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그래도 첩첩산중인데…‘대왕고래’ 시추선 에워싼 47척 어선

입력 2024.12.20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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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에서 남동쪽으로 40km 떨어진 영일만 앞바다 위. 동해 심해 자원 탐사시추 사업, 이른바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위한 시추 작업이 한창입니다.

그런데 시추선을 둘러싸고 배들이 바다 위를 빙빙 돌고 있습니다. 포항 구룡포에서 홍게와 대게 등을 잡는 어선들입니다.

모두 47척. 하루 조업까지 포기하고 이들은 왜 시추선 앞에 나타난 걸까요?

경북 포항 구룡포 소속 홍게잡이 어선들이 ‘대왕고래 프로젝트’ 시추선 주위를 둘러싼 모습.경북 포항 구룡포 소속 홍게잡이 어선들이 ‘대왕고래 프로젝트’ 시추선 주위를 둘러싼 모습.

'보상' 때문입니다. 어민들은 이번 시추 작업으로 인해 생계에 막대한 지장을 받게 될 거라고 주장합니다.

시추가 이뤄지는 해역은 구룡포 어민들이 주로 홍게와 대게 등을 잡는 황금어장입니다. 약 두 달간 시추가 진행되면서 어민들의 통행과 조업에 악영향이 발생한다는 겁니다. 특히나 겨울철은 홍게와 대게의 최성어기입니다.

그동안 보상 논의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 한국석유공사와 구룡포연안홍게선주협회는 지난 9월부터 보상 방안을 협의해 왔습니다. 하지만 견해차가 너무나도 컸습니다.

석유공사는 시추 지점 반경 500m 안에 어장이 있는 어민만 보상하겠다는 입장. 이대로면 구룡포연안홍게선주협회 소속원 30여 명 가운데 보상 대상은 단 1명입니다.

어민들은 홍게, 대게잡이 특성을 고려한다면 반경 500m는 말도 안 되는 범위라고 주장합니다. 통발 그물의 길이는 통상 1~2km로 길어 그물을 내리다 조류 등에 휩쓸리면 자연스레 작업 반경이 매우 넓어진다는 겁니다.

게다가 7월에서 8월 사이 홍게 금어기가 있는데도 석유공사가 최성어기에 시추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또 시추 작업 중 발생할 수 있는 진동 등으로 인해 장기적인 어족 자원 감소에 대해서도 우려합니다. 그러면서 석유공사에 협회 전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결국 구룡포연안홍게선주협회 관계자들은 오늘 오전 해상 시위에 돌입했습니다. 이들은 탐사시추 즉각 중단과 합리적인 보상 방안 강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 근거로는 앞서 석유공사가 시추를 위해 취득한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 조건을 들었습니다.

<'대왕고래 프로젝트' 관련 공유수면 점용 사용 허가 조건 중>
"동 사업 구역은 다양한 근해어업이 이루어지는 해역이므로 사업 추진 시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어업인을 포함한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을 통해 갈등을 사전에 예방해야 함."

이에 대해 석유공사는 KBS와의 통화에서, "반경에 대한 논의는 추가적으로 할 수 있지만, 비객관적인 어족 자원 감소 우려 등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보상이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석유공사는 해상시위에 나선 어민들에게는 "시추선 500m 이내로 접근하면 모두의 안전 문제가 우려된다""이로 인한 작업 중단에 대한 책임이 발생할 수 있음을 양지해달라"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문자를 받은 구룡포연안홍게선주협회는 더욱 격분했습니다. 보상이 원만히 진행될 때까지 강경 투쟁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산유국의 꿈'을 안고 출발한 대왕고래 프로젝트. 사업성 논란과 예산 삭감 등 넘어야 할 고비가 한둘이 아닙니다. 어민들의 반발도 그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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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 그래도 첩첩산중인데…‘대왕고래’ 시추선 에워싼 47척 어선
    • 입력 2024-12-20 16:5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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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에서 남동쪽으로 40km 떨어진 영일만 앞바다 위. 동해 심해 자원 탐사시추 사업, 이른바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위한 시추 작업이 한창입니다.

그런데 시추선을 둘러싸고 배들이 바다 위를 빙빙 돌고 있습니다. 포항 구룡포에서 홍게와 대게 등을 잡는 어선들입니다.

모두 47척. 하루 조업까지 포기하고 이들은 왜 시추선 앞에 나타난 걸까요?

경북 포항 구룡포 소속 홍게잡이 어선들이 ‘대왕고래 프로젝트’ 시추선 주위를 둘러싼 모습.
'보상' 때문입니다. 어민들은 이번 시추 작업으로 인해 생계에 막대한 지장을 받게 될 거라고 주장합니다.

시추가 이뤄지는 해역은 구룡포 어민들이 주로 홍게와 대게 등을 잡는 황금어장입니다. 약 두 달간 시추가 진행되면서 어민들의 통행과 조업에 악영향이 발생한다는 겁니다. 특히나 겨울철은 홍게와 대게의 최성어기입니다.

그동안 보상 논의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 한국석유공사와 구룡포연안홍게선주협회는 지난 9월부터 보상 방안을 협의해 왔습니다. 하지만 견해차가 너무나도 컸습니다.

석유공사는 시추 지점 반경 500m 안에 어장이 있는 어민만 보상하겠다는 입장. 이대로면 구룡포연안홍게선주협회 소속원 30여 명 가운데 보상 대상은 단 1명입니다.

어민들은 홍게, 대게잡이 특성을 고려한다면 반경 500m는 말도 안 되는 범위라고 주장합니다. 통발 그물의 길이는 통상 1~2km로 길어 그물을 내리다 조류 등에 휩쓸리면 자연스레 작업 반경이 매우 넓어진다는 겁니다.

게다가 7월에서 8월 사이 홍게 금어기가 있는데도 석유공사가 최성어기에 시추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또 시추 작업 중 발생할 수 있는 진동 등으로 인해 장기적인 어족 자원 감소에 대해서도 우려합니다. 그러면서 석유공사에 협회 전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결국 구룡포연안홍게선주협회 관계자들은 오늘 오전 해상 시위에 돌입했습니다. 이들은 탐사시추 즉각 중단과 합리적인 보상 방안 강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 근거로는 앞서 석유공사가 시추를 위해 취득한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 조건을 들었습니다.

<'대왕고래 프로젝트' 관련 공유수면 점용 사용 허가 조건 중>
"동 사업 구역은 다양한 근해어업이 이루어지는 해역이므로 사업 추진 시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어업인을 포함한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을 통해 갈등을 사전에 예방해야 함."

이에 대해 석유공사는 KBS와의 통화에서, "반경에 대한 논의는 추가적으로 할 수 있지만, 비객관적인 어족 자원 감소 우려 등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보상이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석유공사는 해상시위에 나선 어민들에게는 "시추선 500m 이내로 접근하면 모두의 안전 문제가 우려된다""이로 인한 작업 중단에 대한 책임이 발생할 수 있음을 양지해달라"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문자를 받은 구룡포연안홍게선주협회는 더욱 격분했습니다. 보상이 원만히 진행될 때까지 강경 투쟁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산유국의 꿈'을 안고 출발한 대왕고래 프로젝트. 사업성 논란과 예산 삭감 등 넘어야 할 고비가 한둘이 아닙니다. 어민들의 반발도 그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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