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조회수만큼 비상(飛上)”…공군 병 지원율 10.7:1, 10년 만에 최고
입력 2024.12.03 (15:03)
수정 2024.12.03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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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군 병사 지원율 10년 만에 최고..."10.1:1"
오늘(3일) 오후 2시 기준으로 마감된 내년 3월 입영 예정 공군 병사 지원율이 약 10.7:1로 집계돼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K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25년도 공군 월별 지원율(자료 제공: 병무청)
병무청에 따르면 공군은 2025년도 3월 입영에 1,404명 모집 공고를 냈고, 이날까지 모두 14,996명이 지원해 1068.1%의 모집 대비 지원 초과 달성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내년 2월 1,539명 입영 모집 계획에도 14,350명이 지원하는 등 타군에 비해 공군 쏠림 현상이 짙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4년도 육· 해·공·해병대 월별 지원율 (자료 제공: 병무청)
특히 이번 수치는 지난 2016년 2월 공군이 '14.6:1'이라는 병 모집 최고 경쟁률을 달성한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육·해군보다 병 복무 기간 더 길어도?
인구 감소와 저출생이 당면한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군에서도 병역 자원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황입니다. 실제 각 군은 지난 10월 정기국회 국정감사 업무 보고에서도 부족한 병력을 어떻게 채울 것인지에 대한 복안을 제시해 보고한 바 있습니다.
특히 공군은 육군(18개월)이나 해군(20개월)과 비교했을 때 복무기간이 상대적으로 긴 21개월입니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공군이 가장 많은 28일 연가를 쓸 수 있고, 6주마다 2박 3일의 성과제 외박도 부여되는 등 상대적으로 휴가나 외박이 잦다는 장점도 반영된 결과입니다.
또 내년도 병장 기준 월 급여가 205만 원까지 오르는데, 이는 초급 간부인 하사 기준 현재 월급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몇 개월 더 복무하면서 목돈을 더 모을 수 있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MZ세대 입영 대상자들의 합리적인 사고가 반영된 것이 공군에서 최고 지원율이 나온 이유라고 설명합니다.
■ "답은 공군의 선진 병영 문화"
최병욱 / 상명대학교 국가안보학과 교수
전문가들은 결국은 공군의 선진화된 '병영 문화'에 답이 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상명대학교 국가안보학과 최병욱 교수는 "공군은 급여나 휴가·외박 여건 이외에도 우선 비무장지대나 함정 등 소위 말하는 '격오지', 힘든 곳에 근무하지 않고 대도시나 도시에서 근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있다는 인식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부분이 있다"고 말합니다.
최 교수는 "하지만 무엇보다 결국은 MZ세대가 원하는 '선진 병영 문화'가 큰 몫을 담당한다"고 설명합니다.
다시말해, 공군에 가면 '상관과 대화가 좀 더 잘 되고, 병영 문화가 민주적'이라는 소문이 나 있다는 겁니다.
최병욱 교수는 독일의 사례를 예로 들었습니다. 독일은 징병제를 중단하고 모병제를 실시한 지 10년이 넘었습니다. 그런데 독일도 초창기에는 월급을 올리고 보직 관리를 해줘도 모병이 되지 않아서 굉장히 애를 먹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독일에서 최근 '군대 문화'라는 부분에 초점을 두고 혁신을 시작한 것이 반전의 계기가 됐다고 합니다.
최 교수는 "군대에 와도 특별히 억압받지 않고 자기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군의 기강이라는 점을 독일이 모병 차원에서 각별히 강조한 부분"이라며 "병영 문화를 사회 수준에 맞게 선진화한 것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병무청 관계자도 "공군은 전통적으로 복무 환경이 타군에 비해 좋다는 평판이 있었고, 최근 들어 여러 가지 홍보 수단이나 입소문, SNS 등으로 그런 인식이 더 굳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 '알라트 알라트, 알라트 알라트'..."수백만 조회 공군 콘텐츠, 그냥 나오지 않아"
공군에서 로제의 APT(아파트)를 패러디한 ALT(알라트) 영상 캡쳐(출처: 공군)
▲ ALT(알라트) - 조회수 112만 (https://youtu.be/cUoJDMDEG5A) ▲ BOMB양갱 - 조회수 242만 (https://youtu.be/TZ9BZBWnaB0) ▲레밀리터리블 - 조회수 686만 (https://youtu.be/lZunEARBb6I) |
공군 공식 유튜브 채널에는 자체 제작 영상 콘텐츠가 자주 올라옵니다. 그 중에서도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한 영상들이 있습니다. 레미제라블을 패러디한 레밀리터리블, 가수 비비의 밤양갱을 패러디한 BOMB양갱, 로제의 APT를 패러디한 ALT(알라트)까지. 이 영상들이 나올 때마다 '역시 공군답다', '참신하다'라는 반응들이 쏟아집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영상이 공군의 공식 계정에 올라와서 화제가 되는 것을 보더라도 공군의 병영 문화를 엿볼 수 있다고 평가합니다.
엄효식/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
육군 대령 출신 한국국방안보포럼 엄효식 사무총장은 "타군과 달리 공군은 이런 콘텐츠를 만들 때 계급 높은 사람이 전혀 관여하지 않는 걸 보고 현역 때도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주로 기획과 제작을 병사와 초급 간부들의 그들의 감각에 맞게 만들고, 지휘부에서는 그 제작물이 큰 울타리에서만 벗어나지 않으면 용인해 줍니다. 육군은 층층이 간섭하다 보니 끝에 가면 아무것도 아닌 게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인 경우가 많았지요. 계급이 높건 낮건 간에 개인의 창의성과 재능을 존중해주는 문화가 공군에 있는 겁니다. 다시 말해서, 병사든 하시든 소위든 이들에게 책임과 권한을 주고 콘텐츠를 만들게 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상급자는 하급자를 믿어주고 하급자는 상급자가 보기에도 벗어나지 않는 수준의 합리적 콘텐츠를 만들다 보니 MZ세대와 대중들이 공감하는 화제의 결과물이 나오는 거라고 봅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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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4-12-03 15:03:26
- 수정2024-12-03 16:45:45
■ 공군 병사 지원율 10년 만에 최고..."10.1:1"
오늘(3일) 오후 2시 기준으로 마감된 내년 3월 입영 예정 공군 병사 지원율이 약 10.7:1로 집계돼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K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병무청에 따르면 공군은 2025년도 3월 입영에 1,404명 모집 공고를 냈고, 이날까지 모두 14,996명이 지원해 1068.1%의 모집 대비 지원 초과 달성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내년 2월 1,539명 입영 모집 계획에도 14,350명이 지원하는 등 타군에 비해 공군 쏠림 현상이 짙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이번 수치는 지난 2016년 2월 공군이 '14.6:1'이라는 병 모집 최고 경쟁률을 달성한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육·해군보다 병 복무 기간 더 길어도?
인구 감소와 저출생이 당면한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군에서도 병역 자원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황입니다. 실제 각 군은 지난 10월 정기국회 국정감사 업무 보고에서도 부족한 병력을 어떻게 채울 것인지에 대한 복안을 제시해 보고한 바 있습니다.
특히 공군은 육군(18개월)이나 해군(20개월)과 비교했을 때 복무기간이 상대적으로 긴 21개월입니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공군이 가장 많은 28일 연가를 쓸 수 있고, 6주마다 2박 3일의 성과제 외박도 부여되는 등 상대적으로 휴가나 외박이 잦다는 장점도 반영된 결과입니다.
또 내년도 병장 기준 월 급여가 205만 원까지 오르는데, 이는 초급 간부인 하사 기준 현재 월급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몇 개월 더 복무하면서 목돈을 더 모을 수 있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MZ세대 입영 대상자들의 합리적인 사고가 반영된 것이 공군에서 최고 지원율이 나온 이유라고 설명합니다.
■ "답은 공군의 선진 병영 문화"
전문가들은 결국은 공군의 선진화된 '병영 문화'에 답이 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상명대학교 국가안보학과 최병욱 교수는 "공군은 급여나 휴가·외박 여건 이외에도 우선 비무장지대나 함정 등 소위 말하는 '격오지', 힘든 곳에 근무하지 않고 대도시나 도시에서 근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있다는 인식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부분이 있다"고 말합니다.
최 교수는 "하지만 무엇보다 결국은 MZ세대가 원하는 '선진 병영 문화'가 큰 몫을 담당한다"고 설명합니다.
다시말해, 공군에 가면 '상관과 대화가 좀 더 잘 되고, 병영 문화가 민주적'이라는 소문이 나 있다는 겁니다.
최병욱 교수는 독일의 사례를 예로 들었습니다. 독일은 징병제를 중단하고 모병제를 실시한 지 10년이 넘었습니다. 그런데 독일도 초창기에는 월급을 올리고 보직 관리를 해줘도 모병이 되지 않아서 굉장히 애를 먹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독일에서 최근 '군대 문화'라는 부분에 초점을 두고 혁신을 시작한 것이 반전의 계기가 됐다고 합니다.
최 교수는 "군대에 와도 특별히 억압받지 않고 자기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군의 기강이라는 점을 독일이 모병 차원에서 각별히 강조한 부분"이라며 "병영 문화를 사회 수준에 맞게 선진화한 것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병무청 관계자도 "공군은 전통적으로 복무 환경이 타군에 비해 좋다는 평판이 있었고, 최근 들어 여러 가지 홍보 수단이나 입소문, SNS 등으로 그런 인식이 더 굳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 '알라트 알라트, 알라트 알라트'..."수백만 조회 공군 콘텐츠, 그냥 나오지 않아"
▲ ALT(알라트) - 조회수 112만 (https://youtu.be/cUoJDMDEG5A) ▲ BOMB양갱 - 조회수 242만 (https://youtu.be/TZ9BZBWnaB0) ▲레밀리터리블 - 조회수 686만 (https://youtu.be/lZunEARBb6I) |
공군 공식 유튜브 채널에는 자체 제작 영상 콘텐츠가 자주 올라옵니다. 그 중에서도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한 영상들이 있습니다. 레미제라블을 패러디한 레밀리터리블, 가수 비비의 밤양갱을 패러디한 BOMB양갱, 로제의 APT를 패러디한 ALT(알라트)까지. 이 영상들이 나올 때마다 '역시 공군답다', '참신하다'라는 반응들이 쏟아집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영상이 공군의 공식 계정에 올라와서 화제가 되는 것을 보더라도 공군의 병영 문화를 엿볼 수 있다고 평가합니다.
육군 대령 출신 한국국방안보포럼 엄효식 사무총장은 "타군과 달리 공군은 이런 콘텐츠를 만들 때 계급 높은 사람이 전혀 관여하지 않는 걸 보고 현역 때도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주로 기획과 제작을 병사와 초급 간부들의 그들의 감각에 맞게 만들고, 지휘부에서는 그 제작물이 큰 울타리에서만 벗어나지 않으면 용인해 줍니다. 육군은 층층이 간섭하다 보니 끝에 가면 아무것도 아닌 게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인 경우가 많았지요. 계급이 높건 낮건 간에 개인의 창의성과 재능을 존중해주는 문화가 공군에 있는 겁니다. 다시 말해서, 병사든 하시든 소위든 이들에게 책임과 권한을 주고 콘텐츠를 만들게 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상급자는 하급자를 믿어주고 하급자는 상급자가 보기에도 벗어나지 않는 수준의 합리적 콘텐츠를 만들다 보니 MZ세대와 대중들이 공감하는 화제의 결과물이 나오는 거라고 봅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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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준 기자 okok@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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