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여행 중 500번째 헌혈…“1004번 헌혈이 목표”

입력 2024.12.18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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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500번째 헌혈 기록을 세운 김진훈 씨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제주특별자치도혈액원 제공지난 14일 500번째 헌혈 기록을 세운 김진훈 씨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제주특별자치도혈액원 제공

지난 14일 제주도 서귀포시 서홍동 헌혈의 집 서귀포센터. 빨간 셔츠를 입은 사내가 여러 검사를 마치고 채혈실로 들어왔습니다. 2주 만에 다시 찾은 헌혈의 집, 오늘도 헌혈해도 된다는 '합격' 판정을 무사히 받았습니다.

의자에 기대어 앉은 그의 쭉 뻗은 오른팔 위로 알코올을 머금은 솜이 차갑게 스쳐 지나갔습니다. 주삿바늘이 들어가고, 손을 쥐었다가 폈다를 반복하길 1시간. 또 하나의 귀중한 생명을 살릴 혈액 한 팩이 채워졌습니다.

경기도 화성에 사는 직장인 김진훈(42) 씨가 제주에서 참여한 생애 500번째 헌혈입니다.

대한적십자사 제주특별자치도혈액원은 김진훈 씨가 지난 14일, 서귀포시 서홍동에 있는 헌혈의 집 서귀포센터에서 헌혈 500회를 달성했다고 밝혔습니다. 제주에서는 10번째 '500회 헌혈자', 전국에서는 73번째 '500회 헌혈자' 입니다.

■ 고교 1학년 첫 헌혈…전국 최연소 헌혈 100회 기록도

전북 익산 출신인 김 씨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헌혈에 동참했습니다. 학교로 찾아온 헌혈 버스가 계기였습니다. 이후로도 친구들과 하굣길에 헌혈의 집을 종종 들렀습니다.

"익산역에서 매일 기차를 타고 통학했어요. 마침 익산역에 헌혈의 집이 있었거든요. 당시에는 헌혈하면 간식도 주고 문화상품권도 줬으니까요. 하다 보니까 이제 습관이 된 거죠. 하하."

20대 때에는 최연소 헌혈 100회 기록도 세웠습니다.

김 씨가 꾸준히 참여하고 있는 헌혈은 다중 성분 헌혈로, 채혈한 뒤 혈소판과 혈장만 걸러내는 혈액입니다. 두 달에 한 번 할 수 있는 전혈 헌혈과 달리, 성분 헌혈은 2주에 1번 할 수 있습니다.

김진훈 씨가 헌혈하기 전 혈액 검사를 위해 채혈하고 있다. 유튜브 ‘헌혈맨’김진훈 씨가 헌혈하기 전 혈액 검사를 위해 채혈하고 있다. 유튜브 ‘헌혈맨’

김 씨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거의 빠짐없이 주기에 맞춰 헌혈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부득이한 일로 헌혈을 못 하게 되면, 한 주를 미뤄서라도 헌혈의 집에 갑니다.

정보통신업계에 종사하는 김 씨는 헌혈에 꾸준히 참여하기 위해 건강 관리에도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헌혈하기 전 받는 혈액 검사에서는 혈소판, 백혈구, 헤모글로빈 수치를 비롯해 맥박까지 두루 확인하는데, 이 가운데 하나라도 기준치 아래로 떨어지면 가차 없이 "다음 기회에"를 통보받기 때문입니다.

"헌혈을 하기로 예약한 날이 다가오면, 직전까지는 술도 줄이고 먹는 음식도 조절하면서 준비합니다. 담배는 안 피우니까 그건 상관없고요. 기름기 있는 음식을 먹으면 바로 피검사에서 드러나거든요. 예전에 헌혈하기 전에 팝콘을 먹었다가, 헌혈 거부를 당한 적이 몇 번 있어요. 이렇게 되면 애써 이동하면서 들인 시간도 다 버리게 되니, 아예 며칠 전부터 좀 더 신경을 쓰는 편입니다."

김진훈 씨가 헌혈의 집에서 헌혈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유튜브 ‘헌혈맨’김진훈 씨가 헌혈의 집에서 헌혈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유튜브 ‘헌혈맨’

■ 제주에서 세운 생애 500번째 헌혈

그는 지난주 휴가를 내고 친구와 함께 제주에 왔습니다. 짧은 여행도 즐기고 헌혈도 하기 위해서입니다. 헌혈의 집 서귀포센터는 이번 500번째 기록에 맞춰 일부러 찾아온 곳입니다.

"제주도로 출장을 올 때 몇 번 헌혈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때는 제주시 지역이었거든요. 서귀포 지역에는 헌혈의 집이 없었는데 새로 생겼다고 해서, 헌혈 500회를 기념하려고 일정을 맞췄습니다. 하하."

김 씨는 지난해 8월부터는 전국을 돌면서 헌혈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방방곡곡 헌혈의 집에 모두 찾아가는 게 목표입니다. 최근에는 유튜브도 시작했습니다. 각지에 있는 헌혈의 집을 보여주면서 실제 헌혈에 참여하기까지 과정을 자세히 소개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의 또 다른 목표는 헌혈 정년인 만 69살까지 헌혈에 동참하는 것입니다.

"누군가의 생명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건강이 허락하는 한 헌혈 정년까지 1004회 헌혈하는 게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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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500번째 헌혈 기록을 세운 김진훈 씨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제주특별자치도혈액원 제공
지난 14일 제주도 서귀포시 서홍동 헌혈의 집 서귀포센터. 빨간 셔츠를 입은 사내가 여러 검사를 마치고 채혈실로 들어왔습니다. 2주 만에 다시 찾은 헌혈의 집, 오늘도 헌혈해도 된다는 '합격' 판정을 무사히 받았습니다.

의자에 기대어 앉은 그의 쭉 뻗은 오른팔 위로 알코올을 머금은 솜이 차갑게 스쳐 지나갔습니다. 주삿바늘이 들어가고, 손을 쥐었다가 폈다를 반복하길 1시간. 또 하나의 귀중한 생명을 살릴 혈액 한 팩이 채워졌습니다.

경기도 화성에 사는 직장인 김진훈(42) 씨가 제주에서 참여한 생애 500번째 헌혈입니다.

대한적십자사 제주특별자치도혈액원은 김진훈 씨가 지난 14일, 서귀포시 서홍동에 있는 헌혈의 집 서귀포센터에서 헌혈 500회를 달성했다고 밝혔습니다. 제주에서는 10번째 '500회 헌혈자', 전국에서는 73번째 '500회 헌혈자' 입니다.

■ 고교 1학년 첫 헌혈…전국 최연소 헌혈 100회 기록도

전북 익산 출신인 김 씨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헌혈에 동참했습니다. 학교로 찾아온 헌혈 버스가 계기였습니다. 이후로도 친구들과 하굣길에 헌혈의 집을 종종 들렀습니다.

"익산역에서 매일 기차를 타고 통학했어요. 마침 익산역에 헌혈의 집이 있었거든요. 당시에는 헌혈하면 간식도 주고 문화상품권도 줬으니까요. 하다 보니까 이제 습관이 된 거죠. 하하."

20대 때에는 최연소 헌혈 100회 기록도 세웠습니다.

김 씨가 꾸준히 참여하고 있는 헌혈은 다중 성분 헌혈로, 채혈한 뒤 혈소판과 혈장만 걸러내는 혈액입니다. 두 달에 한 번 할 수 있는 전혈 헌혈과 달리, 성분 헌혈은 2주에 1번 할 수 있습니다.

김진훈 씨가 헌혈하기 전 혈액 검사를 위해 채혈하고 있다. 유튜브 ‘헌혈맨’
김 씨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거의 빠짐없이 주기에 맞춰 헌혈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부득이한 일로 헌혈을 못 하게 되면, 한 주를 미뤄서라도 헌혈의 집에 갑니다.

정보통신업계에 종사하는 김 씨는 헌혈에 꾸준히 참여하기 위해 건강 관리에도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헌혈하기 전 받는 혈액 검사에서는 혈소판, 백혈구, 헤모글로빈 수치를 비롯해 맥박까지 두루 확인하는데, 이 가운데 하나라도 기준치 아래로 떨어지면 가차 없이 "다음 기회에"를 통보받기 때문입니다.

"헌혈을 하기로 예약한 날이 다가오면, 직전까지는 술도 줄이고 먹는 음식도 조절하면서 준비합니다. 담배는 안 피우니까 그건 상관없고요. 기름기 있는 음식을 먹으면 바로 피검사에서 드러나거든요. 예전에 헌혈하기 전에 팝콘을 먹었다가, 헌혈 거부를 당한 적이 몇 번 있어요. 이렇게 되면 애써 이동하면서 들인 시간도 다 버리게 되니, 아예 며칠 전부터 좀 더 신경을 쓰는 편입니다."

김진훈 씨가 헌혈의 집에서 헌혈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유튜브 ‘헌혈맨’
■ 제주에서 세운 생애 500번째 헌혈

그는 지난주 휴가를 내고 친구와 함께 제주에 왔습니다. 짧은 여행도 즐기고 헌혈도 하기 위해서입니다. 헌혈의 집 서귀포센터는 이번 500번째 기록에 맞춰 일부러 찾아온 곳입니다.

"제주도로 출장을 올 때 몇 번 헌혈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때는 제주시 지역이었거든요. 서귀포 지역에는 헌혈의 집이 없었는데 새로 생겼다고 해서, 헌혈 500회를 기념하려고 일정을 맞췄습니다. 하하."

김 씨는 지난해 8월부터는 전국을 돌면서 헌혈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방방곡곡 헌혈의 집에 모두 찾아가는 게 목표입니다. 최근에는 유튜브도 시작했습니다. 각지에 있는 헌혈의 집을 보여주면서 실제 헌혈에 참여하기까지 과정을 자세히 소개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의 또 다른 목표는 헌혈 정년인 만 69살까지 헌혈에 동참하는 것입니다.

"누군가의 생명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건강이 허락하는 한 헌혈 정년까지 1004회 헌혈하는 게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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