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폭탄’ 언제 떨어질까…취임 당일? [특파원 리포트]
입력 2025.01.10 (08:13)
수정 2025.01.10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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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통령 당선인 트럼프는 외교적으로 직면한 모든 문제에 '관세'를 들고 나오고 있습니다. 선거 운동 시절부터 중국엔 60% 이상의 관세를, 다른 나라에도 10~2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당선된 이후 얼마 안 돼 이번엔 불법 입국과 마약 문제를 거론하며 캐나다와 멕시코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습니다. 캐나다의 트뤼도 총리는 곧바로 트럼프가 머물고 있는 플로리다의 마러라고를 찾아가 만났지만, "미국의 51번째 주가 돼라."는 조롱을 받았고 내홍에 시달리며 총리에서 물러나게 됐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또 그린란드에 관심을 표하더니, 그린란드가 투표를 통해 미국의 일부가 되기로 했을 경우 이를 덴마크 정부가 방해한다면 경제적 힘, 즉 관세로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새로운 기축 통화를 만들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주도의 경제 협력체)에 대해서도 달러 외 기축통화를 마련하면 1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도 했습니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이 "우리 시장을 너에겐 내주지 않겠다"며 힘을 휘두르고 있는 형국입니다.
■ 미국의 무역 규모는 얼마나?
2023년 IMF 자료를 기준으로 보면, 전 세계의 최대 수출국은 역시 중국입니다. 3조 4221억 달러어치의 상품을 수출했습니다. 그 뒤가 미국입니다. 2조 달러어치 조금 넘게 수출했습니다.
이걸 수입 측면에서 보면 순위가 뒤바뀝니다. 미국은 3조 달러어치 넘게 수입해서 1위, 중국은 2조 5천억 달러어치를 수입해서 2위입니다.
미국이 세계 최대의 상품 시장인 겁니다. 그리고 위에서 보듯 미국은 상품 수출입에서 1조 달러어치 넘게 적자를 봤습니다. 해당 데이터를 살펴보면 미국이 상품 수출입으로 흑자를 보는 나라는 찾기 어렵습니다(무역 상대 국가별 자료는 2022년 기준입니다).
다른 나라 입장에선 미국에 상품을 팔아 돈을 벌어왔는데, 여기에 관세가 붙게 되면 가격이 비싸지니 상품을 예전만큼 팔기 어렵게 됩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모든 문제에 '관세'를 꺼내 들며 '관세는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고 부른 이유입니다.
■ 진짜 관세 부과는 언제부터?
미국에서도 그렇고, 다른 나라들도 그렇고 관심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과연 언제부터 관세를 부과할 것이냐입니다. 골드만삭스기 지난해 12월에 조사한 결과를 보면 시장 참가자 500명 가운데 60%가 트럼프 정부의 모든 수입품에 대한 10~20%의 보편 관세를 올해 경제의 가장 큰 위험 요소로 꼽았습니다.
물론 미국 내의 물가 상승 등 악영향을 고려할 때 실제 관세 부과가 어려울 거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위 골드만 삭스의 조사에서 투자자들은 보편적 관세가 시행될 확률을 35% 정도로 봤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가짜 뉴스'라고 반박하기는 했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모든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보편 관세'가 아닌 특정 상품에만 부과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의 성향상 어떤 식으로든 관세를 부과할 거라는 관측도 많습니다. 그렇다면 그 관세는 언제부터 부과될까요?
일단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정상적인 절차를 따른다면, 출범 직후 관세를 부과하기는 어렵습니다. 대통령이 명령한다고 해서 바로 집행될 수 있는 게 아니고, 법적 절차를 따라야 하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기 위해서는 상무부, 미무역대표부 등 관련 기관이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실제 정책이 집행됩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땐 9개월에서 11개월이 걸렸습니다.
그래서 본격적인 관세 인상은 올해 4분기는 돼야 본격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모건스탠리는 중국에 대한 평균실효관세율이 현재 10%에서 올해 4분기 이후 35%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EU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는 2026년 이후로 봤습니다. 모건스탠리의 고정 수익과 주제별 연구의 글로벌 책임자인 마이클 지자스는 자사 팟캐스트를 통해 "중국에 대한 접근은 광범위한 정치적 합의가 있지만 유럽에 대해선 특정 제품에 초점을 맞추고, 멕시코와는 협상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서두른다면 소요 기간을 어느 정도 줄일 수는 있겠지만, 모든 절차를 무시하긴 어려울 겁니다.
■ 방법은 있다 '국가비상경제권한법'
그렇다고 당장 관세 인상을 실행할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국가비상경제권한법(IEEPA, 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를 발동하는 겁니다. 1977년에 제정된 것으로 대통령에게 외국과의 경제 거래 규제 등 모든 국제 무역을 규제할 수 있는 특별 권한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국가안보나 외교정책 또는 경제에 대한 '비정상적이거나 특별한 위험이 있을 때' 사용될 수 있습니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등과 관련해 집행된 바 있습니다. 또 트럼프 당선인도 1기 정부 당시 멕시코에 대해 불법 이민 문제를 압박하며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습니다. 다만 멕시코가 국경 통제 강화를 약속하면서 실행되지는 않았습니다.
아울러 대통령 권한으로 모든 국가에 일괄적인 관세 부과가 가능한 무역법 조항이 있지만, 관세율 한도가 15%로 트럼프 당선인이 예고한 것만큼 높진 않습니다.
■ 복잡해지는 경제 정책 셈법
다른 나라들은 좌불안석입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히는 방식이 즉흥적이기 때문입니다. 측근들과의 논의도 거치지 않은 채 소셜미디어에 해당 방침을 올리는 방식이라 또 어떤 얘기를 할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의 예고대로 관세가 부과된다면, 그걸 돌파하는 방법은 두 가지일 겁니다. 수입하지 않을 수 없는 독보적인 상품을 만들거나 가격을 낮추는 방법입니다.
독보적인 상품을 당장 만들어낼 수는 없을 테니 가격을 낮추는 게 가장 빠른 방식입니다. 원가를 절감하거나 달러 대비 환율을 높여 달러 기준 수출 단가를 낮춰야 합니다.
한국은행 홍보영상에서 갈무리
환율을 높이려면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거나, 기준금리를 낮춰 자금 흐름에 영향을 미쳐야 합니다. 정부의 인위적 시장 개입은 '환율 조작'이라는 불명예, 심하면 제재를 감수해야 합니다. 쓰기 어려운 카드입니다. 결국 기준금리를 낮춰야 하는데, 이는 수입 물가를 높여 국내 소비자에겐 부담입니다.
부작용이 없는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습니다. 월가에서도 한국의 정책 당국자들에게 "어떻게 할 거냐"라고 묻는다고 합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도 하기 전부터, 구체적인 정책을 드러내지 않고도 각국 정부를 흔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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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관세 폭탄’ 언제 떨어질까…취임 당일? [특파원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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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5-01-10 08:13:34
- 수정2025-01-10 11:57:20
미국의 대통령 당선인 트럼프는 외교적으로 직면한 모든 문제에 '관세'를 들고 나오고 있습니다. 선거 운동 시절부터 중국엔 60% 이상의 관세를, 다른 나라에도 10~2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당선된 이후 얼마 안 돼 이번엔 불법 입국과 마약 문제를 거론하며 캐나다와 멕시코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습니다. 캐나다의 트뤼도 총리는 곧바로 트럼프가 머물고 있는 플로리다의 마러라고를 찾아가 만났지만, "미국의 51번째 주가 돼라."는 조롱을 받았고 내홍에 시달리며 총리에서 물러나게 됐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또 그린란드에 관심을 표하더니, 그린란드가 투표를 통해 미국의 일부가 되기로 했을 경우 이를 덴마크 정부가 방해한다면 경제적 힘, 즉 관세로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새로운 기축 통화를 만들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주도의 경제 협력체)에 대해서도 달러 외 기축통화를 마련하면 1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도 했습니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이 "우리 시장을 너에겐 내주지 않겠다"며 힘을 휘두르고 있는 형국입니다.
■ 미국의 무역 규모는 얼마나?
2023년 IMF 자료를 기준으로 보면, 전 세계의 최대 수출국은 역시 중국입니다. 3조 4221억 달러어치의 상품을 수출했습니다. 그 뒤가 미국입니다. 2조 달러어치 조금 넘게 수출했습니다.
이걸 수입 측면에서 보면 순위가 뒤바뀝니다. 미국은 3조 달러어치 넘게 수입해서 1위, 중국은 2조 5천억 달러어치를 수입해서 2위입니다.
미국이 세계 최대의 상품 시장인 겁니다. 그리고 위에서 보듯 미국은 상품 수출입에서 1조 달러어치 넘게 적자를 봤습니다. 해당 데이터를 살펴보면 미국이 상품 수출입으로 흑자를 보는 나라는 찾기 어렵습니다(무역 상대 국가별 자료는 2022년 기준입니다).
다른 나라 입장에선 미국에 상품을 팔아 돈을 벌어왔는데, 여기에 관세가 붙게 되면 가격이 비싸지니 상품을 예전만큼 팔기 어렵게 됩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모든 문제에 '관세'를 꺼내 들며 '관세는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고 부른 이유입니다.
■ 진짜 관세 부과는 언제부터?
미국에서도 그렇고, 다른 나라들도 그렇고 관심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과연 언제부터 관세를 부과할 것이냐입니다. 골드만삭스기 지난해 12월에 조사한 결과를 보면 시장 참가자 500명 가운데 60%가 트럼프 정부의 모든 수입품에 대한 10~20%의 보편 관세를 올해 경제의 가장 큰 위험 요소로 꼽았습니다.
물론 미국 내의 물가 상승 등 악영향을 고려할 때 실제 관세 부과가 어려울 거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위 골드만 삭스의 조사에서 투자자들은 보편적 관세가 시행될 확률을 35% 정도로 봤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가짜 뉴스'라고 반박하기는 했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모든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보편 관세'가 아닌 특정 상품에만 부과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의 성향상 어떤 식으로든 관세를 부과할 거라는 관측도 많습니다. 그렇다면 그 관세는 언제부터 부과될까요?
일단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정상적인 절차를 따른다면, 출범 직후 관세를 부과하기는 어렵습니다. 대통령이 명령한다고 해서 바로 집행될 수 있는 게 아니고, 법적 절차를 따라야 하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기 위해서는 상무부, 미무역대표부 등 관련 기관이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실제 정책이 집행됩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땐 9개월에서 11개월이 걸렸습니다.
그래서 본격적인 관세 인상은 올해 4분기는 돼야 본격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모건스탠리는 중국에 대한 평균실효관세율이 현재 10%에서 올해 4분기 이후 35%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EU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는 2026년 이후로 봤습니다. 모건스탠리의 고정 수익과 주제별 연구의 글로벌 책임자인 마이클 지자스는 자사 팟캐스트를 통해 "중국에 대한 접근은 광범위한 정치적 합의가 있지만 유럽에 대해선 특정 제품에 초점을 맞추고, 멕시코와는 협상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서두른다면 소요 기간을 어느 정도 줄일 수는 있겠지만, 모든 절차를 무시하긴 어려울 겁니다.
■ 방법은 있다 '국가비상경제권한법'
그렇다고 당장 관세 인상을 실행할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국가비상경제권한법(IEEPA, 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를 발동하는 겁니다. 1977년에 제정된 것으로 대통령에게 외국과의 경제 거래 규제 등 모든 국제 무역을 규제할 수 있는 특별 권한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국가안보나 외교정책 또는 경제에 대한 '비정상적이거나 특별한 위험이 있을 때' 사용될 수 있습니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등과 관련해 집행된 바 있습니다. 또 트럼프 당선인도 1기 정부 당시 멕시코에 대해 불법 이민 문제를 압박하며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습니다. 다만 멕시코가 국경 통제 강화를 약속하면서 실행되지는 않았습니다.
아울러 대통령 권한으로 모든 국가에 일괄적인 관세 부과가 가능한 무역법 조항이 있지만, 관세율 한도가 15%로 트럼프 당선인이 예고한 것만큼 높진 않습니다.
■ 복잡해지는 경제 정책 셈법
다른 나라들은 좌불안석입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히는 방식이 즉흥적이기 때문입니다. 측근들과의 논의도 거치지 않은 채 소셜미디어에 해당 방침을 올리는 방식이라 또 어떤 얘기를 할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의 예고대로 관세가 부과된다면, 그걸 돌파하는 방법은 두 가지일 겁니다. 수입하지 않을 수 없는 독보적인 상품을 만들거나 가격을 낮추는 방법입니다.
독보적인 상품을 당장 만들어낼 수는 없을 테니 가격을 낮추는 게 가장 빠른 방식입니다. 원가를 절감하거나 달러 대비 환율을 높여 달러 기준 수출 단가를 낮춰야 합니다.
환율을 높이려면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거나, 기준금리를 낮춰 자금 흐름에 영향을 미쳐야 합니다. 정부의 인위적 시장 개입은 '환율 조작'이라는 불명예, 심하면 제재를 감수해야 합니다. 쓰기 어려운 카드입니다. 결국 기준금리를 낮춰야 하는데, 이는 수입 물가를 높여 국내 소비자에겐 부담입니다.
부작용이 없는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습니다. 월가에서도 한국의 정책 당국자들에게 "어떻게 할 거냐"라고 묻는다고 합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도 하기 전부터, 구체적인 정책을 드러내지 않고도 각국 정부를 흔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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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중 기자 baikal@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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