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아동 방임’ 유형·기준 모호…대응·처벌 미온적

[앵커]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않고 방치하는 이런 '방임'은 은폐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소리 없는 아동학대'로 불릴 만큼 피해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아선데요.

방임 범죄에 대한 유형과 기준이 모호해 대응과 처벌도 미온적일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이어서 김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아동복지법은 부모 등 보호자의 방임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자신의 보호ㆍ감독을 받는 아동을 유기하는 행위.

그리고 의식주를 포함해 기본적인 보호와 양육, 치료와 교육을 소홀히 하는 행위입니다.

하지만 방임에 대한 해석이 분분합니다.

양육 등이 '소홀하다'는 것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학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워섭니다.

[강지영/숙명여자대학교 아동복지학부 교수 : "어디까지가 소홀이고, 또 어디까지가 기본적인 보호자의 의무인지가 명확한 예시나 행위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방임을 판단할 때) 개인적인 어떤 기준이나 편차들이 있는 상황인 것 같고요."]

신체적인 학대와 달리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방임의 특성도 피해 인지와 신속한 대응을 어렵게 합니다.

[공혜정/대한아동방지협회 대표 : "방임으로 방치된 아이들은 부모와의 피드백이 별로 없기 때문에 후천적 발달 장애를 겪는 경우가 굉장히 많이 있고요. 사회성 발달이 늦는 경우도 굉장히 많습니다."]

보호자 등의 학대로 숨진 아동은 지난해에만 무려 44명.

가해자 42명 가운데 26명, 대다수는 폭력 등 신체적인 학대를 저질렀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굶기거나 병원에 데려가지 않는 등 방임으로 숨지게 한 가해자도 10명에 달했습니다.

[공혜정/대한아동방지협회 대표 : "방임으로 아이가 극단적인 형태로 발견되기 전까지는 방임에 대한 처벌이 굉장히 미약한 게 현실이에요."]

보호자의 방임으로 어디선가 고통받고 있는 아동들.

피해 아동의 회복을 도울 공적 지원 확충과 함께 아동 학대의 유형과 책임, 처벌에 대한 근거도 보다 구체화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합니다.

KBS 뉴스 김소영입니다.

촬영기자:박용호/영상편집:오진석/그래픽:최윤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