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만 나면 “그린란드 갖고싶어” 트럼프…그린란드인들의 생각은?

입력 2025.01.11 (08: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그린란드 방문한 트럼프 주니어(오른쪽)  현지시간 9일그린란드 방문한 트럼프 주니어(오른쪽) 현지시간 9일

트럼프 주니어가 아버지의 트럼프 포스 원 전용기를 타고 눈 덮인 북극의 나라, 그린란드를 방문했습니다.
2019년,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은 틈만 나면 광활한 북극 섬을 갖고 싶다는 열망을 보여왔습니다.
4년 만에 다시 돌아온 트럼프 당선인이 대통령 취임을 2주 앞두고, 가장 믿는 아들 트럼프 주니어를 그린란드에 보낸 것은 어쩌면 그린란드에 대한 트럼프의 열망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상징적 이미지입니다.

그러나 덴마크 국왕의 최근 행보로 미루어 볼 때, 트럼프의 '소유욕'은 간단히 이뤄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지난해 마르그레테 2세 여왕 퇴위 후 덴마크 왕위에 오른 프레데릭 국왕은 50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왕실 문장을 대폭 수정했는데, 깃발에 표시된 4개의 상징은 덴마크가 그린란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반영돼 있습니다.

왼쪽 “1972년 덴마크 왕실 문양”   오른쪽 “2025.1.1 변경”왼쪽 “1972년 덴마크 왕실 문양” 오른쪽 “2025.1.1 변경”

덴마크 왕실은 1월 1일에 발표된 국장 변경에 따라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의 칼마르 연합을 상징하는 세 개의 역사적인 왕관을 500년 만에 교체했습니다. 대신 덴마크 영토인 그린란드를 상징하는 북극곰을 강조했고, 오른쪽 상단은 페로 제도의 숫양으로 상징을 바꿨습니다.
이는 그린란드와 트럼프 양쪽에 보내는 분명한 신호로, 국왕은 신년 연설에서 "우리는 모두 하나가 되어 덴마크 왕국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고 말하며 "그린란드까지"라고 덧붙였습니다.

덴마크 로스킬데 대학교의 피터 아가드 부교수는 미 NBC 뉴스에 "북극곰은 1666년 프레데릭 3세에 의해 그린란드의 상징이 되었다"며 "두 곳의 주민들에게 그들이 왕국의 중요하고 동등한 부분이라는 선언이자 상징적인 신호"라고 설명했습니다.

■트럼프가 그린란드에 눈독 들이는 이유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인 그린란드는 미국 영토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광활한 면적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대서양과 북극해 사이에 있으며 지리적으로는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보다 뉴욕에 더 가깝습니다.

구글 세계지도에서 그린란드 위치. 붉은색구글 세계지도에서 그린란드 위치. 붉은색

북극해를 따라 캐나다 동쪽에 위치하다 보니 세계 정상의 전략적 요충지입니다. 대규모 미군 기지도 있습니다. 여러 측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매력적입니다. 코발트, 구리, 니켈과 같은 광물 자원이 풍부하며 기후 변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북극 지역을 통과하는 새로운 길이 열리고 있어 해운, 에너지 및 기타 천연자원과 군사 기동을 위한 치열한 경쟁 지역이 되고 있습니다.

■ 그린란드인들도 미국에 합병되길 원할까?

주민은 5만여 명, 대부분 북극을 기반으로 생업에 종사하는 이누이트들입니다.
14세기부터 덴마크의 지배를 받았지만 1979년에 자치령이 되었습니다. 덴마크 의회에서 2명의 대표를 선출하고 자체적으로 31명의 대표를 선출하여 섬 정부의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덴마크는 국방, 안보 문제 및 국제 문제 요소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합니다.

덴마크의 자치령인 그린란드 주민들은 독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습니다. 수십 년 동안 감독자 역할을 해온 덴마크에 대한 분노가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그린란드어는 덴마크어와는 완전히 다른 언어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서유럽과는 상당히 다른 문화와 신념 체계를 따르고 있습니다.

이누이트들 역시 미국, 호주 등 다른 지역의 원주민과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불평등한 대우를 받아왔습니다. 2년 전 덴마크 의사들이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원주민 여성과 소녀 수천 명에게 본인 모르게 자궁 내 피임 장치를 장착했다는 폭로가 나온 후 그린란드인들의 덴마크에 대한 불만은 더욱 고조되고 있습니다.

■그린란드인들이 원하는 건 '독립'…."미국 합병은 글쎄…."

그린란드의 작은 마을 카코르토크에 사는 간호사 아비아자 샌드그렌은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에 미국의 일원이 되고 싶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우리는 많은 혜택을 잃게 될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무료 교육, 교육 보조금, 무료 의료 서비스, 무료 의약품이 있습니다. 그린란드에서는 모든 것이 무료입니다."
"미국에서는 그런 혜택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린란드 주민들은 덴마크 자치령이지만 독립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아직 독립이 이루어지지 않은 이유는 그린란드가 의사, 간호사, 교사 등 많은 전문 서비스와 연간 5억 달러에 달하는 보조금을 여전히 덴마크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합니다.

덴마크 의회에서 그린란드 출신 의원 두 명 중 한 명인 아자 켐니츠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그린란드의 독립운동을 부추기려 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합니다.
"우리는 덴마크와 미국 사이의 게임에서 졸이 될 위험이 있습니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복지 시스템의 혜택을 받고 있으며 미국의 일부가 되면 훨씬 더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그린란드의 피팔뤼크 링게 의원은 트럼프 주니어의 그린란드 방문 행사와 관련해 폴리티코 유럽판에 "마치 그린란드인들이 미국의 일부가 되는 것을 선호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상황이) 모두 연출됐다"고 비판했습니다.

링게 의원은 "(방문 당시) 어떤 언론인도 그와 인터뷰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다"며 "주민들이 호기심을 보였으나 일부는 공항에서 그를 향해 손가락 욕을 한 채 사진을 찍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그린란드의 이누이트 마을그린란드의 이누이트 마을

■ '그린란드 갖고 싶어' 트럼프…."그린란드를 다시 위대하게"

다시 2019년으로 돌아가 트럼프가 그린란드를 사고 싶다고 했을 때 유럽인들과 그린란드는 농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미국이 그린란드를 갖고 싶어 하는 건 처음이 아니었지만 주권 국가를 '사겠다'고 한 대통령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국은 독일이 덴마크를 점령한 후 나치의 손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린란드에 기지를 설치했고, 전쟁이 끝나자 덴마크에 이 섬을 사겠다고 제안했지만, 덴마크는 이를 거절했습니다.

이제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의 이유로 미국이 그린란드를 합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무력을 사용할 수도 있다라는 협박도 하고 있습니다. 바로 그다음 날 트럼프의 아들 트럼프 주니어는 갑자기 그린란드의 수도 누크에 나타났습니다.

트럼프 주니어는 이번 방문의 이유가 공식적인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것이라고 말했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소셜미디어에 자기 아들과 "다양한 대표들"(트럼프의 참모들) 이 방문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그린란드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고 말했습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더해 그린란드를 다시 위대하게! 구호가 그린란드에서도 통할 지, 온당한 방식일지는 온 세계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틈만 나면 “그린란드 갖고싶어” 트럼프…그린란드인들의 생각은?
    • 입력 2025-01-11 08:00:58
    심층K
그린란드 방문한 트럼프 주니어(오른쪽)  현지시간 9일
트럼프 주니어가 아버지의 트럼프 포스 원 전용기를 타고 눈 덮인 북극의 나라, 그린란드를 방문했습니다.
2019년,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은 틈만 나면 광활한 북극 섬을 갖고 싶다는 열망을 보여왔습니다.
4년 만에 다시 돌아온 트럼프 당선인이 대통령 취임을 2주 앞두고, 가장 믿는 아들 트럼프 주니어를 그린란드에 보낸 것은 어쩌면 그린란드에 대한 트럼프의 열망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상징적 이미지입니다.

그러나 덴마크 국왕의 최근 행보로 미루어 볼 때, 트럼프의 '소유욕'은 간단히 이뤄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지난해 마르그레테 2세 여왕 퇴위 후 덴마크 왕위에 오른 프레데릭 국왕은 50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왕실 문장을 대폭 수정했는데, 깃발에 표시된 4개의 상징은 덴마크가 그린란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반영돼 있습니다.

왼쪽 “1972년 덴마크 왕실 문양”   오른쪽 “2025.1.1 변경”
덴마크 왕실은 1월 1일에 발표된 국장 변경에 따라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의 칼마르 연합을 상징하는 세 개의 역사적인 왕관을 500년 만에 교체했습니다. 대신 덴마크 영토인 그린란드를 상징하는 북극곰을 강조했고, 오른쪽 상단은 페로 제도의 숫양으로 상징을 바꿨습니다.
이는 그린란드와 트럼프 양쪽에 보내는 분명한 신호로, 국왕은 신년 연설에서 "우리는 모두 하나가 되어 덴마크 왕국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고 말하며 "그린란드까지"라고 덧붙였습니다.

덴마크 로스킬데 대학교의 피터 아가드 부교수는 미 NBC 뉴스에 "북극곰은 1666년 프레데릭 3세에 의해 그린란드의 상징이 되었다"며 "두 곳의 주민들에게 그들이 왕국의 중요하고 동등한 부분이라는 선언이자 상징적인 신호"라고 설명했습니다.

■트럼프가 그린란드에 눈독 들이는 이유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인 그린란드는 미국 영토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광활한 면적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대서양과 북극해 사이에 있으며 지리적으로는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보다 뉴욕에 더 가깝습니다.

구글 세계지도에서 그린란드 위치. 붉은색
북극해를 따라 캐나다 동쪽에 위치하다 보니 세계 정상의 전략적 요충지입니다. 대규모 미군 기지도 있습니다. 여러 측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매력적입니다. 코발트, 구리, 니켈과 같은 광물 자원이 풍부하며 기후 변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북극 지역을 통과하는 새로운 길이 열리고 있어 해운, 에너지 및 기타 천연자원과 군사 기동을 위한 치열한 경쟁 지역이 되고 있습니다.

■ 그린란드인들도 미국에 합병되길 원할까?

주민은 5만여 명, 대부분 북극을 기반으로 생업에 종사하는 이누이트들입니다.
14세기부터 덴마크의 지배를 받았지만 1979년에 자치령이 되었습니다. 덴마크 의회에서 2명의 대표를 선출하고 자체적으로 31명의 대표를 선출하여 섬 정부의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덴마크는 국방, 안보 문제 및 국제 문제 요소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합니다.

덴마크의 자치령인 그린란드 주민들은 독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습니다. 수십 년 동안 감독자 역할을 해온 덴마크에 대한 분노가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그린란드어는 덴마크어와는 완전히 다른 언어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서유럽과는 상당히 다른 문화와 신념 체계를 따르고 있습니다.

이누이트들 역시 미국, 호주 등 다른 지역의 원주민과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불평등한 대우를 받아왔습니다. 2년 전 덴마크 의사들이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원주민 여성과 소녀 수천 명에게 본인 모르게 자궁 내 피임 장치를 장착했다는 폭로가 나온 후 그린란드인들의 덴마크에 대한 불만은 더욱 고조되고 있습니다.

■그린란드인들이 원하는 건 '독립'…."미국 합병은 글쎄…."

그린란드의 작은 마을 카코르토크에 사는 간호사 아비아자 샌드그렌은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에 미국의 일원이 되고 싶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우리는 많은 혜택을 잃게 될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무료 교육, 교육 보조금, 무료 의료 서비스, 무료 의약품이 있습니다. 그린란드에서는 모든 것이 무료입니다."
"미국에서는 그런 혜택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린란드 주민들은 덴마크 자치령이지만 독립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아직 독립이 이루어지지 않은 이유는 그린란드가 의사, 간호사, 교사 등 많은 전문 서비스와 연간 5억 달러에 달하는 보조금을 여전히 덴마크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합니다.

덴마크 의회에서 그린란드 출신 의원 두 명 중 한 명인 아자 켐니츠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그린란드의 독립운동을 부추기려 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합니다.
"우리는 덴마크와 미국 사이의 게임에서 졸이 될 위험이 있습니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복지 시스템의 혜택을 받고 있으며 미국의 일부가 되면 훨씬 더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그린란드의 피팔뤼크 링게 의원은 트럼프 주니어의 그린란드 방문 행사와 관련해 폴리티코 유럽판에 "마치 그린란드인들이 미국의 일부가 되는 것을 선호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상황이) 모두 연출됐다"고 비판했습니다.

링게 의원은 "(방문 당시) 어떤 언론인도 그와 인터뷰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다"며 "주민들이 호기심을 보였으나 일부는 공항에서 그를 향해 손가락 욕을 한 채 사진을 찍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그린란드의 이누이트 마을
■ '그린란드 갖고 싶어' 트럼프…."그린란드를 다시 위대하게"

다시 2019년으로 돌아가 트럼프가 그린란드를 사고 싶다고 했을 때 유럽인들과 그린란드는 농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미국이 그린란드를 갖고 싶어 하는 건 처음이 아니었지만 주권 국가를 '사겠다'고 한 대통령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국은 독일이 덴마크를 점령한 후 나치의 손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린란드에 기지를 설치했고, 전쟁이 끝나자 덴마크에 이 섬을 사겠다고 제안했지만, 덴마크는 이를 거절했습니다.

이제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의 이유로 미국이 그린란드를 합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무력을 사용할 수도 있다라는 협박도 하고 있습니다. 바로 그다음 날 트럼프의 아들 트럼프 주니어는 갑자기 그린란드의 수도 누크에 나타났습니다.

트럼프 주니어는 이번 방문의 이유가 공식적인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것이라고 말했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소셜미디어에 자기 아들과 "다양한 대표들"(트럼프의 참모들) 이 방문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그린란드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고 말했습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더해 그린란드를 다시 위대하게! 구호가 그린란드에서도 통할 지, 온당한 방식일지는 온 세계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