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저도 주변에서 그런 분 봤지만 아이를 낳고 우울증에 걸리시는 분들, 적지 않으시더라구요.
그런데도 금방 나아지겠지? 하고 넘겨 버리시는 분들 계시는데요. 하지만 결코 그렇게 가볍게 볼 문제는 아니라고 하죠?
그렇습니다.
산후 우울증 과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지금부터 기현정 기자가 그 해답을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산후 우울증 꽤 심각한가 봐요?
<리포트>
네. 한 조사에 따르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출산 여성 열 명 중 여덟 명이 우울증을 경험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산후우울증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인데요, 며칠 전에는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던 한 산모가 낳은 지 한 달도 안된 갓난아이를 안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일어났습니다.
방치할 경우 자살과 가정파탄에까지 이를 수 있는 산후 우울증, 집중 취재했습니다.
지난 15일 새벽, 한 아파트 화단에서 2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태어난 지 20일밖에 안된 갓난아기를 품에 안은 상태였습니다.
<인터뷰>정기환(제천 청전지구대 경찰) : “처음에 저희가 신고를 접하고 바로 왔을 적에 이쯤에 아기 머리 방향은 12시 방향으로 하고 있었고, 아이 어머니가 이쯤에서 아이와 같이 머리방향이 12시 방향으로 되어 하늘을 보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아파트 13층에서 몸을 던진 김 모씨는 불과 20일 전 쌍둥이를 출산한 산모였습니다. 한참 산후조리를 했어야할 시기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유, 바로 우울증 때문이었습니다.
<인터뷰>김영원(충북 제천경찰서) : “산후조리를 하면서 산후 우울증이 심했나 봐요. 산후 우울증이 심해서 가족들한테 남편한테 같이 죽자, 살고 싶지 않다 애를 못 키우겠다 그런 얘기를 자주하고..가족들이 설득을 했는데도 점점 심해져서”
우울증은 김씨가 아기를 출산한 직후 찾아왔습니다. 우울증이 점차 심해지자 친정식구들이 아기를 돌보고 있었다는데요,
<인터뷰>김영원(충북 제천경찰서) : “아기가 쌍둥이니까 작은애는 산모가 데리고 자고 큰애는 처형이 데리고 잤는데 처형이 잠깐 잠든 사이에 작은 방 베란다 문을 열고 뛰어내린 거예요. 집에 처형이랑 같이 자고 있었던 겁니다”
김씨가 다니던 산부인과에 찾아가 봤는데요. 담당의사는 출산 전에는 김씨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말합니다. 다만 태어난 아기가 몇 차례의 병원치료를 받았다고 합니다.
<인터뷰>김용관(산부인과 주치의) : “큰애가 2.5킬로, 작은 애가 2.2킬로..둘째 아이가 분만 후에 이틀째부턴가 상태가 좀 좋지 않아서 대학병원에 가서 입원 치료를 하고 그리고 며칠 있다가 퇴원을 했었죠”
김씨는 자신의 몸을 추스르기도 전 아이의 건강문제 때문에 적지 않게 맘고생을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극도의 우울증에 빠졌던 김 씨는 숨지기 전 정신과 치료까지 받으려 했다고 합니다.
<인터뷰>故 김씨 친언니 : “혼자 고민을 많이 했나봐. 쌍둥이를 어떻게 키워야 되나 그러면서 우리가 치료를 해주려고 (병원에)가자고 그랬는데 어차피 자기 몫이라고 생각을 했나 봐요. 결론은 내 몫이 다 언니도 있고 엄마도 있지만 결국은 내 몫이다 자기 혼자 자책하고 지내고 있던 게 현실로 실행에 옮긴 것 같아요”
이처럼 충격적인 사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앞서 지난 8월에는 경남 거제대교에서 28살 최모씨가 두 자녀와 함께 바다에 뛰어들었습니다.
최씨는 바로 헤엄쳐 나왔지만 세 살배기 아들과 태어난지 넉 달된 딸은 숨진 채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됐습니다.
<인터뷰>원준희(거제경찰서 강력팀장) : “차 속에서 1시간 반경 대기하는 과정에서 갑자기 뛰어내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답니다”
최씨 역시 둘째를 낳은 뒤 심한 우울증을 겪어왔던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최씨나 가족들 모두 후회했겠지만 이미 두 자녀는 숨진 뒤였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자살까지 부를 수 있는 산후우울증이 산모들에게는 흔한 증상이라는 겁니다. 두 달 전 둘째를 낳은 임모씨 역시 한때 심각한 산후우울증에 시달렸습니다.
<인터뷰>임모씨(산후 우울증 환자) : “전깃줄로 장롱 안에 옷걸이에 목을 매달았던 적도 있었고 수면제가 있으면 먹어볼까 생각하다가 하염없이 돌아다니다가 차에 뛰어들까 그 생각이 정말 많이 들었어요”
다른 산모들과는 달리 임씨는 임신 중에 우울증이 찾아왔다는데요. 출산 후에는 증세가 더 심해져 결국 아기를 직접 돌볼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인터뷰>임모씨(산후 우울증 환자) : “기분이 계속 그냥 저절로 화가 나고 저절로 짜증이 나고 그렇게 되니까 한번 싸우고 나서 애를 때려죽이고 싶은 생각이..어떻게 하고 나도 죽고 싶고..지금 제가 아기를 별로 안 예뻐하니까 그건 너무 미안한데 지금 엄마가 봐주시고 계세요”
임씨의 우울증 때문에 가족들마저 힘든 시간을 보내야했습니다. 임씨의 돌발행동으로 남편과의 불화도 끊이질 않았다고 합니다.
<인터뷰>임씨 남편 : “내가 잘못하지도 않았는데 너무 과장되게 생각하고 그럴 때는 이 사람 뭔가 문제가 있다. 병원에 데려가야겠다는 생각은 못하고 매일매일 토닥토닥 싸우고 그렇게 해서 집에 들어가기 싫다 이런 생각도 했었고.. 그래서 밖으로 돌기도 했었고.. 이혼을 마음속으로 생각한 적 있어요”
임씨는 자신을 이해 못하는 주위사람들 때문에 더 괴로웠다고 합니다.
<인터뷰>임모씨(산후 우울증 환자) : “주변에서 자기가 마음먹기 나름이지 그런 식으로 비아냥거리면서 이야기 하니까 그게 좀 힘들더라고요. 난 정말 죽으려고 그랬는데..”
증세가 더 심해지자 임씨는 남편과 병원을 찾았습니다. 다행히 한달 정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고 합니다.
<인터뷰>송진관(정신과 원장) : “자기 스스로 감정조절을 못하고 비관적인 생각들이 너무 많이 있기 때문에 자기 스스로의 판단으로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그런 상태였고 가족들의 도움이나 약물치료 같은 치료적인 도움이 반드시 있어야만 되는 상황이었거든요”
아주 극단적인 산후우울증을 겪는 것은 천명에 한 두 명 정도지만, 한 의료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산모 열 명 중 여덟 명이 크고 작은 산후 우울증을 한번쯤 경험한다고 합니다.
특히 산후 우울증은 임신과 출산과정의 생리적인 변화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데요.
<인터뷰>임세원 교수(고려대 안암병원 우울증센터) : “호르몬의 변화들이 감정상태의 불안전성을 유발하고 이런 것들은 누구나 경험하는 건데 이게 사람의 성격이나 어떤 주변의 여건 가족들과의 관계 또 아이가 원했던 아이인지 아닌지 그런 어떤 사회경제적인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을 하면서 산후우울증으로 진화 심해지는 경우가 있게 되는 거죠”
이처럼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적극적으로 치료를 하게 되면 90%정도는 반드시 회복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여성들은 치료를 꺼리거나 아예 생각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터뷰>김보영(주부) : “우는 거 외에는 달리 푸는 방법이 없잖아요. (산후) 조리하느라 계속 갇혀있는 상황이니까 달리 할 수 있는 취미 생활이라든가 뭐 스트레스를 풀려고 하는 공간도 없고 그나마 하는 것은 서로 울면서 얘기하는 거 외에는 없었죠”
특히 치료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바로 가족들의 관심과 배려라고 합니다. 가족들이 우울증에 시달리는 산모를 어떻게 돌보고 대하느냐에 따라 우울증이 호전될 수도 더 나빠질 수도 있다고 하는데요, 특히 남편의 무관심은 우울증을 악화시키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합니다.
<인터뷰>장지현(산모) : “남편의 협조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같이 감정을 공유해주고 이해를 해주는 것, 네가 힘들다는 걸 내가 안다는 걸 같이 이해해주는 것..너 왜 힘드니가 아니라 그래 너 힘들겠다 이렇게 이해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임신과 출산은 큰 기쁨과 축복인 동시에, 산모에게는 커다란 부담과 고통도 따르는 만큼, 남편과 가족들의 이해와 배려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심해질 경우,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을 하셔야 한다는 것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저도 주변에서 그런 분 봤지만 아이를 낳고 우울증에 걸리시는 분들, 적지 않으시더라구요.
그런데도 금방 나아지겠지? 하고 넘겨 버리시는 분들 계시는데요. 하지만 결코 그렇게 가볍게 볼 문제는 아니라고 하죠?
그렇습니다.
산후 우울증 과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지금부터 기현정 기자가 그 해답을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산후 우울증 꽤 심각한가 봐요?
<리포트>
네. 한 조사에 따르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출산 여성 열 명 중 여덟 명이 우울증을 경험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산후우울증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인데요, 며칠 전에는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던 한 산모가 낳은 지 한 달도 안된 갓난아이를 안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일어났습니다.
방치할 경우 자살과 가정파탄에까지 이를 수 있는 산후 우울증, 집중 취재했습니다.
지난 15일 새벽, 한 아파트 화단에서 2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태어난 지 20일밖에 안된 갓난아기를 품에 안은 상태였습니다.
<인터뷰>정기환(제천 청전지구대 경찰) : “처음에 저희가 신고를 접하고 바로 왔을 적에 이쯤에 아기 머리 방향은 12시 방향으로 하고 있었고, 아이 어머니가 이쯤에서 아이와 같이 머리방향이 12시 방향으로 되어 하늘을 보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아파트 13층에서 몸을 던진 김 모씨는 불과 20일 전 쌍둥이를 출산한 산모였습니다. 한참 산후조리를 했어야할 시기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유, 바로 우울증 때문이었습니다.
<인터뷰>김영원(충북 제천경찰서) : “산후조리를 하면서 산후 우울증이 심했나 봐요. 산후 우울증이 심해서 가족들한테 남편한테 같이 죽자, 살고 싶지 않다 애를 못 키우겠다 그런 얘기를 자주하고..가족들이 설득을 했는데도 점점 심해져서”
우울증은 김씨가 아기를 출산한 직후 찾아왔습니다. 우울증이 점차 심해지자 친정식구들이 아기를 돌보고 있었다는데요,
<인터뷰>김영원(충북 제천경찰서) : “아기가 쌍둥이니까 작은애는 산모가 데리고 자고 큰애는 처형이 데리고 잤는데 처형이 잠깐 잠든 사이에 작은 방 베란다 문을 열고 뛰어내린 거예요. 집에 처형이랑 같이 자고 있었던 겁니다”
김씨가 다니던 산부인과에 찾아가 봤는데요. 담당의사는 출산 전에는 김씨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말합니다. 다만 태어난 아기가 몇 차례의 병원치료를 받았다고 합니다.
<인터뷰>김용관(산부인과 주치의) : “큰애가 2.5킬로, 작은 애가 2.2킬로..둘째 아이가 분만 후에 이틀째부턴가 상태가 좀 좋지 않아서 대학병원에 가서 입원 치료를 하고 그리고 며칠 있다가 퇴원을 했었죠”
김씨는 자신의 몸을 추스르기도 전 아이의 건강문제 때문에 적지 않게 맘고생을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극도의 우울증에 빠졌던 김 씨는 숨지기 전 정신과 치료까지 받으려 했다고 합니다.
<인터뷰>故 김씨 친언니 : “혼자 고민을 많이 했나봐. 쌍둥이를 어떻게 키워야 되나 그러면서 우리가 치료를 해주려고 (병원에)가자고 그랬는데 어차피 자기 몫이라고 생각을 했나 봐요. 결론은 내 몫이 다 언니도 있고 엄마도 있지만 결국은 내 몫이다 자기 혼자 자책하고 지내고 있던 게 현실로 실행에 옮긴 것 같아요”
이처럼 충격적인 사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앞서 지난 8월에는 경남 거제대교에서 28살 최모씨가 두 자녀와 함께 바다에 뛰어들었습니다.
최씨는 바로 헤엄쳐 나왔지만 세 살배기 아들과 태어난지 넉 달된 딸은 숨진 채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됐습니다.
<인터뷰>원준희(거제경찰서 강력팀장) : “차 속에서 1시간 반경 대기하는 과정에서 갑자기 뛰어내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답니다”
최씨 역시 둘째를 낳은 뒤 심한 우울증을 겪어왔던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최씨나 가족들 모두 후회했겠지만 이미 두 자녀는 숨진 뒤였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자살까지 부를 수 있는 산후우울증이 산모들에게는 흔한 증상이라는 겁니다. 두 달 전 둘째를 낳은 임모씨 역시 한때 심각한 산후우울증에 시달렸습니다.
<인터뷰>임모씨(산후 우울증 환자) : “전깃줄로 장롱 안에 옷걸이에 목을 매달았던 적도 있었고 수면제가 있으면 먹어볼까 생각하다가 하염없이 돌아다니다가 차에 뛰어들까 그 생각이 정말 많이 들었어요”
다른 산모들과는 달리 임씨는 임신 중에 우울증이 찾아왔다는데요. 출산 후에는 증세가 더 심해져 결국 아기를 직접 돌볼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인터뷰>임모씨(산후 우울증 환자) : “기분이 계속 그냥 저절로 화가 나고 저절로 짜증이 나고 그렇게 되니까 한번 싸우고 나서 애를 때려죽이고 싶은 생각이..어떻게 하고 나도 죽고 싶고..지금 제가 아기를 별로 안 예뻐하니까 그건 너무 미안한데 지금 엄마가 봐주시고 계세요”
임씨의 우울증 때문에 가족들마저 힘든 시간을 보내야했습니다. 임씨의 돌발행동으로 남편과의 불화도 끊이질 않았다고 합니다.
<인터뷰>임씨 남편 : “내가 잘못하지도 않았는데 너무 과장되게 생각하고 그럴 때는 이 사람 뭔가 문제가 있다. 병원에 데려가야겠다는 생각은 못하고 매일매일 토닥토닥 싸우고 그렇게 해서 집에 들어가기 싫다 이런 생각도 했었고.. 그래서 밖으로 돌기도 했었고.. 이혼을 마음속으로 생각한 적 있어요”
임씨는 자신을 이해 못하는 주위사람들 때문에 더 괴로웠다고 합니다.
<인터뷰>임모씨(산후 우울증 환자) : “주변에서 자기가 마음먹기 나름이지 그런 식으로 비아냥거리면서 이야기 하니까 그게 좀 힘들더라고요. 난 정말 죽으려고 그랬는데..”
증세가 더 심해지자 임씨는 남편과 병원을 찾았습니다. 다행히 한달 정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고 합니다.
<인터뷰>송진관(정신과 원장) : “자기 스스로 감정조절을 못하고 비관적인 생각들이 너무 많이 있기 때문에 자기 스스로의 판단으로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그런 상태였고 가족들의 도움이나 약물치료 같은 치료적인 도움이 반드시 있어야만 되는 상황이었거든요”
아주 극단적인 산후우울증을 겪는 것은 천명에 한 두 명 정도지만, 한 의료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산모 열 명 중 여덟 명이 크고 작은 산후 우울증을 한번쯤 경험한다고 합니다.
특히 산후 우울증은 임신과 출산과정의 생리적인 변화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데요.
<인터뷰>임세원 교수(고려대 안암병원 우울증센터) : “호르몬의 변화들이 감정상태의 불안전성을 유발하고 이런 것들은 누구나 경험하는 건데 이게 사람의 성격이나 어떤 주변의 여건 가족들과의 관계 또 아이가 원했던 아이인지 아닌지 그런 어떤 사회경제적인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을 하면서 산후우울증으로 진화 심해지는 경우가 있게 되는 거죠”
이처럼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적극적으로 치료를 하게 되면 90%정도는 반드시 회복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여성들은 치료를 꺼리거나 아예 생각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터뷰>김보영(주부) : “우는 거 외에는 달리 푸는 방법이 없잖아요. (산후) 조리하느라 계속 갇혀있는 상황이니까 달리 할 수 있는 취미 생활이라든가 뭐 스트레스를 풀려고 하는 공간도 없고 그나마 하는 것은 서로 울면서 얘기하는 거 외에는 없었죠”
특히 치료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바로 가족들의 관심과 배려라고 합니다. 가족들이 우울증에 시달리는 산모를 어떻게 돌보고 대하느냐에 따라 우울증이 호전될 수도 더 나빠질 수도 있다고 하는데요, 특히 남편의 무관심은 우울증을 악화시키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합니다.
<인터뷰>장지현(산모) : “남편의 협조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같이 감정을 공유해주고 이해를 해주는 것, 네가 힘들다는 걸 내가 안다는 걸 같이 이해해주는 것..너 왜 힘드니가 아니라 그래 너 힘들겠다 이렇게 이해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임신과 출산은 큰 기쁨과 축복인 동시에, 산모에게는 커다란 부담과 고통도 따르는 만큼, 남편과 가족들의 이해와 배려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심해질 경우,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을 하셔야 한다는 것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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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 따라잡기]자살까지 부른 ‘산후 우울증’
-
- 입력 2005-12-19 08:16:58
<앵커 멘트>
저도 주변에서 그런 분 봤지만 아이를 낳고 우울증에 걸리시는 분들, 적지 않으시더라구요.
그런데도 금방 나아지겠지? 하고 넘겨 버리시는 분들 계시는데요. 하지만 결코 그렇게 가볍게 볼 문제는 아니라고 하죠?
그렇습니다.
산후 우울증 과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지금부터 기현정 기자가 그 해답을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산후 우울증 꽤 심각한가 봐요?
<리포트>
네. 한 조사에 따르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출산 여성 열 명 중 여덟 명이 우울증을 경험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산후우울증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인데요, 며칠 전에는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던 한 산모가 낳은 지 한 달도 안된 갓난아이를 안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일어났습니다.
방치할 경우 자살과 가정파탄에까지 이를 수 있는 산후 우울증, 집중 취재했습니다.
지난 15일 새벽, 한 아파트 화단에서 2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태어난 지 20일밖에 안된 갓난아기를 품에 안은 상태였습니다.
<인터뷰>정기환(제천 청전지구대 경찰) : “처음에 저희가 신고를 접하고 바로 왔을 적에 이쯤에 아기 머리 방향은 12시 방향으로 하고 있었고, 아이 어머니가 이쯤에서 아이와 같이 머리방향이 12시 방향으로 되어 하늘을 보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아파트 13층에서 몸을 던진 김 모씨는 불과 20일 전 쌍둥이를 출산한 산모였습니다. 한참 산후조리를 했어야할 시기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유, 바로 우울증 때문이었습니다.
<인터뷰>김영원(충북 제천경찰서) : “산후조리를 하면서 산후 우울증이 심했나 봐요. 산후 우울증이 심해서 가족들한테 남편한테 같이 죽자, 살고 싶지 않다 애를 못 키우겠다 그런 얘기를 자주하고..가족들이 설득을 했는데도 점점 심해져서”
우울증은 김씨가 아기를 출산한 직후 찾아왔습니다. 우울증이 점차 심해지자 친정식구들이 아기를 돌보고 있었다는데요,
<인터뷰>김영원(충북 제천경찰서) : “아기가 쌍둥이니까 작은애는 산모가 데리고 자고 큰애는 처형이 데리고 잤는데 처형이 잠깐 잠든 사이에 작은 방 베란다 문을 열고 뛰어내린 거예요. 집에 처형이랑 같이 자고 있었던 겁니다”
김씨가 다니던 산부인과에 찾아가 봤는데요. 담당의사는 출산 전에는 김씨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말합니다. 다만 태어난 아기가 몇 차례의 병원치료를 받았다고 합니다.
<인터뷰>김용관(산부인과 주치의) : “큰애가 2.5킬로, 작은 애가 2.2킬로..둘째 아이가 분만 후에 이틀째부턴가 상태가 좀 좋지 않아서 대학병원에 가서 입원 치료를 하고 그리고 며칠 있다가 퇴원을 했었죠”
김씨는 자신의 몸을 추스르기도 전 아이의 건강문제 때문에 적지 않게 맘고생을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극도의 우울증에 빠졌던 김 씨는 숨지기 전 정신과 치료까지 받으려 했다고 합니다.
<인터뷰>故 김씨 친언니 : “혼자 고민을 많이 했나봐. 쌍둥이를 어떻게 키워야 되나 그러면서 우리가 치료를 해주려고 (병원에)가자고 그랬는데 어차피 자기 몫이라고 생각을 했나 봐요. 결론은 내 몫이 다 언니도 있고 엄마도 있지만 결국은 내 몫이다 자기 혼자 자책하고 지내고 있던 게 현실로 실행에 옮긴 것 같아요”
이처럼 충격적인 사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앞서 지난 8월에는 경남 거제대교에서 28살 최모씨가 두 자녀와 함께 바다에 뛰어들었습니다.
최씨는 바로 헤엄쳐 나왔지만 세 살배기 아들과 태어난지 넉 달된 딸은 숨진 채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됐습니다.
<인터뷰>원준희(거제경찰서 강력팀장) : “차 속에서 1시간 반경 대기하는 과정에서 갑자기 뛰어내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답니다”
최씨 역시 둘째를 낳은 뒤 심한 우울증을 겪어왔던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최씨나 가족들 모두 후회했겠지만 이미 두 자녀는 숨진 뒤였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자살까지 부를 수 있는 산후우울증이 산모들에게는 흔한 증상이라는 겁니다. 두 달 전 둘째를 낳은 임모씨 역시 한때 심각한 산후우울증에 시달렸습니다.
<인터뷰>임모씨(산후 우울증 환자) : “전깃줄로 장롱 안에 옷걸이에 목을 매달았던 적도 있었고 수면제가 있으면 먹어볼까 생각하다가 하염없이 돌아다니다가 차에 뛰어들까 그 생각이 정말 많이 들었어요”
다른 산모들과는 달리 임씨는 임신 중에 우울증이 찾아왔다는데요. 출산 후에는 증세가 더 심해져 결국 아기를 직접 돌볼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인터뷰>임모씨(산후 우울증 환자) : “기분이 계속 그냥 저절로 화가 나고 저절로 짜증이 나고 그렇게 되니까 한번 싸우고 나서 애를 때려죽이고 싶은 생각이..어떻게 하고 나도 죽고 싶고..지금 제가 아기를 별로 안 예뻐하니까 그건 너무 미안한데 지금 엄마가 봐주시고 계세요”
임씨의 우울증 때문에 가족들마저 힘든 시간을 보내야했습니다. 임씨의 돌발행동으로 남편과의 불화도 끊이질 않았다고 합니다.
<인터뷰>임씨 남편 : “내가 잘못하지도 않았는데 너무 과장되게 생각하고 그럴 때는 이 사람 뭔가 문제가 있다. 병원에 데려가야겠다는 생각은 못하고 매일매일 토닥토닥 싸우고 그렇게 해서 집에 들어가기 싫다 이런 생각도 했었고.. 그래서 밖으로 돌기도 했었고.. 이혼을 마음속으로 생각한 적 있어요”
임씨는 자신을 이해 못하는 주위사람들 때문에 더 괴로웠다고 합니다.
<인터뷰>임모씨(산후 우울증 환자) : “주변에서 자기가 마음먹기 나름이지 그런 식으로 비아냥거리면서 이야기 하니까 그게 좀 힘들더라고요. 난 정말 죽으려고 그랬는데..”
증세가 더 심해지자 임씨는 남편과 병원을 찾았습니다. 다행히 한달 정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고 합니다.
<인터뷰>송진관(정신과 원장) : “자기 스스로 감정조절을 못하고 비관적인 생각들이 너무 많이 있기 때문에 자기 스스로의 판단으로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그런 상태였고 가족들의 도움이나 약물치료 같은 치료적인 도움이 반드시 있어야만 되는 상황이었거든요”
아주 극단적인 산후우울증을 겪는 것은 천명에 한 두 명 정도지만, 한 의료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산모 열 명 중 여덟 명이 크고 작은 산후 우울증을 한번쯤 경험한다고 합니다.
특히 산후 우울증은 임신과 출산과정의 생리적인 변화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데요.
<인터뷰>임세원 교수(고려대 안암병원 우울증센터) : “호르몬의 변화들이 감정상태의 불안전성을 유발하고 이런 것들은 누구나 경험하는 건데 이게 사람의 성격이나 어떤 주변의 여건 가족들과의 관계 또 아이가 원했던 아이인지 아닌지 그런 어떤 사회경제적인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을 하면서 산후우울증으로 진화 심해지는 경우가 있게 되는 거죠”
이처럼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적극적으로 치료를 하게 되면 90%정도는 반드시 회복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여성들은 치료를 꺼리거나 아예 생각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터뷰>김보영(주부) : “우는 거 외에는 달리 푸는 방법이 없잖아요. (산후) 조리하느라 계속 갇혀있는 상황이니까 달리 할 수 있는 취미 생활이라든가 뭐 스트레스를 풀려고 하는 공간도 없고 그나마 하는 것은 서로 울면서 얘기하는 거 외에는 없었죠”
특히 치료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바로 가족들의 관심과 배려라고 합니다. 가족들이 우울증에 시달리는 산모를 어떻게 돌보고 대하느냐에 따라 우울증이 호전될 수도 더 나빠질 수도 있다고 하는데요, 특히 남편의 무관심은 우울증을 악화시키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합니다.
<인터뷰>장지현(산모) : “남편의 협조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같이 감정을 공유해주고 이해를 해주는 것, 네가 힘들다는 걸 내가 안다는 걸 같이 이해해주는 것..너 왜 힘드니가 아니라 그래 너 힘들겠다 이렇게 이해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임신과 출산은 큰 기쁨과 축복인 동시에, 산모에게는 커다란 부담과 고통도 따르는 만큼, 남편과 가족들의 이해와 배려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심해질 경우,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을 하셔야 한다는 것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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