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고통·기억’으로 쌓아 올린 ‘한강 문학’

입력 2024.12.11 (07:35) 수정 2024.12.11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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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작가 한강은 주류를 따르기보다 자신만의 철학과 독창적인 문체로, 이른바 '한강 문학'을 만들어왔습니다.

쉼 없는 고뇌와 고집스러운 열정으로, 한국 문학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데요.

등단부터 노벨문학상 수상까지, 한강의 문학 여정을 임재성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작가 한강의 출발은 '시'였습니다.

"내적 열기를 뿜어내는 무당의 춤 같다." 첫 작품 '편지'로 윤동주 문학상을 받을 당시 심사평입니다.

그리고 이듬해, 계간지에 발표한 5편의 시로 등단했습니다.

['얼음꽃' - 한강/1993 : "계절이여 오라. 눈발이여 퍼부어라. 이 불타는 수액을 뒤덮어다오."]

스물넷, 한강은 소설로 인간 탐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병든 섬마을 청년에 이어, 식물인간, 고아, 백치까지.

한강은 이들을 통해 외로움과 고통의 본질을 끊임없이 질문했습니다.

당시 사회 부조리에 집중하던 주류 문학과는 달랐던 '파격'이었고, 이는 곧 '한강 문학'의 시작이었습니다.

[조연정/문학평론가 : "(주류 소설이) 어떤 역사와 사회와 국가의 문제에 대해서 굉장히 굵직굵직한 문제 제기를 했다면 한강 작가 같은 경우에는 보다 더 근본적인 인간의 문제에 대해서 다루는 작가였다고…."]

해를 거듭하며 한강의 질문은 더 깊어지고 집요해졌습니다.

인물을 극한으로 내몰며 인간의 폭력과 고통, 기억에 천착했고, 2005년 발표한 '몽고반점', 2년 뒤 펴낸 '채식주의자'로 이어지며 그의 소설은 옷을 갈아입습니다.

감정의 절정마다 등장하는 '한강 표 이탤릭체', 어두운 현실을 처연하고 아름다운 시적 문장으로 대비시키는 특유의 문체는 이때 자리 잡았습니다.

[보이드 톤킨/맨부커상 심사위원장/2016년 : "(채식주의자는) 암울하고, 잔혹한 작품이지만, 동시에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번역도 놀랍고요."]

인간 내면에 대한 한강의 갈증은 역사와 만나 폭발성을 갖게 됩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에서 제주 4.3 사건으로.

[한강/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中 : "마치 수천 명의 남녀들과 야윈 아이들이 어깨를 웅크린 채 눈을 맞고 있는 것 같았다."]

30년의 시간을 거쳐 한강 문학은 마침내 '화해', '치유'라는 답에 도달했습니다.

45권에 이르는 치열한 여정, 한국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점으로 이제 작가 한강이 던지는 새로운 질문은 바로 '생명'입니다.

[한강/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 "언어가 우리를 잇는 실이라는 것을, 생명의 빛과 전류가 흐르는 그 실에 나의 질문들이 접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는…."]

KBS 뉴스 임재성입니다.

촬영기자:정형철/영상편집:박주연/그래픽:최창준 김지혜 박미주/내레이션:아나운서 이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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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고통·기억’으로 쌓아 올린 ‘한강 문학’
    • 입력 2024-12-11 07:35:26
    • 수정2024-12-11 08: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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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작가 한강은 주류를 따르기보다 자신만의 철학과 독창적인 문체로, 이른바 '한강 문학'을 만들어왔습니다.

쉼 없는 고뇌와 고집스러운 열정으로, 한국 문학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데요.

등단부터 노벨문학상 수상까지, 한강의 문학 여정을 임재성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작가 한강의 출발은 '시'였습니다.

"내적 열기를 뿜어내는 무당의 춤 같다." 첫 작품 '편지'로 윤동주 문학상을 받을 당시 심사평입니다.

그리고 이듬해, 계간지에 발표한 5편의 시로 등단했습니다.

['얼음꽃' - 한강/1993 : "계절이여 오라. 눈발이여 퍼부어라. 이 불타는 수액을 뒤덮어다오."]

스물넷, 한강은 소설로 인간 탐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병든 섬마을 청년에 이어, 식물인간, 고아, 백치까지.

한강은 이들을 통해 외로움과 고통의 본질을 끊임없이 질문했습니다.

당시 사회 부조리에 집중하던 주류 문학과는 달랐던 '파격'이었고, 이는 곧 '한강 문학'의 시작이었습니다.

[조연정/문학평론가 : "(주류 소설이) 어떤 역사와 사회와 국가의 문제에 대해서 굉장히 굵직굵직한 문제 제기를 했다면 한강 작가 같은 경우에는 보다 더 근본적인 인간의 문제에 대해서 다루는 작가였다고…."]

해를 거듭하며 한강의 질문은 더 깊어지고 집요해졌습니다.

인물을 극한으로 내몰며 인간의 폭력과 고통, 기억에 천착했고, 2005년 발표한 '몽고반점', 2년 뒤 펴낸 '채식주의자'로 이어지며 그의 소설은 옷을 갈아입습니다.

감정의 절정마다 등장하는 '한강 표 이탤릭체', 어두운 현실을 처연하고 아름다운 시적 문장으로 대비시키는 특유의 문체는 이때 자리 잡았습니다.

[보이드 톤킨/맨부커상 심사위원장/2016년 : "(채식주의자는) 암울하고, 잔혹한 작품이지만, 동시에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번역도 놀랍고요."]

인간 내면에 대한 한강의 갈증은 역사와 만나 폭발성을 갖게 됩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에서 제주 4.3 사건으로.

[한강/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中 : "마치 수천 명의 남녀들과 야윈 아이들이 어깨를 웅크린 채 눈을 맞고 있는 것 같았다."]

30년의 시간을 거쳐 한강 문학은 마침내 '화해', '치유'라는 답에 도달했습니다.

45권에 이르는 치열한 여정, 한국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점으로 이제 작가 한강이 던지는 새로운 질문은 바로 '생명'입니다.

[한강/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 "언어가 우리를 잇는 실이라는 것을, 생명의 빛과 전류가 흐르는 그 실에 나의 질문들이 접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는…."]

KBS 뉴스 임재성입니다.

촬영기자:정형철/영상편집:박주연/그래픽:최창준 김지혜 박미주/내레이션:아나운서 이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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