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보다] 위기의 바다

입력 2024.11.17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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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산 가로림만>



장선순/서산 오지리 어촌계장
지금 한참 수확 철이 거든요. 그런데 손 놓고 있잖아요.
일단 호미를 집으면 옆에 누가 뭐라고 해도 들리지도 않고 기가 막히게 막

주민들의 삶의 터전인 갯벌은 바지락들의 무덤으로 변했습니다.


장선순/서산 오지리 어촌계장
70년 살았는데 이런 건 처음 봤어요. 이렇게 많이 죽은 거

썩어가는 바지락과 함께 병들어가는 갯벌.

장선순/서산 오지리 어촌계장
갯벌이 다 썩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데. 바다의 온도가 뜨거우면 아 이 생물이 죽는구나

바다에 의지해 살아온 주민들의 희망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장선순/서산 오지리 어촌계장
어떻게 우리가 극복해 나갈지 그게 막막하기만 합니다.


<강원도 삼척 장호항>

어류를 연구하는 김병직 박사가 20여 미터 바닷속으로 내려갑니다.

제주 바다에서나 보이던 아열대성 어류 파랑돔. 자리돔 무리 사이 벤자리. 금줄 얼게비늘 유어도 보입니다.
동해에서 볼 수 없던 아열대성 어류들입니다.

김병직/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
고수온이기 때문에 난류성 어종이 좀 보이지 않을까 기대했었는데요. 기대했던 대로 열대 아열대성 어종들이 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게 아열대성 어종인 자리돔 유어와 성어가 보였다는 게 조금 주목할 만했었고요.

<강원도 고성>

방어 철을 맞은 강원도 최북단.
끌어올린 그물에는 해파리 떼만 가득합니다.


이강산/정치망 어선 선주
독성 때문에 고기가 살 수가 없어요. 절대 무슨 고기든지
그래서 매일 나와서 고기 잡으러 오는 게 아니고 해파리 버리러 나오는 거야.

어쩌다 보이는 방어는 귀한 몸이 됐습니다.

이강산/정치망 어선 선주
아무리 못 잡아도 한 500마리 이상씩은 잡아야 하는데
지금 보다시피 한 10마리 정도 잡았잖아. 이정도면 평소 조업량에 한 5%도 안되지 5%도 안 돼

아침 최저 기온은 9도까지 떨어졌지만
바다 수온은 19도가 넘습니다.

박대근/정치망 어선 선장
중간층이 15도 밑으로 떨어져야 돼.
그런데 아직까지 19도. 아래층 온도가 낮아져야 하는데 고기들이 못 오는 거야.

여름내 뜨거웠던 바다는 아직도 식지 않았습니다.

한인성/국립수산과학원 기후변화연구과장
바다는 굉장히 서서히 데워지고 서서히 식는 특징을 가지고 있죠. 그만큼 한번 쉽게 데워지기도 힘들지만 다시 데워진 물들이 식기도 힘든 부분입니다. 고수온 현상들이 어떻게 보면 굉장히 상수화되어 있는 환경에 있다


40년 넘게 오징어를 잡아 온 박정기 선장은
두 달 넘게 조업을 중단했습니 다.

박정기/ 오징어 어선 선주
오징어가 안 나니까 지금 이러고 있는 거야. 지금 제일 지금 1년 중 제일 지금 성어기인데도 이러고 있어

지난 4년 사이 오징어 어획량은 83%나 줄었습니다.

어민들은 어업을 포기해야 할 지경에 놓였습니다.

한인성/국립수산과학원 기후변화연구과장
현재도 평년에 대비해서 약 2도 정도 높은 수온을 우리 바다가 유지를 하고 있습니다.
수산자원의 변화 같은 것들은 당연히 나타날 수밖에 없다라고 생각이 됩니다.


김병직 박사가 바다로 나갑니다.

4년째 매달 한 차례씩 어류 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서귀포 앞바다는 이미 열대와 아열대 어종들의 차지가 됐습니다.


김병직/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
제주 바다는 이미 열대 바다입니다. 왜냐하면 열대 아열대성 흔히 말하는 난류성 어종이 80% 이상이에요. 난류성 어종의 최저 치사 한계 온도가 15도거든요. 그런데 이미 겨울철 가장 수온이 낮은 게 15도 이하로 안 내려가기 때문에 제주 바다는 이미 난류성 어종이 살기에는 충분한 온도 조건을 갖추었다라고

김병직 박사는 제주와 동해, 독도 일대에서 수온 상승에 따른 어류의 서식지 변화를 연구해 왔습니다.

김병직/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
수온이 변하게 되면 사실은 물고기의 활동 영역도 변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에 제주도나 부산 언저리의 남해 일부 해역에서 관찰됐던 난류성 어종들이 점차 점차 북상해서
동해 중부나 또는 고성 연안까지 관찰되는 게 최근에 좀 독특한 것들이고요

국내에서 보이지 않던 어종들도 잇따라 출현하고 있습니다.

김병직/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
흔히 말하는 한국 미기록종. 우리나라 국명이 부여되지 않은 종 그 종이 50종 가까이 됩니다.
한 95% 이상이 열대 아열대성 어종이고요.

해류 연구를 통해 해양 생태계가 빠르게 변하는 원인은 조금씩 밝혀지고 있습니다.
제주해협으로 향하는 해양 조사선.
15시간 만에 제주 앞바다에 도착했습니다.


바닷속에 설치되는 초음파 유속계
우리 바다로 유입되는 대마 난류의 양을 측정하는 장비입니다.

우리나라로 유입되는 따뜻한 바닷물은 초당 6천 톤씩 늘어왔습니다.

30년 사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양입니다.

신창웅/한국해양과학기술원 자문위원
엄청난 양이 흘러가고 있는 거죠. 과거에서부터 지금까지 추세를 보면
계속해서 증가하는 그런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지난여름.
난류의 유입량은 가장 많았습니다.

권민호/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기후예측센터장
예년에 비해서 굉장히 높아진 수온을 계속 유지를 하고 있고
중장기적으로도 10년 이상의 기간에서도 가파르게 계속 증가할 것으로 그렇게 내다보고 있고요.


굴 수확이 한창인 양식장.

껍데기가 벌어져 있는 굴들. 알맹이도 부실합니다.

경남 5개 시군의 양식 굴 30%가 폐사했습니다.


김동명/굴 양식 어민
상품성이 없다 보니까 우리 소비자도 지금 많이 소비를 못하고 우리 굴값도 하락해 있는 상태입니다.

인근의 또 다른 양식장
굴 수확을 아예 포기했습니다.

김동명/통영 굴 양식 어민
거의 100% 죽어서. 냄새 나잖아. 냄새
진짜 허탈합니다. 뭐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고

정부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도 어가 한 곳당 받을 수 있는 최대 지원금은 5천만 원.

양식수산물 재해보험도 들어놨지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고수온으로 인한 피해를 보상 해주는 별도 특약에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김동명/통영 굴 양식 어민
일반 재해 보험은 들어요. 다 드는데 이 특약금이 너무 비싸요. 특약을 넣어야 되기 때문에. 일반 재해보험이랑 특약이 금액적으로 얼마나 차이가 나요? 한 10배 이상 차이가 나요.

어민들의 재해보험 가입률은 40%도 되지 않습니다.

배준현/수협중앙회 보험기획팀장
사고가 많이 발생하면 그에 상응하는 보험료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거든요.
보험의 구조가 그러하다 보니까 고수온 보험료도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경남 통영시>

15년째 가두리 양식장을 운영 중인 김수환 씨.
지난 여름 2년 동안 키운 우럭 70%가 폐사했습니다.


가을이 됐는데도 수온이 높아 피해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김수환/가두리 양식 어민
17도 18도 정도 나와야 되는 수온에도 지금 21도를 기록하고 있는데
지금도 표층과 저층이 수온이 똑같습니다.
고수온의 영향으로 아직까지 이렇게 죽는 게 계속 생깁니다.
이것보다 두 배는 커야 되는데 고기들이 훨씬 작은 애들밖에 없어요.


여름철 우럭이 버틸 수 있는 한계 수온은 28도.

하지만 지난 여름 두 달 남짓 28도를 넘는 수온이 계속되다 보니 견뎌내질 못한 겁니다.

김수환/가두리 양식 어민
강장제하고 비타민제 하고 소화제하고 그다음 면역증강제를 엄청나게 많이 먹였습니다.
고기들이 정말 건강했어요. 건강했는데 살아남은 애들이 한 30% 40%인 거예요.

하루아침에 수온이 5도나 올라 대처할 수도 없었습니다.

김수환/가두리 양식 어민
동해 쪽에서 뻗어오는 냉수대가 있는데 깊숙이 들어와 있었어요.
그물 깊이를 깊게 주면 냉수대에 고기들이 있으니까 고기들이 별 피해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냉수대가 하루아침에 빠지면서 저층의 온도가 한 5도 정도가 확 올라갔었어요.

이례적으로 양식장 인근 바다 수온은 수심과 관계없이 모두 뜨거웠습니다.

김수환/가두리 양식 어민
올해는 특이하게 표층이랑 저층이랑 수온이 똑같았어요. 표층 중층 저층이 수온이 똑같다 보니까
그물을 아무리 깊이 줘도 밑에도 31도 위에도 31도니까 이게 고기가 다 죽은 것 같아요.

좁고 얕은 해역에 자리 잡은 양식장은 고수온에 더 취약합니다.

한인성/국립수산과학원 기후변화연구과장
얇고 좁은 해역에 양식장들이 많이 들어가다 보니까
폭염이라든지 혹한에 따라서 수온이 변하는 것에 취약할 수가 있다는 거죠.

김수환 씨가 아열대 어종 양식을 연구하고 있는 경상남도 수산자원연구소를 찾았습니다.

석 달 전부터 연구소의 도움을 받아
아열대 어종인 벤자리 양식을 시작했습니다.


그물을 들어 올리자 세줄 무늬가 선명한 벤자리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최고급 어종으로 손꼽히는 벤자리.

고수온에 강하고 경제성도 있어 우럭을 대체할 수 있는 어종으로 적합했습니다.

이소광/경남 수산자원연구소 연구사
수온 상승으로 인해서 제주도에서 자주 나타나는 자리돔이라든지 벤자리 그리고 독가시 치어들이
경남 연안에 많이 나타납니다. 어류의 서식 조건이 바뀌었다고 저희들이 판단해서
벤자리를 저희들이 양식을 하면은 충분히 양식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김수환 씨 양식장과 연구소에서 동시에 양식되고 있는 벤자리와 치어들.


우리 바다에서 양식이 가능할지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김수환/가두리 양식 어민
안전해야 어민들한테 보급을 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그 보급하는 데 걸리는 시간들이
10년 이상 갑니다. 우리는 급하니까 같이하자. 같이 공유를 하자. 그렇게 시작돼 가지고

관련 연구기관들도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이소광/경남 수산자원연구소 연구사
기초 연구를 할 수 있는 국립 수산과학원 그리고 종자 생산이라든지 기반 시설이 잘 갖추어진 지방자치연구소,
치어에서부터 양성까지 잘하는 어업인들 그런 세 박자 요소들이 잘 갖춰지면은 빠르게 어떤 결과를 낼 수 있는
시너지 효과가 상당히 높을 것 같습니다.

다음 날 새벽, 김수환 씨와 함께 가두리 양식장으로 향했습니다.

가장 먼저 벤자리 먹이부터 챙깁니다.

한여름 뜨거웠던 바닷물과 갑작스러운 수온 변화에도 벤자리는 살아남았습니다.

문제는 추운 겨울 바다에서 견뎌낼 수 있느냐는 겁니다.


김수환/가두리 양식 어민
월동이 돼야 합니다. 저수온을 견뎌내야 합니다. 지금은 겨울 수온이 그렇게 춥지 않으니까. 겨울에 벤자리를 관리해서 겨울을 넘겨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럭 양식장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또 다른 수산 연구소.

아열대 어종인 잿방어 양식에 도전하기 위해 연구소를 찾았습니다.


김수환/가두리 양식 어민
잿방어도 하고 흑점줄전갱이도 꼭 해보고 싶습니다. 일본에서 수입을 전량 의존하고 있는 그런 고기들이기 때문에 저희도 수온이 오름에 따라서 저희가 변해야죠. 저희가 변해서 맞는 물고기를 찾아야죠

계속된 수온 상승으로 국내 수산 양식업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김기태/국립수산과학원 남동해연구소
산업 자체가 근간이 무너지게 되면 우리 어업인들 경제적 피해도 분명히 발생하게 될 거고.
그리고 식량의 주권도 아마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수온에 강한 아열대성 어종을 찾아서
국내 환경에 적합하게 맞게끔 국내의 가두리 양식응에 대응할 수 있는 게 대체 품종을 찾아야 하는 게
가장 급선무인 것 같습니다.

취재 : 이규명
촬영 : 조선기 김민준
편집 : 이기승
그래픽 : 장수현
리서처 : 이승민
조연출 : 유화영 심은별
내레이션 : 유지원
영상제공 : 한국해양과학기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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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보다] 위기의 바다
    • 입력 2024-11-17 23:12:27
    사회

<충남 서산 가로림만>



장선순/서산 오지리 어촌계장
지금 한참 수확 철이 거든요. 그런데 손 놓고 있잖아요.
일단 호미를 집으면 옆에 누가 뭐라고 해도 들리지도 않고 기가 막히게 막

주민들의 삶의 터전인 갯벌은 바지락들의 무덤으로 변했습니다.


장선순/서산 오지리 어촌계장
70년 살았는데 이런 건 처음 봤어요. 이렇게 많이 죽은 거

썩어가는 바지락과 함께 병들어가는 갯벌.

장선순/서산 오지리 어촌계장
갯벌이 다 썩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데. 바다의 온도가 뜨거우면 아 이 생물이 죽는구나

바다에 의지해 살아온 주민들의 희망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장선순/서산 오지리 어촌계장
어떻게 우리가 극복해 나갈지 그게 막막하기만 합니다.


<강원도 삼척 장호항>

어류를 연구하는 김병직 박사가 20여 미터 바닷속으로 내려갑니다.

제주 바다에서나 보이던 아열대성 어류 파랑돔. 자리돔 무리 사이 벤자리. 금줄 얼게비늘 유어도 보입니다.
동해에서 볼 수 없던 아열대성 어류들입니다.

김병직/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
고수온이기 때문에 난류성 어종이 좀 보이지 않을까 기대했었는데요. 기대했던 대로 열대 아열대성 어종들이 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게 아열대성 어종인 자리돔 유어와 성어가 보였다는 게 조금 주목할 만했었고요.

<강원도 고성>

방어 철을 맞은 강원도 최북단.
끌어올린 그물에는 해파리 떼만 가득합니다.


이강산/정치망 어선 선주
독성 때문에 고기가 살 수가 없어요. 절대 무슨 고기든지
그래서 매일 나와서 고기 잡으러 오는 게 아니고 해파리 버리러 나오는 거야.

어쩌다 보이는 방어는 귀한 몸이 됐습니다.

이강산/정치망 어선 선주
아무리 못 잡아도 한 500마리 이상씩은 잡아야 하는데
지금 보다시피 한 10마리 정도 잡았잖아. 이정도면 평소 조업량에 한 5%도 안되지 5%도 안 돼

아침 최저 기온은 9도까지 떨어졌지만
바다 수온은 19도가 넘습니다.

박대근/정치망 어선 선장
중간층이 15도 밑으로 떨어져야 돼.
그런데 아직까지 19도. 아래층 온도가 낮아져야 하는데 고기들이 못 오는 거야.

여름내 뜨거웠던 바다는 아직도 식지 않았습니다.

한인성/국립수산과학원 기후변화연구과장
바다는 굉장히 서서히 데워지고 서서히 식는 특징을 가지고 있죠. 그만큼 한번 쉽게 데워지기도 힘들지만 다시 데워진 물들이 식기도 힘든 부분입니다. 고수온 현상들이 어떻게 보면 굉장히 상수화되어 있는 환경에 있다


40년 넘게 오징어를 잡아 온 박정기 선장은
두 달 넘게 조업을 중단했습니 다.

박정기/ 오징어 어선 선주
오징어가 안 나니까 지금 이러고 있는 거야. 지금 제일 지금 1년 중 제일 지금 성어기인데도 이러고 있어

지난 4년 사이 오징어 어획량은 83%나 줄었습니다.

어민들은 어업을 포기해야 할 지경에 놓였습니다.

한인성/국립수산과학원 기후변화연구과장
현재도 평년에 대비해서 약 2도 정도 높은 수온을 우리 바다가 유지를 하고 있습니다.
수산자원의 변화 같은 것들은 당연히 나타날 수밖에 없다라고 생각이 됩니다.


김병직 박사가 바다로 나갑니다.

4년째 매달 한 차례씩 어류 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서귀포 앞바다는 이미 열대와 아열대 어종들의 차지가 됐습니다.


김병직/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
제주 바다는 이미 열대 바다입니다. 왜냐하면 열대 아열대성 흔히 말하는 난류성 어종이 80% 이상이에요. 난류성 어종의 최저 치사 한계 온도가 15도거든요. 그런데 이미 겨울철 가장 수온이 낮은 게 15도 이하로 안 내려가기 때문에 제주 바다는 이미 난류성 어종이 살기에는 충분한 온도 조건을 갖추었다라고

김병직 박사는 제주와 동해, 독도 일대에서 수온 상승에 따른 어류의 서식지 변화를 연구해 왔습니다.

김병직/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
수온이 변하게 되면 사실은 물고기의 활동 영역도 변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에 제주도나 부산 언저리의 남해 일부 해역에서 관찰됐던 난류성 어종들이 점차 점차 북상해서
동해 중부나 또는 고성 연안까지 관찰되는 게 최근에 좀 독특한 것들이고요

국내에서 보이지 않던 어종들도 잇따라 출현하고 있습니다.

김병직/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
흔히 말하는 한국 미기록종. 우리나라 국명이 부여되지 않은 종 그 종이 50종 가까이 됩니다.
한 95% 이상이 열대 아열대성 어종이고요.

해류 연구를 통해 해양 생태계가 빠르게 변하는 원인은 조금씩 밝혀지고 있습니다.
제주해협으로 향하는 해양 조사선.
15시간 만에 제주 앞바다에 도착했습니다.


바닷속에 설치되는 초음파 유속계
우리 바다로 유입되는 대마 난류의 양을 측정하는 장비입니다.

우리나라로 유입되는 따뜻한 바닷물은 초당 6천 톤씩 늘어왔습니다.

30년 사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양입니다.

신창웅/한국해양과학기술원 자문위원
엄청난 양이 흘러가고 있는 거죠. 과거에서부터 지금까지 추세를 보면
계속해서 증가하는 그런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지난여름.
난류의 유입량은 가장 많았습니다.

권민호/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기후예측센터장
예년에 비해서 굉장히 높아진 수온을 계속 유지를 하고 있고
중장기적으로도 10년 이상의 기간에서도 가파르게 계속 증가할 것으로 그렇게 내다보고 있고요.


굴 수확이 한창인 양식장.

껍데기가 벌어져 있는 굴들. 알맹이도 부실합니다.

경남 5개 시군의 양식 굴 30%가 폐사했습니다.


김동명/굴 양식 어민
상품성이 없다 보니까 우리 소비자도 지금 많이 소비를 못하고 우리 굴값도 하락해 있는 상태입니다.

인근의 또 다른 양식장
굴 수확을 아예 포기했습니다.

김동명/통영 굴 양식 어민
거의 100% 죽어서. 냄새 나잖아. 냄새
진짜 허탈합니다. 뭐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고

정부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도 어가 한 곳당 받을 수 있는 최대 지원금은 5천만 원.

양식수산물 재해보험도 들어놨지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고수온으로 인한 피해를 보상 해주는 별도 특약에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김동명/통영 굴 양식 어민
일반 재해 보험은 들어요. 다 드는데 이 특약금이 너무 비싸요. 특약을 넣어야 되기 때문에. 일반 재해보험이랑 특약이 금액적으로 얼마나 차이가 나요? 한 10배 이상 차이가 나요.

어민들의 재해보험 가입률은 40%도 되지 않습니다.

배준현/수협중앙회 보험기획팀장
사고가 많이 발생하면 그에 상응하는 보험료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거든요.
보험의 구조가 그러하다 보니까 고수온 보험료도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경남 통영시>

15년째 가두리 양식장을 운영 중인 김수환 씨.
지난 여름 2년 동안 키운 우럭 70%가 폐사했습니다.


가을이 됐는데도 수온이 높아 피해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김수환/가두리 양식 어민
17도 18도 정도 나와야 되는 수온에도 지금 21도를 기록하고 있는데
지금도 표층과 저층이 수온이 똑같습니다.
고수온의 영향으로 아직까지 이렇게 죽는 게 계속 생깁니다.
이것보다 두 배는 커야 되는데 고기들이 훨씬 작은 애들밖에 없어요.


여름철 우럭이 버틸 수 있는 한계 수온은 28도.

하지만 지난 여름 두 달 남짓 28도를 넘는 수온이 계속되다 보니 견뎌내질 못한 겁니다.

김수환/가두리 양식 어민
강장제하고 비타민제 하고 소화제하고 그다음 면역증강제를 엄청나게 많이 먹였습니다.
고기들이 정말 건강했어요. 건강했는데 살아남은 애들이 한 30% 40%인 거예요.

하루아침에 수온이 5도나 올라 대처할 수도 없었습니다.

김수환/가두리 양식 어민
동해 쪽에서 뻗어오는 냉수대가 있는데 깊숙이 들어와 있었어요.
그물 깊이를 깊게 주면 냉수대에 고기들이 있으니까 고기들이 별 피해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냉수대가 하루아침에 빠지면서 저층의 온도가 한 5도 정도가 확 올라갔었어요.

이례적으로 양식장 인근 바다 수온은 수심과 관계없이 모두 뜨거웠습니다.

김수환/가두리 양식 어민
올해는 특이하게 표층이랑 저층이랑 수온이 똑같았어요. 표층 중층 저층이 수온이 똑같다 보니까
그물을 아무리 깊이 줘도 밑에도 31도 위에도 31도니까 이게 고기가 다 죽은 것 같아요.

좁고 얕은 해역에 자리 잡은 양식장은 고수온에 더 취약합니다.

한인성/국립수산과학원 기후변화연구과장
얇고 좁은 해역에 양식장들이 많이 들어가다 보니까
폭염이라든지 혹한에 따라서 수온이 변하는 것에 취약할 수가 있다는 거죠.

김수환 씨가 아열대 어종 양식을 연구하고 있는 경상남도 수산자원연구소를 찾았습니다.

석 달 전부터 연구소의 도움을 받아
아열대 어종인 벤자리 양식을 시작했습니다.


그물을 들어 올리자 세줄 무늬가 선명한 벤자리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최고급 어종으로 손꼽히는 벤자리.

고수온에 강하고 경제성도 있어 우럭을 대체할 수 있는 어종으로 적합했습니다.

이소광/경남 수산자원연구소 연구사
수온 상승으로 인해서 제주도에서 자주 나타나는 자리돔이라든지 벤자리 그리고 독가시 치어들이
경남 연안에 많이 나타납니다. 어류의 서식 조건이 바뀌었다고 저희들이 판단해서
벤자리를 저희들이 양식을 하면은 충분히 양식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김수환 씨 양식장과 연구소에서 동시에 양식되고 있는 벤자리와 치어들.


우리 바다에서 양식이 가능할지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김수환/가두리 양식 어민
안전해야 어민들한테 보급을 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그 보급하는 데 걸리는 시간들이
10년 이상 갑니다. 우리는 급하니까 같이하자. 같이 공유를 하자. 그렇게 시작돼 가지고

관련 연구기관들도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이소광/경남 수산자원연구소 연구사
기초 연구를 할 수 있는 국립 수산과학원 그리고 종자 생산이라든지 기반 시설이 잘 갖추어진 지방자치연구소,
치어에서부터 양성까지 잘하는 어업인들 그런 세 박자 요소들이 잘 갖춰지면은 빠르게 어떤 결과를 낼 수 있는
시너지 효과가 상당히 높을 것 같습니다.

다음 날 새벽, 김수환 씨와 함께 가두리 양식장으로 향했습니다.

가장 먼저 벤자리 먹이부터 챙깁니다.

한여름 뜨거웠던 바닷물과 갑작스러운 수온 변화에도 벤자리는 살아남았습니다.

문제는 추운 겨울 바다에서 견뎌낼 수 있느냐는 겁니다.


김수환/가두리 양식 어민
월동이 돼야 합니다. 저수온을 견뎌내야 합니다. 지금은 겨울 수온이 그렇게 춥지 않으니까. 겨울에 벤자리를 관리해서 겨울을 넘겨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럭 양식장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또 다른 수산 연구소.

아열대 어종인 잿방어 양식에 도전하기 위해 연구소를 찾았습니다.


김수환/가두리 양식 어민
잿방어도 하고 흑점줄전갱이도 꼭 해보고 싶습니다. 일본에서 수입을 전량 의존하고 있는 그런 고기들이기 때문에 저희도 수온이 오름에 따라서 저희가 변해야죠. 저희가 변해서 맞는 물고기를 찾아야죠

계속된 수온 상승으로 국내 수산 양식업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김기태/국립수산과학원 남동해연구소
산업 자체가 근간이 무너지게 되면 우리 어업인들 경제적 피해도 분명히 발생하게 될 거고.
그리고 식량의 주권도 아마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수온에 강한 아열대성 어종을 찾아서
국내 환경에 적합하게 맞게끔 국내의 가두리 양식응에 대응할 수 있는 게 대체 품종을 찾아야 하는 게
가장 급선무인 것 같습니다.

취재 : 이규명
촬영 : 조선기 김민준
편집 : 이기승
그래픽 : 장수현
리서처 : 이승민
조연출 : 유화영 심은별
내레이션 : 유지원
영상제공 : 한국해양과학기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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