 최고 존엄(김정은 위원장) 우회적으로 걸고 드는 내용 포함된 반공화국 '인권 결의' 강압 채택에 매달리는 데 대해서는 표 대결 그만두고 무시"하라거나, "'탈북자 증언'의 허위성을 폭로하라"는 등의 지침을 내립니다.

"중국·쿠바·이란 등이 지지 발언해 주도록 활동할 것"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4~5년마다 이뤄지는 유엔의 보편적 정례 인권 검토, 즉 UPR에는 북한 당국이 특히 신경을 쓰는 모습도 확인됩니다.

2019년 5월 북한에 대한 3차 보편적 정례 인권 검토(UPR)에 참석한 북한 외교관들. 2019년 5월 북한에 대한 3차 보편적 정례 인권 검토(UPR)에 참석한 북한 외교관들.

3차 UPR을 한 달 앞둔 2019년 4월 외무성은, "지난 시기 우리는 중국, 꾸바(쿠바), 수리아(시리아), 이란 등 친선적 나라들의 UPR 보고서 심의 시 지지 발언을 해주었음"이라며 해당 나라들에 주재하는 외교관들에게 '북한에 대한 지지 발언하도록 활동하라'는 과제를 내립니다.

"북 '공개처형' 인정 발언, 치밀하게 계산된 전략"

리 위원은 이러한 전문들은 북한 외무성이 인권 문제 관련 대응 전략을 빠짐없이 검토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라며, 특히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의 모든 설전까지 김 위원장에게 빠짐없이 보고된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최근 북한의 4차 UPR에서 "피해자 가족이 원하면 공개처형이 이뤄질 수 있다"는 발언도 치밀하게 계산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리 위원은 "전 세계 그 어느 나라도 UPR에서는 자유로울 수가 없고, 다 공평하게 (인권) 권고 사항을 제시받고 이를 이행할 의무를 진다"며 "하지만 또 한편으론 어느 나라도 UPR에서의 권고 사항을 100% 이행하는 나라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도 이러한 측면에서 성의를 보이며 몇 개는 받아들이고, 몇 개는 못 받아들인다고 하면서 대북 인권 공세의 초점을 흐리려고 하는 전략"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앞서 현지 시각 지난 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북한의 4차 UPR에서 박광호 북한 중앙재판소 국장은 "일반적으로 사형 집행은 지정된 장소에서 비공개로 진행되나, 피해자 가족이 원하는 등 예외적일 때는 공개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며 북한의 공개처형 실태를 인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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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권 대결전은 당 보위·제도 사수 전투장”…베일 벗은 ‘북한판 위키리크스’
    • 입력 2024-11-17 07: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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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적에 대응하기 위해, 북한 당국이 각 재외공관에 보낸 외교 전문들이 처음으로 공개됐습니다. 이를 공개한 건 지난해 11월 탈북해 한국에 온 리일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입니다.

리 위원은 이번 문건 공개에 대해 '북한판 위키리크스(정부·기업 등의 비윤리적 행위와 관련된 비밀문서를 공개하는 웹사이트)'로 부를 수 있을 거라 자평했습니다.

공개된 외교 전문은 총 12건으로, 이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이 얼마나 대북 인권 공세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었는지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 리일규 "김정은, 국제사회의 '북한 인권' 규탄 목소리 잘 알아…배후에서 조종"

리 위원은 지난 15일 통일부·인권위·권익위가 공동 주최한 '북한 인권 공동토론회'에서 전문 공개 배경에 대해 "국제사회는 북한에서 자행되는 끔찍한 인권 만행의 배경이 김정은에게 있다는 걸 모르고 있다"며 "김정은은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한 국제사회의 규탄 목소리를 못 들은 게 아니고, 알면서도 이를 뒤에서 조종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리 위원이 공개한 전문엔 김 위원장이 대북 인권 공세에 대한 대응 지침을 직접 지시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반공화국 '인권 결의' 무시하고 차 던져버리는 방향에서 제네바 유엔 인권이사회 31차 회의부터 시작하여 올해 유엔총회에서도 표 대결 그만두며 '결의' 채택 시 전면 배격하는 입장 밝히고 불참할 것"
- 2016년 2월 13일 북한 외무성 전보 중 김정은 위원장 지시

2016년 2월 북한 외무성 발송 전보에는 2016년 1월 4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핵 문제, 인권 문제 관련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며 이에 '유엔 인권이사회 31차 회의(2016년 2월 29~3월 24일)부터 유엔총회에서의 표 대결을 그만두라'는 구체적 지침이 담겼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2016년 1월 4차 핵실험을 승인하는 서명을 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북한 당국이 유엔 대북 인권 결의안 표결에서 충분한 우방 세력을 확보하지 못하겠으니, 차라리 표결을 포기하되 "'결의' 자체를 배격하는 강경 의지와 인권 문제에서 당당하다는 배포유한(서두르거나 조급하지 않고 성미가 유들유들하다) 자세를 보여주자"는 전략이란 겁니다.

"인권 대결전은 당 보위·사상 옹위를 위한 제1선 전투장"

그런가 하면 김 위원장은 또 인권 문제에 대해 '노동당을 지키고 사회주의 사상을 옹위하기 위한 최일선 전투장'으로까지 생각한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경애하는 최고 영도자 동지께서 오늘날 인권 대결전이 당 보위, 사상 옹위, 제도 사수 위한 대적 투쟁의 제1선 전투장이라고 하신 가르치심과…."

- 2017년 1월 11일 외교 전문 중

이에 외무성은 "적들이 우리의 격한 반응을 유도하려는 심산에 최고 존엄(김정은 위원장) 우회적으로 걸고 드는 내용 포함된 반공화국 '인권 결의' 강압 채택에 매달리는 데 대해서는 표 대결 그만두고 무시"하라거나, "'탈북자 증언'의 허위성을 폭로하라"는 등의 지침을 내립니다.

"중국·쿠바·이란 등이 지지 발언해 주도록 활동할 것"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4~5년마다 이뤄지는 유엔의 보편적 정례 인권 검토, 즉 UPR에는 북한 당국이 특히 신경을 쓰는 모습도 확인됩니다.

2019년 5월 북한에 대한 3차 보편적 정례 인권 검토(UPR)에 참석한 북한 외교관들.
3차 UPR을 한 달 앞둔 2019년 4월 외무성은, "지난 시기 우리는 중국, 꾸바(쿠바), 수리아(시리아), 이란 등 친선적 나라들의 UPR 보고서 심의 시 지지 발언을 해주었음"이라며 해당 나라들에 주재하는 외교관들에게 '북한에 대한 지지 발언하도록 활동하라'는 과제를 내립니다.

"북 '공개처형' 인정 발언, 치밀하게 계산된 전략"

리 위원은 이러한 전문들은 북한 외무성이 인권 문제 관련 대응 전략을 빠짐없이 검토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라며, 특히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의 모든 설전까지 김 위원장에게 빠짐없이 보고된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최근 북한의 4차 UPR에서 "피해자 가족이 원하면 공개처형이 이뤄질 수 있다"는 발언도 치밀하게 계산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리 위원은 "전 세계 그 어느 나라도 UPR에서는 자유로울 수가 없고, 다 공평하게 (인권) 권고 사항을 제시받고 이를 이행할 의무를 진다"며 "하지만 또 한편으론 어느 나라도 UPR에서의 권고 사항을 100% 이행하는 나라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도 이러한 측면에서 성의를 보이며 몇 개는 받아들이고, 몇 개는 못 받아들인다고 하면서 대북 인권 공세의 초점을 흐리려고 하는 전략"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앞서 현지 시각 지난 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북한의 4차 UPR에서 박광호 북한 중앙재판소 국장은 "일반적으로 사형 집행은 지정된 장소에서 비공개로 진행되나, 피해자 가족이 원하는 등 예외적일 때는 공개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며 북한의 공개처형 실태를 인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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