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가 전국 243개 지방의회(17개 시·도 의회, 226개 기초자치단체 의회) 의원들이 최근 3년 동안 다녀온 해외 출장을 전수 조사했습니다.
항공권을 위조해 실제 항공료보다 더 많은 경비를 타내는 등 예산 부정 사용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포토샵으로 항공권 금액 조작" 항공료 과다 청구 '18억 낭비'
전국 243개 지방의회 의원들이 3년 동안 다녀온 해외 출장은 모두 915건이었고, 지출된 예산은 355억 규모였습니다.
항공권을 위조하거나 변조해 실제보다 과도한 예산을 타낸 사례는 전체의 44%인 405건으로 파악됐습니다.
충남도의회는 2022년 해외 출장에서 1인당 164만원인 항공료를 2배가 넘는 338만원으로 과다 청구했는데요. 포토샵과 같은 사진 편집프로그램을 이용해 실제보다 항공료가 2배 가량 비싼 것처럼 꾸며 예산을 타냈습니다. 10명에게 초과 지급된 금액은 모두 1천741만원에 달했습니다.
울산시의회도 올해 태국 출장차 구입한 항공권의 금액을 2배 정도 과다 청구하고는 항공권의 QR코드를 인식하지 못하게 고의로 훼손했습니다. 권익위가 QR코드를 복구해 과다 청구를 확인했습니다. 권익위는 비용 허위 청구가 형사 처벌에 이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밖에도 지방의원 의전을 위해 과도하게 많은 의회 직원을 출장에 동원하고 직원의 부담금을 대신 납부하는 행위도 117건, 13%에 달했습니다. 이는 공직선거법 113조에 따라 금지되는 기부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게 권익위의 설명입니다.
■루브르 박물관·토트넘 축구 경기장 방문…입장료와 통역비는 예산으로 지출
업무 출장 중 관광지를 방문한 뒤 입장료와 가이드 비용 등을 예산으로 지급한 사례도 많았습니다.
서울 동대문구의회는 2022년 일본을 방문해 도쿄 롯폰기힐스 모리타워, 온천 등 관광지 입장료로 90만 원, 가이드 비용 160만 원을 의회 예산으로 지출했습니다.
대구 수성구의회는 지난해 이탈리아 바티칸 박물관과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등을 방문하고 인솔자 비용으로 3백만 원을 지출했습니다.
강원 춘천시의회는 지난해 영국·프랑스 출장에서 토트넘 축구 경기장과 영화관 등을 방문했는데 방문비와 통역비 명목으로 4백만 원을 썼습니다. 결과 보고서에 면담자 이름은 기재하지도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해외 출장에 화투, 트럼프 챙기고…소주 45병·깻잎·육포까지 예산으로 구입
지방 의원들이 해외 출장 예산으로 화투, 깻잎과 육포 등 안주와 소주 45병 등을 구입한 내역(자료제공: 국민권익위원회)
출장 예산으로 업무와 무관한 소주와 화투, 숙취해소제, 영양제, 핸드크림 등을 구입한 사례들도 확인됐습니다.
전남도의회는 올해 베트남 출장에서 화투, 술, 육포, 믹스커피, 컵라면 등을 사는 데 76만 원을 썼고, 서울 관악구의회는 올해 미국 출장에서 칫솔과 깻잎 통조림 등에 약 249만 원, 피로회복제에 106만 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권익위 조사 결과, 해외 출장 결과 보고서 작성도 대체로 부실했습니다. 출장 결과 보고서를 안 쓰거나, 여행사에 보고서 작성을 위탁하고 그 비용을 예산으로 지출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출장을 가기로 한 지방 의원들이 '의원 간 불화'를 이유로 취소해 취소 수수료 275만 원을 예산으로 지출하기도 했습니다.
권익위는 "지방자치단체마다 국외 출장 심사위원회를 운영하지만, 지방의원이 심사위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 동료 의원들과의 관계, 향후 자신의 출장 고려 등으로 공정한 심사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심사위에 속한 지방의원이 자신의 출장을 심사"하는 이른바 '셀프 심사' 사례도 있었습니다.
권익위는 심사위원회를 전원 외부위원으로 구성하게 하는 등 개선 방안을 추진하고, 조사 결과와 관련한 책자도 발간할 예정입니다.
아울러 허위 비용 청구 등 범죄 행위에 대해서는 수사 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고, 징계·환수 등 조치가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지자체와 지방의회에 통보하기로 했습니다.
인포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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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출장에 항공료 부풀리고, 소주·화투까지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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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4-12-16 16:56:24
국민권익위원회가 전국 243개 지방의회(17개 시·도 의회, 226개 기초자치단체 의회) 의원들이 최근 3년 동안 다녀온 해외 출장을 전수 조사했습니다.
항공권을 위조해 실제 항공료보다 더 많은 경비를 타내는 등 예산 부정 사용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포토샵으로 항공권 금액 조작" 항공료 과다 청구 '18억 낭비'
전국 243개 지방의회 의원들이 3년 동안 다녀온 해외 출장은 모두 915건이었고, 지출된 예산은 355억 규모였습니다.
항공권을 위조하거나 변조해 실제보다 과도한 예산을 타낸 사례는 전체의 44%인 405건으로 파악됐습니다.
충남도의회는 2022년 해외 출장에서 1인당 164만원인 항공료를 2배가 넘는 338만원으로 과다 청구했는데요. 포토샵과 같은 사진 편집프로그램을 이용해 실제보다 항공료가 2배 가량 비싼 것처럼 꾸며 예산을 타냈습니다. 10명에게 초과 지급된 금액은 모두 1천741만원에 달했습니다.
울산시의회도 올해 태국 출장차 구입한 항공권의 금액을 2배 정도 과다 청구하고는 항공권의 QR코드를 인식하지 못하게 고의로 훼손했습니다. 권익위가 QR코드를 복구해 과다 청구를 확인했습니다. 권익위는 비용 허위 청구가 형사 처벌에 이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밖에도 지방의원 의전을 위해 과도하게 많은 의회 직원을 출장에 동원하고 직원의 부담금을 대신 납부하는 행위도 117건, 13%에 달했습니다. 이는 공직선거법 113조에 따라 금지되는 기부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게 권익위의 설명입니다.
■루브르 박물관·토트넘 축구 경기장 방문…입장료와 통역비는 예산으로 지출
업무 출장 중 관광지를 방문한 뒤 입장료와 가이드 비용 등을 예산으로 지급한 사례도 많았습니다.
서울 동대문구의회는 2022년 일본을 방문해 도쿄 롯폰기힐스 모리타워, 온천 등 관광지 입장료로 90만 원, 가이드 비용 160만 원을 의회 예산으로 지출했습니다.
대구 수성구의회는 지난해 이탈리아 바티칸 박물관과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등을 방문하고 인솔자 비용으로 3백만 원을 지출했습니다.
강원 춘천시의회는 지난해 영국·프랑스 출장에서 토트넘 축구 경기장과 영화관 등을 방문했는데 방문비와 통역비 명목으로 4백만 원을 썼습니다. 결과 보고서에 면담자 이름은 기재하지도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해외 출장에 화투, 트럼프 챙기고…소주 45병·깻잎·육포까지 예산으로 구입
출장 예산으로 업무와 무관한 소주와 화투, 숙취해소제, 영양제, 핸드크림 등을 구입한 사례들도 확인됐습니다.
전남도의회는 올해 베트남 출장에서 화투, 술, 육포, 믹스커피, 컵라면 등을 사는 데 76만 원을 썼고, 서울 관악구의회는 올해 미국 출장에서 칫솔과 깻잎 통조림 등에 약 249만 원, 피로회복제에 106만 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권익위 조사 결과, 해외 출장 결과 보고서 작성도 대체로 부실했습니다. 출장 결과 보고서를 안 쓰거나, 여행사에 보고서 작성을 위탁하고 그 비용을 예산으로 지출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출장을 가기로 한 지방 의원들이 '의원 간 불화'를 이유로 취소해 취소 수수료 275만 원을 예산으로 지출하기도 했습니다.
권익위는 "지방자치단체마다 국외 출장 심사위원회를 운영하지만, 지방의원이 심사위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 동료 의원들과의 관계, 향후 자신의 출장 고려 등으로 공정한 심사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심사위에 속한 지방의원이 자신의 출장을 심사"하는 이른바 '셀프 심사' 사례도 있었습니다.
권익위는 심사위원회를 전원 외부위원으로 구성하게 하는 등 개선 방안을 추진하고, 조사 결과와 관련한 책자도 발간할 예정입니다.
아울러 허위 비용 청구 등 범죄 행위에 대해서는 수사 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고, 징계·환수 등 조치가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지자체와 지방의회에 통보하기로 했습니다.
인포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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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은 기자 paz@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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