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 서는 게 두려워요”…딥페이크 피해 교사 ‘관외 전보’ 첫 허용

입력 2024.12.04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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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교사와 취재진이 대화하는 모습피해 교사와 취재진이 대화하는 모습

올해로 10년째 교직 생활을 이어오던 교사. 학년 부장도 맡을 만큼 학생들에게 애정이 가득한 선생님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3월, 가르치던 학생으로부터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습니다. 교사 얼굴이 합성된 딥페이크 음란물이 텔레그램 단체방에서 유포되고 있다는 겁니다.

학교 성폭력 담당 교사의 신고로 경찰이 수사에 나섰지만, 단체방이 삭제돼 가해자를 찾아내지 못한 채 수사는 중단됐습니다. 누가 음란물을 제작하고 유포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봤는지 등에 대한 사실은 끝내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 6개월 휴직 끝에 복직 결심했지만…"인근 학교로 복귀해야"

교실 자료화면교실 자료화면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있는 상황. 피해 교사는 결국 휴직계를 내고 일주일에 한 번씩 심리 상담을 받아왔습니다.

KBS 취재진과 만난 교사는 "길에서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웃고 있는 모습을 보면 '혹시 내 사진을 보고 웃나'라는 생각에 피해 다니기도 했다"며 "다시 학생들 앞에 설 수 있을지 걱정됐다"고 말했습니다.

6개월 간의 치료 끝에 교사는 내년 3월 다시 업무에 돌아가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자기 얼굴로 음란물을 제작한 학생에게 실망도 했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들이 더 많을 거라고 믿으며 용기를 냈습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난관이 또 있었습니다. 규정상, 피해를 당한 학교 인근으로 복귀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부산에는 서부·남부·북부·동래·해운대의 5개 교육지원청이 있는데, 초·중학교 교사의 경우 소속된 지원청 안에서만 인사이동이 가능합니다. 다른 교육지원청 간 전보의 경우, 같은 과목을 가르치는 교사를 1대1로 교류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교원 수급 사정에 따라 교육지원청 간 이동은 제한되기도 합니다.

■심각한 교권 침해… 관외 전보 처음으로 허용

피해 교사와 취재진이 대화하는 모습피해 교사와 취재진이 대화하는 모습

피해 교사는 다시 불안해졌습니다. 해당 교육지원청 관할 지역 내에 20여 개의 다른 학교가 있다고 해도, 가해자가 누군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의 앞에 서게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교사는 "딥페이크 피해가 또다시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무서웠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부산시교육청은 딥페이크 피해 교사의 관외 전보를 이례적으로 허용했습니다. 부산시교육청 인사관리 기준 제22조의2(긴급전보)에 따르면 '교권 침해를 당한 교원 중 본인의 동의로 학교장이 전보를 제청한 자'는 교사가 속한 교육지원청 안에서 학교를 옮길 수 있는데, 예외를 둔 겁니다.

가해자를 찾아낼 수 없는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가 교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딥페이크 피해 교사가 다른 교육지원청 관할 학교로 이동할 수 있게 된 건 부산에서 사실상 처음입니다.

■부산교육청, "딥페이크 피해 교사 복귀 대책 강화"

부산광역시교육청 외경부산광역시교육청 외경

올해 9월 기준, 전국에서 196건의 학교 내 딥페이크 피해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부산에서도 학교 딥페이크 피해 사례가 잇따르자, 지난 9월 부산시교육청은 '성범죄근절단'을 구성해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딥페이크 성범죄 예방 교육을 강화하고, 가해자를 엄벌해 2차 피해를 차단하겠다는 게 핵심입니다. 피해 학생의 심리 상담, 치료비 지원 등을 확대하고 피해자가 요구하면 '전학'도 가능하게 했습니다.

피해 교직원에게도 심리 상담과 치료비를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전보'에 관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피해 교사의 업무 복귀 이후 관련 대책은 사실상 없었던 겁니다.

부산시교육청은 이에 대해 딥페이크 등 심각한 교권 침해로부터 교원을 즉각적으로 보호하고 긴급 전보 등 인사 조처가 될 수 있도록 기준을 구체적으로 보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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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12-04 15: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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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교사와 취재진이 대화하는 모습
올해로 10년째 교직 생활을 이어오던 교사. 학년 부장도 맡을 만큼 학생들에게 애정이 가득한 선생님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3월, 가르치던 학생으로부터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습니다. 교사 얼굴이 합성된 딥페이크 음란물이 텔레그램 단체방에서 유포되고 있다는 겁니다.

학교 성폭력 담당 교사의 신고로 경찰이 수사에 나섰지만, 단체방이 삭제돼 가해자를 찾아내지 못한 채 수사는 중단됐습니다. 누가 음란물을 제작하고 유포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봤는지 등에 대한 사실은 끝내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 6개월 휴직 끝에 복직 결심했지만…"인근 학교로 복귀해야"

교실 자료화면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있는 상황. 피해 교사는 결국 휴직계를 내고 일주일에 한 번씩 심리 상담을 받아왔습니다.

KBS 취재진과 만난 교사는 "길에서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웃고 있는 모습을 보면 '혹시 내 사진을 보고 웃나'라는 생각에 피해 다니기도 했다"며 "다시 학생들 앞에 설 수 있을지 걱정됐다"고 말했습니다.

6개월 간의 치료 끝에 교사는 내년 3월 다시 업무에 돌아가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자기 얼굴로 음란물을 제작한 학생에게 실망도 했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들이 더 많을 거라고 믿으며 용기를 냈습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난관이 또 있었습니다. 규정상, 피해를 당한 학교 인근으로 복귀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부산에는 서부·남부·북부·동래·해운대의 5개 교육지원청이 있는데, 초·중학교 교사의 경우 소속된 지원청 안에서만 인사이동이 가능합니다. 다른 교육지원청 간 전보의 경우, 같은 과목을 가르치는 교사를 1대1로 교류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교원 수급 사정에 따라 교육지원청 간 이동은 제한되기도 합니다.

■심각한 교권 침해… 관외 전보 처음으로 허용

피해 교사와 취재진이 대화하는 모습
피해 교사는 다시 불안해졌습니다. 해당 교육지원청 관할 지역 내에 20여 개의 다른 학교가 있다고 해도, 가해자가 누군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의 앞에 서게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교사는 "딥페이크 피해가 또다시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무서웠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부산시교육청은 딥페이크 피해 교사의 관외 전보를 이례적으로 허용했습니다. 부산시교육청 인사관리 기준 제22조의2(긴급전보)에 따르면 '교권 침해를 당한 교원 중 본인의 동의로 학교장이 전보를 제청한 자'는 교사가 속한 교육지원청 안에서 학교를 옮길 수 있는데, 예외를 둔 겁니다.

가해자를 찾아낼 수 없는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가 교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딥페이크 피해 교사가 다른 교육지원청 관할 학교로 이동할 수 있게 된 건 부산에서 사실상 처음입니다.

■부산교육청, "딥페이크 피해 교사 복귀 대책 강화"

부산광역시교육청 외경
올해 9월 기준, 전국에서 196건의 학교 내 딥페이크 피해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부산에서도 학교 딥페이크 피해 사례가 잇따르자, 지난 9월 부산시교육청은 '성범죄근절단'을 구성해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딥페이크 성범죄 예방 교육을 강화하고, 가해자를 엄벌해 2차 피해를 차단하겠다는 게 핵심입니다. 피해 학생의 심리 상담, 치료비 지원 등을 확대하고 피해자가 요구하면 '전학'도 가능하게 했습니다.

피해 교직원에게도 심리 상담과 치료비를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전보'에 관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피해 교사의 업무 복귀 이후 관련 대책은 사실상 없었던 겁니다.

부산시교육청은 이에 대해 딥페이크 등 심각한 교권 침해로부터 교원을 즉각적으로 보호하고 긴급 전보 등 인사 조처가 될 수 있도록 기준을 구체적으로 보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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