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보다] 소비 한파가 왔다

입력 2024.12.22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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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만끽하러 나온 가족

껑충 뛴 물가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녹취>이상현, 장혜련
저희가 오늘 딸기 케이크를 하나 샀는데 거의 5만 원이더라고요. 외식 좀 줄이고 그다음에 옷 같은 거 이제 좀 덜 사 입고

오전 10시, 영업을 시작한 대형마트.

반값 식품 행사를 추진하며 조금이라도 싼값으로 고객을 사로잡으려 애씁니다.

식품, 의류는 물론 자동차와 TV 가전까지 합세한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대규모 쇼핑 행사에 이어 연말연시 할인 이벤트를 벌이고 있는 유통업체들,

소비자들은 꼭 닫힌 지갑을 열까요?


결혼 4년 차 이하은 정민우 씨 부부.

<녹취> 이하은 정민우 / 결혼 4년 차 부부
너무 많이 나왔네. 좀 무섭네. 그러니까 이거 이외에 그냥 관리비가 또 올랐나 보다.

부쩍 오른 생활비가 부담스럽습니다.

<녹취> 이하은 정민우 / 결혼 4년 차 부부
우유 보니까 지금 8200원인데 최저가가 7840원이거든 그럼 좀 비싸긴 하네요. (이따 마트 가서 마트가 더 쌀 것 같은데) 그거 비교해 보고 그렇게 사야겠다.

고물가를 버티는 절약 노하우.

<녹취>이하은
최저가를 맞춰주는 그런 어플이 있어요. 제가 설정한 그 금액을 딱 입력을 해 놓으면 그 금액에 도달하면 저희한테 알람이 오게 돼요. 그럴 때 이제 구매를 하게 되는 거죠.

집 안 가구와 아이 물건은 대부분 중고거래로 샀습니다.

<녹취>이하은
버스 미끄럼틀은 중고 어플로 이제 사서 4만 원에 데려왔고요.
그리고 이 서랍은 신혼 때부터 이제 혼수로 가져왔는데 둘 다 해서 이제 4만 원 4만 원 해서 8만 원에 중고로 구매를 했어요. 빌라에서 이제 4층 빌라에서 목장갑 끼고 둘이 날랐는데 이걸 하나하나 다 분해해서 했던 기억이 납니다.

퇴근 후 종종 들르는 쇼핑센터 내 생활용품점.

대부분 제품이 몇천 원 안팎이어서 쇼핑이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올해 초 3.1%까지 치솟던 물가상승률이 최근 석 달 연속 1%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딱히 물가 상승이 둔화됐다는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녹취>이하은 정민우
아무래도 임금 상승 폭보다는 실질적으로 물가 상승률이 워낙 큰 폭으로 오르다 보니까 실질적인 나의 소득의 인상률 이런 부분은 말씀하신 대로 좀 체감하는 부분은 적은 것 같습니다.

<녹취>이은희/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
고금리 고물가가 지금 지속이 됐기 때문에 이중으로 타격을 받아서 이제 가처분 소득이 쪼그라들기 때문에 소비 여력이 많이 줄어들었다 이렇게 볼 수가 있는 거죠.

고물가 시대의 소비 행태를 두고 불황형 소비라고 부릅니다.

이런 흐름과 함께 대표적인 저가 생활용품점의 매출이나 중고거래 플랫폼 거래액은 크게 성장했습니다.

백화점은 어떨까?

3년 전만 해도 40% 안팎으로 성장했던 백화점 고가품 매출이 올해는 10% 정도 느는 것에 그쳤습니다.

<녹취>김대종/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실속 중심으로 소비 트렌드가 옮기고 있다. 오히려 값비싸고 치장하는 것보다는 실속이 있고 생존해야 한다, 위기 상황에서 나의 생존의 전략은 초저가 제품이고 중고도 많이 이용하게 되고 재활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영업 준비로 분주한 경기도의 한 대형마트.

이 대형마트의 상품 기획을 담당하고 있는 김형기 팀장이 오늘의 주요 할인 판매 상품인 삼겹살의 입고 물량을 점검합니다.

<녹취>김형기/A 대형마트 상품기획 팀장
삼겹살 오늘 어느 정도나 들어왔어요? 162kg 다 들어왔나요? (예 물량은 계획 물량대로 들어왔습니다.) 이거 오늘 오전 중엔 다 나가겠죠? (아마 저녁때쯤 되면 품절될 것 같아요.)

<녹취>김형기/A 대형마트 상품기획 팀장
지난주까지만 해도 한 팩에 1만 9800원 정도 판매했기 때문에 상당히 저렴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2만 원 언저리 했을 때는 들어보고 안 사시거든요. 그런데 1만 원대 초반 또 9,900원 정도까지 가격이 떨어지면 그때는 구매하시는 것 같습니다.

파격적인 가격이 고물가 시대 판매 전략이 된 셈입니다.

고물가에 지친 소비자들은 이런 할인이 반갑습니다.


<녹취>윤서운/주부
살 거 다 메모지에다가 체크를 해요. 그래서 이렇게 체크해서 이렇게 오늘 살 걸 고구마 귤도 세일하고요. 블루베리도 세일하고 양배추 가리비 이렇게 동물복지 달걀도 7,900원대예요. 싸잖아요. 많이는 안 사고요. 딱 필요한 것, 세일한 것 알뜰하게 그것만 사요. 그래서 그 안에서 충동구매 안 해요.

지난달 초 열린 할인 행사에선 하루에만 매출이 천억을 돌파해 주말 하루 평균 매출보다 2배 이상 증가하기도 했습니다.

국내 소매판매액지수가 2022년 2분기 이후 10분기 연속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통기업들의 ‘고군분투’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연말 느낌이 묻어나는 서울의 한 백화점,

2,300㎡ 규모 광장에 50여 개 크리스마스 매장이 설치됐습니다.


<녹취>김수한/B 백화점 패션의류 팀장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에서 진행하는 유럽의 크리스마스 마켓 광장을 저희가 국내 고객들에게도 소개해 드리기 위해서 본떠서 전개하는 대형 마켓이고요. 작년에도 진행을 했었는데 그보다 참여 브랜드나 전개 면적을 넓혀서 좀 더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고객들께 보여드리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이 마켓 행사에 24만 명이 다녀갔습니다.

이런 연말 이벤트는 준비하는 데만 꼬박 1년이 걸립니다.

인증샷 명소로 입소문을 타는 게 백화점 실적을 좌우하는 중요한 전략이 됐습니다.

<녹취>김수한/B 백화점 패션의류 팀장
오프라인 매장의 입장에서는 고객님들께서 직접적으로 와주셔서 구매를 하셔야 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이런 체험 요소들을 강화하고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게 저희가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전략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단가가 높은 겨울 의류가 나오는 시기, 백화점들은 매출에 사활을 겁니다.


특히 올해 백화점 3사의 3분기 영업이익이 많게는 11%까지 하락해 실적 만회가 절실합니다.

<녹취>이은희/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
올해는 특별하게 여름이 너무 더웠고 9월 중순까지 더웠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그 더위에 견디느라고 뭔가 이렇게 예쁜 옷 사 입고 좋은 거 사서 뭐 부착하고 이런 생각을 못 했어요. 그래서 사실은 여름 매출과 가을 매출이 굉장히 부진했습니다.

신상 겨울 의류를 최대 반값에 내놓으며 손님 모시기에 나섰지만, 의류는 식품과 달라서 소비를 미루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녹취>김슬기/직장인
일단 옷 한번 사려고 하면 이제 큰마음 먹어야 하고 월급에서도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되다 보니까 (잠깐 혹시 둘러보셨어요?) 네 한 바퀴 둘러봤어요. (가격대 좀 어떤지) 가격대는.. 그래서 아직 못 샀어요.

이런 소비 부진의 여파, 어디까지 미칠까요?

<녹취>김대종/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지금 우리나라 내수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자영업 하시는 분들 한 100만 명 가까이 폐업을 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자영업 비중도 굉장히 높지만, 폐업률도 굉장히 높습니다. 도소매업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냅니다. 10억 원 매출이 일어나면 15명을 고용합니다. 그러니까 바로 여기에서 가장 크게 근로자가 줄었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올 1월부터 10월까지 월평균 판매직 종사자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만 명 줄었습니다.

특히 줄어든 일자리의 절반 넘는 수가 청년층 일자리였습니다.

그나마 짧은 시간 적게 버는 일자리만 남았습니다.

<녹취>김민서 /대학생
일일 아르바이트 같은 경우는 조금 자주 나오는 걸로 아는데, 좀 장기적으로 하는 아르바이트 자리는 전보다는 좀 부족한 걸로 들었어요. 바짝 해서 조금 빠르게 입금되는 거가 이제 장점이긴 한데 그런데 아무래도 이제 총수익은 많지 않다 보니까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돈을 더 아끼는 수밖에 없습니다.

<녹취>이윤경(21세), 정욱성(22세)
밥도 외식 줄이고 뭐 아침에 사각김밥 하나 먹고 이런 식으로 줄이고 이제 여가 생활은 많이 힘들고 여행도 힘들고 그렇지 않을까요?

그간 소상공인 지원 중심의 내수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던 정부.

<녹취>윤석열 (지난 2일, 민생토론회)
요즘 자영업 하시는 분들 가장 큰 부담이 배달 수수료입니다. 영세 가게를 중심으로 주요 플랫폼사의 배달 수수료를 30% 이상 줄이겠습니다.

그러나 소비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효과를 내진 못했습니다.

<인터뷰>주원 / 현대경제연구원 실장
지금 이제 우리 정부는 사실 출범 때부터 재정 건전성을 최우선 목표로 했기 때문에 소비를 크게 좀 띄우지는 못했었고 만약에 재정을 많이 좀 지출을 확대했더라면 소비를 반등시킬 수 있었는데 정부의 정책 기조로는 소비 활성화하고는 좀 그렇게 큰 영향을 못 미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발생한 비상계엄과 탄핵의 여파는 시민들의 소비 심리를 더 얼어붙게 하고 있습니다.

불안정한 정국 속, 위축된 소비 시장.

연말이면 손님들로 북적이던 이 고깃집이 지금은 텅 비었습니다.


12월 대목만 기다렸는데 예약 건수는 큰 폭으로 줄었습니다.

<녹취>안병만 / 고깃집 운영, 영등포소기업소상공인회 이사장
지금 고객이 50%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지금 그래서 지금 상점마다 보통 이 골목에 보시면 스트링 조명이 5시부터 밝혀져서 점멸이 12시에 불이 꺼지는데 지금은 사람이 다니질 않아요. 그래서 보통 상인들이 9시 되면 문을 닫습니다. 11시 12시까지 했는데…

12월 하면 축제며 송년회며 모임이며 해서 꽉꽉 차줘야 하는데 지금 전부 다 예약이 취소가 되고 예약이 들어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에요.

숙박업체들도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관광객 발길이 뚝 끊겼고, 신규 예약 문의도 줄어든 상황.

<녹취>이관철/ 숙박업소 업주
전월 대비 2배 취소 건이 늘어났습니다. 매출은 반토막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소상공인의 90% 정도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매출이 줄었다고 답했습니다.

<녹취>주원 / 현대경제연구원 실장
아 사회가 너무 불안한데 한국 사회가 내가 지금 이 직장에 취직해 있지만 앞으로 몇 달 후에는 소득이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 수 있는 거죠. 그러면 어떻게 합리적인 개는 어떻게 행동을 해야 되느냐 하면 지금의 소비를 줄이고 그때를 대비해서 조금이라도 돈을 모아놓는 거죠.

중국의 최대 쇼핑 행사인 광군제가 지난달 말 막을 내렸습니다.

중국의 온라인 쇼핑몰 매출이 늘긴 했지만, 예전보다는 열기가 줄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해마다 11월 마지막 주 금요일, 블랙 프라이데이부터 새해 초까지 이어지는 미국의 연말 쇼핑 시즌.

역시나 고물가에 지친 미국 소비자들이 얼마나 소비에 나설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대규모 쇼핑 행사마저도 힘쓰기 어려워진 불황의 시대.

고물가는 고용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녹취>김민서/취업준비생
취직하고 싶어요. 그래도 좀 원하는 곳에 취직하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여기에 비상계엄 여파와 탄핵 정국까지 겹쳐 더욱 움츠러든 소비심리.

<녹취>이하은
주변에 이제 회사 동료들도 봐도 젊은 분들이 많은데 그분들도 원래는 소비를 이 정도 했는데 여행을 이만큼 갔는데 지금은 또 '이렇게 그렇게까지는 쓰지 못하겠다' 이런 얘기도 많이 하고 있고.

정국이 안정되지 않으면 그나마 반짝 특수를 기대했던 송년 분위기마저 사라지면서 침체가 더욱 깊어질 수도 있습니다.


<녹취>주원/현대경제연구원 실장
경제 위에 정치가 상부 구조예요. 반드시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지만 그 분위기 따라 흘러가는 거거든요. 그래서 어떤 불확실성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이 불확실성이 좀 축소되는 게 중요한 거거든요.

취재: 이지은
촬영: 강우용 조선기 설태훈
편집: 김태형 김기곤
그래픽: 장수현
자료조사: 이승민
조연출: 유화영 심은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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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보다] 소비 한파가 왔다
    • 입력 2024-12-22 23:13:58
    경제
모처럼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만끽하러 나온 가족

껑충 뛴 물가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녹취>이상현, 장혜련
저희가 오늘 딸기 케이크를 하나 샀는데 거의 5만 원이더라고요. 외식 좀 줄이고 그다음에 옷 같은 거 이제 좀 덜 사 입고

오전 10시, 영업을 시작한 대형마트.

반값 식품 행사를 추진하며 조금이라도 싼값으로 고객을 사로잡으려 애씁니다.

식품, 의류는 물론 자동차와 TV 가전까지 합세한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대규모 쇼핑 행사에 이어 연말연시 할인 이벤트를 벌이고 있는 유통업체들,

소비자들은 꼭 닫힌 지갑을 열까요?


결혼 4년 차 이하은 정민우 씨 부부.

<녹취> 이하은 정민우 / 결혼 4년 차 부부
너무 많이 나왔네. 좀 무섭네. 그러니까 이거 이외에 그냥 관리비가 또 올랐나 보다.

부쩍 오른 생활비가 부담스럽습니다.

<녹취> 이하은 정민우 / 결혼 4년 차 부부
우유 보니까 지금 8200원인데 최저가가 7840원이거든 그럼 좀 비싸긴 하네요. (이따 마트 가서 마트가 더 쌀 것 같은데) 그거 비교해 보고 그렇게 사야겠다.

고물가를 버티는 절약 노하우.

<녹취>이하은
최저가를 맞춰주는 그런 어플이 있어요. 제가 설정한 그 금액을 딱 입력을 해 놓으면 그 금액에 도달하면 저희한테 알람이 오게 돼요. 그럴 때 이제 구매를 하게 되는 거죠.

집 안 가구와 아이 물건은 대부분 중고거래로 샀습니다.

<녹취>이하은
버스 미끄럼틀은 중고 어플로 이제 사서 4만 원에 데려왔고요.
그리고 이 서랍은 신혼 때부터 이제 혼수로 가져왔는데 둘 다 해서 이제 4만 원 4만 원 해서 8만 원에 중고로 구매를 했어요. 빌라에서 이제 4층 빌라에서 목장갑 끼고 둘이 날랐는데 이걸 하나하나 다 분해해서 했던 기억이 납니다.

퇴근 후 종종 들르는 쇼핑센터 내 생활용품점.

대부분 제품이 몇천 원 안팎이어서 쇼핑이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올해 초 3.1%까지 치솟던 물가상승률이 최근 석 달 연속 1%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딱히 물가 상승이 둔화됐다는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녹취>이하은 정민우
아무래도 임금 상승 폭보다는 실질적으로 물가 상승률이 워낙 큰 폭으로 오르다 보니까 실질적인 나의 소득의 인상률 이런 부분은 말씀하신 대로 좀 체감하는 부분은 적은 것 같습니다.

<녹취>이은희/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
고금리 고물가가 지금 지속이 됐기 때문에 이중으로 타격을 받아서 이제 가처분 소득이 쪼그라들기 때문에 소비 여력이 많이 줄어들었다 이렇게 볼 수가 있는 거죠.

고물가 시대의 소비 행태를 두고 불황형 소비라고 부릅니다.

이런 흐름과 함께 대표적인 저가 생활용품점의 매출이나 중고거래 플랫폼 거래액은 크게 성장했습니다.

백화점은 어떨까?

3년 전만 해도 40% 안팎으로 성장했던 백화점 고가품 매출이 올해는 10% 정도 느는 것에 그쳤습니다.

<녹취>김대종/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실속 중심으로 소비 트렌드가 옮기고 있다. 오히려 값비싸고 치장하는 것보다는 실속이 있고 생존해야 한다, 위기 상황에서 나의 생존의 전략은 초저가 제품이고 중고도 많이 이용하게 되고 재활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영업 준비로 분주한 경기도의 한 대형마트.

이 대형마트의 상품 기획을 담당하고 있는 김형기 팀장이 오늘의 주요 할인 판매 상품인 삼겹살의 입고 물량을 점검합니다.

<녹취>김형기/A 대형마트 상품기획 팀장
삼겹살 오늘 어느 정도나 들어왔어요? 162kg 다 들어왔나요? (예 물량은 계획 물량대로 들어왔습니다.) 이거 오늘 오전 중엔 다 나가겠죠? (아마 저녁때쯤 되면 품절될 것 같아요.)

<녹취>김형기/A 대형마트 상품기획 팀장
지난주까지만 해도 한 팩에 1만 9800원 정도 판매했기 때문에 상당히 저렴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2만 원 언저리 했을 때는 들어보고 안 사시거든요. 그런데 1만 원대 초반 또 9,900원 정도까지 가격이 떨어지면 그때는 구매하시는 것 같습니다.

파격적인 가격이 고물가 시대 판매 전략이 된 셈입니다.

고물가에 지친 소비자들은 이런 할인이 반갑습니다.


<녹취>윤서운/주부
살 거 다 메모지에다가 체크를 해요. 그래서 이렇게 체크해서 이렇게 오늘 살 걸 고구마 귤도 세일하고요. 블루베리도 세일하고 양배추 가리비 이렇게 동물복지 달걀도 7,900원대예요. 싸잖아요. 많이는 안 사고요. 딱 필요한 것, 세일한 것 알뜰하게 그것만 사요. 그래서 그 안에서 충동구매 안 해요.

지난달 초 열린 할인 행사에선 하루에만 매출이 천억을 돌파해 주말 하루 평균 매출보다 2배 이상 증가하기도 했습니다.

국내 소매판매액지수가 2022년 2분기 이후 10분기 연속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통기업들의 ‘고군분투’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연말 느낌이 묻어나는 서울의 한 백화점,

2,300㎡ 규모 광장에 50여 개 크리스마스 매장이 설치됐습니다.


<녹취>김수한/B 백화점 패션의류 팀장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에서 진행하는 유럽의 크리스마스 마켓 광장을 저희가 국내 고객들에게도 소개해 드리기 위해서 본떠서 전개하는 대형 마켓이고요. 작년에도 진행을 했었는데 그보다 참여 브랜드나 전개 면적을 넓혀서 좀 더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고객들께 보여드리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이 마켓 행사에 24만 명이 다녀갔습니다.

이런 연말 이벤트는 준비하는 데만 꼬박 1년이 걸립니다.

인증샷 명소로 입소문을 타는 게 백화점 실적을 좌우하는 중요한 전략이 됐습니다.

<녹취>김수한/B 백화점 패션의류 팀장
오프라인 매장의 입장에서는 고객님들께서 직접적으로 와주셔서 구매를 하셔야 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이런 체험 요소들을 강화하고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게 저희가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전략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단가가 높은 겨울 의류가 나오는 시기, 백화점들은 매출에 사활을 겁니다.


특히 올해 백화점 3사의 3분기 영업이익이 많게는 11%까지 하락해 실적 만회가 절실합니다.

<녹취>이은희/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
올해는 특별하게 여름이 너무 더웠고 9월 중순까지 더웠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그 더위에 견디느라고 뭔가 이렇게 예쁜 옷 사 입고 좋은 거 사서 뭐 부착하고 이런 생각을 못 했어요. 그래서 사실은 여름 매출과 가을 매출이 굉장히 부진했습니다.

신상 겨울 의류를 최대 반값에 내놓으며 손님 모시기에 나섰지만, 의류는 식품과 달라서 소비를 미루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녹취>김슬기/직장인
일단 옷 한번 사려고 하면 이제 큰마음 먹어야 하고 월급에서도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되다 보니까 (잠깐 혹시 둘러보셨어요?) 네 한 바퀴 둘러봤어요. (가격대 좀 어떤지) 가격대는.. 그래서 아직 못 샀어요.

이런 소비 부진의 여파, 어디까지 미칠까요?

<녹취>김대종/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지금 우리나라 내수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자영업 하시는 분들 한 100만 명 가까이 폐업을 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자영업 비중도 굉장히 높지만, 폐업률도 굉장히 높습니다. 도소매업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냅니다. 10억 원 매출이 일어나면 15명을 고용합니다. 그러니까 바로 여기에서 가장 크게 근로자가 줄었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올 1월부터 10월까지 월평균 판매직 종사자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만 명 줄었습니다.

특히 줄어든 일자리의 절반 넘는 수가 청년층 일자리였습니다.

그나마 짧은 시간 적게 버는 일자리만 남았습니다.

<녹취>김민서 /대학생
일일 아르바이트 같은 경우는 조금 자주 나오는 걸로 아는데, 좀 장기적으로 하는 아르바이트 자리는 전보다는 좀 부족한 걸로 들었어요. 바짝 해서 조금 빠르게 입금되는 거가 이제 장점이긴 한데 그런데 아무래도 이제 총수익은 많지 않다 보니까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돈을 더 아끼는 수밖에 없습니다.

<녹취>이윤경(21세), 정욱성(22세)
밥도 외식 줄이고 뭐 아침에 사각김밥 하나 먹고 이런 식으로 줄이고 이제 여가 생활은 많이 힘들고 여행도 힘들고 그렇지 않을까요?

그간 소상공인 지원 중심의 내수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던 정부.

<녹취>윤석열 (지난 2일, 민생토론회)
요즘 자영업 하시는 분들 가장 큰 부담이 배달 수수료입니다. 영세 가게를 중심으로 주요 플랫폼사의 배달 수수료를 30% 이상 줄이겠습니다.

그러나 소비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효과를 내진 못했습니다.

<인터뷰>주원 / 현대경제연구원 실장
지금 이제 우리 정부는 사실 출범 때부터 재정 건전성을 최우선 목표로 했기 때문에 소비를 크게 좀 띄우지는 못했었고 만약에 재정을 많이 좀 지출을 확대했더라면 소비를 반등시킬 수 있었는데 정부의 정책 기조로는 소비 활성화하고는 좀 그렇게 큰 영향을 못 미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발생한 비상계엄과 탄핵의 여파는 시민들의 소비 심리를 더 얼어붙게 하고 있습니다.

불안정한 정국 속, 위축된 소비 시장.

연말이면 손님들로 북적이던 이 고깃집이 지금은 텅 비었습니다.


12월 대목만 기다렸는데 예약 건수는 큰 폭으로 줄었습니다.

<녹취>안병만 / 고깃집 운영, 영등포소기업소상공인회 이사장
지금 고객이 50%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지금 그래서 지금 상점마다 보통 이 골목에 보시면 스트링 조명이 5시부터 밝혀져서 점멸이 12시에 불이 꺼지는데 지금은 사람이 다니질 않아요. 그래서 보통 상인들이 9시 되면 문을 닫습니다. 11시 12시까지 했는데…

12월 하면 축제며 송년회며 모임이며 해서 꽉꽉 차줘야 하는데 지금 전부 다 예약이 취소가 되고 예약이 들어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에요.

숙박업체들도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관광객 발길이 뚝 끊겼고, 신규 예약 문의도 줄어든 상황.

<녹취>이관철/ 숙박업소 업주
전월 대비 2배 취소 건이 늘어났습니다. 매출은 반토막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소상공인의 90% 정도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매출이 줄었다고 답했습니다.

<녹취>주원 / 현대경제연구원 실장
아 사회가 너무 불안한데 한국 사회가 내가 지금 이 직장에 취직해 있지만 앞으로 몇 달 후에는 소득이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 수 있는 거죠. 그러면 어떻게 합리적인 개는 어떻게 행동을 해야 되느냐 하면 지금의 소비를 줄이고 그때를 대비해서 조금이라도 돈을 모아놓는 거죠.

중국의 최대 쇼핑 행사인 광군제가 지난달 말 막을 내렸습니다.

중국의 온라인 쇼핑몰 매출이 늘긴 했지만, 예전보다는 열기가 줄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해마다 11월 마지막 주 금요일, 블랙 프라이데이부터 새해 초까지 이어지는 미국의 연말 쇼핑 시즌.

역시나 고물가에 지친 미국 소비자들이 얼마나 소비에 나설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대규모 쇼핑 행사마저도 힘쓰기 어려워진 불황의 시대.

고물가는 고용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녹취>김민서/취업준비생
취직하고 싶어요. 그래도 좀 원하는 곳에 취직하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여기에 비상계엄 여파와 탄핵 정국까지 겹쳐 더욱 움츠러든 소비심리.

<녹취>이하은
주변에 이제 회사 동료들도 봐도 젊은 분들이 많은데 그분들도 원래는 소비를 이 정도 했는데 여행을 이만큼 갔는데 지금은 또 '이렇게 그렇게까지는 쓰지 못하겠다' 이런 얘기도 많이 하고 있고.

정국이 안정되지 않으면 그나마 반짝 특수를 기대했던 송년 분위기마저 사라지면서 침체가 더욱 깊어질 수도 있습니다.


<녹취>주원/현대경제연구원 실장
경제 위에 정치가 상부 구조예요. 반드시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지만 그 분위기 따라 흘러가는 거거든요. 그래서 어떤 불확실성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이 불확실성이 좀 축소되는 게 중요한 거거든요.

취재: 이지은
촬영: 강우용 조선기 설태훈
편집: 김태형 김기곤
그래픽: 장수현
자료조사: 이승민
조연출: 유화영 심은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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