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교도소 담장 너머로 보이는 신축 아파트 단지 [KBS 뉴스9 갈무리]
지난 1963년 서울에 있던 '마포교도소'가 경기도 안양시(당시 시흥군 안양읍)으로 옮겨 왔습니다. 서울 도심 개발 수요가 커지면서 변두리 지역으로 이전한 겁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도심에서 먼 곳으로 옮긴 건데 60여 년 사이 주변 환경이 너무나 달라졌습니다.
신도시 개발로 아파트가 곳곳에 들어서더니, 최근에는 안양교도소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2천8백 세대가 넘는 신축 아파트까지 입주를 시작했습니다. 지역 사회에선 30년 가까이 '교도소 이전'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 선거철마다 단골 공약 역시 교도소 이전입니다.
이런 눈총을 받고 있는 안양교도소에는 현재 형이 확정된 기결수 천 백여 명과 재판이 진행 중인 미결수 5백여 명이 수용돼 있습니다. 지어진 지 60년이 넘은 만큼 시설 노후화가 심각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곳에서 수용할 수 있는 정원보다 더 많은 사람이 수용돼 있다는 점입니다.
이른바 '과밀 수용' 상태인데, 안양교도소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지난달 기준 교도소와 구치소 등 전국의 54개 수용시설에 수감된 재소자는 모두 6만 3천여 명입니다.
2022년 104.3%까지 떨어졌던 수용률(수용시설 정원 대비 실제 재소자 비율)은 125.9%까지 치솟았습니다. 100명이 머물러야 할 공간에 126명이 지내고 있다 보니 재소자들 사이에 충돌도 빈번합니다.
2024년 교정통계연보를 보면 지난해 교정시설에서 징벌을 받은 전체 인원은 3만 323명으로 1년 전보다 28.6% 늘었습니다. 이 가운데 6천 166건(20.3%)이 수용자 간 폭행이었습니다. 교정 직원을 위협하는 경우도 늘다 보니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자료 출처 : 2024 교정통계연보]
■ 헌재·대법원 "과밀 수용은 인권침해"…재소자 "손해배상 하라"
앞서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6년 "과밀 수용은 국가 형벌권 행사를 넘어 수용자에 대한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2023년 12월까지 1인당 수용 면적 2.58㎡(약 0.78평) 이상을 확보하라고 밝혔습니다.
재소자들은 국가를 상대로 '과밀 수용으로 인권을 침해당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는데, 지난 2022년 대법원 역시 1인당 2㎡ 미만인 공간에 수용한 것은 인권침해라고 결정했습니다. 싱글 사이즈 침대 매트리스 정도의 공간은 돼야 다른 수용자들과 부딪히지 않고 잠을 잘 수 있다고 본 겁니다. 이후 하급심에선 재소자들이 승소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교정 당국에 따르면 지금까지 국가가 재소자에게 지급한 손해배상금은 4천만 원에 가깝습니다.
과밀 수용을 해소하기 위해선 안양교도소 같은 규모의 교정시설을 10곳가량 새로 지어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당장 내 집 앞에 교정시설이 들어서는 걸 환영할 주민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결국 지금까지 새로 지은 교정시설은 강원북부교도소와 대구교도소, 거창구치소, 서울 동부구치소 등 4곳뿐입니다. 의정부교도소 등 22곳은 수용동을 리모델링하거나 증·개축했습니다. 이렇게 늘린 신규 수용 정원은 2천 3백여 명 수준으로, 초과 수용 인원인 만 3천여 명을 감당하기엔 여전히 역부족입니다.
교정 당국은 우선 경기 북부구치소 등 6곳을 신축하고, 원주교도소 등 7개 시설은 이전을 통해 과밀화를 해결한다는 계획입니다. 특히 여성 수용자 과밀 수용을 해소하기 위해 여자교도소 신축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 "교도소가 호텔인가"…교정 전문가 "과밀 수용으로 치르는 비용이 더 들어"
'죄를 지은 사람이 편하게 지내면 되느냐'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가 치르는 비용이 더 들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손해배상금이 이런 비용에 해당하는데,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도 따져 볼 필요가 있습니다.
교정시설의 본래 목적인 '재사회화'입니다. 출소 이후에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과밀 수용은 교정시설의 질서 유지에 부담을 주고 결과적으로 교정 역량을 저하해 재사회화를 어렵게 합니다. 출소 이후에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를 경우 발생하는 피해는 다시 우리 사회가 치러야 할 비용이 됩니다.
신동윤 안양교도소장은 "수용자도 결국 우리 국민이고 결국은 사회로 다시 돌아가야 할 대상이고, 만약 나가서 재범하는 경우 모두 사회적 비용"이라면서 " 수용자들이 교정 시설 내부에서 적정 공간을 활용한 교정 교화가 이뤄질 수 있게 하는 게 국가적으로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교정 당국 관계자는 "수용 공간이 부족하다 보니 내부 공간을 쪼개서 사용해야 하고, 그러다 보니 교정 교화 프로그램을 진행할 공간마저 마땅치 않다"면서 "재소자들을 가둬두기만 하는 방식으론 교정 교화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에 교정시설을 신축해 이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경북 청송군 ‘경북 북부교도소’ [KBS 뉴스9 갈무리]
교정 당국의 이 같은 고민을 해결해 주는 자치단체도 있습니다. 경북 청송군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미 교정 시설 4개가 있는 청송군은 교정 직원을 위한 숙소를 제공하겠다며 혜택까지 내걸고 여자교도소 유치에 나선 상태입니다.
지역 주민들도 교정 시설 유치를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청송군 진보면에서 10년 넘게 거주 중인 유정훈 씨는 취재진과 만나 "교정시설이 들어서면서 숙박이나 편의 시설 등이 많이 생기고, 지역 경제도 활성화됐다"면서 "지역 주민들은 교정 시설 추가 유치에 긍정적인 반응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인구 감소로 지역 소멸 위기에 처한 소도시에선 교정 시설이 들어서면 면회객과 교정 직원이 유입되면서 상권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금용명 교도소연구소장(전 안동교도소장, 사진 오른쪽)
■"대도시에도 교정시설 필요…반대 설득할 전담 조직 만들어야"
전문가들은 대도시와 가까운 곳에도 교정 시설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형이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들의 경우 수사나 재판을 받으러 나가야 할 일이 많고, 재사회화를 위한 교육을 위해선 도심에 모여 있는 인프라를 활용할 필요도 있기 때문입니다.
금용명 교도소연구소장(전 안동교도소장)은 "교도소는 수형자가 사회 구성원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심신을 치료해야 하는 병원이자 학교"라면서 "교정시설이 들어설 도심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전담 조직을 만들어 주민들을 설득해 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금 소장에 따르면, 미국에선 공공의 안전과 수용자 치료를 통한 행동·정신건강의 회복이 교정 시설 건축의 사명이라 여기고, 교정시설의 건축부터 이전·재건축·리모델링 등 수명주기에 따라 관리하는 전담팀이 마련돼 있습니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팀은 갈등 관리에 대한 역량도 갖추고 지역 주민과의 대화와 설득에 나서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 자치단체에만 맡겨두는 경향이 강하다는 게 금 소장의 지적입니다.
금 소장은 "범죄에 대해서도 국가가 질병처럼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전문 시스템과 시설을 만들어 가야 된다"면서 "그래야만 과밀 수용도 해소할 수 있고, 국민들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교정 당국은 지역 주민들과 상생협의체를 꾸리고, 관계기관과 논의해 과밀 수용을 점차 해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연관 기사] 교정시설 ‘과밀 심각’…국가가 손해배상까지 ‘발등의 불’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109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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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소자 “인권 침해”, 주민들 “나가라”…‘과밀 수용’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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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4-12-01 09:00:29
지난 1963년 서울에 있던 '마포교도소'가 경기도 안양시(당시 시흥군 안양읍)으로 옮겨 왔습니다. 서울 도심 개발 수요가 커지면서 변두리 지역으로 이전한 겁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도심에서 먼 곳으로 옮긴 건데 60여 년 사이 주변 환경이 너무나 달라졌습니다.
신도시 개발로 아파트가 곳곳에 들어서더니, 최근에는 안양교도소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2천8백 세대가 넘는 신축 아파트까지 입주를 시작했습니다. 지역 사회에선 30년 가까이 '교도소 이전'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 선거철마다 단골 공약 역시 교도소 이전입니다.
이런 눈총을 받고 있는 안양교도소에는 현재 형이 확정된 기결수 천 백여 명과 재판이 진행 중인 미결수 5백여 명이 수용돼 있습니다. 지어진 지 60년이 넘은 만큼 시설 노후화가 심각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곳에서 수용할 수 있는 정원보다 더 많은 사람이 수용돼 있다는 점입니다.
이른바 '과밀 수용' 상태인데, 안양교도소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지난달 기준 교도소와 구치소 등 전국의 54개 수용시설에 수감된 재소자는 모두 6만 3천여 명입니다.
2022년 104.3%까지 떨어졌던 수용률(수용시설 정원 대비 실제 재소자 비율)은 125.9%까지 치솟았습니다. 100명이 머물러야 할 공간에 126명이 지내고 있다 보니 재소자들 사이에 충돌도 빈번합니다.
2024년 교정통계연보를 보면 지난해 교정시설에서 징벌을 받은 전체 인원은 3만 323명으로 1년 전보다 28.6% 늘었습니다. 이 가운데 6천 166건(20.3%)이 수용자 간 폭행이었습니다. 교정 직원을 위협하는 경우도 늘다 보니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 헌재·대법원 "과밀 수용은 인권침해"…재소자 "손해배상 하라"
앞서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6년 "과밀 수용은 국가 형벌권 행사를 넘어 수용자에 대한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2023년 12월까지 1인당 수용 면적 2.58㎡(약 0.78평) 이상을 확보하라고 밝혔습니다.
재소자들은 국가를 상대로 '과밀 수용으로 인권을 침해당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는데, 지난 2022년 대법원 역시 1인당 2㎡ 미만인 공간에 수용한 것은 인권침해라고 결정했습니다. 싱글 사이즈 침대 매트리스 정도의 공간은 돼야 다른 수용자들과 부딪히지 않고 잠을 잘 수 있다고 본 겁니다. 이후 하급심에선 재소자들이 승소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교정 당국에 따르면 지금까지 국가가 재소자에게 지급한 손해배상금은 4천만 원에 가깝습니다.
과밀 수용을 해소하기 위해선 안양교도소 같은 규모의 교정시설을 10곳가량 새로 지어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당장 내 집 앞에 교정시설이 들어서는 걸 환영할 주민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결국 지금까지 새로 지은 교정시설은 강원북부교도소와 대구교도소, 거창구치소, 서울 동부구치소 등 4곳뿐입니다. 의정부교도소 등 22곳은 수용동을 리모델링하거나 증·개축했습니다. 이렇게 늘린 신규 수용 정원은 2천 3백여 명 수준으로, 초과 수용 인원인 만 3천여 명을 감당하기엔 여전히 역부족입니다.
교정 당국은 우선 경기 북부구치소 등 6곳을 신축하고, 원주교도소 등 7개 시설은 이전을 통해 과밀화를 해결한다는 계획입니다. 특히 여성 수용자 과밀 수용을 해소하기 위해 여자교도소 신축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 "교도소가 호텔인가"…교정 전문가 "과밀 수용으로 치르는 비용이 더 들어"
'죄를 지은 사람이 편하게 지내면 되느냐'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가 치르는 비용이 더 들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손해배상금이 이런 비용에 해당하는데,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도 따져 볼 필요가 있습니다.
교정시설의 본래 목적인 '재사회화'입니다. 출소 이후에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과밀 수용은 교정시설의 질서 유지에 부담을 주고 결과적으로 교정 역량을 저하해 재사회화를 어렵게 합니다. 출소 이후에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를 경우 발생하는 피해는 다시 우리 사회가 치러야 할 비용이 됩니다.
신동윤 안양교도소장은 "수용자도 결국 우리 국민이고 결국은 사회로 다시 돌아가야 할 대상이고, 만약 나가서 재범하는 경우 모두 사회적 비용"이라면서 " 수용자들이 교정 시설 내부에서 적정 공간을 활용한 교정 교화가 이뤄질 수 있게 하는 게 국가적으로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교정 당국 관계자는 "수용 공간이 부족하다 보니 내부 공간을 쪼개서 사용해야 하고, 그러다 보니 교정 교화 프로그램을 진행할 공간마저 마땅치 않다"면서 "재소자들을 가둬두기만 하는 방식으론 교정 교화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에 교정시설을 신축해 이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교정 당국의 이 같은 고민을 해결해 주는 자치단체도 있습니다. 경북 청송군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미 교정 시설 4개가 있는 청송군은 교정 직원을 위한 숙소를 제공하겠다며 혜택까지 내걸고 여자교도소 유치에 나선 상태입니다.
지역 주민들도 교정 시설 유치를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청송군 진보면에서 10년 넘게 거주 중인 유정훈 씨는 취재진과 만나 "교정시설이 들어서면서 숙박이나 편의 시설 등이 많이 생기고, 지역 경제도 활성화됐다"면서 "지역 주민들은 교정 시설 추가 유치에 긍정적인 반응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인구 감소로 지역 소멸 위기에 처한 소도시에선 교정 시설이 들어서면 면회객과 교정 직원이 유입되면서 상권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대도시에도 교정시설 필요…반대 설득할 전담 조직 만들어야"
전문가들은 대도시와 가까운 곳에도 교정 시설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형이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들의 경우 수사나 재판을 받으러 나가야 할 일이 많고, 재사회화를 위한 교육을 위해선 도심에 모여 있는 인프라를 활용할 필요도 있기 때문입니다.
금용명 교도소연구소장(전 안동교도소장)은 "교도소는 수형자가 사회 구성원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심신을 치료해야 하는 병원이자 학교"라면서 "교정시설이 들어설 도심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전담 조직을 만들어 주민들을 설득해 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금 소장에 따르면, 미국에선 공공의 안전과 수용자 치료를 통한 행동·정신건강의 회복이 교정 시설 건축의 사명이라 여기고, 교정시설의 건축부터 이전·재건축·리모델링 등 수명주기에 따라 관리하는 전담팀이 마련돼 있습니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팀은 갈등 관리에 대한 역량도 갖추고 지역 주민과의 대화와 설득에 나서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 자치단체에만 맡겨두는 경향이 강하다는 게 금 소장의 지적입니다.
금 소장은 "범죄에 대해서도 국가가 질병처럼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전문 시스템과 시설을 만들어 가야 된다"면서 "그래야만 과밀 수용도 해소할 수 있고, 국민들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교정 당국은 지역 주민들과 상생협의체를 꾸리고, 관계기관과 논의해 과밀 수용을 점차 해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연관 기사] 교정시설 ‘과밀 심각’…국가가 손해배상까지 ‘발등의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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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민 기자 youngmi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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