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김장으로 하나 돼요…나눔의 손길 ‘훈훈’

입력 2024.12.07 (08:26) 수정 2024.12.09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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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의 '김장 문화'는 지난 201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 됐는데요.

그로부터 2년 뒤엔 북한의 '김치 담그기 풍습'도 등재되었습니다.

그만큼 ‘김장’은 분단의 세월 속에서도 남과 북이 줄곧 전승해온 공통된 문화라고 할 수 있는데요.

탈북민들이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공간인, 하나원에서 ‘김장’을 통해 정착과 나눔의 가치를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고 합니다.

함께 김치를 담그며 서로의 온기를 나누고,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는 현장에 장예진 리포터가 다녀왔습니다.

함께 보시죠.

[리포트]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춥고 긴 겨울을 나기 위해 집집마다 김장을 시작하죠.

탈북민이 대한민국에 도착해 적응 교육을 받는 하나원도 분주해졌습니다.

절인 배추를 펼쳐놓고, 그 옆엔 향긋한 냄새를 풍기는 빨간 양념을 올려둡니다.

이제, 사람들 손끝에서 김치가 완성될 차례인데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지금 뭐 하고 계신 거예요?) 오늘 김장하려고 모였습니다."]

배춧잎 사이사이에 솜씨 좋게 양념을 채워 넣습니다.

["(어디서 오셨어요?) 대한적십자사. 하나원입니다. (어디서 오셨어요?) 북한에서 왔습니다.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왔습니다."]

첫 만남이지만, 완벽한 호흡을 자랑하는데요.

["(호흡이 잘 맞으세요?) 네, 척척 잘 맞습니다."]

이번 행사는 탈북민들의 적응과 정착을 돕기 위해 준비됐다고 합니다.

[이승신/하나원 원장 : "교육 과정의 일환으로 이분들이 하나원에서는 도움을 받지만, 사회에 나가면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 교육 과정의 일환으로 자원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평소 탈북민의 신변 보호를 담당하는 경찰관들에게도 이 자리는 특별했는데요.

[최인규/관악경찰서장 : "북한이탈주민과 좀 더 소통하고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데 도움을 드리고자 오늘 많은 경찰관들과 참석하게 됐습니다."]

남과 북이 김장으로 하나 되는 현장에서, 함께 팔을 걷어붙여 봅니다.

["(혹시 김장 몇 년 차세요?) 11년 차입니다. (저는 아직 1년 차거든요.) 배울 때 잘 배워야 해요."]

배추에 김칫속을 버무리며 김치에 얽힌 각자의 이야기도 풀어냅니다.

[김철수/대한적십자사 회장 : "저희 처가가 (고향이) 북한인데 양념을 많이 넣지 않고 명태를 넣더라고요."]

[신윤정/탈북민 : "네, 그런 집도 있는데요. 또 어떤 집은 (넣지 않기도 하고) 집집마다 다르긴 해요."]

센터 안과 밖에선 70여 명의 사람들이 420여 포기 배추에 정성과 손맛을 담아 김치를 담갔습니다.

여느 김장담그기 행사와 별 다를 바 없어 보이시나요?

아닙니다!

이곳에서는 북녘의 손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하는데요.

함께 만나보시죠!

연경 씨가 고향에서 치렀던 대대적인 김장 풍경을 떠올려봅니다.

[이연경/탈북민 : "북한에서는 모두 전투잖아요. ‘모두 다 모내기 전투에로’, ‘가을걷이 전투에로’, 그러니까 김장도 전투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에서는. (김장도 전투라고 하는구나.)"]

남한 김장과는 재료와 방식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는데요.

[이연경/탈북민 : "양념은 이거하고 비슷한데, (북한 김치는) 명태가 많이 들어가고 (배추) 사이사이에 무를 썰어서 토막으로 한번 쭉 깔고 다시 위에 배추 김치 넣고 그런 식으로 하거든요."]

김장으로 꽃 피우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김치 향만큼이나 깊고 따뜻하게 퍼져나갔습니다.

[권성은/관악경찰서 여성청소년 수사팀 : "북한의 김치에 대해서 배우고 이렇게 많이 만들어서 나눠 먹는다고 하니까 되게 기분이 좋고 보람됩니다."]

김장 날, 빠질 수 없는 별미도 준비됐습니다.

["(고기 몇 인분 준비하셨어요?) 사람이 많아서 100인분 준비했는데 고기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푹 익은 수육이 뜨끈한 김을 모락모락 내며 상에 오를 준비를 마쳤습니다.

갓 담근 김치를 곁들여 맛을 보았는데요.

["김치가 너무 아삭아삭하고 너무 맛있어요."]

여러 사람과 어울리는 순간마다 정착의 고민을 덜어낸다는 혜영 씨, 한국에서의 미래에 기대감을 내비칩니다.

[김혜영/탈북민 : "북한에서는 도자기 공장 다녔습니다. 그것도 부모가 세대주면 부모 직업에 맞춰서 따라갑니다. 그런데 한국 들어와 보니까 자기가 하고 싶은 일 마음대로 하고 진짜 자유로운 이런 생활도 너무 감사하다고 생각합니다."]

남과 북의 손맛이 하나가 돼 담가진 김장 김치들에는 의미가 하나 더 있다고 합니다.

바로 지역 이웃들을 위한나눔 행사에 쓰인다고 합니다.

탈북민들도 직접 참가해 손을 보태기로 했습니다.

잘 버무린 배추를 비닐봉지에 차곡차곡 넣고, 상자에 꼼꼼히 포장합니다.

포장된 김치는 김장을 준비하기 어려운 가정으로 가는데요.

["이거 싣고 어디 가는 거예요?"]

[황유상/하나원 관리후생과장 : "서울시에 있는 북한이탈주민분 중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찾아뵙고 전달하려고 합니다."]

100여 가구에 전달할 김치를 싣고 차가 출발합니다.

탈북민과 자원봉사자들이 김장 김치를 전달하는 현장에 동행해 보았는데요.

김치를 들고 방문한 손님들로 집안에 활기가 감돕니다.

탈북민 노부부는 자원봉사자를 바라보며 북에 두고 온 딸 생각에 눈시울을 붉힙니다.

[김선희/가명/탈북민 : "(북한에) 딸 다 버리고 왔어, 정말 그립지. 딸 같다. 진짜 딸 같다."]

또 다른 가정에서도 나눔의 손길이 탈북민의 마음을 훈훈하게 물들였는데요.

["안녕하세요."]

아직, 김장을 못 했다는 소영 씨.

[노소영/탈북민 : "(맛이 어떠세요?) 맛있어요. (감사합니다.)"]

갈 수 없는 고향을 둔 혜영 씨와 소영 씨는 어느새 오랜 이웃처럼 가까워진 모습입니다.

[김혜영/탈북민 : "고향이 어디세요?"]

[노소영/탈북민 : "저는 양강도 갑산리에요."]

[김혜영/탈북민 : "저는 함경북도 은덕군에서 왔습니다."]

[노소영/탈북민 : "아이고 우리 다 고향 분들이에요. 아이고 반갑습니다."]

맞잡은 손에 온기를 전하며 감사의 마음을 주고받는데요.

한국에 오기까지 고된 여정을 겪은 이들은 서로의 아픔을 위로하며 온기를 나누었습니다.

[노소영/탈북민 : "제가 너무 감동인 거예요. 새로 온 고향 분들 보니까. 이 시국에 진짜 대한민국에 온다는 건 중국에서 온다 해도 쉽지 않거든요. 더구나 감동인 거예요. 고향 분들이 한 김치까지 먹으니까."]

김치 한 포기에 담궈 전하는 웃음과 대화 속에 따뜻한 추억을 남긴 시간.

김장 행사에 모인 손길과 정성이 쌀쌀한 겨울, 탈북민들의 마음에 훈훈하게 번져갔습니다.

["우리 모두 파이팅 합시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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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김장으로 하나 돼요…나눔의 손길 ‘훈훈’
    • 입력 2024-12-07 08:26:31
    • 수정2024-12-09 15: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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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의 '김장 문화'는 지난 201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 됐는데요.

그로부터 2년 뒤엔 북한의 '김치 담그기 풍습'도 등재되었습니다.

그만큼 ‘김장’은 분단의 세월 속에서도 남과 북이 줄곧 전승해온 공통된 문화라고 할 수 있는데요.

탈북민들이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공간인, 하나원에서 ‘김장’을 통해 정착과 나눔의 가치를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고 합니다.

함께 김치를 담그며 서로의 온기를 나누고,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는 현장에 장예진 리포터가 다녀왔습니다.

함께 보시죠.

[리포트]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춥고 긴 겨울을 나기 위해 집집마다 김장을 시작하죠.

탈북민이 대한민국에 도착해 적응 교육을 받는 하나원도 분주해졌습니다.

절인 배추를 펼쳐놓고, 그 옆엔 향긋한 냄새를 풍기는 빨간 양념을 올려둡니다.

이제, 사람들 손끝에서 김치가 완성될 차례인데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지금 뭐 하고 계신 거예요?) 오늘 김장하려고 모였습니다."]

배춧잎 사이사이에 솜씨 좋게 양념을 채워 넣습니다.

["(어디서 오셨어요?) 대한적십자사. 하나원입니다. (어디서 오셨어요?) 북한에서 왔습니다.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왔습니다."]

첫 만남이지만, 완벽한 호흡을 자랑하는데요.

["(호흡이 잘 맞으세요?) 네, 척척 잘 맞습니다."]

이번 행사는 탈북민들의 적응과 정착을 돕기 위해 준비됐다고 합니다.

[이승신/하나원 원장 : "교육 과정의 일환으로 이분들이 하나원에서는 도움을 받지만, 사회에 나가면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 교육 과정의 일환으로 자원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평소 탈북민의 신변 보호를 담당하는 경찰관들에게도 이 자리는 특별했는데요.

[최인규/관악경찰서장 : "북한이탈주민과 좀 더 소통하고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데 도움을 드리고자 오늘 많은 경찰관들과 참석하게 됐습니다."]

남과 북이 김장으로 하나 되는 현장에서, 함께 팔을 걷어붙여 봅니다.

["(혹시 김장 몇 년 차세요?) 11년 차입니다. (저는 아직 1년 차거든요.) 배울 때 잘 배워야 해요."]

배추에 김칫속을 버무리며 김치에 얽힌 각자의 이야기도 풀어냅니다.

[김철수/대한적십자사 회장 : "저희 처가가 (고향이) 북한인데 양념을 많이 넣지 않고 명태를 넣더라고요."]

[신윤정/탈북민 : "네, 그런 집도 있는데요. 또 어떤 집은 (넣지 않기도 하고) 집집마다 다르긴 해요."]

센터 안과 밖에선 70여 명의 사람들이 420여 포기 배추에 정성과 손맛을 담아 김치를 담갔습니다.

여느 김장담그기 행사와 별 다를 바 없어 보이시나요?

아닙니다!

이곳에서는 북녘의 손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하는데요.

함께 만나보시죠!

연경 씨가 고향에서 치렀던 대대적인 김장 풍경을 떠올려봅니다.

[이연경/탈북민 : "북한에서는 모두 전투잖아요. ‘모두 다 모내기 전투에로’, ‘가을걷이 전투에로’, 그러니까 김장도 전투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에서는. (김장도 전투라고 하는구나.)"]

남한 김장과는 재료와 방식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는데요.

[이연경/탈북민 : "양념은 이거하고 비슷한데, (북한 김치는) 명태가 많이 들어가고 (배추) 사이사이에 무를 썰어서 토막으로 한번 쭉 깔고 다시 위에 배추 김치 넣고 그런 식으로 하거든요."]

김장으로 꽃 피우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김치 향만큼이나 깊고 따뜻하게 퍼져나갔습니다.

[권성은/관악경찰서 여성청소년 수사팀 : "북한의 김치에 대해서 배우고 이렇게 많이 만들어서 나눠 먹는다고 하니까 되게 기분이 좋고 보람됩니다."]

김장 날, 빠질 수 없는 별미도 준비됐습니다.

["(고기 몇 인분 준비하셨어요?) 사람이 많아서 100인분 준비했는데 고기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푹 익은 수육이 뜨끈한 김을 모락모락 내며 상에 오를 준비를 마쳤습니다.

갓 담근 김치를 곁들여 맛을 보았는데요.

["김치가 너무 아삭아삭하고 너무 맛있어요."]

여러 사람과 어울리는 순간마다 정착의 고민을 덜어낸다는 혜영 씨, 한국에서의 미래에 기대감을 내비칩니다.

[김혜영/탈북민 : "북한에서는 도자기 공장 다녔습니다. 그것도 부모가 세대주면 부모 직업에 맞춰서 따라갑니다. 그런데 한국 들어와 보니까 자기가 하고 싶은 일 마음대로 하고 진짜 자유로운 이런 생활도 너무 감사하다고 생각합니다."]

남과 북의 손맛이 하나가 돼 담가진 김장 김치들에는 의미가 하나 더 있다고 합니다.

바로 지역 이웃들을 위한나눔 행사에 쓰인다고 합니다.

탈북민들도 직접 참가해 손을 보태기로 했습니다.

잘 버무린 배추를 비닐봉지에 차곡차곡 넣고, 상자에 꼼꼼히 포장합니다.

포장된 김치는 김장을 준비하기 어려운 가정으로 가는데요.

["이거 싣고 어디 가는 거예요?"]

[황유상/하나원 관리후생과장 : "서울시에 있는 북한이탈주민분 중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찾아뵙고 전달하려고 합니다."]

100여 가구에 전달할 김치를 싣고 차가 출발합니다.

탈북민과 자원봉사자들이 김장 김치를 전달하는 현장에 동행해 보았는데요.

김치를 들고 방문한 손님들로 집안에 활기가 감돕니다.

탈북민 노부부는 자원봉사자를 바라보며 북에 두고 온 딸 생각에 눈시울을 붉힙니다.

[김선희/가명/탈북민 : "(북한에) 딸 다 버리고 왔어, 정말 그립지. 딸 같다. 진짜 딸 같다."]

또 다른 가정에서도 나눔의 손길이 탈북민의 마음을 훈훈하게 물들였는데요.

["안녕하세요."]

아직, 김장을 못 했다는 소영 씨.

[노소영/탈북민 : "(맛이 어떠세요?) 맛있어요. (감사합니다.)"]

갈 수 없는 고향을 둔 혜영 씨와 소영 씨는 어느새 오랜 이웃처럼 가까워진 모습입니다.

[김혜영/탈북민 : "고향이 어디세요?"]

[노소영/탈북민 : "저는 양강도 갑산리에요."]

[김혜영/탈북민 : "저는 함경북도 은덕군에서 왔습니다."]

[노소영/탈북민 : "아이고 우리 다 고향 분들이에요. 아이고 반갑습니다."]

맞잡은 손에 온기를 전하며 감사의 마음을 주고받는데요.

한국에 오기까지 고된 여정을 겪은 이들은 서로의 아픔을 위로하며 온기를 나누었습니다.

[노소영/탈북민 : "제가 너무 감동인 거예요. 새로 온 고향 분들 보니까. 이 시국에 진짜 대한민국에 온다는 건 중국에서 온다 해도 쉽지 않거든요. 더구나 감동인 거예요. 고향 분들이 한 김치까지 먹으니까."]

김치 한 포기에 담궈 전하는 웃음과 대화 속에 따뜻한 추억을 남긴 시간.

김장 행사에 모인 손길과 정성이 쌀쌀한 겨울, 탈북민들의 마음에 훈훈하게 번져갔습니다.

["우리 모두 파이팅 합시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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