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지하차도 참사 피해자들, 추적 조사해보니…“만성적 트라우마 시달려”
입력 2024.11.19 (18:17)
수정 2024.11.19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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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15일 당시 충북 청주의 오송 지하차도 참사 현장.
■ 오송 지하차도 참사 이후 1년 4개월… ‘그날’에 멈춰있는 피해자들
지난해 7월 15일, 충북 청주시 ‘오송 지하차도 참사’로 14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쳤습니다.
당시 집중호우로 불어난 미호강이 부실한 임시제방 위로 흘러넘쳐 오송 궁평 2지하차도가 침수됐고, 이를 알지 못한 채 지하차도로 진입했던 차량에서 수많은 희생자가 나왔습니다.
참사가 발생한 지 어느덧 1년 하고도 넉 달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오송 참사’는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희미해져 가지만, 유가족과 생존자 등 피해자들은 만성적인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여전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난 1년여 동안 피해자들이 겪은 후유증은 무엇인지,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그 실태를 추적한 조사 결과가 공개됐습니다.
■ 피해자 63.3% “외상후 스트레스 증상 갈수록 심해져”
충북대학교 심리학과와 TBN충북교통방송은 지난해 11월부터 1년 동안, 참사 유가족과 생존자 등 30여 명을 대상으로 심리 건강 상태 등을 설문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참사 1주기를 지난 상황에도 응답자의 63.3%가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증상을 보였습니다.
참사 넉 달 뒤인 지난해 11월, 69.2%까지 치솟았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자 비율은 올해 2월과 5월 50% 수준까지 낮아졌다가 올해 8월, 1주기를 지나면서 오히려 높아졌습니다.
이런 결과에 대해 조사를 진행한 충북대 심리학과 최해연 교수는 “참사 직후 심리적 고통이 컸던 사람은 시간이 지나도 완화되지 않고, 고통이 지속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참사의 심리적 후유증이 ‘만성화 단계’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심리·사회적 지원, 전문적인 트라우마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 후유증 커지는데… “형식적 심리 지원 효과 없어”
피해자들이 겪는 심리적 후유증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유가족 가운데 94.1%는 아직도 가족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별 비애 증상’을 겪고 있습니다.
또 지난 8월 기준 응답자의 절반 가량이 수면 문제(46.7%), 불안 증상(50%), 우울 증상(57%)을 호소했습니다. 참사 직후 조사와 비슷한 수치로, 이들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이 1년 넘게 회복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고통을 잊기 위해 술·담배를 찾는 경우도 늘었고, 응답자 가운데 5명은 극단적인 시도까지 생각했다고 답변했습니다.
하지만 자치단체가 지원하는 심리 상담이나 치료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심리 지원 서비스에 만족한다는 응답자는 겨우 20%에 그쳤습니다.
피해자들은 불만족의 이유로 “상담이 부족하고 전문적이지 않으며 약으로만 치료하려 함”, “자치단체가 지원해 준다는 명목으로 진료비 세부내역서와 처방전 등 개인 의료정보를 피해자 본인 동의 없이 가져감”, “의료진의 투약까지 문제 삼아 치료를 방해”, “상담사가 참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함” 등을 꼽았습니다.
또 심리 상담과 치료를 받을 전문 기관이 충북 청주와 충남 공주에 1곳씩, 모두 2곳뿐이고 평일에만 운영해 접근이 쉽지 않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 “최고 책임자 처벌 늦어지면서 더 힘들어”
참사 희생자 유가족인 이중훈 씨도 심리 상담과 치료가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이 씨는 “보통 이야기는 잠깐 들어주시고, 약을 처방해 주시는데 약을 먹으면 몸이 축 늘어지고 아무것도 못 하게 돼서 일상 자체를 무의미하게 보내게 된다”고 토로했습니다.
기계적인 상담과 치료보다, 피해자 개개인을 위한 맞춤형 지원과 공감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또 참사 1주기를 지나면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 등이 더 심해진 이유로는 ‘검찰 수사 등 진상 규명 작업의 장기화’를 지적했습니다.
지난해 참사 이후, 청주지방검찰청은 별도의 수사본부를 꾸려 충청북도와 청주시, 경찰, 소방, 행복도시건설청, 금강유역환경청, 임시제방 시공사와 감리단 관계자 등 모두 40명과 법인 2곳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하지만 유가족 등이 지난해 8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중대시민재해’ 혐의로 고발한 김영환 충청북도지사, 이범석 청주시장, 이상래 전 행복청장 등에 대해서는 1년 3개월째 기소 여부를 결론 내지 못했습니다.
이 씨는 “올해 1주기가 되기 전에는 자치단체 최고 책임자들에 대한 기소가 이뤄질 줄 알았다”면서 “그런데 기소가 안 되니까 기약 없는 상황 속에서 피해자들의 심리 상태가 더 불안정해지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청주지방검찰청은 “중대시민재해로 기소된 전례가 없고, 법리적으로 따져볼 부분이 많아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참사 피해자들은 내일(2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책임자 처벌과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가 조속히 이뤄지길 요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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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4-11-19 18: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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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송 지하차도 참사 이후 1년 4개월… ‘그날’에 멈춰있는 피해자들
지난해 7월 15일, 충북 청주시 ‘오송 지하차도 참사’로 14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쳤습니다.
당시 집중호우로 불어난 미호강이 부실한 임시제방 위로 흘러넘쳐 오송 궁평 2지하차도가 침수됐고, 이를 알지 못한 채 지하차도로 진입했던 차량에서 수많은 희생자가 나왔습니다.
참사가 발생한 지 어느덧 1년 하고도 넉 달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오송 참사’는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희미해져 가지만, 유가족과 생존자 등 피해자들은 만성적인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여전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난 1년여 동안 피해자들이 겪은 후유증은 무엇인지,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그 실태를 추적한 조사 결과가 공개됐습니다.
■ 피해자 63.3% “외상후 스트레스 증상 갈수록 심해져”
충북대학교 심리학과와 TBN충북교통방송은 지난해 11월부터 1년 동안, 참사 유가족과 생존자 등 30여 명을 대상으로 심리 건강 상태 등을 설문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참사 1주기를 지난 상황에도 응답자의 63.3%가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증상을 보였습니다.
참사 넉 달 뒤인 지난해 11월, 69.2%까지 치솟았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자 비율은 올해 2월과 5월 50% 수준까지 낮아졌다가 올해 8월, 1주기를 지나면서 오히려 높아졌습니다.
이런 결과에 대해 조사를 진행한 충북대 심리학과 최해연 교수는 “참사 직후 심리적 고통이 컸던 사람은 시간이 지나도 완화되지 않고, 고통이 지속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참사의 심리적 후유증이 ‘만성화 단계’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심리·사회적 지원, 전문적인 트라우마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 후유증 커지는데… “형식적 심리 지원 효과 없어”
피해자들이 겪는 심리적 후유증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유가족 가운데 94.1%는 아직도 가족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별 비애 증상’을 겪고 있습니다.
또 지난 8월 기준 응답자의 절반 가량이 수면 문제(46.7%), 불안 증상(50%), 우울 증상(57%)을 호소했습니다. 참사 직후 조사와 비슷한 수치로, 이들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이 1년 넘게 회복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고통을 잊기 위해 술·담배를 찾는 경우도 늘었고, 응답자 가운데 5명은 극단적인 시도까지 생각했다고 답변했습니다.
하지만 자치단체가 지원하는 심리 상담이나 치료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심리 지원 서비스에 만족한다는 응답자는 겨우 20%에 그쳤습니다.
피해자들은 불만족의 이유로 “상담이 부족하고 전문적이지 않으며 약으로만 치료하려 함”, “자치단체가 지원해 준다는 명목으로 진료비 세부내역서와 처방전 등 개인 의료정보를 피해자 본인 동의 없이 가져감”, “의료진의 투약까지 문제 삼아 치료를 방해”, “상담사가 참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함” 등을 꼽았습니다.
또 심리 상담과 치료를 받을 전문 기관이 충북 청주와 충남 공주에 1곳씩, 모두 2곳뿐이고 평일에만 운영해 접근이 쉽지 않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 “최고 책임자 처벌 늦어지면서 더 힘들어”
참사 희생자 유가족인 이중훈 씨도 심리 상담과 치료가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이 씨는 “보통 이야기는 잠깐 들어주시고, 약을 처방해 주시는데 약을 먹으면 몸이 축 늘어지고 아무것도 못 하게 돼서 일상 자체를 무의미하게 보내게 된다”고 토로했습니다.
기계적인 상담과 치료보다, 피해자 개개인을 위한 맞춤형 지원과 공감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또 참사 1주기를 지나면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 등이 더 심해진 이유로는 ‘검찰 수사 등 진상 규명 작업의 장기화’를 지적했습니다.
지난해 참사 이후, 청주지방검찰청은 별도의 수사본부를 꾸려 충청북도와 청주시, 경찰, 소방, 행복도시건설청, 금강유역환경청, 임시제방 시공사와 감리단 관계자 등 모두 40명과 법인 2곳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하지만 유가족 등이 지난해 8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중대시민재해’ 혐의로 고발한 김영환 충청북도지사, 이범석 청주시장, 이상래 전 행복청장 등에 대해서는 1년 3개월째 기소 여부를 결론 내지 못했습니다.
이 씨는 “올해 1주기가 되기 전에는 자치단체 최고 책임자들에 대한 기소가 이뤄질 줄 알았다”면서 “그런데 기소가 안 되니까 기약 없는 상황 속에서 피해자들의 심리 상태가 더 불안정해지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청주지방검찰청은 “중대시민재해로 기소된 전례가 없고, 법리적으로 따져볼 부분이 많아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참사 피해자들은 내일(2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책임자 처벌과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가 조속히 이뤄지길 요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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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근섭 기자 sks85@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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